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판력

기판력이란 확정판결의 판단 내용이 당사자와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다(민사소송법 제216조). 판결이 확정되면 분쟁을 거기서 끝내는 것이 기판력의 기능이다(확정판결). 작용 모습은 후소의 형태에 따라 다르다 — 전소에서 이긴 쪽이 같은 청구를 다시 내면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각하되고, 진 쪽이 다시 내면 후소 법원이 전소 판단에 구속되어 기각된다. 소송물이 달라도 전소 판단이 전제가 되는 사건에서는 그와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

기판력은 전소와 후소의 소송물이 같거나(동일관계), 후소의 소송물이 전소 판단의 선결문제이거나(선결관계), 둘이 서로 모순될 때(모순관계) 작용한다.

소송물이 같은지는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으로 가린다. 전소와 후소의 사실관계가 비슷하다고 곧바로 같은 소송물은 아니고,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이 다르면 별개 소송물로 보아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88다1936).

이긴 쪽의 재소 각하에도 예외가 있다.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같은 청구를 다시 내면 원칙적으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지만, 확정판결 채권의 10년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때에는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이익이 인정된다(2018다24349). 다만 그 재소 법원은 전소 판결 내용에 저촉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

쉽게 말하면 — 재판이 확정되면 같은 문제를 두고 다시 소송할 수 없습니다. 졌던 쪽이 “그때 주장을 못 했다”며 새 소송을 내도, 법원은 앞 판결과 다른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실관계가 비슷해도 청구 내용이 다르면 다른 소송이라 막히지 않고, 이긴 판결이라도 10년 시효가 다 돼 가면 시효를 끊으려 다시 소를 낼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 미치는가 — 객관적 범위

기판력은 판결 주문에 포함된 것에만 생긴다(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판결 이유에서 판단된 사항에는 원칙적으로 미치지 않는다. 예외로 상계 항변에 대한 판단은 대항한 액수의 한도에서 기판력을 가진다(같은 조 제2항). 이는 판결 이유 중의 판단에 기판력이 미치는 유일한 예외다. 이 기판력은 상계가 받아들여진 경우만이 아니라, 반대채권의 존재가 부정되어 상계가 배척된 경우에도 대항한 액수의 한도에서 생긴다. 그래서 상계로 소멸했다고 판단된 반대채권을 다시 소구하거나, 배척된 반대채권을 다시 주장하는 것이 막힌다.

가분채권의 일부만 청구한 경우에는 일부청구임을 명시했는지가 기판력 범위를 나눈다. 일부청구임을 명시하면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청구한 일부에만 미치고 잔부청구에는 미치지 않는다(2016다203025). 반대로 일부청구임을 명시하지 않으면 기판력이 잔부청구에까지 미쳐 나머지를 따로 청구할 수 없다. 명시 방법은 전체 채권액을 특정할 필요까지는 없고, 청구하는 채권의 범위를 잔부와 구별해 심리 범위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2013다96165).

기판력은 판결의 “결론(주문)”에만 생기고, 그 결론에 이르는 이유 판단에는 보통 미치지 않습니다. 예외는 상계 항변뿐이어서, 상계로 없앤 반대채권은 나중에 다시 청구할 수 없습니다. 또 빌려준 돈의 일부만 먼저 소송할 때는 “일부만 청구한다”고 밝혀 두어야 나중에 나머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미치는가 — 주관적 범위

기판력은 당사자, 변론종결 뒤의 승계인, 그를 위해 청구의 목적물을 소지한 사람에게 미친다(민사소송법 제218조 제1항). 변론 없이 한 판결(무변론판결)은 변론종결이 없으므로 선고 뒤의 승계인이 기준이다(같은 항 괄호). 당사자가 변론종결 때까지 승계 사실을 진술하지 않았으면 변론종결 뒤에 승계한 것으로 추정한다(같은 조 제2항). 다른 사람을 위해 원고·피고가 된 사람에 대한 판결은 그 다른 사람에게도 미친다(같은 조 제3항). 그 밖의 제3자에게는 원칙적으로 미치지 않는다.

판결의 효력은 그 소송의 당사자에게만 미치는 것이 원칙입니다. 재판 뒤 권리를 넘겨받은 사람(승계인)에게도 미치지만, 그 소송과 무관한 제3자에게는 미치지 않습니다.

언제 기준인가 — 시적 범위

기판력은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한다. 변론종결 전에 주장할 수 있었던 사유는 차단되고, 변론종결 뒤에 생긴 사유로만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 이 차단은 엄격해서, 실제로 그 사유를 주장했는지·주장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었는지를 묻지 않고, 변론종결 전에 존재했던 사유이면 모두 차단된다. 그래서 상속포기를 변론종결 전에 주장하지 않았다면 확정 후 청구이의로 다툴 수 없지만(2008다79876), 한정승인은 책임 범위의 문제라 판결 후 청구이의로 주장할 수 있다(2006다23138). 다만 전소에서 한정승인이 이미 심리되어 주문에 ‘상속재산 한도’ 책임유보가 명시된 경우에는, 후소에서 법정단순승인 등 그 판단과 양립할 수 없는 사유를 들어 유보 없는 판결을 구할 수 없다(2012다3197).

변론이 끝나기 전에 낼 수 있었던 주장은 판결 확정 뒤에는 꺼낼 수 없습니다. 깜빡하고 못 냈더라도 마찬가지여서 매우 엄격합니다. 다만 한정승인처럼 “빚 자체가 아니라 갚을 책임의 범위” 문제는 예외적으로 확정 후에도 다툴 수 있습니다. 단, 앞 재판에서 한정승인이 이미 인정돼 “상속재산 한도로만 갚는다”고 판결 주문에 적혔다면, 그 부분은 다시 뒤집을 수 없습니다.

기판력이 생기는 재판과 안 생기는 재판

확정판결 외의 재판이라도 기판력이 생기는 것과 안 생기는 것이 나뉜다. 청구의 포기·인낙조서와 재판상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기판력이 인정되고(민사소송법 제220조), 그래서 준재심으로만 다툴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461조).

반면 확정된 지급명령·이행권고결정에는 집행력만 인정될 뿐 기판력은 인정되지 않는다(2006다73966). 지급명령은 확정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민사소송법 제474조). 그런데도 기판력이 부정되는 것은 청구이의 사유를 변론종결 후로 한정하는 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이 지급명령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민사집행법 제58조 제3항). 그 결과 발령 전에 생긴 청구권의 불성립·무효도 청구이의로 주장할 수 있어, 효력이 실질적으로 확정판결만큼 굳지 않는다. 이행권고결정도 같은 구조다(소액사건심판법 제5조의8 제3항).

판결만 효력이 굳는 것은 아닙니다. 법정에서 한 화해(화해조서)는 판결처럼 굳어 준재심으로만 뒤집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급명령·이행권고결정은 다릅니다 — 강제집행할 힘은 같지만 기판력이 없어서, “원래 그 빚이 없었다”는 다툼은 나중에 청구이의로 여전히 할 수 있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가분채권의 일부만 소구할 때는 소장에 일부청구임을 명시한다. 명시가 없으면 기판력이 잔부에까지 미쳐 나머지 청구가 막힌다(2016다203025).
  • 지급명령은 기판력이 없다. 확정 후에도 채무자가 발령 전 사유(채권 불성립·무효)로 청구이의를 할 수 있으므로, 다툼이 예상되는 채권은 처음부터 소 제기를 검토한다(2006다73966).
  • 확정판결 채권의 10년 소멸시효 완성이 다가오면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검토한다(2018다24349).
  • 상속포기는 변론종결 전에 주장하지 않으면 확정 후 청구이의로 다툴 수 없다(2008다79876). 한정승인은 책임 범위의 문제라 판결 후에도 청구이의로 주장할 수 있다(2006다2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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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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