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이란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자가 그 손해를 메워 줄 의무를 말한다(민법 제390조, 같은 법 제750조). 배상의 범위(민법 제393조)·방법(같은 법 제394조)·과실상계(같은 법 제396조)·손해배상자의 대위(같은 법 제399조)는 불법행위에도 준용되어 두 경로에 공통으로 적용된다(같은 법 제763조).
쉽게 말하면 — 내 잘못으로 남에게 피해를 줬으면 돈으로 갚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약을 어겨서 생긴 피해든 사고로 생긴 피해든, 배상액을 정하는 규칙은 대부분 같습니다.
손해배상은 언제 청구할 수 있나
채무불이행(민법 제390조)과 불법행위(같은 법 제750조)가 두 발생원인이고, 하나의 사실이 둘 다에 해당하면 청구권이 경합한다.
채무불이행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은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90조 본문). 다만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렇지 않다(같은 조 단서). 이행지체 중에 생긴 손해는 채무자에게 과실이 없어도 배상해야 하고, 채무자가 이행기에 이행하여도 손해를 면할 수 없는 경우만 예외다(민법 제392조). 유형별 요건은 채무불이행·이행지체·이행불능에서 다룬다.
불법행위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50조). 성립 요건과 특수 불법행위는 불법행위에서 다룬다.
두 청구권의 경합
해상운송인이나 그 사용인의 고의·과실로 운송 도중 운송물이 감실·훼손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선하증권 소지인이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과 소유권 침해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함께 취득하고 그중 어느 쪽이든 선택해서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82다카1533 전원합의체). 다만 같은 판결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면책약관이 별도의 명시적·묵시적 합의가 없어도 불법행위책임에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보았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재산권 침해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에는 그 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 청구권이 경합한다고 해서 면책약관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청구권은 소멸시효 기간이 서로 다르므로(민법 제766조) 어느 쪽으로 구성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나뉜다.
진료계약이 있는 상태에서 난 의료사고처럼, 하나의 사고가 계약 위반이면서 불법행위이기도 하면 유리한 쪽을 골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서의 면책조항이 불법행위 청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의료사고에만 있는 증명 문제는 의료사고 손해배상 소송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얼마까지 받을 수 있나
통상의 손해가 한도이고(민법 제393조 제1항),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예견가능성이 있을 때만 더해진다.
통상손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민법 제393조 제1항). 불법행위로 물건이 멸실된 때에는 멸실 당시의 시가, 훼손된 때에는 수리나 원상회복이 가능하면 그 수리비 또는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 수리·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그 비용이 과다하면 훼손으로 교환가치가 감소된 부분이 통상의 손해가 된다(95다38233).
특별손해와 예견가능성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 책임이 있다(민법 제393조 제2항).
손해액 산정의 기준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 상태와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 상태의 차이다(97다36293. 입찰 절차의 부실감정 사안이다).
으레 따라오는 피해는 통상손해라 그대로 인정되지만, 그 사건에만 있는 사정 때문에 커진 피해는 상대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배상받습니다.
돈으로만 받나
다른 의사표시가 없으면 손해는 금전으로 배상하고(민법 제394조), 이 규정도 불법행위에 준용된다(같은 법 제763조).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법원이 피해자의 청구에 의하여 손해배상에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민법 제764조).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의 손해배상액은 법정이율에 따르고, 법령의 제한에 위반하지 않는 약정이율이 있으면 그 이율에 따른다(민법 제397조 제1항). 채권자는 손해를 증명할 필요가 없고 채무자는 과실 없음을 항변하지 못한다(같은 조 제2항). 다만 면제되는 것은 증명이어서, 지연이자 상당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해야 한다(99다49644). 이율과 기산점은 지연손해금에서 다룬다.
배상액이 깎이는 경우는
채권자·피해자에게 과실이 있으면 과실상계로 줄어들고(민법 제396조), 배상액을 미리 예정해 둔 때에는 그 예정액이 기준이 된다(같은 법 제398조).
과실상계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민법 제396조). 금액만이 아니라 책임 자체를 정할 때에도 참작하며, 이 규정도 불법행위에 준용된다(민법 제763조).
과실상계는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인정되는 것이고, 채무 내용에 따른 본래 급부의 이행을 구하는 경우에 적용될 것은 아니다(99다53742. 물품대금 청구 사안이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하면서 과실상계나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한 책임제한 사유에 관하여 사실을 인정하고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한 것이 아닌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다. 대법원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해제·해지도 함께 문제 된 사건에서 이 법리를 재확인했다(2016다249557). 한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2010다106702).
배상액의 예정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고(같은 법 제398조 제1항),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같은 법 제398조 제4항).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민법 제398조 제2항).
예정액 청구와 실제 손해액 청구는 청구원인을 달리하는 별개의 청구여서, 예정액 청구 안에 손해배상액 청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손해의 발생 사실과 이를 금전으로 평가한 배상액은 채권자가 주장·증명해야 한다(99다49644). 예정의 성질 판별, 감액 기준, 위약벌과의 구별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서 본다. 배상액을 줄이는 과실 참작의 요건과 한계는 과실상계에서, 손해와 함께 얻은 이익의 공제는 손익상계에서, 통상손해·특별손해의 경계는 상당인과관계에서 본다.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으면 그만큼 배상액이 줄어듭니다. 비율은 1심·2심이 정하고, 대법원에서 비율만 다투기는 어렵습니다. 계약서의 위약금이 곧 손해배상액의 예정이고, 액수가 지나치면 법원이 깎을 수 있습니다.
정신적 피해도 돈으로 받나
타인의 신체·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그 밖에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51조 제1항). 타인의 생명을 해한 자는 피해자의 직계존속·직계비속·배우자에 대하여는 재산상의 손해가 없는 경우에도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민법 제752조). 인정 유형과 산정은 위자료에서 다룬다.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고(같은 법 제766조 제1항),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같다(같은 법 제766조 제2항). 미성년자가 성폭력·성추행·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성년이 될 때까지 진행되지 않는다(민법 제766조 제3항).
이는 불법행위로 인한 청구권에 관한 규정이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채권 일반의 규정에 따른다. 상세는 소멸시효에서 다룬다.
특별법이 더 짧은 기간을 따로 정하기도 한다.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시세조종·부정거래행위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위반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안 때부터 2년, 그 행위가 있었던 때부터 5년의 시효로 소멸한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75조 제2항·같은 법 제177조 제2항·같은 법 제179조 제2항). 부실공시 손해배상은 성질이 달라 안 날부터 1년, 유통시장 공시책임은 공시서류의 제출일부터 3년, 발행시장 공시책임은 증권신고서의 효력발생일부터 3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된다.
상대가 국가면 기간이 더 짧을 수 있다. 대법원은 당시 예산회계법 제96조의 국가에 대한 금전급부 청구권 5년 시효와 관련하여, 민법 제766조 제2항의 10년은 그 조항의 ‘다른 법률의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99다53742). 다만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은 5년보다 짧으므로 그대로 적용된다. 예산회계법 제96조는 지금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으로 옮겨졌고 5년 기간은 그대로다. 따라서 국가 상대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두 기간을 함께 계산한다.
교통사고처럼 계약 없이 생긴 피해는 가해자와 피해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안에 청구해야 합니다. 다만 계약 관계에서 생긴 피해는 시효 기간이 달라지므로 어느 쪽으로 구성할지 먼저 따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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