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판력

기판력이란 확정판결의 판단 내용이 당사자와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분쟁을 거기서 끝내는 것이 기판력의 기능이다(확정판결). 작용 모습은 후소의 형태에 따라 다르다. 전소에서 이긴 쪽이 같은 청구를 다시 내면 원칙적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각하된다(2018다24349). 진 쪽이 같은 청구를 다시 내면 전소 판결과 모순 없는 판단으로 청구를 기각하는 것이지, 단지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할 수는 없지만 소권 남용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별개다(76다1488). 소송물이 달라도 전소의 소송물에 관한 판단이 후소의 선결문제가 되면 그와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2013다53939).

기판력은 전소와 후소의 소송물이 같을 때(동일관계) 작용한다(2013다53939). 전소의 소송물에 관한 판단이 후소의 선결문제가 되거나(선결관계), 두 소송물이 서로 모순될 때(모순관계)도 작용한다(2013다53939).

소송물이 같은지는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으로 가린다. 전소와 후소의 사실관계가 비슷하다고 곧바로 같은 소송물은 아니다. 같은 법률사실에 기하더라도 청구원인이 다르면 소송물은 별개다(88다1936). 해고기간의 임금청구와 복직 거절로 인한 임금상승 누락분의 손해금청구는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전혀 달리해 별개 소송물이다(같은 판결).

이긴 쪽의 재소 각하에도 예외가 있다.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같은 청구를 다시 내면 원칙적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지만, 확정판결 채권의 10년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때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이익이 인정된다(2018다24349). 그 재소 법원도 전소 판결 내용에 저촉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 후소가 전소 판결 확정 후 10년이 지나 제기되었더라도 법원은 곧바로 각하하지 않고, 피고의 항변에 따라 채권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는지 본안판단을 한다(같은 판결). 다만 중단사유가 끝난 뒤 새로 진행된 소멸시효기간의 경과가 임박하지 않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재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 재판이 확정되면 같은 문제를 두고 다시 소송할 수 없습니다. 졌던 쪽이 “그때 주장을 못 했다”며 새 소송을 내도, 법원은 앞 판결과 다른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실관계가 비슷해도 청구의 원인이 다르면 다른 소송물입니다. 이긴 판결이라도 10년 시효가 다 돼 가면 시효를 끊으려 다시 소를 낼 수 있고, 10년이 지난 뒤에 낸 소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곧바로 각하되지 않고 피고의 항변에 따라 시효 완성 여부를 본안에서 따집니다(2018다24349).

어디까지 미치나

기판력은 판결 주문에 포함된 것에만 생긴다(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판결 이유에서 판단된 사항에는 원칙적으로 미치지 않는다. 예외로 상계 항변에 대한 판단은 대항한 액수의 한도에서 기판력을 가진다(같은 조 제2항). 이는 판결 이유 중의 판단에 기판력이 미치는 유일한 예외다. 이 기판력은 상계가 받아들여진 경우만이 아니라, 반대채권의 존재가 부정되어 상계가 배척된 경우에도 대항한 액수의 한도에서 생긴다. 그래서 상계로 소멸했다고 판단된 반대채권을 다시 소구하거나, 배척된 반대채권을 다시 주장하는 것이 막힌다.

가분채권의 일부만 청구한 경우에는 일부청구임을 명시했는지가 기판력 범위를 나눈다. 일부청구임을 명시하면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청구한 일부에만 미치고 잔부청구에는 미치지 않는다(2016다203025). 반대로 일부청구임을 명시하지 않으면 기판력이 잔부청구에까지 미쳐 나머지를 따로 청구할 수 없다. 명시 방법은 전체 채권액을 특정할 필요까지는 없고, 청구하는 채권의 범위를 잔부와 구별해 심리 범위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명시 여부는 소장·준비서면의 기재뿐 아니라 소송의 경과까지 함께 살펴 판단한다(2013다96165).

기판력은 판결의 “결론(주문)”에만 생기고, 그 결론에 이르는 이유 판단에는 보통 미치지 않습니다. 예외는 상계 항변뿐입니다. 법원이 반대채권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했다면, 상계로 대항한 액수만큼은 상계로 없앤 반대채권이든 없다고 판단된 반대채권이든 나중에 다시 청구할 수 없습니다. 또 빌려준 돈의 일부만 먼저 소송할 때는 “일부만 청구한다”고 밝혀 두어야 나중에 나머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미치나

기판력은 당사자, 변론종결 뒤의 승계인, 그를 위해 청구의 목적물을 소지한 사람에게 미친다(민사소송법 제218조 제1항). 변론 없이 한 판결(무변론판결)은 변론종결이 없으므로 선고 뒤의 승계인이 기준이다(같은 항 괄호). 당사자가 변론종결 때까지 승계 사실을 진술하지 않았으면 변론종결 뒤에 승계한 것으로 추정한다(같은 조 제2항). 다른 사람을 위해 원고·피고가 된 사람에 대한 판결은 그 다른 사람에게도 미친다(같은 조 제3항). 그 밖의 제3자에게는 원칙적으로 미치지 않는다.

판결의 효력은 그 소송의 당사자, 변론이 끝난 뒤(변론 없이 한 판결이면 선고 뒤) 권리를 넘겨받은 사람(승계인), 그들을 위해 청구의 목적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미칩니다. 남을 위해 원고나 피고가 된 사람이 받은 판결은 그 남에게도 미칩니다. 그 밖의 제3자에게는 원칙적으로 미치지 않습니다.

언제를 기준으로 하나

기판력은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한다. 변론종결 전에 주장할 수 있었던 사유는 차단되고, 변론종결 뒤에 생긴 사유로만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 이 차단은 엄격해서, 실제로 그 사유를 주장했는지·주장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었는지를 묻지 않고, 변론종결 전에 존재했던 사유이면 모두 차단된다.

상속포기의 효력이 변론종결 전에 이미 발생했는데도 이를 주장하지 않았다면, 확정 후 청구이의로 다툴 수 없다(2008다79876). 상속포기는 가정법원에 신고하고 수리심판을 고지받아야 효력이 발생한다(민법 제1041조, 2021다224446). 신고는 변론종결 전이어도 수리심판 고지가 종결 뒤라면, 변론종결 후의 사유로 청구이의를 할 수 있다(2004다20401).

한정승인은 책임 범위의 문제라 판결 후 청구이의로 주장할 수 있다(2006다23138). 다만 전소에서 한정승인이 이미 심리되어 주문에 ‘상속재산 한도’ 책임유보가 명시된 경우에는 그 판단에 기판력에 준하는 효력이 생긴다. 그래서 후소에서 전소 사실심 변론종결시 이전에 존재한 법정단순승인 등 한정승인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을 주장하여 유보 없는 판결을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2012다3197).

상속포기의 효력이 변론이 끝나기 전에 이미 생겼다면, 그때 주장하지 않은 상속포기를 판결 확정 뒤 청구이의로 내세울 수 없습니다(2008다79876). 신고만 먼저 했고 수리심판을 고지받은 때가 변론이 끝난 뒤라면 청구이의로 다툴 수 있습니다(2004다20401). 다만 한정승인처럼 “빚 자체가 아니라 갚을 책임의 범위” 문제는 예외적으로 확정 후에도 다툴 수 있습니다. 단, 앞 재판에서 한정승인이 이미 인정돼 “상속재산 한도로만 갚는다”고 판결 주문에 적혔다면, 앞 재판의 변론이 끝나기 전에 있던 사정(법정단순승인 등)을 들어 다시 뒤집을 수 없습니다.

어떤 재판에 기판력이 생기나

확정판결 외의 재판이라도 기판력이 생기는 것과 안 생기는 것이 나뉜다. 청구의 포기·인낙조서와 재판상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기판력이 인정되고(민사소송법 제220조), 그 조서에 재심사유가 있으면 준재심을 제기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461조).

반면 확정된 지급명령에는 기판력이 인정되지 않는다(2006다73966). 지급명령은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민사소송법 제474조). 그런데도 기판력이 부정되는 것은 청구이의 사유를 변론종결 후로 한정하는 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이 지급명령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같은 법 제58조 제3항). 그 결과 발령 전에 생긴 청구권의 불성립·무효도 청구이의로 주장할 수 있어, 확정판결과 달리 다시 다툴 여지가 남는다. 확정된 이행권고결정도 기판력이 없고 같은 방식으로 다툴 수 있다(2006다34190, 소액사건심판법 제5조의8 제3항).

판결만 확정되어 다시 다툴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정에서 한 화해(화해조서)도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고, 재심사유가 있으면 준재심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급명령·이행권고결정은 다릅니다. 강제집행할 힘은 같지만 기판력이 없어서, “원래 그 빚이 없었다”는 다툼은 나중에 청구이의로 여전히 할 수 있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가분채권의 일부만 소구할 때는 소장에 일부청구임을 명시한다. 명시가 없으면 기판력이 잔부에까지 미쳐 나머지 청구가 막힌다(2013다96165).
  • 지급명령은 기판력이 없다. 확정 후에도 채무자가 발령 전 사유(채권 불성립·무효)로 청구이의를 할 수 있으므로, 다툼이 예상되는 채권은 처음부터 소 제기를 검토한다(2006다73966).
  • 확정판결 채권의 10년 소멸시효 완성이 다가오면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검토한다(2018다24349). 10년이 지난 뒤에 낸 소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곧바로 각하되지 않고 피고의 항변에 따라 본안에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받는다(2018다24349).
  • 상속포기는 신고일과 수리심판 고지일을 구별한다(2021다224446). 변론종결 전에 효력이 발생했는데도 주장하지 않았다면 확정 후 청구이의로 다툴 수 없다(2008다79876). 신고만 종결 전이고 수리심판 고지가 종결 뒤라면 청구이의로 주장할 수 있다(2004다20401). 한정승인은 책임 범위의 문제라 판결 후에도 청구이의로 주장할 수 있다(2006다2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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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10월 18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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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