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상 대표이사·감사의 임무해태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명목상 대표이사·감사도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한다. 실질 경영진의 부정행위를 방임해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이사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감사는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상법 제401조, 상법 제414조 제2항, 상법 제415조).

쉽게 말하면 — 이름만 빌려줬더라도 적법한 선임과 본인의 승낙으로 대표이사나 감사의 지위를 맡았다면 직무상 의무를 피할 수 없습니다. 실제 경영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의무를 고의·중과실로 게을리해 제3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배상해야 할 수 있습니다.

명목상 임원이란 무엇인가?

명목상 임원은 적법한 선임과 본인의 승낙으로 대표이사 또는 감사의 지위를 맡았지만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실질 경영자의 요청으로 등재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나 지인의 부탁으로 이름만 올리고 실제 회사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이사·감사의 지위는 등기 시점이 아니라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와 본인의 승낙이 모두 갖추어진 때 취득합니다. 대표이사는 이사 중에서 이사회 결의로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정관으로 주주총회에서 선정하도록 정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389조). 대법원은 이사·감사 지위에 별도 임용계약까지 요구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2016다251215).

선관주의의무가 면제되나?

면제되지 않는다. 서울고등법원 2012나9821 판결은 다음을 명시했다.

“회사의 대표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회사를 위하여 충실하게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 그 업무를 직접 집행할 의무가 있고, 회사의 감사는 이사의 직무집행 전반을 감시하여 이사의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배되는 행위를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명의만 빌려준 명목상 대표이사 내지 감사라 하더라도 이러한 선관주의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2012나9821)

적법하게 선임되고 취임을 승낙한 임원인 이상, 명목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직무를 수행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경영에 관여 안 했다”는 말이 면책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대표이사는 업무를 직접 챙겨야 하고, 감사는 이사가 잘못하는지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자체가 의무 위반입니다.

언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임무를 게을리해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때 성립하고(상법 제401조 제1항), 회사에 대한 책임과는 요건이 다르다.

이사와 감사의 제3자 책임

상법 제401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에 제3자에게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정한다. 감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은 상법 제414조 제2항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해태한 때”로 직접 정하고, 상법 제415조는 제401조를 감사에게 준용한다. 아래의 대법원 판례들과 2012나9821 판결은 구 제401조의 문언에 따라 이사에 관해서도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라고 표현하지만, 2011년 개정된 현행 제401조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라고 정한다.

다만 제401조 책임이 무한정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2다70044 판결요지 [1]은 단순히 통상의 거래행위로 부담한 회사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악의·중대한 과실의 임무해태가 아니라고 본다. 같은 판결요지 [2]는 대표이사가 업무 일체를 다른 이사 등에게 위임하고 대표이사 직무를 전혀 집행하지 않는 것 자체가 충실·선관의무 위반이라고 본다. 판결 이유는 나아가 타인에게 회사업무 일체를 맡긴 채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아 부정행위나 임무해태를 간과한 경우에는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감사가 직무를 수행할 의사 없이 명의만 빌려주어 이사가 분식 재무제표를 작성·이용해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히도록 묵인·방치한 경우도 악의·중대한 과실에 의한 임무해태가 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은 그 사건의 감사가 실제 감사업무를 했다고 다툰 이상, 그 수행 여부와 분식결산의 발견 용이성을 심리해 중과실을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2006다82601 판결요지 [1]·[2]).

회사에 대한 책임과의 구별

회사에 대한 책임과 제3자에 대한 책임은 요건이 다르다. 이사가 회사에 지는 책임은 상법 제399조 제1항, 감사가 회사에 지는 책임은 상법 제414조 제1항이 정한다. 제3자 책임은 이사에게 제401조 제1항의 고의·중대한 과실, 감사에게 제414조 제2항의 악의·중대한 과실이 추가로 요구된다.

피해자가 명목상 임원임을 알고 있던 경우

상법 제401조 제1항은 제3자의 선의를 별도의 청구 요건으로 정하지 않는다. 서울고등법원 2012나9821 판결은 원고가 피고들이 명목상 임원임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의 책임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해자의 부주의는 손해배상 범위를 정할 때 참작될 수 있다.

실질 경영자의 부정행위를 알면서 내버려 뒀거나 직무상 주의를 현저히 게을리해 이를 간과했고, 그 임무해태로 제3자에게 손해가 생겼다면 직접 배상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회사가 빚을 갚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고의·중과실의 임무해태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피해자가 명목상 임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배제되지는 않지만, 피해자 쪽 부주의는 배상액을 줄이는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어떻게 책임을 판단했나?

D 주식회사는 이사 E이 실질적으로 운영하였고, 등기상 대표이사 B(E의 남동생)와 감사 C(E의 모)는 명의만 유지한 채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E은 사업자금 차용 명목으로 원고 A를 기망하여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합계 2억 2,400만원을 대여받았고, 그중 4,300만원만 변제하여 결국 1억 8,100만원을 편취하였다. E은 사기죄로 유죄가 확정되었으나 변제능력이 없었다(2012나9821).

법원은 B가 대표이사 직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고, C도 이사 E의 업무집행을 감시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이처럼 E의 불법행위를 방임한 것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임무해태이고, 손해와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2012나9821). 다만 원고에게도 E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자금 용도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아 책임을 손해액의 70%로 제한하였다(과실상계 30%).

(참고로 감사 C는 임기만료로 일시 퇴임한 기간이 있었으나, 퇴임등기가 늦어 선의의 제3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상법 제37조 제1항), 후임 미선임으로 법률·정관상 감사 원수를 결하여 퇴임 후에도 권리의무를 계속 부담한다는 이유로(상법 제415조, 상법 제386조 제1항) 그 기간의 편취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이 인정되었다.)

이름만 빌려준 대표이사와 감사가 실질 경영자의 사기를 방치했다가 피해자에게 배상하게 된 사례입니다. 피해자 쪽 과실도 있어 책임 범위가 손해액의 70%로 제한됐지만, 명목상 임원도 책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2012나9821). 퇴임했더라도 퇴임등기가 늦어 선의의 제3자에게 퇴임을 대항할 수 없거나, 후임 미선임으로 법률·정관상 감사 원수를 결하면 책임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적법한 지위 취득이 책임의 출발점이다. 이사·감사는 주주총회 선임결의와 본인의 승낙으로 지위를 취득하고, 대표이사는 원칙적으로 이사회에서 선정한다(2016다251215, 상법 제389조). 그 지위를 적법하게 취득했다면 명의만 빌려줬다는 이유로 선관주의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2012나9821).
  • 제3자에 대한 책임은 내부 약정만으로 차단되지 않는다. 상법 제401조 책임은 회사와의 내부 관계가 아니라 제3자 보호 규정이므로, “이름만 빌려준 것이다”라는 내부 약정만으로 면책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명목상 임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사정만으로도 책임이 배제되지 않는다(2012나9821).
  • 방치도 임무해태가 된다. 단, 단순 채무불이행만으로는 부족하다. 회사업무 일체를 맡긴 채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아 부정행위를 간과한 경우에는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2002다70044 판결요지 [1]·[2], 2009다95981). 감사가 직무 수행 의사 없이 명의만 빌려주어 분식 재무제표 작성·이용을 묵인·방치한 경우도 같다. 실제 감사업무를 했다면 분식결산의 발견 용이성 등 중과실을 추단할 사정을 따로 심리해야 한다(2006다82601 판결요지 [1]·[2]).
  • 명의대여 부탁은 거절하는 것이 안전하다. 보수나 실질 권한 없이 지위를 맡은 경우에도 상법 제401조 제1항 또는 상법 제414조 제2항의 책임을 면하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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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6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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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