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재심이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조서나 확정된 결정·명령에 재심사유가 있을 때, 재심 규정을 준용해 그 취소를 구하는 절차다(민사소송법 제461조). 판결이 아닌 조서·결정·명령도 일정 요건 아래 재심처럼 다툴 수 있게 한 제도다.
쉽게 말하면 — 재심은 “판결”을 다시 여는 제도인데, 판결과 똑같은 힘을 갖는 화해조서나 확정된 결정에도 중대한 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조서·결정을 재심에 준해 다투는 것이 준재심입니다.
대상
준재심의 대상은 두 가지다(민사소송법 제461조).
- 민사소송법 제220조의 조서 — 화해, 청구의 포기·인낙을 변론조서·변론준비기일조서에 적은 때 그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청구의 포기·인낙). 제소전화해조서(92다19033·96다44051·2000다11584)와 조정조서(2019다214071)도 준재심 대상으로 다뤄진다.
- 즉시항고로 불복할 수 있는 확정된 결정·명령.
두 번째 항목의 문언은 예시로 읽는다. 제461조가 준재심 대상을 ‘즉시항고로 불복할 수 있는 결정이나 명령’으로 한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판례는 이를 대표적인 사례를 든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따라서 종국적 재판의 성질을 가진 결정·명령이거나, 종국적 재판과 관계없이 독립하여 확정되는 결정·명령이면 독립해 준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2004마660).
반대로 그 성질이 없으면 대상이 아니다.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개시결정은 즉시항고 규정이 없고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으므로 준재심 대상이 아니다(같은 판례).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조서도 준재심 대상이다. 수소법원이 조정에 회부했으나 합의가 되지 않아 직권으로 한 결정은 그 법원의 사실인정과 판단에 기초한 것이므로, 판결의 기초가 된 재판이 바뀐 때(제8호)를 이유로 준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결정조서에 이유가 기재돼 있지 않은 경우 준재심사유가 있는지는 판결에 대한 재심보다 엄격하게 판단한다(2003다55936, 민사조정).
이행권고결정과 지급명령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은 기판력이 없어 준재심 대상이 아니다. 대법원은 기판력을 가지지 않는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에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하자가 있더라도 제461조의 준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는 없고,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거나 강제집행이 이미 완료된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을 뿐이라고 판시했다(2006다34190).
확정된 지급명령은 민사소송법 제474조에 따라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지만, 민사집행법 제58조 제3항이 지급명령에 대한 청구이의에서 제44조 제2항의 제한을 배제하므로 기판력은 없다. 대법원도 지급명령 발령 전에 생긴 청구권의 불성립·무효 사유를 청구이의의 소에서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2006다73966).
이를 근거로 확정된 지급명령도 준재심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실무다. 다만 지급명령의 준재심 불허를 정면으로 판시한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고, 이 결론은 기판력이 없는 이행권고결정에 준재심을 허용하지 않은 2006다34190의 법리를 지급명령에 연결한 것이다.
화해조서나 인낙조서처럼 기판력이 생기는 문서는 준재심 대상입니다. 반면 지급명령이나 이행권고결정은 집행력은 있지만 기판력이 없어, 준재심이 아니라 청구이의의 소로 다툽니다. 실무에서 자주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사유
준재심사유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각 호의 재심사유와 같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사유는 대리권 흠(제3호)이다.
조서가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않는 한 그 효력에 반하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재판상 화해를 조서에 적으면 그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당사자 사이에 기판력이 생기므로, 재심의 소로 취소·변경되지 않는 한 당사자는 화해 취지에 반하는 주장을 할 수 없다(4294민상914 전원합의체). 조정조서도 마찬가지여서, 조정조서가 당연무효이거나 준재심으로 취소되어야 비로소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2019다214071).
이 원칙은 세 방향에서 확인된다.
- 강행법규 위반 — 제소전화해조서의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되더라도,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않는 한 그 화해가 통정한 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주장을 할 수 없다(92다19033 판시 가항).
- 사기·착오 — 소송상 화해는 소송행위여서 사법상 화해와 달리 사기나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 형사상 처벌받을 타인의 행위(제5호)가 준재심사유가 되는 것도 그것이 화해의 의사표시를 하게 된 직접적 원인이 된 경우에 한한다(78다1094).
- 제3자의 대위 주장 — 제소전화해조서로 제3자 앞으로 등기가 된 경우, 그 조서가 당연무효이거나 준재심으로 취소되지 않는 한 채권자가 대위해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은 기판력에 저촉되어 부적법하다(2000다11584).
화해조서는 “내용이 법에 어긋난다”, “속아서 했다”, “착각했다”만으로는 깨지지 않습니다. 준재심이라는 정해진 문을 통과해야 하고, 그 전까지는 조서 내용이 그대로 힘을 가집니다.
제소전화해조서에는 ‘결과가 정당하면 기각’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재심에서는 재심사유가 있어도 판결의 결론이 정당하면 청구를 기각한다(민사소송법 제460조). 그러나 제소전화해조서를 대상으로 한 준재심에는 이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제소전화해에서는 종결될 본안 소송이 계속되었던 것이 아니라 종결된 것이 제소전화해절차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심사유가 인정되는 이상, 화해 내용인 법률관계가 실체관계에 부합하는지를 따질 것도 없이 화해조서를 취소해야 한다(96다44051). 실제로 그 사건의 원심은 “등기가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한다”며 준재심청구를 기각했다가 파기됐다.
제소전화해는 다릅니다. 대리권 같은 흠이 인정되면, 그 내용이 결과적으로 맞는 것이었는지를 따지지 않고 조서를 취소합니다.
효과
준재심이 인용되면 그 조서나 결정·명령이 취소된다. 기간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법 제456조가 준용되므로, 대상 조서가 성립하거나 재판이 확정된 뒤 준재심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안에 제기해야 하고 이 기간은 불변기간이다. 조서 성립이나 재판 확정 뒤 5년이 지나면 제기하지 못하며, 사유가 그 뒤에 생겼다면 5년은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계산한다.
다만 민사소송법 제457조는 대리권의 흠 또는 전 확정판결과 어긋남(제451조 제1항 제10호)을 이유로 하는 재심에는 제456조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대리권 흠은 조서 준재심에서 기간 제한이 없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법인이나 법인 아닌 사단의 대표자가 청구의 포기·인낙 또는 화해에 필요한 권한을 수여받는 데 흠이 있었던 사안에서, 대법원은 제456조를 적용해 그 조서에 대한 준재심의 소를 준재심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안에 제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2014다12348. 이 판결의 참조조문에는 민사소송법 제456조가 들고 제457조는 들지 않는다). 따라서 법인 등의 대표자에게 특별수권이 없었던 경우를 제457조의 기간 배제 대상인 대리권 흠과 같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다만 같은 판례는 기산점을 늦춰 준다. ‘법인 등이 준재심사유를 안 날’은 원칙적으로 대표자가 안 날이다.
그러나 대표자가 권한을 수여받지 않은 데서 더 나아가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해 법인의 이익에 배치되는 포기·인낙·화해를 한 경우가 있다. 여기에 상대방이 그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라면, 대표자가 사유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때는 법인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을 가진 다른 임원 등이 사유를 안 때부터 비로소 기간이 진행한다.
준재심이 받아들여지면 그 화해조서나 결정 자체가 취소됩니다. 다만 “대리권이 없었으니 기간 제한이 없다”고 믿으면 위험합니다 — 법인·종중의 대표자가 특별수권 없이 화해한 경우 대법원은 30일의 불변기간을 적용했습니다. 일정한 권한남용 사안에서는 대표자 본인이 아니라 다른 임원이 안 날부터 세지만, 5년의 상한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화해조서·제소전화해조서·청구포기·인낙조서를 다룰 때는 위임장·특별수권 범위를 먼저 확인한다. 대리권 흠은 가장 흔한 준재심사유다. 다만 조서 준재심에는 30일이 적용된 사례가 있으므로, 다른 임원이 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기산일을 특정해 둔다(2014다12348).
- 제소전화해에서 상대방에게 대리인 선임권을 위임한 경우를 특히 살핀다. 민사소송법 제385조 제2항이 이를 금지하므로, 그렇게 선임된 소송대리인의 대리권은 상대방의 추인이 없는 한 흠결된 것이다(96다44051). 이는 화해조서에 대한 준재심사유가 될 수 있다.
- 지급명령·이행권고결정의 하자는 준재심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청구이의의 소로 안내한다. 강제집행이 이미 모두 끝난 이행권고결정이라면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다른 구제수단을 검토한다(2006다34190).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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