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

부당이득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하는 제도다(민법 제741조). 계약이 무효·취소·해제된 경우, 돈을 잘못 보낸 경우, 권리 없는 배당을 받은 경우, 남의 물건이나 부동산을 이유 없이 사용한 경우에 주로 문제된다.

쉽게 말하면 — 받을 법적 이유(법률상 원인)가 없는데 남의 돈·물건·노무로 이득을 본 경우, 그 이득을 원래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돌려주는 제도입니다.

요건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인정되려면 네 가지가 필요하다(민법 제741조).

  1. 수익 — 상대방이 재산상 이익을 얻었을 것.
  2. 손해 — 청구하는 사람이 재산상 손해를 입었을 것.
  3. 인과관계 — 수익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한 것이고, 그로 인해 손해가 생겼을 것.
  4. 법률상 원인 없음 — 계약, 법률 규정, 유효한 집행, 소유권 등 그 이익을 보유할 근거가 없을 것.

인과관계는 수익과 손해가 같은 재산 이동에서 직접 생길 것까지 요구하지 않는다. 횡령한 돈으로 제3자의 채무를 변제한 사안에서도 손실과 이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되고, 반환 여부는 돈을 받은 사람의 악의·중과실 등 법률상 원인 단계에서 가려진다(2003다8862).

법률상 원인은 처음부터 없을 수도 있고, 나중에 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되어 계약관계가 소멸하면, 이미 이행한 급부는 법률상 원인 없는 급부가 되어 부당이득으로 반환된다(민법 제537조, 2008다98655).

부당이득은 “상대방이 돈을 받았다”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돈을 계속 보유할 계약상·법률상 이유가 없어야 합니다.

유형

급부부당이득은 청구인이 상대방에게 일정한 급부를 했지만 그 급부의 근거가 없거나 사라진 경우다. 착오 송금, 무효인 계약에 따른 대금 지급, 취소·해제된 계약의 기이행 급부가 여기에 속한다. 급부부당이득의 반환은 급부관계(계약)의 당사자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계약상 급부가 제3자의 이익이 됐어도 급부자는 그 제3자에게 직접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99다66564).

침해부당이득은 급부가 아니라 권리 침해로 이익을 얻은 경우다. 남의 부동산을 권원 없이 점유·사용하여 임료 상당 이익을 얻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배당·집행 부당이득은 집행절차에서 실체법상 받을 권리가 없는 사람이 배당이나 추심 이익을 얻은 경우다. 확정된 배당표에 따라 배당이 실시되었더라도 실체법상 권리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받을 사람이 못 받고 못 받을 사람이 받은 경우에는 배당을 받지 못한 우선채권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99다53230).

반환 범위

목적물을 그대로 반환할 수 있으면 원물 반환이 원칙이다. 원물 반환이 불가능하면 그 가액을 반환해야 하고, 수익자로부터 무상으로 목적물을 넘겨받은 악의의 제3자도 일정한 경우 반환책임을 진다(민법 제747조).

반환 범위는 수익자의 선의·악의에 따라 달라진다(민법 제748조).

  • 선의 수익자: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반환한다.
  • 악의 수익자: 받은 이익 전부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배상한다.

선의 수익자의 현존이익에는 중요한 추정이 있다. 받은 것이 금전이면 소비했는지를 불문하고 이익이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곧바로 판매·환가될 수 있는 대체물도 마찬가지다(2007다20440). 그래서 착오 송금처럼 돈을 받은 사안에서는 선의라도 대부분 전액을 반환해야 하고, 이익이 현존하지 않는다는 사정은 수익자가 증명해야 한다.

수익자가 이익을 받은 뒤 법률상 원인이 없음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 취급된다. 선의 수익자라도 패소하면 소 제기 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 본다(민법 제749조). 여기서 악의는 단순히 관련 사실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 보유가 법률상 원인 없는 것임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2013다1587).

선의·악의는 반환액을 크게 바꿉니다. 악의 수익자는 원금만이 아니라 이자와 추가 손해까지 물어야 합니다. 다만 돈으로 받았다면 이익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선의라도 대부분 받은 돈을 그대로 돌려줘야 합니다.

반환이 제한되는 경우

부당이득 요건이 있어 보이더라도 민법은 일정한 급부에 대해 반환청구를 제한한다.

  • 비채변제: 채무가 없음을 알면서 변제한 때에는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742조).
  • 기한 전 변제: 변제기가 오기 전에 변제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다만 착오로 기한 전에 변제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그로 인해 얻은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민법 제743조).
  •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 채무 없는 사람이 착오로 변제했더라도 그 변제가 도의관념에 맞는 때에는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744조).
  • 타인 채무의 변제: 채무자가 아닌 사람이 착오로 타인의 채무를 변제했고, 채권자가 선의로 증서를 훼멸하거나 담보를 포기하거나 시효로 채권을 잃은 때에는 채권자에게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이 경우 변제자는 채무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민법 제745조).
  • 불법원인급여: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주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다만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으면 반환청구가 가능하다(민법 제746조). 반환청구가 막히면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고, 급여한 물건의 소유권은 상대방에게 귀속된다(79다483).

비채변제와 불법원인급여는 “받을 이유가 없었으니 돌려달라”는 주장을 막는 대표적인 예외입니다. 돈이 오갔다는 사실보다 왜 지급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배당과 집행

배당절차에서 권리 없는 사람이 배당을 받으면 부당이득 문제가 생긴다. 다만 손해를 입은 사람은 배당이 제대로 되었더라면 그 돈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이다. 다음 순위로 배당받을 채권자가 있으면 채무자가 아니라 그 채권자가 청구권자다(99다53230). 다음 순위 채권자가 없어 남을 돈이 채무자에게 돌아갈 사안이면 채무자가 손해자가 될 수 있다.

집행절차에서는 결론이 더 조심스럽다. 집행권원의 기초 법률행위에 무효 사유가 있더라도, 청구이의의 소 등으로 집행절차가 적법하게 취소·정지되지 않은 채 전부명령이 확정되었다면 전부명령의 이전효 자체를 곧바로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무효 부분에 관하여 집행채권자가 부당이득을 한 경우, 실제 추심한 금전은 그 상당액을 반환해야 하고, 추심하지 않은 부분은 그 채권 자체를 양도하는 방법으로 반환해야 한다(2004다70024).

반대로 압류금지채권이 금융기관 계좌에 입금된 뒤 그 예금채권이 압류·추심된 사안에서는,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2항에 따라 압류명령이 취소되더라도 취소의 효력은 장래에 미칠 뿐 이미 완결된 집행행위에는 영향이 없다. 그래서 채권자가 이미 추심한 금전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본 판례가 있다(2013다25552).

배당이 잘못됐을 때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원래 그 돈을 받았어야 할 채권자입니다. 그리고 압류가 금지된 돈이라도 일단 통장에서 추심돼 버리면, 나중에 압류명령이 취소돼도 이미 가져간 돈은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도산절차

파산재단에 속하는 권리의 관리·처분은 파산관재인에게 집중된다. 따라서 파산채권자가 파산자에 대한 채권을 보전한다는 이유로 파산관재인에게 속하는 권리를 대위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판례가 있다(2000다39780). 도산절차가 시작된 사건에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자체보다 누가 행사권자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법률상 원인이 처음부터 없었는지, 나중에 사라졌는지 구분한다.
  • 급부부당이득인지, 침해부당이득인지, 배당·집행 부당이득인지 유형을 먼저 잡는다.
  • 반환 상대방은 급부관계 기준으로 정한다. 급부부당이득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 반환하고, 계약 급부가 제3자의 이익이 됐어도 그 제3자에게 직접 청구할 수 없다(99다66564). 제3자 계좌 이체나 연쇄 지급에서는 이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된다.
  • 원물 반환이 가능한지, 불가능하면 가액반환인지 검토한다(민법 제747조).
  • 선의·악의와 악의 전환 시점을 따져 이자 기산점을 정한다(민법 제748조, 민법 제749조, 2013다1587).
  • 비채변제, 기한 전 변제, 도의관념상 급부, 타인 채무 변제, 불법원인급여 예외를 반드시 걸러낸다(민법 제742조, 민법 제743조, 민법 제744조, 민법 제745조, 민법 제746조).
  •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 10년이다(민법 제162조). 다만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한 급부의 반환에 5년 상사시효를 적용한 판례가 있고(상법 제64조, 2006다63150), 상거래처럼 신속히 해결할 필요가 없는 사안은 10년이 유지된다(2002다64957). 기간이 절반으로 줄 수 있으니 상행위성부터 확인한다.
  • 같은 사실관계라도 대여금, 손해배상, 부당이득은 청구원인이 다르면 별개의 소송물로 다루어질 수 있다(2005다9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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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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