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청구(代償請求)란 채무의 목적물이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그 이행불능 사유로 채무자가 취득한 대상이익(代償利益)의 인도 또는 양도를 청구하는 권리다.
쉽게 말하면 — 내가 받기로 한 물건이 없어져서 받을 수 없게 됐는데, 채무자가 그 물건에 대해 보험금·수용보상금 같은 이익을 받았다면, 그 이익을 대신 내놓으라고 청구하는 것입니다.
민법상 근거
민법에 대상청구권을 직접 규정한 조문은 없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행불능의 효과로서 전보배상청구권·계약해제권 외에 대상청구권을 해석상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보아 이를 인정한다(92다4581, 99다23901).
대상청구권은 이행불능 일반의 효과여서 채무자의 귀책 유무를 가리지 않는다(92다4581). 수용·국유화처럼 쌍방에 책임 없는 불능이 대표적 사례일 뿐, 개념이 그 경우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자주 문제되는 국면은 쌍무계약의 위험부담이다.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일방의 채무가 이행불능이 되면 그 채무자는 반대급부를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537조). 그런데 그 이행불능 사유로 채무자가 수용보상금·보험금·손해배상채권 같은 이익을 얻는 경우, 채권자는 채무자가 얻은 대상이익의 인도·양도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채권자가 대상이익을 가져가려면 자신의 반대급부와 정산해야 한다(아래 효과 참조). 한편 채권자 귀책으로 이행불능이 된 경우의 채무자 이익상환의무는 민법 제538조 제2항이 따로 정한다.
법에 딱 명시된 조항은 없지만 법원이 공평의 원칙으로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채무자가 이행불능 덕분에 뭔가 이익을 얻었다면, 그 이익은 결국 채권자 몫이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요건은 무엇인가
대상청구가 인정되려면 다음 요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해 특정 목적물의 인도 또는 권리 이전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이 존재해야 한다.
둘째, 그 채권의 목적인 이행이 불능이 되어야 한다. 이행불능은 물리적·절대적 불능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생활의 경험법칙·거래관념상 채권자가 이행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한다(2016다200729). 다만 단순한 이행곤란만으로는 부족하다.
셋째, 이행불능의 원인으로 채무자가 대상이익을 취득해야 한다. 대상이익이란 목적물의 멸실·훼손·수용 등으로 채무자가 받은 보험금·수용보상금 또는 취득한 손해배상채권 등이다.
넷째, 대상이익과 이행불능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행불능을 야기한 바로 그 원인으로 대상이익이 발생해야 한다.
“물건이 없어졌고, 그 사유로 채무자가 뭔가 받았다”는 두 사실이 핵심입니다. 이 두 가지가 인과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청구가 됩니다.
판례가 인정한 대상청구
대상청구권은 주로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목적물의 수용·국유화로 이행불능이 된 사안에서 인정돼 왔다. 수용처럼 채무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어 전보배상을 묻기 어려운 경우에도 대상청구권은 별도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 실익이 있다(94다25025).
- 매매목적 토지의 수용: 매매목적 토지가 수용돼 매도인의 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면, 매수인은 매도인이 받은 수용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92다4581).
- 취득시효 완성 후 수용: 취득시효가 완성된 토지가 수용돼 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면, 시효완성자는 토지 소유자가 받은 수용보상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94다25025).
- 경매목적물의 하천구역 편입: 경매로 취득한 토지가 경락허가결정 후 하천구역에 편입돼 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면, 경락자도 손실보상금에 대한 대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99다23901).
실제 사건은 대부분 “사려던(또는 시효로 얻을) 땅이 수용돼 못 받게 됐는데, 원래 주인이 보상금을 받은” 경우입니다. 그 보상금을 대신 달라고 하는 것이 대상청구입니다.
효과는 무엇인가
대상청구가 인정되면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대상이익의 인도 또는 양도를 청구할 수 있다. 대상이익이 금전(보험금·수용보상금)이면 그 금액의 지급을 청구하고, 손해배상채권·보상금청구권이면 그 채권의 양도를 청구한다. 다만 대상청구권은 채권적 청구권이므로, 채무자가 받은 보상금의 반환이나 보상금청구권의 양도를 구할 수 있을 뿐 보상금청구권 자체가 채권자에게 당연히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95다56910).
대상이익이 본래 급부의 가치를 초과하더라도 채권자가 대상이익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와, 본래 급부의 가치 한도에서만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뉜다. 판례는 이 점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자가 대상청구를 하는 경우, 쌍무계약이라면 채권자는 자신의 반대급부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대상청구는 민법 제537조의 위험부담 규정에 의해 원래 채무가 소멸한 상황에서의 형평적 구제이므로, 채권자가 반대급부를 면제받으면서 대상이익까지 모두 취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상이익을 받으려면 자기도 줄 것은 줘야 합니다. 이쪽에서는 아무것도 안 주면서 저쪽의 보험금만 가져가는 건 안 됩니다.
집행법상 대상청구 집행권원
집행법에서 “대상청구”는 별도의 의미로도 쓰인다. 본래 의무의 이행이 불가능한 때에 그에 갈음하여 다른 급부를 청구할 수 있는 집행권원이 대상청구 집행권원이다.
이 집행권원에 기한 집행은, 채권자가 본래 의무의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개시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41조 제2항). 전제는 집행권원 자체가 “본래 급부가 불가능하면 그에 갈음하여 다른 급부를 집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특정물 인도 의무에 “인도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을 지급하라”는 갈음 급부까지 함께 명한 집행권원이 있는 경우, 채권자는 본래 인도 집행이 불가능함을 증명해 그 가액 집행을 개시할 수 있다. 본래 급부만 명한 판결이 곧바로 금전 집행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판결에서 “원래 의무를 못 이행하면 이걸로 대신 집행하라”고 정해 놓은 경우, 실제로 집행하려면 원래 의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청구취지를 “반환” 또는 “양도”로 잡는다. 보상금청구권이 채권자에게 당연히 귀속되는 것이 아니므로(95다56910), “보상금청구권이 나에게 있음을 확인”이 아니라 “채무자가 받은 보상금의 반환” 또는 “보상금청구권의 양도”로 청구한다.
- 청구원인에서 대상청구권 행사임을 명확히 한다. 대상청구는 부당이득·손해배상과 혼동되기 쉽다. 보상금 지급을 구하는 청구가 대상청구권 행사 취지인지 해석된 사례가 있으므로(92다4581), 청구원인에 대상청구권 행사임을 분명히 적는다.
- 대상이익이 보험금이면 채무자가 보험금을 이미 수령했는지 확인한다. 수령 전이라면 보험금 청구권 자체의 양도를 청구해야 한다.
- 부동산 매매에서 수용이 이루어진 경우가 대상청구의 전형적 사례다. 매수인은 이전등기 대신 수용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92다4581).
-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이행불능 시(수용·국유화 시)부터 진행한다. 다만 보상금을 청구할 방법·절차가 없다가 뒤늦게 마련된 경우에는 그 시점부터 진행한다(99다23901).
- 채권자가 직접 자기 명의로 보상금을 수령했더라도 채무자에 대한 관계에서 부당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99다23901).
- 집행법상 대상청구 집행권원은 집행개시 단계에서 불능을 증명한다. 집행문부여 단계가 아니다(집행개시의 요건 참조).
관련
- 개념·해설
- 법령
- 판례·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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