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해제란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을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로 소급하여 소멸시키는 것이다(민법 제543조, 민법 제548조).
쉽게 말하면 — 이미 맺은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되돌리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사기로 했는데 판매자가 기한이 지나도 물건을 안 보내주면, 구매자가 “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해 당사자 사이의 계약을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계약해지와 달리 과거까지 소급해 없애는 것이 핵심 차이입니다.
계약해제는 계약해지와 구별된다. 해지는 장래에 대해서만 효력을 잃지만(민법 제550조), 해제는 소급해 처음부터 계약이 없었던 것으로 된다.
해제권은 어떻게 발생하나?
법정해제권
해제권은 법률 규정 또는 당사자 약정에 의해 발생한다(민법 제543조 제1항). 법정해제권의 주요 발생 원인은 다음과 같다.
- 이행지체: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을 때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해제할 수 있다. 채무자가 미리 이행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4조).
- 정기행위 불이행: 계약 성질이나 당사자 의사에 의해 일정 시일·기간 내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그 시기에 이행하지 않으면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5조).
- 이행불능: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이 불가능해진 때에는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6조).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하려면 불이행한 채무가 계약 목적 달성에 필요불가결한 주된 채무여야 한다. 계약 목적 달성에 지장이 없는 부수적 채무의 불이행만으로는 해제할 수 없다(2016다241805).
미리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표시한 이른바 이행거절로 해제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최고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이 필요 없어 이행지체 해제보다 요건이 완화되어 있다(2010다77385). 명시적으로 이행거절 의사를 표명한 경우 외에 계약 당시나 계약 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묵시적 이행거절 의사를 인정하려면, 그 거절 의사가 정황상 분명하게 인정되어야 한다(같은 판례).
약정해제권과 해약금 해제
약정해제권은 계약서에 해제 조건을 미리 정해 두는 경우 그 조건이 충족되면 발생한다.
매매에서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교부한 경우에도 해제권이 생긴다.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고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이라면, 교부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65조 제1항). 이 규정은 계약의 성질이 허용하는 매매 외 유상계약에도 준용된다(민법 제567조). 이 해약금 해제에는 채무불이행 해제와 달리 손해배상 문제가 따르지 않는다(제565조 제2항이 민법 제551조의 적용을 배제한다).
이행지체로 해제하려면 대부분의 경우 먼저 “기간을 정해 이행하라”는 최고가 필요합니다. 다만 판매자가 이미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면 바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계약금을 건 매매라면, 상대가 계약 이행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산 사람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판 사람은 그 두 배를 돌려주고 계약을 무를 수 있습니다.
해제권은 어떻게 행사하나?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일방적으로 하면 되고 상대방 동의는 필요 없다(민법 제543조 제1항).
의사표시는 철회할 수 없다(민법 제543조 제2항). 한번 해제 통보를 하면 되돌릴 수 없다.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여러 명인 경우에는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해 해제해야 한다(민법 제547조 제1항). 해제권이 당사자 1인에게 소멸하면 다른 당사자에 대해서도 소멸한다(같은 조 제2항).
공동매수인 3명이 해제권을 행사하려면 3명 전원이 함께 해야 하고, 상대방인 공동매수인 3명에게 해제를 통보할 때에는 3명 전원에게 해야 효력이 있습니다.
해제하면 어떤 효과가 생기나?
원상회복과 물권의 복귀
원상회복 의무가 핵심 효과다.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해 원상회복 의무를 진다(민법 제548조 제1항). 이미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한다.
금전을 반환하는 경우 받은 날부터 이자를 붙여 반환해야 한다(민법 제548조 제2항).
매수인이 목적물을 인도받아 사용했다면 목적물뿐 아니라 그 사용이익도 반환해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점유·사용 기간의 임료 상당액이 반환 범위가 된다(2020다290804).
원상회복 의무는 서로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민법 제549조는 민법 제536조를 준용). 한쪽이 이행을 제공하기 전에는 상대방이 동시이행 항변으로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
계약의 이행으로 이미 등기나 인도가 이루어진 경우, 계약이 해제되면 그 이행으로 변동이 생겼던 물권은 당연히 계약이 없었던 원상태로 복귀한다(75다1394).
제3자 보호
해제는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 해제 전 그 계약으로 생긴 법률효과를 기초로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고 등기·인도 등으로 권리를 취득한 제3자는 보호된다(2018다244976). 다만 보호받는 제3자는 그 계약을 기초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한 자에 한하고,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지 못한 전득자는 여기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91다2601). 당사자가 합의로 계약을 무르는 합의해제의 경우에도 같은 조 제1항 단서가 같이 적용된다(같은 판례). 보호되는 제3자는 해제 전에 권리를 취득한 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등기 등이 이루어지기 전에 해제 사실을 모른 채 해약당사자와 양립되지 않는 법률관계를 가지게 된 제3자에게도 해제를 주장할 수 없고, 그 제3자가 악의라는 사실은 해제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한다(2005다6341).
손해배상
계약 해제는 손해배상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민법 제551조). 해제와 함께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이행이익이지만, 계약이 이행되리라 믿고 지출한 비용(신뢰이익)도 이행이익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청구할 수 있다(2015다235766). 다만 이행이익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지출비용 배상도 청구할 수 없다(같은 판례).
계약을 해제하면 양쪽이 받은 것을 모두 돌려줘야 합니다. 돈을 받았다면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줘야 하고, 해제와 별도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해제권이 소멸하는 경우
해제권의 행사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해제권자에게 해제 여부의 확답을 최고할 수 있다. 그 기간 내 해제 통지를 받지 못하면 해제권은 소멸한다(민법 제552조).
해제권자의 고의나 과실로 계약 목적물이 현저히 훼손되거나 반환할 수 없게 된 때, 또는 가공·개조로 다른 종류의 물건으로 변경된 때에는 해제권이 소멸한다(민법 제553조).
해제할 수 있는 권리도 가만두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가 “해제할 거냐”고 물어 정한 기간 안에 답이 없으면 해제권이 없어지고, 해제할 사람이 목적물을 망가뜨리거나 다른 물건으로 바꿔버린 때에도 해제권을 잃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이행지체 해제 시 최고 절차를 빠뜨리지 않도록 한다. 상당한 기간을 정한 이행 최고 → 기간 도과 → 해제 통지의 순서가 필요하다(이행 거절 의사 사전 표시가 없는 한).
- 해제의 의사표시는 철회 불가이므로, 해제 통보 전 상대방 이행 상황과 계약 내용을 확정해야 한다.
- 부동산 매매에서 계약금만 오간 단계의 해약금 해제(민법 제565조)는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면 더는 할 수 없다. 이행 착수는 계약 내용에 딱 맞는 이행 제공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고,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이행행위의 일부나 전제행위면 족하다(2022다256624). 이행기 약정이 있어도 이행기 전에 착수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92다31323).
- 다만 매매대금 이행기가 매도인을 위해서도 기한의 이익을 주는 경우에는 매수인이 그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될 수 있다. 이는 채무 내용, 이행기를 정한 목적, 기간과 부수 약정, 당사자의 행위, 해제권을 부당하게 방해하려는 지급인지 등을 종합해 구체적으로 판단한다(2022다256624). 매도인이 해약금 해제를 통지하고 해약금 수령을 최고하며 기한 뒤 공탁하겠다고 알린 사안에서는, 매수인이 해제권을 소멸시키려고 중도금 일부를 서둘러 입금해도 해약금 해제를 막지 못했다(92다31323).
- 매도인의 계약금 배액 제공이 처음에는 적법하지 않았더라도 해제권을 보유한 기간 안에 적법하게 제공하면 그때 계약이 해제된다. 배액을 공탁한 경우에는 공탁통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해제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92다31323).
- 해제 후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은 병존한다. 실손해가 있다면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한다.
- 해제했으면 원상회복등기를 미루지 않는다. 등기를 되돌리기 전에 해제 사실을 모른 채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에게는 해제를 주장할 수 없다(2005다6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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