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 실무 가이드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상속채무를 변제하는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제도다(민법 제1028조). 상속인의 고유 재산은 책임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쉽게 말하면 — 부모님이 남긴 재산보다 빚이 더 많아도, 한정승인을 하면 내 재산은 건드릴 수 없고 물려받은 재산 한도 안에서만 빚을 갚으면 됩니다. 물려받은 것이 없으면 빚도 갚지 않아도 됩니다.

단순승인·상속포기와 어떻게 다른가

세 제도는 상속채무 책임 범위에서 나뉜다.

단순승인은 아무 조건 없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전부 이어받는다(민법 제1025조). 상속재산보다 채무가 많으면 상속인은 고유 재산으로 차액을 물어야 한다.

상속포기는 재산상의 권리와 의무를 일체 포기하는 것이다. 상속 포기는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해 효력이 생기므로,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본다(민법 제1042조). 포기는 고려기간 안에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한다(민법 제1041조). 아무것도 받지 않는 대신 아무것도 갚지 않는다. 단, 포기한 사람의 상속분은 후순위 상속권자에게 넘어간다.

한정승인은 그 중간이다. 상속재산이 있으면 그 범위에서만 채무를 갚고, 상속재산이 없으면 전혀 갚지 않는다. 상속채권자는 상속재산에만 강제집행할 수 있고, 상속인의 고유 재산에는 손댈 수 없다.

단순승인은 빚까지 다 물려받는 것, 상속포기는 재산과 빚 모두 내던지는 것, 한정승인은 그 사이의 선택입니다. 받은 재산만큼만 빚을 갚고 내 지갑은 지킬 수 있습니다.

한정승인은 언제 선택하는가

재산과 채무의 규모가 애매한 상황에서 원래 한정승인의 본령이었으나, 실무상 의미는 후순위 상속권자 차단에 더 있다.

2002년 특별한정승인 제도가 신설되었다(민법 제1019조). 중대한 과실 없이 채무 초과를 몰랐다가 뒤늦게 알게 된 상속인은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재산과 채무가 애매할 때는 굳이 처음부터 한정승인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 일단 단순승인 상태로 두었다가 채무 초과가 확인되면 특별한정승인으로 전환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빚이 얼마인지 모를 수 있으니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나중에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특별한정승인으로 그때 신청하면 됩니다.

후순위 차단 — 현재 한정승인의 핵심 의의

상속포기를 하면 포기자의 상속분이 다음 상속인에게 넘어간다. 자녀 전원이 포기했을 때 누가 다음 상속인인지는 순서대로 본다. 배우자가 살아 있으면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고(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배우자가 없으면 손자녀가 본위상속한다(95다27769). 손자녀까지 없어야 직계존속(부모·조부모), 그다음 형제자매로 내려간다(민법 제1000조 제1항). 넘어간 사람들도 각자 포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정승인은 다르다. 한정승인은 승인의 일종이므로 상속권이 후순위자에게 넘어가지 않는다. 공동상속인 중 1명이라도 한정승인을 하면 후순위 상속인은 상속권을 취득하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실무에서는 선순위 상속인 중 1명만 한정승인하고 나머지는 상속포기하는 방식이 자주 쓰인다. 후순위 상속인들이 별도로 포기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고, 채권자의 연락이 후순위자에게 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자녀 전원이 상속포기를 하면 어머니나 손자녀에게 먼저 빚이 넘어가고, 그들까지 없거나 포기하면 할머니·할아버지나 삼촌·이모에게까지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자녀 중 한 명이 한정승인을 하면 됩니다. 그 한 명이 상속재산 범위 안에서만 빚을 정리하고, 나머지 가족에게는 빚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신고와 함께 상속재산목록을 작성해 법원에 낸다. 한정승인은 재산목록 제출이 필수다(민법 제1030조). 목록 작성이 포기보다 무거운 절차 부담이다.
  • 재산을 은닉·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목록에서 빠뜨리면 단순승인으로 간주된다(법정단순승인). 한정승인이 무효가 되고 고유 재산까지 책임을 진다(민법 제1026조 제3호). 회피 차단 요건이다.
  • 공고·최고를 게을리해도 한정승인 자체는 유효하다. 채권자에 대한 공고·최고는 청산 절차다(민법 제1032조). 절차를 빠뜨려도 무효·단순승인 간주는 아니다.
  • 다만 청산을 잘못하면 채권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공고·변제 순서를 어겨 변제받지 못한 채권자가 입은 손해가 대상이다(민법 제1038조). 한정승인자가 청산 사무를 직접 이행한다.
  • 선순위자 1명만 한정승인하는 방식은 그 1명에게 청산 부담이 몰린다. 나머지가 상속포기를 해도 청산은 한정승인자 몫이다. 상속재산 규모·채권자 수·상속인 구성을 보고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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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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