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행위의 취소

법률행위의 취소란 제한능력이나 착오·사기·강박이 있었던 법률행위를 취소권자가 의사표시로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민법 제141조). 취소권자가 추인하거나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더는 취소하지 못한다(같은 법 제143조·제146조).

쉽게 말하면 — 판 사람에게 속아 물건을 산 사람은 그에게 “이 계약을 취소한다”고 알리면 계약을 처음부터 무효였던 것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민법 제110조·같은 법 제141조). 추인할 수 있게 된 뒤에 이의를 남기지 않고 대금을 치르면 추인한 것으로 보아 더는 취소하지 못합니다(같은 법 제145조). 추인할 수 있게 된 날부터 3년, 계약한 날부터 10년 가운데 하나라도 지나도 취소하지 못합니다(같은 법 제146조).

취소는 무효와 무엇이 다른가?

처음부터 효력이 없는 무효와 달리,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는 취소권자가 취소해야 비로소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본다(민법 제141조). 취소할지는 법이 정한 취소권자만 정하고, 상대방은 취소하지 못한다(같은 법 제140조).

취소권은 행사하기 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취소권자가 추인하면 그 뒤에는 취소하지 못한다(민법 제143조 제1항).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하지 않아도 같다(같은 법 제146조).

어떤 사유가 있으면 누가 취소하나?

취소 사유는 제한능력, 착오, 사기, 강박이다. 사유마다 취소할 수 있는 요건과 예외가 아래와 같이 다르다.

  • 제한능력: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이 한 행위 가운데 법이 정한 범위의 행위다. 유형별 범위와 예외의 세부는 제한능력자에서 설명한다.
  •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다만 권리만 얻거나 의무만 면하는 행위는 그렇지 않다(민법 제5조).
  • 법정대리인이 범위를 정하여 처분을 허락한 재산의 처분과 허락받은 영업에 관한 행위는 미성년자가 혼자 할 수 있다(민법 제6조·같은 법 제8조 제1항).
  •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있다. 다만 가정법원이 취소할 수 없는 것으로 정한 범위의 행위는 예외이고, 일용품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대가가 과도하지 않은 행위는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없다(민법 제10조 제2항·제4항).
  • 피한정후견인은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한 행위를 동의 없이 한 때에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일용품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대가가 과도하지 않은 행위는 그렇지 않다(민법 제13조 제4항).
  • 착오: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으면 취소할 수 있다. 다만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생겼으면 취소하지 못한다(민법 제109조 제1항). 그래도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했다면 중대한 과실이 있어도 취소할 수 있다(2017다227264 판결요지 [1]).
  • 사기·강박: 속거나 위협을 받아 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110조 제1항).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서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속이거나 위협했다면,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취소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능력자, 착오로 인하거나 사기·강박에 의하여 의사표시를 한 사람, 그 대리인 또는 승계인뿐이다(민법 제140조).

상대방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상대방은 스스로 취소하지 못하지만, 제한능력을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 행위라면 다음 수단 가운데 사정에 맞는 것을 쓸 수 있다. 세부는 제한능력자에서 설명한다.

  • 확답 촉구: 제한능력자가 능력자가 된 뒤에는 그 본인에게, 아직 능력자가 되지 못했으면 법정대리인에게 1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해 추인할지 확답을 촉구할 수 있다. 촉구를 받은 사람이 그 기간 안에 확답을 발송하지 않으면 추인한 것으로 본다. 다만 특별한 절차가 필요한 행위는 그 절차를 밟은 확답을 발송하지 않으면 취소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5조).
  • 철회·거절: 계약은 추인이 있을 때까지 상대방이 철회할 수 있다. 다만 계약 당시 제한능력자임을 알았다면 철회하지 못한다(민법 제16조 제1항). 단독행위는 추인이 있을 때까지 거절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 속임수 주장: 제한능력자가 속임수로 자기를 능력자로 믿게 했다면 그 행위를 취소하지 못한다. 미성년자나 피한정후견인이 속임수로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믿게 한 경우도 같다(민법 제17조). 미성년자 사안에서 대법원은 속임수를 적극적으로 사기수단을 쓴 것으로 보고, 단순히 자기가 능력자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속임수가 아니라고 했다(71다2045 판결요지 가).

어떻게 취소하나?

상대방이 정해진 법률행위라면 취소권자가 그 상대방에게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민법 제142조). 이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효력이 생긴다(같은 법 제111조 제1항). 대법원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권을 반소장 부본을 송달하는 방법으로 행사한 사안에서, 부본이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취소의 효력이 생기므로 그 부본이 제척기간 안에 송달되어야 한다고 했다(2008다27301).

반드시 소를 제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후견인이 친족회 동의 없이 피후견인의 부동산을 매도한 구법 사안에서, 취소권은 재판 밖에서 의사표시를 하는 방법으로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92다52795).

취소하면 무엇을 돌려주나?

취소된 행위로 이미 받은 것은 돌려줘야 하고, 그 범위는 취소 사유가 제한능력인지에 따라 나뉜다. 대법원은 제한능력자의 반환 범위를 정한 민법 제141조 단서를 부당이득 수익자의 반환 범위를 정한 같은 법 제748조의 특칙으로 본다(2008다58367 판결요지 [2]).

제한능력을 이유로 취소한 경우

제한능력자는 그 행위로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상환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141조 단서). 이 단서는 제한능력자의 선의·악의를 묻지 않고 반환 범위를 현존 이익으로 한정한다(2008다58367 판결요지 [2]). 제한능력자가 아닌 상대방이 받은 것은 이 단서가 아니라 부당이득 규정(민법 제748조)에 따라 돌려준다.

같은 판결은 의사능력이 없어 법률행위가 무효가 된 경우에도 이 단서를 유추적용한다고 했다. 다만 받은 것이 금전이면 소비했는지와 관계없이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이익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은 반환하는 쪽(그 사안에서는 의사무능력자 쪽)이 증명해야 한다(2008다58367 판결요지 [2]).

착오·사기·강박을 이유로 취소한 경우

이때는 제141조 단서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반환 범위는 받은 사람이 선의인지 악의인지에 따라 민법 제748조로 정해진다. 여기서 악의란, 같은 법 제749조 제2항에서 악의로 의제되는 경우 등은 별론으로 하고, 자신의 이익 보유가 법률상 원인 없는 것임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2013다1587). 선의의 수익자라도 패소하면 소를 제기한 때부터 악의의 수익자로 본다(같은 조 제2항).

  • 선의의 수익자: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에서 반환한다(민법 제748조 제1항).
  • 악의의 수익자: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배상하여야 한다(같은 법 제748조 제2항).

반환 범위의 세부는 수익자의 반환범위와 부당이득에서 설명한다.

취소를 제3자에게도 주장할 수 있나?

착오·사기·강박을 이유로 한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109조 제2항·같은 법 제110조 제3항). 대법원은 사기 취소에서 이 제3자를 의사표시의 당사자와 포괄승계인 이외의 사람으로서 그 의사표시를 기초로 새로운 법률원인으로써 이해관계를 맺은 사람으로 본다(96다44860 판결요지 [1]). 예를 들어 속아서 판 물건을 속인 사람에게서 사정을 모른 채 다시 산 사람에게는 취소했다는 사실을 내세울 수 없다.

제한능력을 이유로 한 취소에 관한 민법 제5조·같은 법 제10조·같은 법 제13조에는 이런 제한 규정이 없다.

추인하거나 이행을 계속하면 어떻게 되나?

취소권자가 추인하면 그 뒤에는 취소하지 못한다(민법 제143조 제1항). 추인은 취소권의 포기를 내용으로 하는 의사표시다(98다7421 판결요지 [1]). 상대방이 정해진 행위라면 추인도 상대방에게 의사표시로 한다(민법 제143조 제2항).

추인은 취소의 원인이 소멸된 뒤에 하여야만 효력이 있다(민법 제144조 제1항). 다만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이 추인할 때는 이 제한이 없다(같은 조 제2항).

추인할 수 있게 된 뒤 이행, 이행의 청구, 담보의 제공 등 민법 제145조 각 호의 사유가 있으면 추인한 것으로 본다. 다만 이의를 보류했다면 그렇지 않다(같은 조 단서). 법정추인의 각 호와 사례는 추인에서 설명한다.

언제까지 취소해야 하나?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안에,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하여야 한다(민법 제146조). 두 기간 가운데 하나라도 지나면 취소하지 못한다.

대법원은 제146조의 3년을 일반 소멸시효기간이 아니라 제척기간으로 보고, 그 기간이 지났는지는 당사자의 주장과 관계없이 법원이 당연히 조사하여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96다25371 판결요지 [1]).

「추인할 수 있는 날」이란 취소의 원인이 종료되어 취소권 행사에 관한 장애가 없어져서, 취소권자가 추인할 수도 있고 취소할 수도 있는 상태가 된 때다(98다7421 판결요지 [1]). 취소의 원인이 종료되었더라도 취소권 행사에 관한 장애가 남아 있으면 아직 그날이 오지 않은 것이다.

같은 판결은 강박으로 부동산을 증여하고 제소전화해조서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사안을 다뤘다. 강박 상태에서 벗어난 뒤에도 그 화해조서의 기판력이 있는 동안은 취소에 법률상 장애가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화해조서를 취소하는 준재심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3년이 진행한다고 했다(98다7421 판결요지 [2]).

민법 안에서도 기간과 방법을 따로 정한 취소가 있다. 상속의 승인이나 포기를 총칙편 규정에 따라 취소하는 경우, 그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개월, 승인 또는 포기한 날부터 1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민법 제1024조 제2항). 혼인은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고, 사기나 강박으로 인한 혼인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같은 법 제816조·제823조).

실무 체크포인트

  1. 취소 사유가 제한능력(민법 제5조), 착오(같은 법 제109조 제1항), 사기·강박(같은 법 제110조) 가운데 무엇인지 정한다.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서 제3자가 속이거나 위협했다면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 확인한다(같은 조 제2항).
  2. 추인할 수 있게 된 날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났는지 계산한다(같은 법 제146조, 98다7421 판결요지 [1]).
  3. 추인할 수 있게 된 뒤 이행·이행청구 등을 했는지, 했다면 이의를 보류했는지 확인한다(같은 법 제145조).
  4. 상대방에게 취소의 의사표시를 하고, 보낸 날짜와 상대방에게 도달한 날짜, 내용을 증명할 자료를 남긴다(같은 법 제142조·제111조 제1항).
  5. 돌려줄 것을 정리한다. 제한능력자는 현존이익 한도(같은 법 제141조 단서), 그 밖의 사유는 선의·악의에 따라 같은 법 제748조를 따른다.
  6. 목적물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면, 착오·사기·강박 취소는 그 사람이 선의인지 확인한다(같은 법 제109조 제2항·같은 법 제110조 제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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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10월 15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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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