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는 부채 회피 목적만이 아니라, 상속분을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시키거나 자신의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된다.(민법 제1019조)
쉽게 말하면 — 상속포기는 “빚이 있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산이 있어도 다른 가족에게 몰아주거나, 내 채권자에게 재산을 뺏기지 않으려는 목적으로도 씁니다.
부채가 많을 때 상속포기가 필요한가
사망자의 부채가 재산을 초과하면 상속포기를 해야 부채 승계를 막을 수 있다. 사망과 동시에 재산상 모든 권리·의무는 상속인에게 승계되므로(민법 제1005조), 승계를 원하지 않으면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 기한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이다.(민법 제1019조) 기산점은 사망일이 아니라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다. 다만 피상속인과 가까운 최선순위 상속인은 사망일이 곧 안 날인 경우가 많다. 후순위 상속인은 선순위 상속인 전원이 상속포기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하면 된다.(민법 제1019조)
돌아가신 분의 빚이 재산보다 많다면, 아무것도 안 하면 그 빚이 자동으로 상속됩니다. 빚을 물려받지 않으려면 ‘상속이 시작된 사실을 안 날'(보통은 사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해야 합니다.
다른 상속인에게 상속분을 귀속시키려면
상속재산이 부채보다 많아도 다른 상속인에게 상속분을 몰아주기 위해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귀속받을 상속인을 직접 지정할 수는 없다.
같은 순위 상속인이 남아 있으면 그들에게 공동으로 귀속된다.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상속권을 넘기려면 같은 순위 상속인 전원이 포기해야 한다.
예컨대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포기하면 배우자가 단독 상속한다.(2020그42) 손자손녀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종전에는 자녀 전부가 포기하면 배우자와 손자손녀가 공동 상속한다고 봤으나(2013다48852), 2023년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자녀 전부 포기만으로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포기하면 손자손녀가 상속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상속지분 양도나 상속재산분할협의로도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협의분할로는 부채 승계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다르다.
재산이 많아도 “나는 안 받을게, 형한테 다 줘”라고 하고 싶을 때 상속포기를 씁니다. 단, 내가 포기하면 재산이 어디로 가는지(같은 순위 형제들에게 나뉘거나, 다음 순위 가족에게 넘어가거나)는 법이 정해진 순서대로 결정되고 내가 직접 지정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채권자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상속포기
상속재산을 취득하면 자신의 채권자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을 때 상속을 포기하기도 한다.
같은 목적으로 협의분할을 통해 자신은 재산을 받지 않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 협의분할은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로서 사해행위취소 대상이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반면 상속포기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가 아니므로 사해행위취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2011년)가 있다. 같은 목적이라도 협의분할은 취소될 수 있지만 상속포기는 취소되지 않는다.
내 빚쟁이에게 재산을 뺏길까 봐 상속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협의분할로 내 몫을 안 받는 방식’은 나중에 채권자가 법원에 취소를 청구할 수 있지만, ‘상속포기’는 취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더 안전합니다.
실무 메모
협의분할은 언제라도 할 수 있지만 상속포기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만 할 수 있다.(민법 제1019조) 사해행위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는 협의분할 대신 상속포기를 선택해야 취소를 막을 수 있다. 방법 선택이 결과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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