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중단이란 진행 중인 소멸시효 기간을 소멸시키고 새로운 시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시키는 법적 사유를 말한다(민법 제168조, 민법 제178조).
쉽게 말하면 — 채권자가 오랫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지나 청구권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소송을 제기하거나, 채무자가 빚을 인정하는 등 일정한 행위를 하면 시효가 그 시점에서 끊깁니다. 끊긴 뒤에는 남은 시효를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새로 시작됩니다.
중단 사유는 무엇인가
소멸시효는 민법 제168조가 정한 세 가지 사유로 중단된다.
- 청구 — 재판상 청구·파산절차참가(민법 제171조)·지급명령·화해를 위한 소환·임의출석·최고 등 채권자가 권리를 주장하는 행위
- 압류 또는 가압류·가처분 — 법원에 의한 강제적 권리보전 조치
- 승인 —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인정하는 행위
각 사유는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중단 효력이 발생한다. 형식적 행위만으로는 효력이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청구: 재판상 청구와 최고
재판상 청구는 소송을 제기하면 시효가 중단된다. 권리자가 원고로 소를 제기한 경우만이 아니라, 피고로 응소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에도 재판상 청구로서 시효가 중단된다(2011다78606). 이때 응소로 인한 중단 효력은 피고가 현실적으로 권리를 행사해 응소한 때에 생긴다. 다만 응소했더라도 소가 각하·취하되어 본안 판단 없이 소송이 끝나면, 그때부터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 등 다른 중단조치를 취해야 응소 시로 소급해 중단 효력이 인정된다(민법 제170조 제2항 유추, 2011다78606).
권리자가 원고로 제기한 소가 각하·기각·취하된 경우에도 중단 효력이 없다. 이 경우 6개월 안에 다시 재판상 청구·압류 등을 하면 최초 청구 시점으로 소급해 중단된 것으로 본다(민법 제170조 제2항).
최고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이행을 요구하는 의사표시다. 최고만으로는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파산절차참가·화해를 위한 소환·임의출석·압류 또는 가압류·가처분을 하지 않으면 중단 효력이 없다(민법 제174조). 다만 최고 후 6개월 안에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도 같은 조를 유추적용해 시효가 중단된다(2020다46663).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재산명시신청(재산명시결정)도 압류가 아니라 ‘최고’로서의 효력만 인정된다. 따라서 그 결정이 송달된 뒤 6개월 안에 소 제기·압류 등 제174조의 절차를 속행하지 않으면 중단 효력이 상실된다(2000다32161, 2011다78606).
최고는 내용증명 우편 등으로 보내는 청구 통보입니다. 이것만으로 시효가 확정적으로 중단되지는 않고, 6개월 안에 소 제기·가압류 신청 등 법이 정한 후속 조치를 해야 효력이 유지됩니다. 판례는 그 6개월 안에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한 경우에도 같은 효과를 인정합니다(2020다46663).
지급명령과 화해를 위한 소환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법정기간 안에 가집행신청을 하지 않아 효력을 잃으면 중단 효력이 없다(민법 제172조).
화해를 위한 소환은 상대방이 출석하지 않거나 화해가 성립하지 않은 때 1개월 안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중단 효력이 없고, 임의출석에서 화해가 성립하지 않은 경우도 같다(민법 제173조).
압류·가압류·가처분: 요건
압류·가압류·가처분이 권리자의 청구에 의해서 취소되거나 법률 규정에 따르지 않아 취소된 경우에는 시효중단 효력이 없다(민법 제175조). 모든 취소가 곧바로 이 조문의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므로 취소 원인을 구별해야 한다. 또한 시효의 이익을 받는 자를 상대로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자에게 통지한 뒤에야 중단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76조).
적법한 가압류가 제소기간 도과로 취소된 경우는 제175조의 ‘중단 효력 없음’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때 가압류에 의한 중단 효력은 집행보전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 계속되고, 취소된 때부터 시효가 새로 진행한다(2010다88019).
가압류를 시효의 이익을 받을 채무자가 아닌 사람에게 한 경우에는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비로소 그 채무자에 대한 시효가 중단됩니다. 가압류가 권리자의 청구로 취소되거나 법률이 정한 방식에 따르지 않아 취소된 때에는 중단 효력이 없습니다.
승인: 방식과 능력
승인이란 시효의 이익을 받을 사람이 상대방의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하는 행위다. 일부 변제·이자 지급·담보 제공·변제 유예 요청 등은 구체적 사정에 따라 승인으로 인정될 수 있다. 승인하는 사람에게 상대방 권리에 관한 처분능력이나 처분권한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민법 제177조).
채무자가 일부를 갚거나 변제 유예를 요청한 행위는 채무 존재를 인정한 것으로 평가되어 승인이 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177조가 요구하지 않는 것은 승인하는 사람의 ‘상대방 권리에 관한 처분능력·권한’이지, 미성년자가 언제나 유효하게 승인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단 효력: 당사자 사이에만
시효 중단은 당사자 및 그 승계인 사이에만 효력이 있다(민법 제169조). 연대채무자 1인 소유 부동산에 대한 압류 같은 중단사유는 다른 연대채무자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2001다22840). 다만 이행청구는 절대적 효력이 있어,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이행청구는 다른 연대채무자의 시효도 중단시킨다(민법 제416조).
보증의 경우에는 효과의 방향과 범위를 구별해야 한다.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 중단은 보증인에게도 효력이 있다(민법 제440조). 그러나 주채무에 관한 판결이 확정되어 주채무의 시효기간이 10년으로 바뀌어도 그 기간 연장까지 보증인에게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보증채무에는 종전 시효기간이 적용된다(86다카1569). 반대로 연대보증채무만 시효가 중단되어도 주채무의 시효는 중단되지 않으며, 주채무가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면 연대보증채무도 부종성에 따라 함께 소멸한다(2011다78606).
중단 후 시효 재진행
시효가 중단되면 중단 이전에 진행된 기간은 산입하지 않고, 중단 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새로이 진행한다. 재판상 청구로 인해 중단된 시효는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새로 진행한다(민법 제178조). 판결로 확정된 채권은 단기소멸시효 대상이라도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민법 제165조 제1항), 재판상 화해·조정 등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는 것으로 확정된 채권도 같다(같은 조 제2항). 다만 판결 확정 당시 아직 변제기가 오지 않은 채권은 10년으로 연장되지 않는다(같은 조 제3항).
소를 제기해 시효가 끊겼다면,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다시 시효 기간이 시작됩니다. 확정판결로 인정된 채권은 민법 제165조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최고(내용증명)를 보낸 뒤 6개월 안에 소 제기나 가압류 신청을 잊으면 중단 효력이 사라진다. 6개월을 캘린더에 반드시 표시해 둔다.
- 소가 각하·취하된 경우도 6개월 안에 재청구 또는 압류 등을 하면 구제받을 수 있다. 이 구제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민법 제170조).
-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10년 시효가 임박한 경우에는 같은 청구를 다시 제기할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2018다22008). 이미 10년이 지난 뒤 재소했더라도, 다른 중단으로 새로 진행된 시효의 완성이 임박하지 않은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곧바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각하할 것은 아니고 채무자의 시효완성 항변에 따라 본안에서 소멸 여부를 판단한다(2018다24349).
- 채무자의 일부 변제나 유예 요청이 채무 존재를 인식한 표시로 평가되면 승인이 되어 시효가 중단될 수 있다. 행위의 내용과 날짜를 함께 기록한다.
- 시효의 이익을 받을 채무자가 아닌 제3자 소유 재산에 압류·가압류·가처분을 한 경우에는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그 채무자에 대한 중단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76조).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채권을 압류하는 통상적인 채권압류와 혼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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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념·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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