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解除)란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을 당사자 일방의 의사표시로 소급하여 소멸시키는 것이다(민법 제543조).
쉽게 말하면 — 이미 맺은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되돌리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사기로 했는데 판매자가 기한이 지나도 물건을 안 보내주면, 구매자가 “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해 계약 자체를 처음부터 없앨 수 있습니다. 해제하면 이미 준 돈이나 물건을 돌려받고, 입은 손해도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장래를 향해서만 계약을 끝내는 해지와는 이 소급 효과에서 나뉩니다.
해제는 해지와 구별된다. 해지는 장래에 대해서만 효력을 잃지만(민법 제550조), 해제는 소급해 처음부터 계약이 없었던 것으로 된다. 임대차·고용처럼 이미 진행된 급부를 되돌릴 수 없는 계속적 계약은 해지로 종료한다. 해지의 요건과 효과는 해지에서 본다.
해제권은 어떻게 발생하나
해제권은 법률 규정 또는 당사자 약정에 의해 발생한다(민법 제543조 제1항).
법정해제권의 주요 발생 원인은 다음과 같다.
- 이행지체: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을 때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해제할 수 있다. 채무자가 미리 이행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4조). 그 거절 의사의 요건은 이행거절에서 본다.
- 정기행위 불이행: 계약 성질이나 당사자 의사에 의해 일정 시일·기간 내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그 시기에 이행하지 않으면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5조).
- 이행불능: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이 불가능해진 때에는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6조).
약정해제권은 계약서에 해제 조건을 미리 정해 두는 경우 그 조건이 충족되면 발생한다.
매매에서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교부한 경우에도 해제권이 생긴다.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는 교부자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65조 제1항). 이 해약금 해제에는 채무불이행 해제와 달리 손해배상 문제가 따르지 않는다(같은 조 제2항이 같은 법 제551조의 적용을 배제한다).
이행지체로 해제하려면 대부분의 경우 먼저 “기간을 정해 이행하라”는 최고가 필요합니다. 다만 판매자가 이미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면 바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계약금을 건 매매라면, 상대가 계약 이행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산 사람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판 사람은 그 두 배를 돌려주고 계약을 무를 수 있습니다.
해제권은 어떻게 행사하나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일방적으로 하면 되고 상대방 동의는 필요 없다(민법 제543조 제1항).
의사표시는 철회할 수 없다(민법 제543조 제2항). 한번 해제 통보를 하면 되돌릴 수 없다.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여러 명인 경우에는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해 해제해야 한다(민법 제547조 제1항). 해제권이 당사자 1인에게 소멸하면 다른 당사자에 대해서도 소멸한다(같은 조 제2항).
공동매수인 3명이 있다면 해제는 3명 모두에게 해야 효력이 있습니다. 한 명에게만 하면 해제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해제하면 어떤 효과가 생기나
원상회복 의무가 핵심 효과다.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해 원상회복 의무를 진다(민법 제548조 제1항). 이미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한다.
금전을 반환하는 경우 받은 날부터 이자를 붙여 반환해야 한다(민법 제548조 제2항).
원상회복 의무는 서로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민법 제549조는 같은 법 제536조를 준용). 한쪽이 이행을 제공하기 전에는 상대방이 동시이행 항변으로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
제3자 보호: 해제는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 계약 해제 전 그 목적물에 대해 권리를 취득한 제3자는 보호된다. 보호받는 제3자는 해제된 계약으로부터 생긴 법률효과를 기초로 하여 해제 전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등기, 인도 등으로 권리를 취득한 사람이다(2013다14569).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지 못한 전득자는 여기서 말하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고(91다2601),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의 가등기를 마친 사람은 포함된다(2013다14569). 당사자가 합의로 계약을 무르는 합의해제에서도 제3자의 권리를 해할 수 없다(91다2601).
손해배상: 계약 해제는 손해배상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민법 제551조). 해제와 함께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이행이익이지만, 계약이 이행되리라 믿고 지출한 비용(신뢰이익)도 이행이익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청구할 수 있다(2015다235766). 다만 이행이익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지출비용 배상도 청구할 수 없다(같은 판례).
계약을 해제하면 양쪽이 받은 것을 모두 돌려줘야 합니다. 돈을 받았다면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줘야 하고, 해제와 별도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해제권은 언제 소멸하나
해제권의 행사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해제권자에게 해제 여부의 확답을 최고할 수 있다. 그 기간 내 해제 통지를 받지 못하면 해제권은 소멸한다(민법 제552조).
해제권자의 고의나 과실로 계약 목적물이 현저히 훼손되거나 반환할 수 없게 된 때, 또는 가공·개조로 다른 종류의 물건으로 변경된 때에는 해제권이 소멸한다(민법 제553조).
해제할 수 있는 권리도 가만두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가 “해제할 거냐”고 물어 정한 기간 안에 답이 없으면 해제권이 없어지고, 해제할 사람이 목적물을 망가뜨리거나 다른 물건으로 바꿔버린 때에도 해제권을 잃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이행지체 해제 시 최고 절차를 빠뜨리지 않도록 한다. 상당한 기간을 정한 이행 최고 → 기간 도과 → 해제 통지의 순서가 필요하다(이행 거절 의사 사전 표시가 없는 한).
- 해제의 의사표시는 철회 불가이므로, 해제 통보 전 상대방 이행 상황과 계약 내용을 확정해야 한다.
- 부동산 매매에서 계약금만 오간 단계의 해약금 해제(민법 제565조)는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면 더는 할 수 없다. 다만 매도인이 해제 의사표시와 해약금 수령 최고를 한 뒤라면 중도금 지급기일의 기한의 이익이 매도인에게도 있어,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일방적으로 이행에 착수해도 매도인의 계약해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92다31323). 이행 착수는 계약 내용에 딱 맞는 이행 제공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고,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이행행위의 일부나 전제행위면 족하다(2022다256624).
- 해제 후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은 병존한다. 실손해가 있다면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한다.
- 계속적 계약이어서 소급 소멸이 맞지 않는 사안이면 해제가 아니라 해지로 접근한다.
관련
- 개념·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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