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목록에 부채(소극재산)가 누락되어도 한정승인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 한정승인이 법정단순승인으로 전환되는 사유는 적극재산을 고의로 누락한 경우로 한정된다(민법 제1026조).
왜 부채 누락은 문제가 되지 않는가
한정승인은 상속재산(적극재산)의 범위에서 부채를 변제하겠다는 의사표시다. 변제 한도를 정하는 기준은 적극재산이지 부채의 규모가 아니다. 따라서 부채가 재산목록에서 빠지더라도 한정승인의 본질적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법정단순승인이 되는 요건
민법 제1026조 제3호는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를 법정단순승인 사유로 규정한다.
대법원 2003다30968 판결은 이 조항의 의미를 “상속재산을 은닉하여 상속채권자를 사해할 의사로써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 여기서 ‘사해할 의사’란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재산을 감소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부채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민법 제1026조 제3호의 ‘상속재산’은 적극재산만을 의미하고, 소극재산인 부채는 포함되지 않는다. 부채를 몰라서 기재하지 못하든, 설령 고의로 적지 않든 한정승인의 효력은 유지된다.
채권자에게 통지하지 않은 경우의 책임
재산목록 누락과는 별도로, 한정승인자가 알고 있는 상속채권자에게 한정승인 사실을 통지하지 않아 변제 기회를 상실하게 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민법 제1026조 관련 규정). 단, 이는 적극재산이 존재하여 채권자가 변제받을 이익이 있을 때에만 문제된다.
이 경우 재산목록을 다시 경정할 필요는 없다. 한정승인 사실을 채권자에게 통지하면 충분하다.
실무 메모
한정승인 신청 시 부채 전액을 파악하지 못한 채로 재산목록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대출·보증·세금 체납 등 나중에 드러나는 채무가 재산목록에 빠졌다고 해서 의뢰인이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효력 측면에서는 문제없다고 안내한다. 다만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 한정승인 통지를 누락하면 손해배상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신고 수리 후 채권자 공고·통지 절차를 빠짐없이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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