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대리

표현대리란 대리권이 없거나 그 범위를 넘은 대리행위인데도,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외관이 있고 그 외관 형성에 본인이 관여한 경우, 본인에게 그 행위의 책임을 지우는 제도다(민법 제125조, 민법 제126조, 민법 제129조). 무권대리의 일종이지만, 거래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본인이 책임을 지는 점이 다르다.

쉽게 말하면 —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한 계약이라도, 상대방이 보기에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렇게 믿을 만했다면, 본인이 그 계약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겉보기를 믿고 거래한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세 가지 유형

민법은 표현대리를 세 가지로 나눈다.

  • 대리권 수여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민법 제125조): 본인이 제3자에게 “이 사람에게 대리권을 주었다”고 표시한 경우, 그 표시된 범위 안의 행위에 본인이 책임을 진다. 다만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책임이 없다.
  •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민법 제126조): 대리인이 주어진 권한을 넘는 행위를 했더라도, 상대방이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본인이 책임을 진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되는 유형이다.
  • 대리권 소멸 후의 표현대리(민법 제129조): 대리권이 소멸했는데도 종전 대리인이 대리행위를 한 경우, 그 소멸을 모르는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리권 소멸을 대항하지 못한다. 다만 제3자가 과실로 알지 못했으면 보호받지 못한다.

“위임장을 줬는데 그 범위를 넘겨 계약했다”, “예전 직원이 회사 도장으로 계약했다” 같은 상황에서, 상대방이 믿을 만했다면 본인(회사)이 책임질 수 있습니다.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의 “정당한 이유”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는 제126조는 두 가지를 요구한다. 첫째, 대리인에게 무언가 기본이 되는 대리권(기본대리권)이 있어야 하고, 둘째, 상대방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부부간 일상가사대리권도 기본대리권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곧바로 표현대리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부동산 처분은 일상가사에 속하지 않으므로, 아내가 남편을 대리해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가사대리권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남편이 그 처분행위의 대리권을 주었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 사정이 따로 있어야 한다(69다2218, 2008다95861). 즉 “정당한 이유”는 상대방의 주관적 믿음이 아니라, 그렇게 믿을 만했는지를 객관적 사정으로 판단한다.

이 정당한 이유는 대리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본다. 대리행위 당시 존재한 제반 사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해 판단하며, 대리행위 이후에 생긴 사정은 고려하지 않는다(2024다214297). 따라서 계약 뒤에 본인이 보인 태도나 사후에 제공된 담보 같은 것으로 정당한 이유를 메울 수는 없다.

표현대리가 미치지 않는 영역

표현대리는 사법상 거래의 신뢰를 보호하는 제도여서, 소송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공정증서가 집행력을 가지도록 하는 집행인낙의 의사표시는 공증인에 대한 소송행위이므로, 여기에는 민법상 표현대리 규정이 적용되거나 준용될 수 없다(93다42047).

무권대리와의 관계

표현대리도 대리권 없는 행위라는 점에서 무권대리에 속한다. 다만 좁은 의미의 무권대리는 본인이 추인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고(민법 제130조) 상대방은 무권대리인에게 계약 이행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이지만(민법 제135조), 표현대리가 성립하면 본인이 직접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진다. 상대방으로서는 표현대리를 주장해 본인에게 이행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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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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