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목록에 가재도구까지 빠짐 없이 적어야 하는지

한정승인을 할 때에는 신고 기간 안에 상속재산의 목록을 첨부해 법원에 한정승인 신고를 해야 한다(민법 제1030조 제1항). 그 목록에 가재도구를 빠뜨려도, 상속재산을 은닉해 상속채권자를 사해할 의사가 없었다면 법정단순승인으로 보지 않는다(민법 제1026조 제3호). 다만 논란을 없애려면 빠짐없이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다.

쉽게 말하면 — 재산목록에 빠뜨린 것이 있으면 법이 문제 삼는 것은 “한정승인 취소”가 아니라, 처음부터 빚까지 다 떠안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버리는 일입니다. 법원은 “채권자에게 갈 재산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로 판단하므로, 그런 의도가 없는 단순 실수라면 한정승인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반대로 금액이 적더라도 숨기려고 뺐다면 문제가 됩니다. 분쟁을 막으려면 가능한 한 모두 적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재도구를 누락하면 단순승인이 되는가

한정승인의 신고에는 상속재산의 목록을 첨부한다(민법 제1030조 제1항). 특별한정승인으로 한정승인을 한 경우에 이미 처분한 상속재산이 있으면 그 목록과 가액도 함께 제출한다(같은 조 제2항). 이 목록에 가재도구를 적지 않았을 때 문제가 되는 근거는 민법 제1026조 제3호다. 이 조항은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를 단순승인 간주 사유로 규정한다. 효과는 한정승인의 취소가 아니라 처음부터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이고, 승인이나 포기 자체는 기간 안에도 취소하지 못한다(민법 제1024조 제1항).

대법원은 이 요건의 의미를 “상속재산을 은닉하여 상속채권자를 사해할 의사로써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는 것”으로 한정 해석한다(2003다30968). 즉 채권자에게 돌아갈 상속재산의 존재를 감추려는 의도가 있어야 이 사유에 해당한다.

판단 기준은 금액이 아니라 사해할 의사다. 값이 얼마 되지 않는 가재도구를 적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그런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지만, 소액이라도 채권자에게 갈 재산을 숨길 의도로 뺐다면 제3호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이 말하는 “고의로 기재하지 않은 것”은 채권자가 받아갈 재산을 몰래 숨기려 한 경우를 뜻합니다. 오래된 TV나 냉장고처럼 값이 얼마 안 나가는 살림살이를 깜빡 빠뜨린 것은 보통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액이면 괜찮다”는 금액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숨기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누락이 허용되는 금액선은 없다

제1026조 제3호에 해당하는지는 사해할 의사가 있었는지의 사실인정 문제이고, 얼마까지는 빠뜨려도 된다는 금액 구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가재도구라도 금액이 상당하면 누락을 정당화하기 어렵고, 반대로 금액이 작아도 숨기려는 의도가 드러나면 해당할 수 있다.

존재와 금액이 분명한 상속재산을 알면서 뺀 경우가 특히 문제된다. 2009다84936은 한정승인 신고 당시 피상속인의 매매대금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은 사안에서 단순승인 간주를 인정한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그렇다고 재산의 존재를 알았다는 사정만으로 제3호가 되지는 않는다. 상속재산을 은닉해 상속채권자를 사해할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법정단순승인을 주장하는 쪽에 있다(2019다29853).

처분 비용이 오히려 더 드는 극소액 물건이 아닌 한, 가재도구라는 이유만으로 재산목록에서 빠뜨리는 것은 분쟁의 소지가 된다. 가능하면 가재도구도 기재하고, 평가액은 시가로 합리적으로 산정한다.

장례비용에 충당한 경우

상속에 관한 비용은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한다(민법 제998조의2). 장례비용도 합리적인 금액 범위 안에서는 여기의 상속비용에 해당한다(97다3996). 이 법리를 적용하면, 가재도구를 현금화해 장례비용에 충당한 경우에도 채권자를 사해할 의사가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아래 판결의 사실관계는 보험 해약환급금이고 가재도구 사안은 아니므로, 지출 내역을 스스로 밝힐 수 있어야 한다.

2003다30968 판결은 상속재산인 보험계약 해약환급금 약 879만 원을 장례비용에 충당하였다는 이유로 재산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사안에서 한정승인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상속재산을 팔아서 장례비용에 쓴 경우라면, 채권자를 속이려 한 것이 아니므로 재산목록에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한정승인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장례비용에 썼다는 것을 영수증 등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가재도구는 “가재도구 일체 ○○만 원”으로 일괄 기재한다. 개별 물건을 하나하나 열거할 필요가 없다. 평가액은 시가로 합리적으로 산정한다. 고의로 낮춰 적으면 은닉·사해 의사를 다투는 자료가 된다.
  • 상속재산인 금융자산을 먼저 전수 파악한다. 누락 분쟁은 소액 가재도구가 아니라 예금이나 피상속인이 수익자인 보험 해약환급금처럼 평가액이 명확한 상속재산에서 주로 생긴다. 법정단순승인 간주 위험도 여기서 크다. 다만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했거나 지정이 없어 법률에 따라 상속인이 수익자가 되는 사망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므로 재산목록 대상이 아니다(2003다29463).
  • 목록은 한정승인 신고 기간 안에 신고서에 첨부한다. 목록을 나중에 따로 내는 것이 아니라 민법 제1019조 제1항·제3항·제4항의 기간 안에 신고서에 붙여 낸다(민법 제1030조 제1항). 특별한정승인으로 신고하면서 이미 처분한 상속재산이 있으면 그 목록과 가액도 함께 제출한다(같은 조 제2항).
  • 장례비용 충당은 지출 입증 자료를 확보한 경우에만 주장한다. 영수증·계약서를 보관한다. 입증이 없으면 상속재산 처분을 사해 의사로 다툴 여지가 남는다(민법 제102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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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8월 25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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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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