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뒤 고인 예금을 찾은 것이 처분행위로 평가되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그 뒤의 상속포기는 효력이 없다(민법 제1026조 제1호, 2009다84936 판결요지 [2]). 장례비로 썼다는 사정만으로 처분에서 빠진다고 보고 포기를 택하지 말고, 상속채무 초과를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다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할 수 있는 한정승인부터 확인한다(민법 제1019조 제3항).
쉽게 말하면 — 아버지 통장에서 돈을 찾아 장례비를 냈다면, 그 인출이 상속재산 처분으로 평가될 때 뒤에 한 상속포기는 효력이 없습니다(민법 제1026조 제1호). 빚이 더 많은 줄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다면 포기 대신 한정승인을 먼저 알아보세요(같은 법 제1019조 제3항).
예금을 찾았으면 상속포기가 막히나
법정단순승인은 법이 정한 사유가 있으면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이고, 단순승인을 하면 제한없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민법 제1025조). 그 사유 중 하나가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다(같은 법 제1026조 제1호).
예금을 찾는 것은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을 추심해 변제받는 것이어서,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채권을 추심하여 변제받는 것도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에 해당한다」는 2009다84936 판결요지 [1]에 비추어 처분행위로 볼 수 있다. 그 사안은 손해배상채권을 추심한 경우였다(같은 판결 판결요지 [2]).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개시 후 자기를 위하여 상속이 개시된 사실을 알면서,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 신고를 수리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고지되기 이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한 때에 적용된다(2025다220329 판결요지 [1]). 처분행위에는 재산의 현상 또는 그 성질을 변하게 하는 사실적 행위와 재산의 변동을 생기게 하는 법률적 행위가 포함되지만, 상속재산의 보존 및 관리행위는 해당하지 않는다(같은 판결 판결요지 [1]). 이 판결이 관리행위로 본 것은 공동상속인들이 기존 임대차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기간만 연장한 계약이었다(같은 판결 판결요지 [3]). 포기를 신고해 둔 뒤라도 수리 심판이 고지되기 전에 처분했다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2013다73520 판결요지). 아직 숙려기간 안이고 고지 전인데 인출이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제1호의 단순승인 의제는 생기지 않고, 이때는 같은 법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안에 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장례비로 썼다면 처분에서 빠지나
상속에 관한 비용은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한다(민법 제998조의2). 상속비용이란 상속재산의 관리 및 청산에 필요한 비용이고, 대법원은 장례비용이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의 사회적 지위와 그 지역의 풍속 등에 비추어 합리적인 금액 범위 내라면」 상속비용이라고 보았다(97다3996 판결요지 [2], 2003다30968 판결요지 [1]). 97다3996 판결요지 [2]가 판단한 것은 장례비용·묘지구입비·소송비용이 상속비용에 들어가는지다.
2003다30968은 고인의 보험 해약환급금을 합리적인 범위의 장례비용으로 모두 쓴 뒤 한정승인을 하면서 재산목록에 적지 않은 것이 민법 제1026조 제3호의 고의 누락이 아니라고 본 원심을 정당하다고 했다(이유 1, 판결요지 [2]). 환급금을 받은 것이 제1호의 처분행위인지는 이 판결이 판단하지 않았다(같은 판결 이유 1).
처분으로 평가되면 남은 길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숙려기간 안에 알지 못했다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민법 제1019조 제3항). 제3항은 단순승인에 「제1026조제1호 및 제2호에 따라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적어 예금 인출이 처분으로 평가된 경우도 들어가고, 대법원도 협의분할로 이미 처분한 상속인에게 이 한정승인을 인정했다(2003다29562 판결요지 [2]). 이를 흔히 특별한정승인이라 부르고, 제3항이 허용하는 것은 한정승인이지 상속포기가 아니다. 예금을 이미 찾았다면 포기보다 이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숙려기간은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이고 가정법원이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로 연장할 수 있으며(같은 조 제1항), 상속인이 제한능력자이면 친권자 또는 후견인이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 센다(민법 제1020조).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는 것은 「상속인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함으로써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을 말한다(2010다7904 판결요지 [1]).
신고는 초과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상속재산 목록을 첨부해 하고(민법 제1030조 제1항), 이미 처분한 재산이 있으면 그 목록과 가액을 함께 낸다(같은 조 제2항). 찾아 쓴 예금도 이 목록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같은 항).
빚을 갚았는지 생활비로 썼는지에 따라 다른가
특별한정승인을 하면 남은 상속재산과 이미 처분한 재산의 가액을 합해 배당변제하되, 한정승인 전에 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자에게 변제한 가액은 처분한 재산의 가액에서 제외한다(민법 제1034조 제2항). 그래서 고인의 빚을 갚는 데 쓴 돈은 이 단서로 빠지지만 생활비로 쓴 돈은 합산 가액에 남는다고 볼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한정승인자가 공고나 최고를 해태하거나 제1033조부터 제1036조까지를 위반해 어느 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자에게 변제함으로써 다른 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자가 변제받을 수 없게 되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같은 법 제1038조 제1항). 제1019조 제3항에 따라 한정승인을 한 경우 그 전에 상속채무 초과를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는 상속인이 상속채권자나 유증받은 자에게 변제한 때에도 같다(같은 항).
수리 심판이 고지된 뒤에 예금을 쓰면 제1호가 아니라 제3호(은닉·부정소비·고의 목록 누락)가 문제 된다고 볼 수 있고(2013다73520 판결요지), 제1019조 제3항 괄호는 제1호·제2호만 들고 제3호는 들지 않는다(민법 제1019조 제3항). 부정소비란 정당한 사유 없이 상속재산을 써서 없앰으로써 그 재산적 가치를 상실시키는 것이다(2009다84936 판결요지 [3]). 다만 상속인이 포기해 차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승인한 때에는 제3호의 사유는 상속의 승인으로 보지 않는다(같은 법 제1027조).
이미 상속포기가 수리됐다면 어떻게 되나
처분행위를 한 뒤에 상속포기 신고가 수리되었더라도 상속포기로서의 효력은 없다(2023다269399 이유 2.가). 같은 판결은 일부 상속인이 포기하기로 하고 수리 고지 전에 그 취지에 따라 상속재산분할 협의 등을 한 경우는 처분행위가 아니라고 했고, 이때 협의 내용,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의사, 상속포기와 양립하기 어려운 행위를 했는지 등을 고려한다(같은 판결 이유 2.가).
실무 체크포인트
- 상속포기·한정승인 수리 심판을 고지받기 전에는 고인 명의 예금을 찾지 않는다(민법 제1026조 제1호, 2013다73520 판결요지).
- 이미 찾았다면 날짜·금액·쓴 곳을 입출금 내역과 영수증으로 정리한다. 특별한정승인 때 처분한 재산의 목록과 가액을 내야 한다(민법 제1030조 제2항).
- 찾은 돈 가운데 고인의 빚을 갚은 돈과 생활비 등 다른 데 쓴 돈을 나누어 적는다. 처분한 재산의 가액에 합산되는지가 달라진다(민법 제1034조 제2항).
- 빚이 더 많다는 사실을 언제 어떻게 알았는지 자료를 모은다. 중대한 과실 없이 숙려기간 안에 몰랐다는 점은 상속인이 증명해야 한다(2010다7904 판결요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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