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의 필요성

상속포기는 부채 회피 목적만이 아니라, 상속분을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시키거나(민법 제1043조) 자신의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된다(2011다29307). 포기의 효력은 상속개시된 때로 소급한다(민법 제1042조).

쉽게 말하면 — 상속포기는 “빚이 있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산이 있어도 다른 가족에게 몰아주거나, 내 채권자에게 재산을 뺏기지 않으려는 목적으로도 씁니다.

부채가 많을 때 상속포기가 필요한가

사망자의 부채가 재산을 초과하면 상속포기를 해야 부채 승계를 막을 수 있다. 사망과 동시에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가 상속인에게 승계되므로(민법 제1005조 본문), 승계를 원하지 않으면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해야 한다.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은 승계 대상에서 빠진다(같은 조 단서).

신고 기한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다(민법 제1019조 제1항 본문). 기산점은 사망일이 아니라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 곧 상속개시 원인사실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이다. 최선순위 상속인은 사망일이 곧 안 날인 경우가 많고, 후순위 상속인은 선순위 전원이 포기해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부터 센다(2012다59367).

이 3개월은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가정법원이 연장할 수 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단서, 상속포기·한정승인 기간 연장허가). 연장은 기간이 남아 있을 때 받아 두는 것이므로 만료 전에 청구한다.

돌아가신 분의 빚이 재산보다 많다면, 아무것도 안 하면 그 빚이 자동으로 상속됩니다. 빚을 물려받지 않으려면 ‘상속이 시작된 사실을 안 날'(보통은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해야 합니다.

다른 상속인에게 상속분을 귀속시키려면

상속재산이 부채보다 많아도 다른 상속인에게 상속분을 몰아주기 위해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귀속받을 상속인을 직접 지정할 수는 없다.

같은 순위 상속인이 남아 있으면 그들에게 공동으로 귀속된다.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상속권을 넘기려면 같은 순위 상속인 전원이 포기해야 한다.

예컨대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포기하면 배우자가 단독 상속한다(2020그42). 포기한 자녀의 상속분이 남은 상속인인 배우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민법 제1043조). 손자녀나 부모가 따로 다시 포기할 필요는 없다. 종전에는 자녀 전부가 포기하면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봤으나(2013다48852), 2023년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변경됐다. 반대로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포기하면 제1043조가 적용되지 않아 다음 순위인 손자녀가 상속하는 구조가 된다(같은 법 제1000조 제1항 제1호·제2항).

상속지분 양도나 상속재산분할협의로도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협의분할로는 부채 승계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

재산이 많아도 “나는 안 받을게, 형한테 다 줘”라고 하고 싶을 때 상속포기를 씁니다. 단, 내가 포기하면 재산이 어디로 가는지(같은 순위 형제들에게 나뉘거나, 다음 순위 가족에게 넘어가거나)는 법이 정해진 순서대로 결정되고 내가 직접 지정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채권자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상속포기

상속재산을 취득하면 자신의 채권자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을 때 상속을 포기하기도 한다.

같은 목적으로 협의분할을 통해 자신은 재산을 받지 않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 협의분할은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여서 사해행위취소 대상이 된다(2007다29119).

반면 상속포기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가 아니므로 사해행위취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2011다29307). 같은 목적이라도 협의분할은 취소될 수 있지만 상속포기는 취소되지 않는다.

내 빚쟁이에게 재산을 뺏길까 봐 상속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협의분할로 내 몫을 안 받는 방식’은 나중에 채권자가 법원에 취소를 청구할 수 있지만, ‘상속포기’는 취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더 안전합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기간이 끝나면 포기 자체가 막힌다. 다만 그전에 연장 청구가 있다. 포기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해야 하고(민법 제1019조 제1항 본문), 그 기간 안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026조 제2호). 여기의 기간에는 가정법원이 연장한 기간이 포함되므로(민법 제1019조 제1항 단서), 재산 파악이 늦어지면 만료 전에 연장허가부터 청구한다. 같은 목적의 협의분할은 기간 제한이 없으나, 부채 승계를 막지는 못한다.
  • 채권자 회피 목적이면 협의분할이 아니라 상속포기를 한다. 협의분할로 몫을 안 받는 방식은 사해행위취소 대상이 되지만, 상속포기는 취소되지 않는다. 같은 결과를 노려도 협의분할은 뒤집힐 수 있다.
  • 포기로 재산이 가는 곳을 직접 고를 수 없다. 같은 순위 상속인이 남으면 그들에게 상속분 비율로 귀속되고(민법 제1043조), 다음 순위로 넘기려면 같은 순위 전원이 포기해야 한다. 특정인 지정은 상속재산분할협의로 풀어야 한다.
  • ‘안 날’ 기산점을 사망일과 혼동하지 않는다. 3개월은 사망일이 아니라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센다. 후순위 상속인은 선순위 전원의 포기 사실을 안 날이 기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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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8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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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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