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말하는 재심은 민사소송법상 재심의 소다. 확정된 종국판결에 중대한 흠이 있을 때 그 판결을 취소하고 다시 재판해 달라고 구하는 비상 불복 방법이다(민사소송법 제451조). 판결이 확정되면 더는 다툴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기판력), 법이 정한 흠이 있는 경우에 한해 법적 안정성을 양보하고 예외적으로 다시 열어 준다.
쉽게 말하면 — 재판이 끝나 확정되면 보통은 끝입니다. 그런데 그 판결에 위조 증거가 쓰였거나 대리권 없는 사람이 소송을 했던 것처럼 법이 정한 중대한 흠이 드러나면, 예외적으로 그 판결을 다시 열어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재심입니다.
상소와 무엇이 다른가
재심은 확정된 판결을 다투는 점에서 상소와 다르다. 상소(항소·상고)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판결을 상급심에서 다투는 통상의 불복이다. 재심은 이미 확정돼 통상의 불복이 막힌 판결을 대상으로 하는 비상 구제다(민사소송법 제451조).
상소는 “아직 안 끝난 재판”을 위로 올려 다투는 것이고, 재심은 “이미 끝난 재판”을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다시 여는 것입니다.
요건
재심의 소는 대상판결·재심사유·보충성·제기기간뿐 아니라 관할과 소장의 필수적 기재사항도 갖춰야 한다.
대상과 제기 요건
- 대상은 확정된 종국판결이다. 항소심이 본안판결을 했으면 제1심 판결에는 재심을 제기할 수 없다(민사소송법 제451조 제3항). 그런데도 제1심 판결을 대상으로 제기한 재심의 소는 재심대상이 아닌 판결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적법한 소이고, 단순한 관할 위반이 아니다(83다카1981 전원합의체). 다만 어느 판결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는 재심소장의 표시만이 아니라 재심 이유의 주장 내용과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해 판단한다.
- 확정된 재심판결도 재심의 대상이 된다. 재심의 소에서 확정된 종국판결 역시 제451조 제1항의 ‘확정된 종국판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2013다17124).
- 법이 열거한 재심사유가 있어야 한다. 사유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1호부터 제11호까지 한정 열거돼 있다. 제4호부터 제7호까지는 처벌받을 행위에 대한 유죄판결이나 과태료부과 재판이 확정됐거나, 증거부족 외의 이유로 그러한 확정재판을 할 수 없을 때에만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열거에 없는 사유로는 제기할 수 없다(재심사유).
- 보충성을 충족해야 한다. 그 사유를 상소로 주장했거나 알고도 주장하지 않았다면 재심을 제기할 수 없다(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단서). 상소를 아예 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된 경우도 여기에 포함된다(91다29057). 자세한 것은 재심의 보충성을 본다.
- 기간 안에 제기해야 한다. 판결이 확정된 뒤 재심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판결 확정 뒤 5년 안이다(민사소송법 제456조). 30일은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사유를 알았더라도 확정 전부터 진행하지 않는다. 재심사유가 판결 확정 뒤에 생긴 때에는 5년 기간을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센다(같은 조 제4항). 30일은 불변기간이고(같은 조 제2항), 5년은 제척기간이라 추후보완이 되지 않는다(자세한 것은 재심의 소). 다만 대리권의 흠이나 기존 확정판결과의 저촉(제10호)을 이유로 한 재심은 이 기간 제한을 받지 않는다(민사소송법 제457조). 여기의 대리권의 흠은 대리권이 전혀 없는 경우를 말하고, 대리권은 있으나 그 소송행위에 필요한 특별수권만 빠진 때에는 30일·5년이 그대로 적용된다(94다4967).
- 전속관할법원에 내야 한다. 원칙적으로 재심대상판결을 한 법원이 전속관할하고, 심급이 다른 법원들의 판결을 함께 대상으로 하면 상급법원이 관할한다. 다만 항소심판결과 상고심판결에 각각 독립된 재심사유가 있으면 각 판결을 한 법원이 관할한다(민사소송법 제453조).
- 재심소장에 필수사항을 적어야 한다. 당사자와 법정대리인, 재심할 판결의 표시와 재심청구취지, 재심의 이유를 적어야 한다(민사소송법 제458조).
아무 흠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법이 정해 둔 11가지 사유 중 하나여야 하고, 그 사유를 앞 재판에서 다툴 수 있었는데 안 다퉜다면 재심은 안 됩니다. 기간(30일·5년)도 지켜야 합니다(민사소송법 제456조). 다만 대리권이 아예 없는 사람이 소송했거나 앞서 확정된 판결과 어긋난다는 이유라면 이 기간 제한은 없습니다(민사소송법 제457조). 대리인 자격은 있었는데 화해 같은 특정 행위를 할 권한만 없었던 경우라면 기간은 그대로 지켜야 합니다.
효과
재심사유가 인정되고 원판결이 부당하면 법원은 원판결을 취소하고 그에 대신하는 새 판결을 한다. 다만 재심사유가 있더라도 원판결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법원은 재심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460조).
재심의 소를 제기했다는 것만으로 강제집행이 정지되지는 않는다. 불복사유에 법률상 정당한 이유가 있고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는 때에는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담보 제공 여부를 정해 강제집행의 일시정지 등을 명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500조 제1항). 담보 없이 하는 집행정지는 그 집행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긴다는 소명이 있는 때에만 한다(같은 조 제2항).
재심이 받아들여지면 앞 판결을 취소하고 다시 판결합니다. 하지만 흠은 있었어도 결론 자체가 옳았다면, 판결은 그대로 두고 재심만 기각합니다.
본안 변론과 재판은 재심청구이유의 범위 안에서만 한다(민사소송법 제459조 제1항). 다만 재심의 이유는 바꿀 수 있지만(같은 조 제2항), 새 재심사유를 추가하거나 교체할 때에도 그 사유에 대한 재심제기기간은 따로 지켜야 한다(민사소송법 제456조).
확정된 재심판결에 다시 재심을 제기한 사안에서 “본안을 심리한다”는 것은 그 재심판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 종전 재심청구에 관한 변론을 재개해 속행하는 것을 말한다(2013다17124).
제8호(판결의 기초가 바뀐 때)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는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를 재심사유로 든다. 이는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거나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된 재판 등이 그 후 다른 재판 등에 의하여 변경된 경우를 말한다(2022다217056 판결요지 [1]).
‘사실인정의 자료’의 뜻이 좁다. 변경 전 재판내용 등이 확정판결 주문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인정의 자료가 된 경우를 의미하므로,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에 의하여도 판결 주문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면 이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같은 판례).
제3호(상대방이 대표권 흠결을 들 수 있나)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3호가 법정대리권 등의 흠결을 재심사유로 정한 취지는 그러한 흠결이 있는 당사자 측을 보호하려는 데 있다(2025다213795 판결요지 [1]). 그래서 상대방이 이를 재심사유로 삼으려면 그 사유를 주장함으로써 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여야 하고, 여기서 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경우란 대표권 흠결 이외의 사유로도 종전 판결이 종국적으로 상대방의 이익으로 변경될 수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같은 판례).
대표권 흠결로 소 각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그 흠결의 직접적 법률효과에 불과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같은 판례).
실무 체크포인트
- 제8호를 주장할 때는 변경된 재판을 뺀 나머지 증거만으로도 주문이 유지되는지 먼저 따진다(2022다217056).
- 상대방 지위에서 제3호를 들려면 각하 가능성 말고 본안에서 유리해질 사유를 세운다(2025다213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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