한정승인 재산목록에 가재도구를 빠뜨려도, 채권자를 사해할 의사가 없었다면 법정단순승인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민법 제1026조). 다만 논란을 없애려면 빠짐없이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다.
가재도구를 누락하면 단순승인이 되는가
가재도구를 재산목록에 적지 않았을 때 문제가 되는 근거는 민법 제1026조 제3호다. 이 조항은 “상속재산을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를 단순승인 간주 사유로 규정한다.
대법원은 이 요건의 의미를 “상속재산을 은닉하여 상속채권자를 사해할 의사로써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는 것”으로 한정 해석한다(대법원 2003다30968 판결). 여기서 ‘사해할 의사’란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재산을 감소시키려는 의도를 말한다.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지 않을 소액의 가재도구를 누락한 경우에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어느 금액까지 누락이 허용되는가
강제집행 대상이 되지 않는 금액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가재도구라도 금액이 상당하면 누락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처분 비용이 오히려 더 드는 극소액 물건이 아닌 한, 가재도구라는 이유만으로 재산목록에서 빠뜨리는 것은 분쟁의 소지가 된다. 가능하면 가재도구도 기재하되 평가액(시가)을 낮게 합리적으로 산정하는 방법이 안전하다.
장례비용에 충당한 경우
합리적인 금액 범위 내의 장례비용은 상속에 관한 비용으로서 상속재산에서 지급할 수 있다(대법원 97다3996 판결). 이 원칙을 적용하면, 가재도구를 현금화하여 장례비용에 충당한 경우에는 채권자를 사해할 의사가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
대법원 2003다30968 판결은 보험계약 해약환급금 약 879만 원을 장례비용에 충당하였다는 이유로 재산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사안에서 한정승인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실무 메모
재산목록에 가재도구를 기재하는 경우, 개별 물건을 하나하나 열거하기보다 “가재도구 일체 ○○만 원” 등으로 일괄 기재하고 평가액을 산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장례비용 충당 주장은 실제 지출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만 유효하다. 영수증·계약서 등 관련 자료를 보관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한정승인 신청 후 채권자가 재산 누락을 이유로 다투는 분쟁은 소액의 가재도구보다 예금·보험금처럼 평가액이 명확한 금융자산에서 주로 발생한다. 가재도구보다 금융자산의 전수 파악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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