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상 대표이사·감사의 임무해태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명목상 대표이사·감사도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하며, 실질 경영진의 부정행위를 방임하면 제3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상법 제401조, 상법 제414조 제2항, 상법 제415조).

쉽게 말하면 — 이름만 빌려줬다고 해도 대표이사나 감사로 등기돼 있으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실제 경영을 하지 않았더라도 회사 때문에 피해 본 사람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 있습니다.

명목상 임원이란 무엇인가

명목상 임원은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등기부에 이름만 올린 대표이사 또는 감사를 말한다. 실질 경영자의 요청으로 등재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나 지인의 부탁으로 이름만 올리고 실제 회사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등기부에 이름이 올라간 순간부터 법이 정한 의무를 지게 됩니다.

선관주의의무가 면제되는가

면제되지 않는다. 서울고등법원 2013. 5. 31. 선고 2012나9821 판결은 다음을 명시했다.

“회사의 대표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회사를 위하여 충실하게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고 대내적으로 그 업무를 직접 집행할 의무가 있고, 회사의 감사는 이사의 직무집행 전반을 감시하여 이사의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배되는 행위를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명의만 빌려준 명목상 대표이사 내지 감사라 하더라도 이러한 선관주의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등기된 임원인 이상 직무를 실제로 수행해야 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경영에 관여 안 했다”는 말이 면책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대표이사는 업무를 직접 챙겨야 하고, 감사는 이사가 잘못하는지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자체가 의무 위반입니다.

언제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가

상법 제401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에 제3자에게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정한다. 감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은 상법 제414조 제2항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해태한 때”로 직접 정하고, 상법 제415조는 제401조를 감사에게 준용한다.

다만 제401조 책임이 무한정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2다70044 판결요지 [1]은 단순히 통상의 거래행위로 부담한 회사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악의·중대한 과실의 임무해태가 아니라고 본다. 같은 판결요지 [2]는 대표이사가 업무 일체를 다른 이사 등에게 위임하고 대표이사 직무를 전혀 집행하지 않는 것 자체가 충실·선관의무 위반이라고 본다. 판결 이유는 나아가 타인에게 회사업무 일체를 맡긴 채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아 부정행위나 임무해태를 간과한 경우에는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감사가 직무를 수행할 의사 없이 명의만 빌려주어 이사의 위법행위를 묵인·방치한 경우도 악의·중대한 과실에 의한 임무해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6다82601 판결요지 [1]).

회사에 대한 책임과 제3자에 대한 책임은 요건이 다르다. 이사가 회사에 지는 책임은 상법 제399조 제1항, 감사가 회사에 지는 책임은 상법 제414조 제1항이 정한다. 제3자 책임은 이사에게 제401조 제1항의 고의·중대한 과실, 감사에게 제414조 제2항의 악의·중대한 과실이 추가로 요구된다.

또한 피해자인 제3자의 선의·악의는 책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서울고등법원 2013. 5. 31. 선고 2012나9821 판결은 상법 제401조 제1항이 배상 대상을 제3자라고만 정하므로 제3자의 선의는 청구 요건이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들이 명목상 임원임을 알고 있었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질 경영자가 사기를 치는 것을 알면서 내버려 뒀거나,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알 수 있었는데 방치했다면 피해자에게 직접 배상해야 합니다. 단, 단순히 빚을 안 갚은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방치”에 해당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명목상 임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관계없습니다. 다만 피해자 쪽에도 부주의가 있었다면 배상액이 그만큼 줄 수 있습니다.

사례(서울고등법원 2012나9821 판결)

D 주식회사는 이사 E이 실질적으로 운영하였고, 등기상 대표이사 B(E의 남동생)와 감사 C(E의 모)는 명의만 유지한 채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E은 사업자금 차용 명목으로 원고 A를 기망하여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합계 2억 2,400만원을 대여받았고, 그중 4,300만원만 변제하여 결국 1억 8,100만원을 편취하였다. E은 사기죄로 유죄가 확정되었으나 변제능력이 없었다(서울고등법원 2012나9821 판결).

법원은 B가 대표이사 직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고, C도 이사 E의 업무집행을 감시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이처럼 E의 불법행위를 방임한 것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임무해태이고, 손해와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12나9821 판결). 다만 원고에게도 E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자금 용도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아 책임을 손해액의 70%로 제한하였다(과실상계 30%).

(참고로 감사 C는 임기만료로 일시 퇴임한 기간이 있었으나, 퇴임등기가 늦어 선의의 제3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상법 제37조 제1항), 후임 미선임으로 법률·정관상 감사 원수를 결하여 퇴임 후에도 권리의무를 계속 부담한다는 이유로(상법 제415조, 상법 제386조 제1항) 그 기간의 편취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이 인정되었다.)

이름만 빌려준 대표이사와 감사가 실질 경영자의 사기를 방치했다가 피해자에게 배상하게 된 사례입니다. 피해자 쪽 과실도 있어 배상액이 30% 줄었지만, 명목상 임원도 책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퇴임했더라도 퇴임등기가 늦거나 후임자가 없으면 책임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등기부 등재 자체가 책임의 출발점이다. 명의만 빌려줬어도 대표이사·감사로 등기되면 선관주의의무를 지고, 그 위반에 따른 배상책임을 진다(서울고등법원 2012나9821 판결).
  • 제3자에 대한 책임은 내부 약정으로 차단되지 않는다. 상법 제401조 책임은 회사와의 내부 관계가 아니라 제3자 보호 규정이므로, 등재 당시의 동기나 “이름만 빌려준 것이다”라는 내부 약정과 무관하다. 피해자가 명목상 임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책임이 성립한다.
  • 방치도 임무해태가 된다. 단, 단순 채무불이행만으로는 부족하다. 회사업무 일체를 맡긴 채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아 부정행위를 간과한 경우에는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02다70044 판결요지 [1]·[2], 2009다95981 판결). 명의만 빌려준 감사의 묵인·방치도 같다(대법원 2006다82601 판결요지 [1]).
  • 명의대여 부탁은 거절하는 것이 안전하다. 보수나 권한 없이 이름만 올린 경우에도 상법 제401조 제1항 또는 상법 제414조 제2항의 책임을 면하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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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8월 24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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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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