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대리인이란 본인의 위임 없이 법률 규정에 의해 당연히 대리권을 취득하는 사람이다. 미성년자의 친권자(민법 제911조)와 후견인(민법 제938조)이 대표적이다.
쉽게 말하면 — 스스로 계약을 맺거나 법적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사람(아이, 치매 노인 등) 대신 법이 “이 사람이 대신 결정하세요”라고 지정해주는 대리인입니다. 당사자가 직접 선택한 대리인(임의대리인)과 달리, 법정대리인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 규정으로 정해집니다.
누가 법정대리인이 되는가
법정대리인이 되는 유형은 세 가지다.
첫째,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 친권을 행사하는 부 또는 모는 미성년자인 자의 법정대리인이 된다(민법 제911조). 부모가 함께 친권을 행사하면 공동 법정대리인이 된다.
둘째, 성년후견인·미성년후견인.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법정대리인이 된다(민법 제938조 ①). 가정법원은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를 별도로 정할 수 있다(같은 조 ②).
셋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인은 원칙적으로 법정대리인이 아니지만, 가정법원이 대리권을 수여하는 심판을 하면 그 범위에서 대리권을 가진다(민법 제959조의4 ①). 즉 대리권 수여 심판을 받은 범위에서만 대리권이 생긴다.
법정대리인이 대리·동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은 제한능력자다. 미성년자·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이 제한능력자에 해당한다.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민법 제5조 ①),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있으며(민법 제10조 ①), 피한정후견인은 가정법원이 정한 범위의 행위에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민법 제13조 ①·④).
부모가 살아 있고 친권을 행사 중이면 그 부모가 자녀의 법정대리인입니다. 부모가 없거나 친권이 상실되면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그 후견인이 법정대리인이 됩니다. 성인이라도 치매 등으로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성년후견인이, 판단력이 부족해 한정후견이 개시되면 대리권을 받은 한정후견인이 법정대리인 역할을 합니다.
법정대리인의 권한
법정대리인은 피대리인의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를 대리한다.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동의권도 함께 가진다.
동의권.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하려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의 없이 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5조). 다만 권리만 얻거나 의무만 면하는 행위는 동의 없이도 유효하다(같은 조 ①).
대리권. 법정대리인인 친권자는 자의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를 대리한다(민법 제920조). 단, 자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부담할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같은 조 단서).
복대리인 선임. 법정대리인은 자신의 책임으로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민법 제122조). 부득이한 사유로 선임한 경우에는 선임·감독에 관한 책임만 진다.
법정대리인은 단순히 대신 서명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자녀가 계약하기 전에 “동의”할 권한도 있고, 아예 자녀 대신 직접 계약 당사자로 나설 수 있는 “대리” 권한도 있습니다.
이해상반행위와 특별대리인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와 자녀 사이에 이해가 충돌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친권자는 법원에 자녀를 위한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민법 제921조 제1항). 친권에 따르는 여러 자녀 사이에 이해가 충돌할 때도 그중 한쪽을 위한 특별대리인을 청구해야 한다(같은 조 제2항).
이해상반 여부는 행위의 객관적 성질로 판단한다. 친권자의 의도나 실제 이해대립이 생겼는지는 묻지 않는다(96다10270). 예를 들어 친권자가 공동상속인이면서 미성년 자녀의 상속포기만 대리해 자기 몫을 늘리는 구조라면 이해상반행위가 된다. 반면 판례는 친권자가 자신의 상속분과 미성년 자녀들의 상속분을 함께 포기한 사안에서 이해상반행위가 아니라고 보았다(88다카28044). 공동상속인 전원이 함께 상속포기를 하는 등 이해가 충돌하지 않는 경우에는 특별대리인 없이 친권자가 대리할 수 있다.
부모도 자녀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법정대리인으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상속인이 되었을 때, 한쪽의 상속포기가 다른 쪽에 유리해질 수 있으면 법원이 선임한 별도의 특별대리인이 자녀를 대신합니다. 이때 “이해가 충돌하는지”는 그 행위의 성질만 보고 판단하지, 부모가 실제로 자녀에게 손해를 끼쳤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소송에서의 법정대리
제한능력자는 원칙적으로 법정대리인에 의해서만 소송행위를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55조 ①). 미성년자와 피성년후견인은 스스로 소를 제기하거나 응소할 수 없고, 법정대리인이 대신한다. 단 미성년자가 독립해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경우 등은 예외다(같은 조 ① 단서).
피한정후견인은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한 행위에 관해서만 대리권 있는 한정후견인에 의해 소송행위를 한다(민사소송법 제55조 ②). 후견인이 소의 취하·화해·청구의 포기·인낙을 하려면 후견감독인의 특별한 권한을 받아야 하고, 후견감독인이 없으면 가정법원의 특별한 권한을 받아야 한다(민사소송법 제56조 ② 본문·단서).
소송에서도 미성년자나 피성년후견인은 혼자 나설 수 없고 법정대리인이 대신 소송을 진행합니다. 특히 소를 취하하거나 화해하는 등 사건을 끝내는 중요한 결정은 후견인이라도 후견감독인의 별도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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