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행위의 무효

계약이 사회질서 위반·불공정·허위표시·효력규정 위반 같은 무효 사유에 해당하면 효력이 생기지 않고, 이미 넘긴 것은 원칙적으로 부당이득으로 돌려받는다(민법 제741조). 다만 불법의 원인으로 준 것은 돌려받지 못하고(같은 법 제746조), 허위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같은 법 제108조 제2항).

쉽게 말하면 — 갑이 채권자를 피하려고 자기 부동산을 친척 을에게 판 것처럼 꾸며 등기를 넘긴 경우입니다. 둘이 짜고 한 허위의 매매라서 무효입니다. 그런데 갑이 부동산을 되찾으려 할 때 을이 이미 그 사정을 모르는 병에게 팔았다면, 갑은 병에게 매매가 무효라고 내세우지 못합니다(민법 제108조 제2항).

어떤 경우에 계약이 무효가 되나?

민법이 무효로 정한 경우와 판례가 무효로 본 경우가 있고, 그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법률행위는 무효다.

  •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다(민법 제103조, 공서양속). 타인의 소송에서 증인이 증언을 조건으로 당사자 등으로부터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대가를 받기로 한 약정이 그 예다(2009다56283). 판례는 내용 자체는 반사회적이지 않아도 다음 두 경우를 여기에 포함하지만, 성립 과정에 강박이 쓰였을 뿐이면 제103조로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2000다47361).
    •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반사회적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가 결부되어 반사회적 성질을 띠게 된 경우
    •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동기가 반사회적인 경우
  •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다(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 객관적으로는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어야 한다. 주관적으로는 그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해 이루어져야 한다. 궁박·경솔·무경험 세 가지를 모두 갖출 필요는 없고 그중 일부만 있어도 된다. 반대로 상대방에게 그 사정을 알면서 이용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면 성립하지 않는다(2002다38927).
  • 진의 아닌 의사표시는 효력이 있지만, 상대방이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무효다(민법 제107조 제1항, 비진의표시).
  •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다(민법 제108조 제1항, 통정허위표시).
  •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 법률행위도 무효다. 의사능력이란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다. 그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마다 따로 판단한다. 특별한 법률적 의미나 효과가 있는 행위라면 그 의미와 효과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민법 제141조 단서가 유추적용되어, 의사무능력자는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돌려주면 된다. 받은 것이 금전이면 소비했는지와 상관없이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이익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은 의사무능력자 쪽이 증명해야 한다(2008다58367).
  • 법령의 효력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다(2013다79887).

법령이 금지한 계약은 모두 무효인가?

모두 무효는 아니다. 판례는 위반의 효력에 관한 명문 규정이 있으면 그에 따르고, 없으면 금지 규정의 목적과 의미에 비추어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하거나 효력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해 정한다(2018다258562). 효력규정이란 위반한 계약의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하는 강행규정이고, 단속규정이란 위반 행위를 금지하되 계약의 사법상 효력은 부인하지 않는 규정이다.

이와 달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임의규정)과 다르게 약정했다면 그 약정에 따른다(민법 제105조). 판례가 금지 규정의 성격을 판단한 예는 다음과 같다.

  • 구 농지법 제23조의 농지 임대 금지는 강행규정이다. 형사 처벌과 별도로 계약 효력 자체를 부정해야 입법 취지를 이룰 수 있다는 이유다.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농지를 임대하기로 한 계약은 무효다(2013다79887).
  • 등록 없는 투자일임업을 금지한 구 자본시장법 제17조는 단속규정이다. 위반 계약이 사법상 효력까지 부인해야 할 만큼 현저히 반사회성, 반도덕성을 지닌 것은 아니라는 등의 이유다(2018다258562).

무효이면 이미 주고받은 것은 어떻게 되나?

무효인 계약에 따라 넘긴 돈이나 물건은 법률상 원인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741조). 취소할 수 있는 행위는 취소되어야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무효와 다르다(같은 법 제141조, 법률행위의 취소).

불법원인급여란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것이고, 이때 급여한 사람은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746조). 다만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으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같은 조 단서). 제746조 본문이 적용되는 경우(불법원인이 급여자에게도 있는 경우) 급여한 사람은 부당이득반환청구는 물론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고, 급여한 물건의 소유권은 받은 상대방에게 귀속된다(79다483 전원합의체).

강행법규를 어겨 무효라고 해서 곧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불법’이 있으려면 급부의 원인이 된 행위가 사회질서에 위반될 뿐 아니라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거나, 강행법규 위반 급부를 반환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규범 목적에 맞지 않는 경우 등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구 농지법 위반으로 무효인 농지임대차의 임차인은 반사회성이 현저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원인급여를 내세워 임대인의 점용 손해배상 청구를 거부할 수 없다(2013다79887).

계약의 일부만 무효이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나?

원칙적으로 전부가 무효이지만, 무효인 부분이 없더라도 그 법률행위를 했으리라고 인정되면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민법 제137조). 이 조문은 임의규정이어서, 효력규정 위반으로 일부가 무효인 경우 개별 법령에 일부무효 규정이 있으면 그에 따르고, 없으면 원칙적으로 이 조문이 적용된다. 다만 나머지까지 무효로 하면 그 효력규정과 법의 취지에 명백히 반하는 결과가 되는 경우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공공건설임대주택 임대보증금 상한 사건, 2020다253515). 자세한 것은 일부무효에서 설명한다.

무효인 계약이 나중에 유효가 될 수 있나?

추인해도 원칙적으로 효력이 생기지 않지만, 당사자가 무효임을 알고 추인하면 그때 새로운 법률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39조).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인 경우에는 추인으로 유효가 될 수 없다(94다10900). 추인의 요건은 무효행위의 추인에서 설명한다.

무효인 행위가 다른 법률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당사자가 무효를 알았다면 그 다른 행위를 의욕했으리라 인정되면 다른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가진다(민법 제138조, 무효행위의 전환). 대금이 지나쳐 제104조로 무효인 매매도 쌍방이 무효를 알았다면 다른 대금으로 합의했으리라고 예외적으로 인정되면 그 대금의 매매로 성립할 수 있다(2010다106702).

유동적 무효란 허가를 받기 전에는 효력이 없지만, 허가를 받으면 소급하여 유효해지고 불허가되면 무효로 확정되는 상태다. 구 국토이용관리법상 규제구역의 토지를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거래한 계약이 여기에 해당한다.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내용이면 확정적으로 무효다(90다12243 전원합의체, 유동적 무효).

무효 주장은 어떤 경우에 제한되나?

비진의표시와 통정허위표시의 무효는 그 사정을 모르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107조 제2항, 같은 법 제108조 제2항). 대항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무효를 내세울 수 없다는 뜻이다. 허위표시로 생긴 채권을 가압류한 사람도 제3자에 해당하고, 선의이면 족하며 무과실은 요건이 아니다(2003다70041). 예를 들어 채권자를 피하려고 부동산을 친척에게 판 것처럼 꾸몄다면 그 매매는 무효지만, 친척에게서 그 부동산을 산 사람이 그 사정을 몰랐다면 그 사람에게는 무효를 대항하지 못한다.

구 국토이용관리법의 토지거래허가 규정을 어긴 사람이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 대법원은 이를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으로 배척하면 그 법의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킨다고 보았다(97다33218). 그래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는데도 다른 급박한 사정으로 절차를 회피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같은 판례).

실무 체크포인트

  1. 무효 사유가 무엇인지 확인한다. 사회질서 위반·불공정·비진의표시·허위표시·의사무능력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보고, 법령 위반이면 위반의 효력을 정한 명문 규정이 있는지, 없으면 금지 목적에 비추어 무효나 효력 제한이 필요한지 본다(2018다258562).
  2. 이미 주고받은 것이 있으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본다. 그 급여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면 수익자에게만 불법원인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746조).
  3. 상대방이 구 국토이용관리법상 토지거래허가 위반을 내세워 무효를 주장하면 위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본다(97다33218).
  4. 계약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허위표시를 바탕으로 그 목적물이나 채권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었으면, 그 사람이 무효 사정을 몰랐는지 확인한다. 몰랐다면 과실이 있어도 그 사람에게 허위표시의 무효를 내세우지 못한다(2003다7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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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10월 17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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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