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소멸시효란 권리를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소멸하는 제도다(민법 제162조).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쉽게 말하면 — 받을 돈이나 권리가 있어도 오래 두면 법이 더는 도와주지 않는 제도입니다. 몇 년이 지났는지, 언제부터 세는지, 중간에 시계를 되돌릴 방법이 있는지가 전부 다툼거리가 됩니다.

시효기간은 얼마인가?

  • 일반 채권은 10년, 채권·소유권 외 재산권은 20년이다(민법 제162조).
  • 이자·부양료·급료·사용료처럼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물건 지급 채권은 3년이다(민법 제163조 제1호). 같은 조는 다음 채권도 3년으로 정한다.
  • 의사·약사의 치료·조제 채권(제2호)
  • 도급받은 자와 공사의 설계·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제3호)
  • 변호사·법무사 등의 직무에 관한 채권(제5호)
  • 생산자·상인이 판매한 상품 대가(제6호)
  • 수공업자·제조자의 업무 채권(제7호)

공사대금이라도 제3호에 해당하는지, 상사시효 5년이나 특약이 적용되는지를 따로 본다.

  • 여관·음식점의 숙박료·음식료, 동산 사용료, 노역인·연예인의 임금, 학생의 교육·유숙에 관한 채권 등은 1년이다(민법 제164조).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다(민법 제766조 제1항·제2항). 개별 법률이 이보다 긴 기간을 두는 경우가 있으므로 해당 특별법을 함께 확인한다. 미성년자가 성폭력·성추행·성희롱 등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는 성년이 될 때까지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같은 조 제3항).
  • 상행위로 생긴 상사채권은 5년이다(상법 제64조). 다른 법령에 더 짧은 시효가 있으면 그 규정이 우선한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원인이 된 거래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따진다. 상행위인 보증보험계약에 기초한 급부로 생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는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된 사례가 있지만(2006다63150), 무효인 부동산매매의 대금 반환처럼 상거래와 같은 정도로 신속히 해결할 필요가 없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는 10년이 적용된 사례가 있다(2002다64957).
  • 판결로 확정된 채권은 단기시효 채권이라도 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민법 제165조). 파산절차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과 재판상 화해·조정 등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지만(같은 조 제2항), 확정 당시 변제기가 오지 않은 채권에는 이 10년 특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같은 조 제3항). 또 주채무자에 대한 판결로 주채무의 시효가 10년이 되어도 그 판결의 당사자가 아닌 보증인에 대한 보증채권의 시효기간은 종전 그대로다(86다카1569 판결요지 가.).

보통 빚은 10년, 이자·월급·상품값 같은 건 3년, 음식값·숙박료는 1년이 지나면 시효가 됩니다. 다만 소송에서 이겨 판결을 받아 두면 3년짜리 채권도 10년짜리로 바뀝니다.

소멸시효는 언제부터 진행하나?

일반 기산점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66조). 부작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은 위반행위를 한 때부터 진행한다(같은 조 제2항). 판례는 일반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를 원칙적으로 법률상 장애가 없는 때로 읽는다. 이행기 미도래·정지조건 미성취는 법률상 장애이지만, 권리자의 개인 사정이나 법률지식 부족, 권리 존재를 몰랐던 것, 채무자의 부재 같은 사실상 장애는 시효 진행을 막지 못한다(80다2626). 다만 법인 내부의 법률관계가 개입되어 제3자인 권리자가 권리 발생을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고 과실 없이 알지 못한 예외적 사안에서는, 객관적으로 권리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부터 시효가 진행한다고 본 판례가 있다(2002다64957). 이행기가 정해진 채권은 그 기한이 도래한 때부터 진행한다.

판례상 개별 기산점

판례가 정한 개별 기산점도 실무에서 자주 쓰인다.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 채권은 상대방의 이행 제공이 없어도 이행기부터 진행하고(90다9797), 공동불법행위자의 구상권은 공동면책이 된 때부터 10년이다(96다3791). 부동산 매수인이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76다148 전원합의체).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3년 단기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더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도래해야 진행한다. 대법원은 그 궁극적 판단기준을 권리행사의 객관적·합리적 기대가능성으로 보아, 그 기대가능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통상적 의미의 법률상 장애가 아니어도 단기시효가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2023다285162 전원합의체). 이 판단은 권리의 목적과 성격, 당사자의 특성과 관계, 사안의 유형과 맥락 등을 권리행사가 문제 된 시점의 일반인을 기준으로 규범적으로 한다.

기간은 “법적으로 청구할 수 있게 된 날”부터 셉니다. 갚기로 한 날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그 이행기부터입니다. 권리가 있는 줄 몰랐다는 개인적 사정은 보통 통하지 않지만, 법인 내부관계 때문에 제3자가 권리 발생을 객관적으로 알 수 없었던 것과 같은 판례상 예외가 있으므로 기산점을 사실관계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시효는 어떻게 중단되나?

청구·압류·가압류·가처분·승인이 있으면 시효가 중단된다(민법 제168조). 중단되면 그때까지 진행한 기간은 산입하지 않고, 중단 사유가 끝난 때부터 시효가 다시 처음부터 진행한다(민법 제178조 제1항). 다만 재판상 청구로 중단된 시효는 재판이 확정된 때부터 새로 진행한다(같은 조 제2항, 2001다22840 판결요지 [2]). 시효중단의 효력은 당사자와 그 승계인 사이에만 미친다(민법 제169조). 따라서 연대채무자 1인의 부동산에 경매를 신청(압류)해도 다른 연대채무자에 대한 시효는 중단되지 않는다(2001다22840 판시사항 [1]).

중단 사유마다 요건이 어떻게 다른가?

재판상 청구(소 제기)가 대표적 중단사유다. 소를 당한 채무자가 아니라 채권자가 응소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받아들여진 경우도 재판상 청구에 준해 중단 효력이 있다(2011다78606 판시사항 [1]). 응소로 중단되는 효력은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응소한 때 발생하고, 소 취하·각하 등으로 본안판단 없이 끝난 경우에는 종료 후 6개월 내에 다른 중단조치를 해야 응소 시점으로 소급한다(같은 판결). 소가 각하·기각·취하되면 중단 효력이 없지만(민법 제170조), 그 뒤 6개월 안에 다시 재판상 청구·압류·가압류 등을 하면 처음 소를 낸 때 중단된 것으로 본다(같은 조 제2항). 판결로 확정된 채권도 10년이 다가오면 재판상 청구의 한 형태로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가 허용된다(2018다24349, 기판력).

최고(이행 청구의 통지)는 잠정적 중단사유다. 6개월 내에 재판상 청구·압류·가압류 등을 해야 중단 효력이 유지된다(민법 제174조). 판례는 최고 후 6개월 내에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도 제174조를 유추해 중단을 인정하고(2020다46663 판시사항 [1]), 재산명시결정이 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압류에 준하는 효력은 없고 최고의 효력만 있다고 본다(2000다32161, 2011다78606 판결요지 [2]).

승인은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일부변제·이자 지급이 전형이다. 승인은 방식에 제한이 없고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다.

소송을 걸거나 압류를 하거나 상대가 빚을 인정하면, 그동안 센 기간이 사라지고 처음부터 다시 셉니다. 내용증명(최고)만 보내 두는 것은 6개월짜리 임시 조치라서, 그 안에 소송이나 압류로 이어가야 효력이 남습니다.

시효가 정지되는 경우는 언제인가?

시효정지는 중단처럼 지난 기간을 없애는 제도가 아니라, 법이 정한 보호기간 안에 시효가 완성되는 것을 막는 제도다(민법 제179조·민법 제180조·민법 제181조·민법 제182조). 시효 만료 전 6개월 내에 제한능력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으면 능력자가 되거나 법정대리인이 취임한 때부터 6개월 내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민법 제179조). 재산을 관리하는 부모·후견인에 대한 제한능력자의 권리, 부부 사이의 권리, 상속재산에 관한 권리에도 각각 법이 정한 6개월의 보호기간이 있다(민법 제180조·민법 제181조). 천재지변 등으로 중단조치를 할 수 없었다면 그 사유가 끝난 때부터 1개월 내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민법 제182조).

시효가 완성되면 어떻게 되나?

시효가 완성되면 권리는 소멸하지만, 소송에서는 당사자가 시효완성을 주장(원용)해야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62다466). 소멸시효의 효력은 기산일에 소급하고(민법 제167조), 주된 권리의 시효가 완성하면 종속된 권리에도 그 효력이 미친다(민법 제183조). 원용할 수 있는 사람은 권리의 소멸로 직접 이익을 받는 자에 한정된다. 채무자 본인 외에, 보증인은 주채무가 시효로 소멸하면 그 시효소멸을 원용할 수 있고(89다카1114, 민법 제433조),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수익자도 취소채권자의 채권이 시효로 소멸하면 이익 상실을 면하므로 원용할 수 있다(2007다54849).

시효항변도 신의성실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다.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시효중단을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런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한 경우,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듯한 태도로 신뢰를 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때에는 시효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으로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2002다32332). 다만 채권자도 그런 장애나 신뢰 사유가 해소된 때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하고, 그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에 준하여 짧게 제한된다(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시효가 지났어도 재판에서 “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하는 쪽이 있어야 법원이 그 판단을 해 줍니다. 또 채무자가 소송을 못 하게 방해해 놓고 나중에 “시효 지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원이 받아 주지 않습니다.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나?

소멸시효의 이익은 완성 전에는 미리 포기할 수 없다(민법 제184조). 채권자가 우월한 지위로 포기를 강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시효를 법률행위로 배제·연장·가중하는 것도 금지되나, 단축·경감하는 약정은 허용된다(같은 조 제2항).

시효 완성 의 포기는 가능하다. 다만 무엇이 포기인지는 2025년 전원합의체가 기준을 바꿨다. 종전 판례는 완성 후 채무를 일부 변제하면 시효완성을 알고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했으나(2001다3580 등), 대법원은 이 추정 법리를 58년 만에 폐기했다(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2025. 7. 24.). 일부변제(채무승인)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포기의 의사표시를 추정할 수 없고, 포기에는 시효이익을 버리겠다는 효과의사가 필요하며, 포기 사실은 채권자가 증명해야 한다. 추정 법리가 추심업계의 소액 변제 유도(시효 부활 수법)에 악용되어 온 현실이 변경의 배경이다.

포기의 효력은 상대적이다. 주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해도 그 효력은 보증인에게 미치지 않아, 보증인은 여전히 주채무의 시효소멸을 주장할 수 있다(89다카1114).

“시효 주장 안 하겠다”는 약속을 미리 받아 둘 수는 없습니다. 시효가 다 지난 빚의 일부를 갚았다고 해서 예전처럼 곧바로 “시효 이익을 포기했다”고 추정되지는 않습니다(2025년 대법원 판례 변경). 다만 사정에 따라 포기로 인정될 수는 있으니, 오래된 빚 독촉을 받으면 갚기 전에 시효부터 따져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채권 종류별 시효기간(1년·3년·5년·10년)을 먼저 확정한다. 부당이득처럼 경계가 모호한 채권은 판례 기준(상행위 관련성)으로 가린다(2006다63150·2002다64957).
  • 시효 임박 채권은 내용증명(최고)으로 6개월을 확보한 뒤 그 안에 소 제기·압류·가압류로 잇는다(민법 제174조).
  • 연대채무자가 여럿이면 중단 조치를 채무자별로 확인한다. 1인에 대한 압류는 다른 연대채무자에게 미치지 않는다(2001다22840). 반면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중단은 보증인에게도 효력이 있으며(민법 제440조·2020다46663 판시사항 [2]), 연대보증채무만 중단되어도 주채무의 시효는 중단되지 않고, 주채무가 시효로 소멸하면 연대보증채무도 부종성에 따라 소멸한다(2011다78606 판결요지 [3]).
  • 판결 확정 채권은 10년 만료 전에 시효중단용 재소를 검토한다(2018다24349).
  • 시효완성 후의 채무자 상담에서는 일부변제가 있었는지, 그것이 포기로 인정될 사정이 있는지 확인한다. 일부변제만으로 포기가 추정되지는 않고 증명책임은 채권자에게 있다(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주채무자가 포기했어도 보증인은 별도로 시효소멸을 주장할 수 있다(89다카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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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6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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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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