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단순승인

법정단순승인은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상속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다(민법 제1026조). 단순승인이 의제되면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채무를 자신의 고유재산으로도 무한책임을 지게 된다.

쉽게 말하면 —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지 않거나, 상속재산을 처분했다면 빚까지 모두 물려받은 것으로 됩니다. 모르고 한 행동으로도 법정단순승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유

민법 제1026조는 세 가지를 든다.

  1.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2. 상속인이 숙려기간(3개월)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않은 때
  3.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은 때

제2호(기간 도과)로 단순승인이 굳었더라도, 채무초과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다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민법 제1019조 제3항·제4항).

특별한정승인으로 구제될 수 있는 법정단순승인은 제1호 처분행위와 제2호 기간 도과에 따른 단순승인이다. 제3호의 은닉·부정소비·고의 누락은 상속채권자를 해하는 사후 행위이므로 특별한정승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민법 제1019조 제3항, 민법 제1026조).

제1호 — 무엇이 “처분행위”인가

실무 분쟁의 대부분은 제1호다. 처분에 해당하는지는 행위별로 판례가 정리해 왔다.

처분에 해당하는 것 — 피상속인의 채권을 추심해 변제받는 것도 처분행위이고, 그 뒤에 한 상속포기는 효력이 없다(2009다84936). 공동상속인 간 상속재산 협의분할에 참여하는 것도 처분행위여서, 협의분할을 해 놓고 뒤에 상속포기 신고가 수리되어도 포기의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82도2421). 예금 인출·소비, 부동산 매각 등 재산적 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다만 포기 신고가 수리되기 전의 모든 분할협의 관여가 곧바로 처분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포기자를 제외한 나머지 상속인들이 포기를 전제로 분할협의를 했고, 그 뒤 포기 신고가 적법하게 수리되면 그 협의는 소급해 유효해질 수 있다(2011다29307). 문제는 포기자가 자기에게 상속재산 권리를 인정받거나 실제 재산을 취득·처분하는 내용으로 관여했는지다.

처분이 아닌 것 — 피상속인 사망으로 상속인이 받는 사망보험금은 보험수익자인 상속인의 고유재산이지 상속재산이 아니므로, 이를 수령해도 처분행위가 아니다(98가합4217, 2002나17248). 상속재산을 지키기 위한 보존행위도 처분이 아니다 — 상속인들이 포기 신고 전에 피상속인 소유 주권을 권원 없이 점유하는 자를 상대로 반환청구 소송을 낸 것은 처분행위가 아니라고 봤다(96다23283). 재산 가치를 줄이는 행위인지, 지키는 행위인지가 경계다.

경계 사례 — 상속포기 심판 전에 포기 의사로 피상속인 부동산을 특정 상속인 소유로 하는 협의분할 합의를 한 경우, 상속채권자에게 손해가 없다면 처분행위로 보지 않은 하급심이 있다(2003가단5740). 다만 하급심 사례이므로 실무에서는 협의분할 참여 자체를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돌아가신 분의 예금을 찾아 쓰거나, 받을 돈을 대신 받거나, 형제끼리 재산을 나누는 서류에 도장을 찍으면 — 빚까지 전부 받아들인 것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반면 사망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내 돈이라 받아도 됩니다.

시간축 — 신고 전후로 적용 조항이 나뉜다

상속포기·한정승인은 신고만으로 효력이 생기지 않고 가정법원의 수리 심판이 고지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그래서 처분 시점에 따라 적용 조항이 다르다.

  • 신고 후라도 수리 심판 고지 전에 상속재산을 처분하면, 아직 포기 효력 발생 전이므로 제1호의 법정단순승인이 된다(2013다73520, 2004다20401).
  • 수리 후의 처분은 제1호가 아니라 제3호의 부정소비에 해당할 때만 단순승인이 된다(2003다63586, 67나2494). 부정소비란 정당한 사유 없이 상속재산을 써서 재산적 가치를 잃게 하는 것이고, 처분대금 전액을 우선변제권 있는 채권자에게 귀속시킨 경우는 부정소비가 아니다.

포기 서류를 법원에 냈다고 끝이 아닙니다. 법원의 수리 결정문을 받기 전에 재산에 손대면 포기가 무효가 됩니다. 수리 결정 이후라면 기준이 느슨해져서, 몰래 빼돌리거나 써 없애는 정도가 아니면 한정승인·포기가 유지됩니다.

제3호의 “은닉·부정소비·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

은닉은 재산의 존재를 쉽게 알 수 없게 만드는 것, 부정소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써 없애 재산적 가치를 잃게 하는 것이다(2009다84936).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란 상속재산을 은닉해 상속채권자를 사해할 의사로 기입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2003다30968). 단순 누락이나 정당한 사유로 소진된 재산의 미기재는 사해의사가 없으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예컨대 보험 해약환급금을 합리적 장례비용으로 정당하게 지출해 남지 않은 경우, 이를 목록에 적지 않았더라도 법정단순승인이 되지 않는다(2003다30968).

효과

법정단순승인이 성립하면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효력이 부정되고, 상속인은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아 상속채무 전부를 고유재산으로 책임진다. 다만 부정소비 등 제3호 사유는, 상속포기로 차순위 상속인이 이미 상속을 승인한 뒤라면 단순승인으로 보지 않는다(민법 제1027조).

한정승인을 해놓고도 상속 재산을 몰래 빼돌리거나 재산목록에 고의로 빠뜨리면 한정승인이 무효가 되고 빚을 전부 갚아야 합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포기·한정승인을 결정하기 전에는 상속재산에 손대지 않는다. 예금 인출, 채권 추심, 협의분할 날인이 대표적 사고 지점이다(2009다84936·82도2421).
  • 신고 접수가 아니라 수리 심판 고지가 기준이다. 결정문을 받기 전에는 처분을 보류시킨다(2013다73520).
  • 사망보험금은 상속인 고유재산이므로 수령해도 된다(98가합4217). 다만 피상속인이 수익자인 보험(해약환급금 등)은 상속재산이니 구별한다.
  • 한정승인 재산목록은 빠짐없이 적는다. 사해의사 있는 고의 누락만 제3호에 걸리지만, 다툼 자체를 피하려면 소진된 재산도 지출 근거와 함께 정리해 둔다(2003다30968).
  • 기간을 놓쳐 굳은 단순승인은 특별한정승인 요건(채무초과 부지·중과실 없음)을 검토한다(민법 제1019조 제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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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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