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란 타인의 기망으로 의사 형성의 동기에 착오가 생겨 그 결과 한 의사표시다.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는 표시상의 착오는, 제3자의 기망에서 비롯했더라도 제110조의 사기가 아니라 제109조의 착오 법리로 판단한다(2004다43824 판결요지 [1]).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110조 제1항). 상대방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삼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전2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같은 조 제3항). 여기서는 사기를 다루고, 같은 조가 함께 규정한 강박은 강박에서 다룬다.

쉽게 말하면 — 속아서 계약을 맺었을 때 그 계약을 물릴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속인 사람이 계약 상대방이고 그 기망 때문에 동기의 착오에 빠져 계약했다면 취소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10조 제1항, 2004다43824 판결요지 [1]). 속인 사람이 제3자이면, 상대방이 그 속임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만 취소할 수 있습니다. 속은 사정을 모르고 이해관계를 맺은 사람에게는 취소를 주장하지 못합니다. 그 사람이 취소 전에 등장했든 취소 후에 등장했든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기망이라야 사기가 되는가?

제110조는 사기라는 말만 두고 있다. 무엇이 기망행위인지, 어느 정도의 과장까지 허용되는지를 조문이 직접 정하고 있지는 않다.

상품의 선전·광고에 다소의 과장이나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2012다84417 판결요지 [1]). 그러나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같은 판례). 이 판시는 아파트 분양광고에서 도로 개설계획을 사실과 다르게 알린 사안에서 나왔고, 참조조문에 민법 제110조가 적혀 있다.

침묵이나 불고지도 기망이 된다. 아파트 분양자가 단지 인근의 쓰레기 매립장 건설예정 사실을 알리지 않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인정하고 그 위반이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2004다48515 이유 중 판단, 참조조문 민법 제2조·민법 제110조·민법 제750조). 고지의무는 직접적인 법령의 규정뿐 아니라 계약상, 관습상 또는 조리상의 일반원칙에 의하여도 인정된다(같은 판례).

같은 취지가 혼인취소에서도 나왔다. 혼인취소 사유인 민법 제816조 제3호의 사기에는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한 경우뿐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도 포함되고, 그 경우에는 법령, 계약,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위법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다(2015므654 판결요지 [1]). 혼인취소 자체는 강박에서 다룬다.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흥정인가?

반대로 기망성이 부정되는 자리도 있다. 교환계약의 당사자는 이해 상반의 지위에 있으므로,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인정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 목적물의 시가를 묵비하거나 허위로 시가보다 높은 가액을 시가라고 고지하여도 위법한 기망행위가 되지 않는다(2000다54406 판결요지 [2]). 그 경우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불법적인 간섭을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불법행위도 성립하지 않는다(99다38583 판결요지).

적극적 기망으로 위법성이 인정된 예는 이렇다. 토지 공유자가 그 토지 전부를 제3자에게 매도해 놓고 전매차익을 취하려는 의도로 다른 공유자에게 그 사실을 숨긴 채 시가보다 낮은 가격을 시가라고 말해 지분을 사들인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를 적극적 기망으로 보아 위법성을 인정했다(97다36118 판결요지 [2]).

제삼자가 사기를 한 때에도 취소할 수 있는가?

상대방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삼자가 사기를 행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110조 제2항). 조문은 “한하여”로 적고 있다. 상대방이 알지 못했고 알 수도 없었으면 취소하지 못한다.

다만 기망자가 상대방의 대리인 등 상대방과 동일시할 수 있는 자라면 제2항의 제삼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상대방이 사기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98다60828 판결요지 [1], [2]).

어디까지가 동일시할 수 있는 자인지가 다투어진다.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아니면서 기망행위를 하였으나 제2항의 제삼자에 해당하지 않는 자란 그 의사표시에 관한 상대방의 대리인 등 상대방과 동일시할 수 있는 자만을 의미한다(96다41496 판결요지 [3]). 단순히 상대방의 피용자이거나 상대방이 사용자책임을 져야 할 관계에 있는 피용자에 지나지 않는 자는 상대방과 동일시할 수 없어 제2항의 제삼자에 해당한다(같은 판례). 그 사안에서는 상호신용금고 기획감사실 과장이 기망에 가담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권유한 뒤 대출금을 편취했고, 대법원은 금고가 피용자의 사기 사실을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다고 보아 설정자의 취소를 인정했다(같은 판례 판시사항 [4]).

여기서 상대방은 취소의 대상이 되는 의사표시의 상대방을 말한다. 취소를 주장하는 약정의 당사자가 아닌 자는 제2항의 상대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가 있다(2012다112350 이유 중 판단). 그 사안에서는 가등기해제약정의 당사자가 아니면서 말소 당시 그 부동산의 소유자였던 지방자치단체가 문제됐고, 대법원은 그 지방자치단체를 제2항의 상대방으로도 제3항의 제3자로도 보지 않았다(같은 판례).

착오를 규정한 민법 제109조에는 제삼자의 관여에 관한 이런 규정이 없다.

취소를 선의의 제삼자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가?

전2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110조 제3항). 조문은 제삼자의 선의만 적고 있고 무과실을 따로 요구하고 있지 않다.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취소와 제2항에 따른 취소 모두에 걸린다.

여기서 제삼자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의 당사자 및 포괄승계인 이외의 자로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를 기초로 하여 새로운 법률원인으로써 이해관계를 맺은 자를 말한다(96다44860 판결요지 [1]). 부동산 양도계약이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인 경우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기망행위자와 새로운 법률원인을 맺어 이해관계를 갖게 된 자만이 제3항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같은 판례 판결요지 [2]). 그런 이해관계를 맺지 않은 자는 제3항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가 있다(2012다112350 이유 중 판단).

보호되는 시점의 범위가 취소 이전으로 한정되지도 않는다. 취소하면 취소의 소급효로 그 행위의 시초부터 무효인 것으로 된다(75다533 판결요지). 그래서 취소를 주장하는 자와 양립되지 아니하는 법률관계를 가졌던 것이 취소 이전인지 이후인지는 가릴 필요가 없다(같은 판례).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및 그 취소사실을 몰랐던 모든 제3자에 대하여 취소를 대항하지 못한다(같은 판례). 취소했다고 해서 그 뒤에 등장한 선의의 제3자를 배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입증책임도 정해져 있다. 사기의 의사표시로 인한 매수인으로부터 부동산의 권리를 취득한 제3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의로 추정하므로, 양도인이 제3자에 대하여 취소를 주장하려면 제3자의 악의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70다2155 판결요지).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본다(민법 제141조 본문). 다만 제한능력자는 그 행위로 인하여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상환할 책임이 있다(같은 조 단서). 이미 이행한 급부의 반환은 부당이득 법리로 처리한다(민법 제741조). 말소등기의 등기원인이 된 법률행위가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된 경우, 말소된 등기는 말소회복등기의 대상인 부적법하게 말소된 등기에 해당한다(2012다112350 판시사항).

취소 대신 손해배상만 구할 수 있는가?

구할 수 있다. 분양자의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이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분양계약자는 기망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취소하고 분양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도 있고 취소를 원하지 않으면 그로 인한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도 있다(2004다48515 이유 중 판단, 판시사항 [3]).

제3자가 속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제3자의 사기행위로 피해자가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그 사기행위 자체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이상 제3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므로, 피해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하여 반드시 그 계약을 취소할 필요는 없다(97다55829 판결요지). 제2항 때문에 취소가 막히는 사안에서는 기망자에 대한 민법 제750조 청구가 남는 길이 된다.

사기는 착오·사해행위취소와 어떻게 나뉘는가?

착오는 표의자의 인식이 실제와 어긋난 경우이고, 사기는 타인의 기망 때문에 그런 인식을 갖게 된 경우다. 둘이 배타적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고, 같은 사안에서 요건을 각각 갖추면 어느 쪽으로도 다툴 수 있다. 제109조 제1항 단서는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적고 있다. 제110조에는 그런 단서가 없으므로, 그 조의 다른 요건을 갖췄다면 속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 자체만으로 취소가 막히지는 않는다.

어느 쪽 법리로 가는지가 결론을 바꾸기도 한다. 신원보증서류로 알고 연대보증서에 서명한 사안처럼 제3자의 기망이 표시상의 착오를 일으킨 경우에는 제110조 제2항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착오에 관한 법리만을 적용하여 취소권 행사의 가부를 가려야 한다(2004다43824 판결요지 [1]). 제109조에는 제3자의 관여를 따지는 규정이 없으므로, 이 경로에서는 상대방이 기망을 알았는지를 묻지 않는다.

사해행위취소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 채권자가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다(민법 제406조 제1항 본문). 취소권자와 요건, 행사 방법, 기간이 제110조의 취소와 다르다.

취소권은 누가 언제까지 행사하는가?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는 제한능력자, 착오로 인하거나 사기·강박에 의하여 의사표시를 한 자, 그의 대리인 또는 승계인만이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140조). 상대방은 취소권자가 아니다.

민법 총칙상 일반적인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내에,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내에 행사하여야 한다(민법 제146조). 두 기간은 제척기간이다. 다만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는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청구하지 못하고(민법 제823조), 상속의 승인·포기를 총칙상 사기로 취소하는 경우에는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개월, 승인 또는 포기한 날로부터 1년의 특칙이 적용된다(민법 제1024조 제2항).

기산점인 “추인할 수 있는 날”은 법률행위를 한 날이 아니다. 추인은 원칙적으로 취소의 원인이 소멸된 후에 해야 효력이 있지만, 법정대리인 또는 후견인이 추인하는 경우에는 그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민법 제144조). 제146조의 추인할 수 있는 날이란 취소의 원인이 종료되어 취소권 행사에 관한 장애가 없어져서 취소권자가 취소의 대상인 법률행위를 추인할 수도 있고 취소할 수도 있는 상태가 된 때를 가리킨다(98다7421 판결요지 [1]). 사기라면 기망 상태에서 벗어난 때가 그 시점이 된다. 취소의 상대방, 추인과 법정추인은 법률행위의 취소에서 다룬다.

대리인이 낀 경우는 두 국면을 나눈다. 대리인이 속아서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의사의 흠결, 사기, 강박 또는 어느 사정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것으로 인하여 영향을 받을 사실의 유무를 대리인을 기준으로 정한다(민법 제116조 제1항 발췌). 취소권은 본인에게 귀속한다. 다만 특정한 법률행위를 위임한 경우에 대리인이 본인의 지시에 좇아 그 행위를 한 때에는 본인이 안 사정 또는 과실로 알지 못한 사정에 관하여 대리인의 부지를 주장하지 못한다(같은 조 제2항).

반대로 상대방의 대리인이 기망행위를 한 경우는 제116조의 문제가 아니다. 그 대리인은 상대방과 동일시할 수 있는 자여서 제110조 제2항의 제삼자에 해당하지 않는다(98다60828 판결요지 [1]).

제110조가 통하지 않는 자리

민법상의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은 특별한 규정이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송행위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소송행위가 강박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임을 이유로 취소할 수는 없다(96다35484 판결요지 [1]). 회사성립 후에는 주식을 인수한 자가 사기·강박·착오를 이유로 그 인수를 취소하지 못하고, 창립총회에 출석하여 권리를 행사한 자는 회사 성립 전에도 같다(상법 제320조). 신주는 변경등기를 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나거나, 그 전이라도 그 주식에 대하여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면 사기·강박·착오를 이유로 인수를 취소하지 못한다(상법 제427조).

반대로 통하는 자리도 정해져 있다. 화해계약이 사기로 인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에 관한 사항에 착오가 있더라도 제110조에 따라 취소할 수 있다(2008다15278 판시사항 [1]).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 유동적 무효 상태인 거래계약에서도 사기·강박에 의한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97다36118 판시사항 [1]).

실무 체크포인트

  • 속인 사람이 계약 상대방 또는 그와 동일시할 수 있는 자인지, 제3자인지 먼저 확인한다. 제3자가 속인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까지 주장해야 취소가 된다(민법 제110조 제2항, 98다60828 판결요지 [1]).
  • 취소한 뒤에도 목적물을 곧바로 회복·보전한다. 취소 전에 이해관계를 맺었는지 취소 후에 맺었는지를 가리지 않고, 사기와 그 취소 사실을 몰랐던 제3자에게는 취소로 대항하지 못한다(75다533). 제3자의 선의는 추정되므로 그 악의를 입증할 자료도 함께 챙긴다(70다2155).
  • 취소가 막히는 사안인지 먼저 본다. 제3자가 속였는데 상대방이 선의·무과실이면 그 사기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지만, 기망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97다55829, 민법 제750조).
  • 광고나 설명의 과장을 다툴 때는 그것이 거래에서 중요한 사항인지, 구체적 사실을 허위로 고지한 것인지를 나누어 정리한다(2012다8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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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8월 14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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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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