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법원 정하기

민사 소장을 어느 법원에 낼지는 두 축을 함께 봐야 정해진다. 어느 지역 법원인가(토지관할)와 그 법원 안에서 단독판사인가 합의부인가(사물관할)다. 둘 중 하나만 맞으면 관할이 없다.

쉽게 말하면 — 소장을 낼 법원은 “어느 동네 법원이냐”와 “그 법원의 판사 1명이냐 3명이냐” 두 가지를 같이 정해야 합니다. 잘못 내도 소가 각하되지는 않고 맞는 법원으로 넘겨 주지만, 그만큼 시간이 늘어납니다.

단독판사인가 합의부인가

소가로 정한다. 소가가 5억 원을 초과하는 민사사건은 지방법원과 그 지원의 합의부가 제1심으로 심판한다(「민사 및 가사소송의 사물관할에 관한 규칙」 제2조). 5억 원 이하이면 단독판사다.

금액만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는 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2조 제4항에 해당하는 민사사건도 합의부 심판범위로 정한다. 재산권에 관한 소로서 소송목적의 값을 계산할 수 없는 것과 비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이 여기에 들어간다. 금액이 작아 보여도 이 유형이면 합의부다.

다만 소가가 5억 원을 넘어도 합의부로 가지 않는 사건이 규칙 제2조 단서에 열거돼 있다.

  • 수표금·약속어음금 청구사건
  • 은행·농협·수협·축협·산림조합·신협·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새마을금고·상호저축은행·종합금융회사·시설대여회사·보험회사·신탁회사·증권회사·신용카드회사·할부금융회사·신기술사업금융회사가 원고인 대여금·구상금·보증금 청구사건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서 정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철도차량의 운행과 근로자의 업무상재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사건 및 그에 관한 채무부존재확인사건
  • 단독판사가 심판할 것으로 합의부가 결정한 사건

두 번째 항목은 청구 유형까지 한정된다. 열거된 금융기관이 원고라는 것만으로 단독사건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청구가 대여금·구상금·보증금이어야 한다.

반대로 금액이 기준에 못 미쳐도 합의부에서 심판할 것으로 합의부가 결정한 사건은 합의부가 맡는다(법원조직법 제32조 제1항 제1호). 재정합의라고 부른다.

여러 청구를 한 소로 하면 그 값을 모두 합해 소가를 정한다(민사소송법 제27조 제1항). 각각은 5억 원 이하여도 합산액이 5억 원을 넘으면 합의부 사건이 될 수 있다. 다만 과실·손해배상·위약금·비용의 청구가 소송의 부대목적이면 그 값은 소가에 넣지 않는다(같은 조 제2항).

5억 원 이하가 모두 같은 절차인 것도 아니다. 제소한 때의 소가가 3,0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 금전·대체물·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 지급 청구는 소액사건으로 별도 특례를 받는다(소액사건심판규칙 제1조의2). 심판은 단독판사가 하지만 이행권고결정 등 절차가 다르다.

소송 금액이 5억 원을 넘으면 판사 3명(합의부), 그 이하면 판사 1명(단독)이 맡습니다. 다만 은행이 낸 대여금 사건처럼 금액이 커도 판사 1명이 처리하는 유형이 있고, 3,000만 원 이하 돈 청구는 소액사건으로 더 간단한 절차를 탑니다.

어느 지역 법원인가

원칙은 피고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이다(민사소송법 제2조). 개인이면 주소, 주소가 없거나 알 수 없으면 거소, 거소도 알 수 없으면 마지막 주소를 기준으로 한다(민사소송법 제3조). 법인·사단·재단이면 주된 사무소나 영업소가 있는 곳이고, 사무소·영업소가 없으면 주된 업무담당자의 주소를 기준으로 한다(민사소송법 제5조 제1항). 외국 법인·사단·재단은 대한민국에 있는 사무소·영업소 또는 업무담당자의 주소를 기준으로 한다(같은 조 제2항).

여기에 사건 유형별로 특별재판적이 더해진다. 특별재판적이 있으면 원고가 그중에서 고를 수 있다. 아래는 자주 쓰는 것만 추린 예시이고 전부가 아니다 — 근무지(제7조), 재산 소재지(제11조), 회사관계(제15조~제17조), 등기·등록(제21조), 상속·유증(제22조·제23조) 등이 더 있다.

사건낼 수 있는 곳근거
재산권에 관한 소거소지 또는 의무이행지민사소송법 제8조
불법행위에 관한 소행위지민사소송법 제18조
부동산에 관한 소부동산 있는 곳민사소송법 제20조
어음·수표에 관한 소지급지민사소송법 제9조
사무소·영업소 업무에 관한 소그 사무소·영업소 있는 곳민사소송법 제12조

지식재산권은 결이 다르다. 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상표권·품종보호권에 관한 소는 관할법원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법원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 전속관할이다(민사소송법 제24조 제2항). 다만 서울고등법원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한정한다(같은 항 단서). 그와 별도로 당사자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할 수도 있다(같은 조 제3항). 선택의 문제가 아니므로 위 표로 처리하지 않는다.

의무이행지를 먼저 따진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는 것이 의무이행지다. 다만 순서가 있다. 채무의 성질이나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변제장소가 정해져 있으면 그에 따르고, 그런 정함이 없을 때 특정물 인도 외의 채무는 채권자의 현주소에서, 영업에 관한 채무는 채권자의 현영업소에서 변제해야 한다(민법 제467조 제1항·제2항). 대여금·물품대금처럼 정함이 없는 일반 금전채권이면 이 규정으로 원고 주소지 법원에 낼 수 있다.

‘현영업소’는 본점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 채무와 관련된 채권자의 영업소로서 그 채권의 추심 관련 업무를 실제로 담당하는 영업소까지 포함하므로, 제소 당시 추심업무를 실제 담당하는 영업소 소재지 법원에 낼 수 있다(2021마6868).

어음금·수표금은 이 원칙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약속어음은 그 성질상 어음에 표시된 지급지가 의무이행지이므로, 관할법원은 채권자 주소지가 아니라 지급지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이다(73마910). 위 표의 어음·수표 항목(민사소송법 제9조)이 이 결론과 같다.

한 소로 여러 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그중 하나의 청구에 관할권이 있는 법원에 나머지 청구도 함께 낼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5조 제1항).

피고가 여러 명이면 제한이 붙는다. 소송목적이 되는 권리나 의무가 여러 사람에게 공통되거나 사실상 또는 법률상 같은 원인으로 말미암아 그 여러 사람이 공동소송인이 되는 경우에만 제1항이 준용된다(같은 조 제2항). 아무나 공동피고로 넣는다고 관할이 따라오지 않는다.

관할만 만들 목적이면 더 나아가 배제된다. 관할만을 발생시킬 목적으로 본래 제소할 의사 없는 청구를 병합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관할선택권 남용으로 신의칙(민사소송법 제1조 제1항)에 어긋나 제25조를 적용할 수 없다(2011마62).

원칙은 상대방 주소지 법원입니다. 그런데 돈을 받을 사건이라면 갚을 장소가 채권자 주소이므로, 내 주소지 법원에 낼 수 있습니다. 멀리 사는 상대에게 소를 낼 때 이 조항을 씁니다.

계약서에 관할 합의가 있으면

당사자는 합의로 제1심 관할법원을 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9조 제1항). 다만 그 합의는 일정한 법률관계로 말미암은 소에 관하여 서면으로 해야 한다(같은 조 제2항).

조항이 있다고 곧바로 그 법원만 되는 것은 아니다. 합의관할에는 법정관할에 합의법원을 더하는 부가적 합의와 다른 법정관할을 배제하는 전속적 합의가 있어서, 문언과 계약 취지로 어느 쪽인지 먼저 해석해야 한다. 전속적 합의일 때만 다른 임의관할 법원에 내는 선택이 막힌다. 해석 기준과 판례는 합의관할에 있다.

약관에 든 관할 조항은 효력 자체가 문제될 수 있다.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재판관할 합의 조항은 약관규제법 제14조에 따라 무효다. 대전에 주소를 둔 계약자와 서울에 주영업소를 둔 건설회사 사이의 아파트 공급계약서에서 서울 법원을 관할로 정한 조항이 무효로 판단된 사례가 있다(98마863).

전속관할이면 고를 수 없다

전속관할이 정해진 소에는 보통재판적(제2조), 특별재판적(제7조~제25조), 합의관할(제29조), 변론관할(제30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민사소송법 제31조). 위에서 본 선택지가 통째로 사라진다는 뜻이다. 재산권에 관한 통상의 소는 임의관할이지만, 회사관계 소송처럼 법이 전속관할로 정한 것이 있으므로 먼저 확인한다(전속관할과 임의관할).

전속관할이면 민사소송법 제34조 제2항·제3항의 재량이송도 적용되지 않는다(같은 조 제4항).

계약서의 ‘전속적 합의관할’과 혼동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법이 정한 전속관할이다. 계약으로 정한 전속적 합의관할은 이름에 ‘전속’이 들어가도 그 성질이 임의관할이어서, 합의에 어긋난 법원에 소가 제기돼도 피고가 관할위반을 항변하지 않고 본안 변론을 하면 변론관할이 생긴다(민사소송법 제30조). 상세는 합의관할에 있다.

잘못 냈으면 어떻게 되나

관할이 없다고 각하되지는 않는다. 법원은 관할권이 없다고 인정하면 결정으로 관할법원에 이송한다(민사소송법 제34조 제1항). 관할은 직권조사 사항이므로 법원이 스스로 살핀다(민사소송법 제32조).

피고가 관할위반 항변을 하지 않고 본안에 대해 변론하거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진술하면 그 법원에 변론관할이 생긴다(민사소송법 제30조). 전속관할이 아닌 한 이렇게 관할이 치유된다.

관할의 표준이 되는 시기는 소를 제기한 때다(민사소송법 제33조). 소 제기 후에 피고가 이사를 가도 관할은 그대로다.

이송결정이 확정되면 소송은 처음부터 이송받은 법원에 계속된 것으로 본다(민사소송법 제40조 제1항). 관할을 잘못 골랐다는 사정만으로 최초 제소의 효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확정되면 이송한 법원의 법원사무관등이 결정 정본을 소송기록에 붙여 이송받을 법원에 보낸다(같은 조 제2항).

이송받은 법원은 그 결정에 따라야 하고, 사건을 다시 다른 법원에 이송하지 못한다(민사소송법 제38조). 이송결정과 이송신청 기각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39조).

다만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의 기각은 다르다. 관할위반 이송은 법원의 직권 사항이어서, 당사자가 관할위반을 이유로 이송신청을 하더라도 그것은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다. 법원이 그 신청을 거부하는 재판을 하더라도 항고가 허용되지 않고, 항고심은 이를 각하한다(93마524 다수의견). 제39조의 즉시항고는 재량이송처럼 당사자에게 신청권이 인정되는 경우에 실익이 있다.

이송을 구하는 절차는 소송 이송 신청 절차에 따로 있다.

법원을 잘못 골라도 소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법원이 맞는 곳으로 넘겨 줍니다. 다만 넘기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처음부터 맞추는 편이 낫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소가를 먼저 확정한 뒤에 법원을 고른다. 소가가 사물관할과 인지액을 함께 결정하므로 순서를 바꾸면 두 번 계산하게 된다(소가, 인지액과 송달료).
  • 금전청구는 원고 주소지를 먼저 검토한다. 지참채무 원칙(민법 제467조 제2항)으로 의무이행지가 채권자 주소가 되므로, 원고 주소지 법원에 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고가 원거리일 때 출석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 계약서 관할 조항을 소 제기 전에 읽는다. 먼저 부가적 합의인지 전속적 합의인지 해석한다. 전속적 합의일 때만 의무이행지 선택이 막힌다. 상대가 만든 약관의 관할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면 약관규제법 제14조로 무효를 다툴 수 있다(98마863).
  • 전속관할 여부를 선택 전에 확인한다. 전속관할이면 보통재판적·특별재판적·합의관할·변론관할이 모두 배제되므로(민사소송법 제31조), 앞의 검토가 무의미해진다.
  • 소 제기 후 피고의 주소 변동은 관할에 영향이 없다(민사소송법 제33조). 다만 송달 주소는 별도로 관리한다.
  • 관할 착오로 이송되면 본안심리 개시가 늦어진다. 이송결정은 즉시항고 대상이고(민사소송법 제39조) 확정된 뒤에 기록이 송부되므로(민사소송법 제40조 제2항), 항고 여부에 따라 지연 폭이 달라진다. 애매하면 관할이 확실한 곳을 고르는 편이 빠르다.
  • 여러 청구를 묶을 때 소가 합산을 먼저 계산한다. 각각 5억 원 이하여도 합산액이 넘으면 합의부 사건이 된다(민사소송법 제27조 제1항). 부대목적인 지연손해금 등은 합산에서 빠진다(같은 조 제2항).
  • 어음금·수표금은 지급지로 간다. 지참채무 원칙을 적용해 원고 주소지로 내면 이송된다(73마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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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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