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생활비용이란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으로,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민법 제833조). 주거·식비·의료비처럼 부부공동생활을 꾸리는 데 드는 지출이 여기에 든다.
대법원은 제826조의 부양·협조의무를 이행하여 “자녀의 양육을 포함하는 공동생활로서의 혼인생활”을 유지하려면 부부간 생활비용의 분담이 필요하고, 제833조가 그 기준을 정한다고 설명한다(2014스26 결정요지 [1]).
쉽게 말하면 — 결혼생활에 드는 돈(생활비용)은 원칙적으로 부부가 함께 냅니다. 다만 부부끼리 따로 정해 둔 약속이 있으면 그 약속이 먼저입니다.
공동 부담은 반씩 내라는 뜻인가
아니다. 조문은 “공동으로 부담한다”고만 정하고 부담 비율이나 방법을 정하지 않았다(민법 제833조). 부부의 재산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 각자의 특유재산이고 각자 관리·사용·수익하는 별산제이므로(민법 제830조 제1항, 민법 제831조), 각자의 재산·수입이 서로 다른 부부에게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문언에서 균등액이 곧바로 나오지는 않는다.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재산을 공유로 추정하는 것(민법 제830조 제2항)은 재산 귀속의 문제이고, 비용 분담 비율과는 별개다.
법원이 부부 사이 부양료 액수를 정할 때 드는 요소도 같은 방향이다. 당사자 쌍방의 재산 상태와 수입액, 생활정도 및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등에 따른 부양의 필요 정도, 그에 따른 부양의무의 이행 정도, 혼인생활 파탄의 경위와 정도를 종합해 판단한다(2011다96932 판결요지 [2]).
“공동 부담”은 정확히 절반씩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법에는 부담 비율이 적혀 있지 않습니다. 생활비용 분담과 부부간 부양료는 별개의 청구원인이 아니라 같은 부양·협조의무를 구체화하는 관계입니다. 액수는 쌍방의 수입·재산·경제적 능력과 부양 필요 등을 함께 살펴 정합니다.
약정이 있으면 무엇이 달라지나
약정이 미치는 범위
약정이 있으면 그 약정이 먼저 적용된다. 제833조는 “당사자간에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공동 부담한다고 정하므로, 부담 방법이나 비율에 관한 약정이 있으면 공동 부담 원칙은 그 범위에서 물러선다(민법 제833조). 이 조문은 약정의 형식이나 시기를 따로 정하지 않는다.
반면 민법 제829조가 혼인 중 변경을 제한하는 대상은 문언상 부부가 혼인 성립 전에 재산에 관하여 한 약정이다. 혼인 중 생활비용 분담 합의를 제829조의 부부재산약정과 곧바로 같은 것으로 취급할 수는 없고, 제833조 약정의 변경 한계를 정면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도 확인되지 않는다.
물러서는 것은 생활비용의 부담 방법과 비율이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장래의 부양받을 권리 자체를 없애는 합의와 생활비용 분담 방법을 정하는 합의는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979조는 친족 사이의 부양을 정한 장에 있지만, 제826조 제1항의 배우자 부양청구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와 이미 이행기가 지난 부양료의 처분까지 금지하는지를 판단한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제826조 제1항의 부부 사이 상호부양의무 자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로서, 부양받을 사람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해 부부공동생활의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2011다96932 판결요지 [1]). 혼인이 사실상 파탄되어 별거하며 서로 이혼소송을 낸 경우라도 법률상 혼인관계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이 의무는 소멸하지 않는다(2022스771 결정요지).
부부재산약정 형식일 때
혼인 성립 전에 부부의 재산에 관하여 따로 하는 약정, 곧 부부재산약정의 형식을 취했다면 제약이 따른다. 제829조 제1항은 그런 약정을 하지 아니한 때에 법정재산제가 적용된다고 정하고, 약정을 한 경우의 제약은 같은 조 제2항 이하가 정한다(민법 제829조). 혼인 성립까지 등기하지 않으면 부부의 승계인이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같은 조 제4항), 혼인 중에는 원칙적으로 변경하지 못한다(같은 조 제2항).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할 수 있다(같은 항).
자녀 양육비를 대상으로 한 약정
약정의 대상이 자녀 양육비라면 한계가 있다. 대법원이 다룬 것은 이혼한 부부나 혼인외 출생자의 생모·생부 사이의 양육비채권이다.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이거나, 확정된 뒤라도 이행기가 도래하기 전인 단계가 문제 된다. 그 단계에서 장래 양육비채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약정을 했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복리에 반하여 그 포기의 효력이 자녀에게 미친다고 볼 수 없다(2023므11758 판결요지 [1]).
생활비를 누가 얼마나 낼지 부부가 정해 두었다면 그 약정이 우선합니다. 다만 얼마씩 부담할지를 정하는 약속과 장래의 부양받을 권리 자체를 없애는 약속은 다릅니다.
혼인 전에 재산에 관하여 한 부부재산약정은 혼인 성립까지 등기해야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고, 혼인 뒤에는 원칙적으로 마음대로 바꾸지 못합니다. 이 제한을 혼인 중 생활비 분담 합의에 그대로 옮기지는 않습니다.
이혼한 부모나 혼인외 출생자의 부모가 장래 양육비를 포기하기로 한 약속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이의 고유한 부양받을 권리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부부간 부양의무와는 어떤 관계인가
두 조문의 자리
제826조 제1항은 부부의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정하고, 제833조는 그 공동생활에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를 정한다(민법 제826조, 민법 제833조). 부부 사이 상호부양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로서 부양받을 사람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하는 제1차 부양의무다(2011다96932 판결요지 [1]). 대법원은 제826조 제1항이 부양·협조의무의 근거를, 제833조가 그 의무 이행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조항이라고 한다(2014스26 결정요지 [1]).
대법원도 제833조를 일상가사대리권(민법 제827조 제1항)·특유재산 규정(민법 제830조)과 함께 경제적 공동체로서의 부부 공동생활을 지탱하는 규정으로 설명한다(2025므10730, 이혼사유 판단의 전제로 설시한 부분이다).
그 사건의 중심은 부부가 함께 이룩한 재산의 주요 부분을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처분해 경제적 기반을 형해화한 데 있었다. 집을 나간 상대방의 생활비 등에 관한 계획을 제시해 설득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사정은 여러 판단요소 중 하나였고, 생활비 미분담만으로 민법 제840조 제6호 사유가 된다고 판시한 것은 아니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의 양육·부양 의무는 층위가 또 다르다. 이 의무는 친자관계의 본질에서 나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므로(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2023므11758 판결요지 [2]),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성년 자녀에 대한 제2차 부양의무와 같은 선상에 있지 않다. 아래에서 자녀 양육비가 부부 본인의 부양료와 다르게 다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부모가 성년 자녀에게 직계혈족으로서 지는 부양의무(민법 제974조 제1호, 민법 제975조)는 부양의무자가 자기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제2차 부양의무이고, 제2차 부양의무자는 제1차 부양의무자보다 후순위로 부양의무를 부담한다(2011다96932 판결요지 [1]). 자세한 것은 부양의무에서, 청구 절차는 부부간 부양과 생활비용과 부양료 청구에서 다룬다.
사실혼 관계에서도 부부는 제826조 제1항의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진다(97므544 판결요지 [1]). 다만 제833조의 생활비용 분담 자체가 사실혼에 그대로 미치는지와 그에 기초한 부양료 청구를 대법원이 정면으로 판단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재산분할 규정은 사실혼이 생전에 해소된 경우 유추적용될 수 있지만, 일방 사망으로 종료된 경우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2005두15595 판결요지). 사실혼의 효과는 사실혼에서 다룬다.
별거 중의 생활비용
별거한다고 해서 이 의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혼인이 사실상 파탄되어 부부가 별거하면서 서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을 명한 판결의 확정 등으로 법률상 혼인관계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는 부부간 부양의무가 소멸하지 않는다고 한다(2022스771 결정요지). 2014스26에서도 별거 해소 또는 혼인관계 종료일까지의 부양료 지급을 명한 원심을 수긍했다(2014스26, 이유 중 원심 판단을 수긍한 부분이다).
이혼 뒤의 재산분할과는 자리가 다르다. 재산분할에 따른 권리는 이혼의 확정을 전제로 발생하므로, 이혼이 확정되기 전까지의 부양적 요소는 별도의 부양료 심판 등에서 고려될 필요가 있고, 부양이 필요한 배우자가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2022스771 결정요지 ③).
다만 별거에 이른 경위는 따로 본다. 조문도 동거하지 않는 경우를 내다보고 있다. 제826조 제1항 단서는 정당한 이유로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서로 인용하여야 한다고 정한다(민법 제826조 제1항 단서).
배우자 일방이 스스로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를 거부하면 원칙적으로 상대방에게 부양료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상대방의 동거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달라질 수 있다(91므245 판결요지 가).
반대로 귀책사유 없는 배우자의 부양료 청구는, 부양료 지급의 요건과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쌍방이 이혼소송을 제기한 경우라도 인정되어야 한다(2022스771 결정요지 ⑤). 91므245의 구체적 판단은 개정 전 민법 제826조 제2항과 당시의 가족생활 관념에 기대고 있으므로 현행 동거장소 기준으로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따로 산다고 부양의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이혼소송을 서로 걸어 둔 상태여도 이혼이 확정될 때까지는 남습니다. 다만 별다른 이유 없이 자기가 같이 살기를 거부하면서 생활비만 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일상가사채무 연대책임과 어떻게 나뉘나
내부 분담과 대외 책임
제833조는 부부 내부의 분담을 정하고, 제832조는 제3자에 대한 대외적 책임을 정한다. 부부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하면 다른 일방도 그 채무에 연대책임을 진다(민법 제832조). 부부끼리 “생활비는 누가 낸다”고 정해 두었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제3자에 대한 연대책임이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거래가 일상가사의 범위 안에 있어야 하고, 이미 제3자에게 다른 일방의 책임이 없음을 명시한 때에는 연대책임이 생기지 않는다(같은 조 단서). 대리권 문제는 일상가사대리권에서 다룬다.
일상가사의 범위
연대책임은 “일상의 가사”에 관한 법률행위에만 미친다. 대법원은 이를 부부의 공동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통상의 사무에 관한 법률행위라고 한다. 그 구체적인 범위는 부부공동체의 사회적 지위·직업·재산·수입 능력 등 현실적 생활 상태뿐만 아니라 그 부부의 생활 장소인 지역 사회의 관습 등에 의하여 정하여진다(97다31229 판결요지 [1]). 개별 법률행위를 판단할 때는 그 법률행위를 한 부부공동체의 내부 사정이나 행위의 개별적인 목적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그 법률행위의 객관적인 종류나 성질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같은 판결요지).
97다31229 판결은 교회 건축 헌금, 가게 인수대금, 장남의 교회 및 주택임대차보증금 보조금(전문상 장남의 교회 관련 지출과 주택임차보증금을 보조한 것이다), 거액 대출금의 이자 지급 명목으로 금원을 차용한 행위를 일상 가사에 속한다고 보지 않았다(97다31229 판결요지 [2]). 주택·아파트 구입비용은 부부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수적인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일상의 가사에 속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다만 매매대금이 거액에 이르는 대규모의 주택이나 아파트라면 그 구입도 일상의 가사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다(같은 판결요지).
반대로 남편 명의로 분양받은 45평형 아파트가 남편의 유일한 부동산으로서 가족이 실제 거주한 사안에서는 그 분양금을 납부하기 위한 금전차용을 일상가사에 해당한다고 보았다(98다46877 판결요지 [3]).
대여금 일부가 실제 생활비에 쓰였다는 사정만으로 각 차용행위 전부가 일상가사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97다31229 판결은 자녀 학비를 포함한 가족 생활비에 충당하기 위한 차용이라면 일상가사에 속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원심은 어느 부분이 그 목적이었는지 심리하지 않았고, 인정된 차용 명목도 주택·가게의 매수·인수자금 등이었다. 대법원은 이를 이유로 전액의 연대책임을 인정한 판단을 파기했다(97다31229, 이유 3. 다·라).
한편 배우자가 공동차주로 책임지는지는 제832조의 일상가사 연대책임과 별개의 문제다. 공동차주라고 해도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각 채무자는 균등한 비율로 부담한다(민법 제408조). 전액 책임을 인정하려면 연대하여 부담하기로 한 의사표시 등 별도의 근거가 필요하다(97다31229 판결, 이유 2. 다).
부부끼리 정한 분담 약속은 두 사람 사이의 문제입니다. 가게나 병원 같은 바깥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고, 살림에 통상 필요한 거래로 진 빚은 원칙적으로 둘 다 갚아야 합니다. 다만 함께 책임지는 것은 “일상의 가사”에 드는 거래에 한합니다. 어디까지가 일상의 가사인지는 금액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그 부부의 형편과 사는 곳의 관습, 거래의 객관적인 종류·성질을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거액의 주택 구입 자금이나 가게 인수 자금을 빌린 경우처럼 일상의 가사로 보지 않은 예가 있습니다.
지나간 생활비용을 소급해 받을 수 있나
원칙과 예외
부부 사이 부양의무 중 과거의 부양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양받을 사람이 이행을 청구했는데도 부양의무자가 이행하지 않아 이행지체에 빠진 뒤의 것만 청구할 수 있다(2011다96932 판결요지 [2]). 이행청구 이전의 과거분은 부양의무의 성질이나 형평의 관념상 이를 허용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같은 판결요지).
예외가 빈말은 아니다. 다만 그 사안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함께 보아야 한다. 2011다96932는 의식이 혼미한 아들을 부양한 어머니가 아들의 배우자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사건이고, 제2차 부양의무자가 제1차 부양의무자에게 상환을 구한 구조였다(2011다96932, 이유 중 사실관계 부분이다).
그 사안에서 부양받을 사람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청구하기 곤란했고, 부양의무자는 부양 필요와 다른 사람이 부양을 이어 간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법원은 이행청구 전 과거 부양료도 지급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했다.
다만 친족이 배우자에게 구하는 이 상환청구는 가사소송법의 마류사건에 들지 않아 민사소송사건이라고 판시했고(2011다96932 판결요지 [3]), 원심 파기사유에는 부양의무의 이행순위에 관한 법리오해도 포함됐다(같은 판결).
이 법리는 제833조의 생활비용에도 그대로 미친다. 대법원은 제833조에 따른 생활비용청구가 제826조와 무관한 별개의 청구원인에 기한 청구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2014스26 결정요지 [1]).
이 심판은 부부 중 한쪽이 다른 한쪽을 상대방으로 하여 청구한다(가사소송규칙 제96조). 가사소송법이 제826조에 따른 처분과 제833조에 따른 처분을 마류 1호의 같은 심판사항으로 규정한 것이 그 근거다(2014스26 결정요지 [1],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1). 2014스26 결정은 과거 부양료를 이행청구 이후분으로 제한하는 법리도 함께 적용했다(2014스26 결정요지 [2]).
생활비용의 기산점
기준 시점은 청구서를 쓰거나 보낸 날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닿은 때다. 대법원은 부양료지급을 구하는 심판청구서가 상대방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의 부양료만 지급을 명한 원심을 적법하다고 했다(91므375 판결요지). 같은 판결은 배우자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것만으로는 부양의무의 이행을 청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같은 판결, 이유 중 원심의 사실인정을 수긍한 부분이다).
대법원은 부모와 성년 자녀·그 배우자 사이의 과거 부양료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이행청구 후의 과거 부양료이거나, 이행청구 전이라도 부양의무의 성질이나 형평상 허용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2013스96 판시사항 [1]·이유).
절차와 붙여 보면 주의할 대목이 있다. 부양료·생활비용 심판(마류 1호)은 조정전치 대상이지만(가사소송법 제50조 제1항), 조정신청 없이 곧바로 심판을 청구하면 가정법원이 원칙적으로 사건을 조정에 회부한다(같은 조 제2항). 공시송달이 아니면 당사자를 소환할 수 없거나 조정이 성립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회부하지 않는다(같은 항 단서).
심판청구서 송달은 이행청구의 도달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은 부양료 심판청구서가 송달된 다음 날부터 지급을 명한 원심을 적법하다고 보았다(91므375). 다만 조정신청서 송달도 같은 기준으로 다룰 수 있는지를 정면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조정·심판과 별도로 먼저 요구하려면 내용과 발송일을 남기는 내용증명에 실제 배달일·수취를 확인할 배달증명이나 등기배달조회를 함께 확보한다.
임시 지급과 보전수단
가사사건의 소·심판·조정 절차가 계속 중이면 심판이 나기까지의 생활비를 사전처분(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으로 임시로 정할 수 있다(가사사건 사전처분 신청). 사전처분에 대해서는 즉시항고할 수 있다(같은 조 제4항). 사전처분 자체에는 집행력이 없지만(같은 조 제5항),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67조 제1항).
금전채권을 실제로 보전할 필요가 있으면 마류사건을 본안으로 하는 가압류(가사소송법 제63조·민사집행법 제276조)를 검토한다.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은 필요한 경우 임시 급부를 명할 수도 있지만(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민사집행법 제305조 제2항), 금전채권의 집행을 보전하는 수단은 가압류이므로 둘을 구별한다.
판결·심판·조정 등으로 의무가 정해진 뒤 불이행하면 이행명령(가사소송법 제64조)을 신청할 수 있지만, 이행명령은 확정된 의무를 변경하거나 새 의무를 만드는 절차가 아니며 실제 미이행 범위를 넘을 수 없다(2025으517 결정요지).
못 받은 생활비를 결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받기는 어렵습니다. 원칙은 “달라고 한 요구가 상대방에게 닿은 뒤”입니다. 보낸 날이 아니라 닿은 날이 기준이므로, 도달 사실이 남는 방법으로 청구해 두어야 합니다. 다만 형편을 하소연한 정도로는 청구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파서 말을 못 하는 경우처럼 청구 자체가 어려웠던 사정이 있으면 그 이전 기간도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때도 사정 하나만으로 되지는 않고,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같은 정황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자녀 양육비도 같은 기준인가
혼인 중의 양육비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민법 제913조). 2014스26의 결정요지 [1]은 부양·협조의무를 이행해 “자녀의 양육을 포함하는 공동생활로서의 혼인생활”을 유지하려면 부부간에 생활비용의 분담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제833조가 그 기준이라고 한다(2014스26 결정요지 [1]). 그래서 혼인 중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에 드는 비용도 생활비용으로 다룬다. 다만 결정요지가 양육비를 생활비용의 항목이라고 못 박은 것은 아니다.
2014스26 사건의 원심은 별거 중인 부부 사이에서 청구인 본인의 부양료와 사건본인의 양육비를 함께 정했다. 그 기산도 심판청구서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였고, 대법원은 이를 수긍했다(2014스26, 이유 중 원심 판단을 수긍한 부분이다).
별거 중 과거 양육비의 자리
자녀 양육비의 과거분까지 이행청구 이후로 제한된다는 법리가 선 것은 아니다. 2014스26의 결정요지 [2]가 다룬 것은 제826조 제1항의 부부간 상호부양의무에 관한 과거 부양료다(2014스26 결정요지 [2]). 양육비 기산을 송달 다음 날로 본 부분은 그 사안의 원심 판단을 수긍한 대목이다.
별거 중 과거 양육비의 분담을 정면 쟁점으로 삼아 송달 전 기간까지 인정한 대법원 판단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2018스724의 청구기간에는 1974년 별거 시작부터 1984년 이혼 확정 전까지가 포함되어 있었고, 대법원은 1993년 자녀 성년까지의 과거 양육비 권리 전체를 두고 소멸시효를 판단했다(같은 결정, 사안의 개요).
그 결정은 시효 쟁점에서 청구 전체가 소멸했다고 보았을 뿐, 혼인 중 별거기간분의 법적 근거와 분담 여부를 별도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92스21은 “어떠한 사정으로 인하여 부모 중 어느 한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라고 적으면서, 그 근거를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친자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라는 데 두었다(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그 사건이 이혼한 당사자의 자의 양육에 관한 처분, 곧 민법 제837조에 따른 마류 3호 사건이었던 것은 맞다(같은 결정,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나목 3). 별거 중 생활비용은 마류 1호로 심판사항이 다르다(같은 조항 나목 1).
다만 심판사항이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92스21의 법리가 미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혼인외 출생자가 생부를 상대로 과거 부양료를 구한 사건에서도 자녀양육의무는 친자관계의 본질에서 발생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한다고 하면서 92스21을 참조판례로 들었다.
인지판결 확정 전 과거 양육비의 상환을 인정한 직접 선례는 대법원 2023. 10. 31. 자 2023스643 결정이고, 2023므11758 판결요지 [2]가 이를 참조판례로 든다.
나아가 혼인외의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육하지 않은 부모 일방을 상대로 미성년인 기간 동안의 과거 부양료를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자녀 고유의 부양료 청구권을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2023므11758 판결요지 [2]·이유 2. 나). 부모 사이의 양육비 포기 약정도 이 고유한 권리의 행사를 막지 못한다(2023므11758 판결 이유 2. 나).
그러나 별거 중인 부부 사이의 청구 전 기간분을 어떤 심판사항으로 얼마까지 인정할지는 아직 확립된 대법원 기준으로 제시하기 어렵다.
이혼한 뒤의 과거 양육비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한쪽이 자녀를 양육하고 상대방에게 과거 양육비의 분담을 구하는 것은 이와 다르다.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므로, 상대방도 분담해야 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이 인정에는 제외사유가 붙어 있다. 일방에 의한 양육이 그 양육자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이나 동기에서 비롯한 것이라거나, 자녀의 이익을 위하여 도움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어긋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제외된다(92스21 결정).
분담 범위에도 방향이 있다. 청구 이전의 과거 양육비 모두를 부담시키면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양육비를 일시에 지게 되어 지나치고 가혹하며 신의성실·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수도 있다. 그래서 반드시 이행청구 이후의 양육비와 같은 기준에서 정할 필요는 없다(92스21 결정). 청구 전 기간분을 깎을 수 있다는 재량이다.
법원은 양육하게 된 경위와 든 비용의 액수,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했는지와 그 시기, 통상의 생활비인지 이례적이고 불가피하게 든 다액의 특별한 비용인지,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이나 경제적 능력과 부담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정한다(92스21 결정).
과거 양육비의 소멸시효
기한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어느 한쪽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며 지출한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협의나 심판으로 구체적인 액수가 정해지기 전에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그친다는 것이 판례의 전제다(2018스724 이유).
대법원은 그렇게 구체적인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를 두고,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했다(2018스724 전원합의체 결정·민법 제162조 제1항·민법 제166조 제1항).
이 결정은 성년이 된 뒤에도 협의·심판 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본 종전 2008스67 결정 등을 변경한 것으로, 반대의견과 별개의견이 붙어 있다(같은 결정 「판례의 변경」 부분). 그 사건에서는 사건본인이 성년에 이른 때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뒤에 심판을 청구해 권리가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고 보았다(같은 결정, 이유 중 그 사건에 관한 판단이다).
이 법리는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 양육자가 구하는 비용상환청구에 관한 것이고, 자녀 고유의 과거 부양료청구에 같은 기산점이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그 결정이 판단하지 않았다. 자세한 것은 양육비에서 다룬다.
혼인 중이라면 아이에게 드는 돈도 생활비용과 함께 정해질 수 있습니다. 아이 몫의 지난 비용까지 부부 본인의 부양료와 똑같이 제한된다고 대법원이 밝힌 것은 아닙니다. 2018스724는 별거 뒤 이혼 전 기간까지 포함한 과거 양육비 청구 전체의 시효를 판단했지만, 그 기간분의 법적 근거와 분담 여부를 따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별거 중 청구 전 기간분은 사실관계와 청구구조를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이혼한 뒤 혼자 아이를 키운 사람은 상대방에게 청구 전 기간의 양육비도 나누어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양육 동기·아이의 이익·부담의 형평 등을 함께 따집니다. 협의나 심판으로 액수가 정해지지 않은 과거양육비는 아이가 성년이 된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흐릅니다.
확정된 정기금의 소멸시효
받을 권리가 정해진 뒤에도 방치하면 줄어들 수 있다. 부양료처럼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정기금 채권의 각 회차분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린다(민법 제163조 제1호 — “부양료”가 문언에 들어 있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과 재판상 화해·조정 등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절차로 확정된 채권은 원칙적으로 10년이다(민법 제165조 제1항·제2항).
그러나 확정 당시에 아직 변제기가 오지 않은 장래 회차분에는 10년 특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같은 조 제3항), 그 뒤 다달이 변제기가 오는 부양료 회차분은 제163조 제1호의 3년을 기준으로 관리한다.
다만 부부 중 한쪽이 다른 쪽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는 혼인관계가 종료된 때부터 6개월 내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민법 제180조 제2항). 시효의 진행 자체가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기간 안에는 완성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혼인 중의 배우자 부양료 회차분을 변제기부터 3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시효가 완성됐다고 보면 안 된다.
심판·양육비부담조서가 제165조 제2항의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해당하는지를 직접 판단한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않으므로, 이미 변제기가 지난 부분의 시효를 계산할 때에는 집행권원의 종류를 구별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제833조만으로 생활비용 분담비율을 균등 또는 소득비례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부부간 부양료가 함께 문제 되면 쌍방의 수입·재산·경제적 능력과 부양의 필요 정도를 자료로 정리한다(2011다96932 판결요지 [2]).
- 약정이 우선하는 것은 생활비용의 부담 방법과 비율이다(민법 제833조). 부부 사이 부양의무 자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다(2011다96932 판결요지 [1]). 이혼한 부부나 혼인외 출생자의 생모·생부 사이의 장래 양육비 포기 약정은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자녀에게 미치지 않는다(2023므11758 판결요지 [1]).
- 별거 사건에서는 별거에 이른 경위를 먼저 정리한다. 혼인관계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의무는 남지만(2022스771),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를 거부한 쪽은 원칙적으로 부양료를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상대방의 동거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달라질 수 있다(91므245).
- 혼인 전 부부재산약정 형식이라면 혼인 성립까지 등기했는지 확인한다. 등기가 없으면 승계인·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829조 제4항).
- 과거분은 이행청구 시점이 기준이므로 생활비를 요구한 사실과 날짜를 내용증명 등으로 남긴다(2011다96932 판결요지 [2]). 형편을 하소연한 대화는 이행청구로 보지 않을 수 있다(91므375). 청구가 곤란했던 사정과 상대방이 이를 알았던 정황도 정리한다.
- 이혼 후 과거 양육비 분담 청구는 이행청구 이후분으로만 제한되지 않는다(92스21). 다만 양육 동기·자녀의 이익·형평을 든 제외사유 항변이 먼저 나오므로 양육 경위와 지출 내역을 시기별로 정리한다(같은 결정). 협의나 심판으로 구체적인 범위와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과거 양육비는 자녀가 성년이 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2018스724).
- 별거 중 자녀를 혼자 키운 사건이라면 송달 이전 기간도 주장하되, 2014스26에서 사건본인의 양육비를 심판청구서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정한 원심을 대법원이 수긍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함께 본다. 이는 양육비의 기산일에 관한 독립된 법리 판시는 아니므로, 92스21과 2023므11758 판결요지 [2]의 친자관계 법리를 근거로 양육 경위와 송달 전 지출을 구체적으로 주장한다.
- 채권자가 배우자에게 청구해 오면 공동차주 책임인지 제832조 연대책임인지부터 나눈다. 공동차주라도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균등한 비율의 분할채무가 원칙이다(민법 제408조). 제832조 책임을 다툰다면 다툴 점은 그 거래가 일상가사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97다31229 판결요지 [1], [2])과 제3자에게 이미 책임 없음을 명시했다는 것(민법 제832조 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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