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리인이란 법정대리인과 본인(피대리인) 사이에 이해가 충돌하는 특정 행위에 한해 법원이 선임하는 임시 대리인이다(민법 제921조, 민법 제64조).
쉽게 말하면 — 예를 들어 엄마가 자녀들 대신 상속재산을 나누는 협의를 하려는데, 엄마 자신도 상속인이어서 이해관계가 겹칩니다. 이때 엄마는 자녀를 대리할 수 없고, 법원이 별도로 사람을 선임해 자녀를 대신하게 합니다. 그 사람이 특별대리인입니다.
언제 필요한가 — 이해상반행위
특별대리인 선임이 필요한 상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친권자와 자녀 사이의 이해상반.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와 자녀 사이에 이해가 충돌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친권자가 법원에 자녀를 위한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민법 제921조 ①). 가장 흔한 예는 상속재산 분할협의다. 배우자가 사망해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되면, 생존 배우자(친권자)와 미성년 자녀의 이해관계가 대립한다. 배우자가 미성년 자녀를 대리해 협의하면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한다.
둘째, 친권에 따르는 자녀들 상호 간의 이해상반. 친권자가 친권에 따르는 여러 자녀 사이에 이해가 충돌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어느 한쪽 자녀를 위한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민법 제921조 ②). 예를 들어 미성년 자녀 둘이 공동상속인인 경우, 친권자는 두 자녀를 함께 대리해 분할협의를 할 수 없다. 자녀 각자에게 특별대리인이 필요하다.
셋째, 법인과 이사의 이익 상반. 법인과 이사의 이익이 상반하는 사항에 관해서는 이사는 대표권이 없고,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특별대리인을 선임한다(민법 제64조, 민법 제63조).
대표적인 경우는 상속재산 분할협의입니다.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상속인이 되면, 자녀 1인당 특별대리인 1명이 필요합니다. 미성년 자녀 두 명이면 특별대리인도 두 명이어야 합니다.
이해상반행위인지 판단하는 기준
이해상반 여부는 행위의 객관적 성질로 판단한다. 친권자의 의도나 동기, 그 행위로 실제 이해대립이 생겼는지는 묻지 않는다(96다10270).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원칙적으로 상속인 사이에 이해가 대립하는 행위로 본다(2007다17482, 92다18481).
구체적 판단은 나뉜다. 친권자가 자기 채무의 담보로 자녀 지분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은 이해상반행위다(2001다65960). 반면 친권자가 자기가 대주주인 회사의 채무 담보로 자녀 공유지분을 제공하는 것은, 자녀에게 불이익만 주더라도 행위의 객관적 성질상 회사 채무 담보에 불과해 이해상반행위가 아니다(96다10270).
성년인 자녀와 미성년인 자녀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상황이더라도, 민법 제921조 제2항의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해상반행위는 쌍방 모두 친권에 복종하는 미성년자인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75다2340, 88다카28044).
“나는 자녀한테 유리하게 해줄 생각이었다”는 말은 의미 없습니다. 행위 자체의 구조상 이해가 충돌하면 특별대리인이 필요합니다. 다만 자녀에게 손해만 되는 행위라고 무조건 특별대리인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친권자가 운영하는 회사 빚의 담보로 자녀 재산을 잡히는 것은, 친권자와 자녀의 이해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구조는 아니어서 특별대리인 없이도 할 수 있다고 본 판례가 있습니다.
후견인에게도 적용되나
후견인에 대해서도 민법 제921조가 준용된다. 다만 후견감독인이 있는 경우에는 후견감독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하므로 특별대리인 선임이 필요 없다(민법 제949조의3).
선임 청구권자·관할·청구 시 특정할 사항·대리권 제한·개임 등 절차는 특별대리인 선임에서 다룬다.
권한 범위 — 선임된 특정 행위에 한정
특별대리인의 권한은 법원이 선임 목적으로 정한 특정 행위에만 미친다.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위해 선임된 특별대리인은 그 분할협의만 대리하고, 자녀의 재산 일반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미성년 자녀가 여럿이면 자녀마다 별도로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하고, 한 사람이 여러 자녀를 함께 대리할 수 없다(2007다17482, 92다18481).
특별대리인은 법원이 정해 준 그 일만 대신합니다. “상속재산 나누는 협의”를 위해 선임됐다면 그 협의에만 관여하고, 자녀의 다른 재산까지 관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가 둘이면 특별대리인도 두 명을 따로 세워야 합니다.
이해상반이 아니면 — 대리권 남용 법리로 통제
친권자의 대리행위가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면, 특별대리인은 필요 없고 그 행위를 할지 여부는 친권자의 재량에 맡겨진다. 이때는 자녀의 이익을 무시하고 친권자 본인이나 제3자의 이익만 도모해 대리권 수여의 법 취지에 현저히 반한다고 인정되는 사정이 있어야 대리권 남용으로 무효가 된다(2008다73731). 이해상반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자녀에게 불리한 처분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소송상 특별대리인과의 구별
민법 제921조의 특별대리인은 실체법상 이해상반행위를 대리하는 사람이다. 이와 별개로 소송에서 선임되는 소송상 특별대리인이 있다(민사소송법 제62조). 법정대리인이 없거나 대리권이 없는 경우, 법정대리인이 사실상·법률상 장애로 대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 등에 소송 지연으로 손해 볼 염려가 있으면, 친족·이해관계인 등이 수소법원에 선임을 신청한다(같은 조 제1항).
두 제도는 선임 법원과 근거가 다르다. 민법상 특별대리인은 가정법원이 라류 가사비송으로 선임하지만(민법 제921조), 소송상 특별대리인은 수소법원이 결정으로 선임한다(민사소송법 제62조 제4항). 소송상 특별대리인은 대리권 있는 후견인과 같은 권한을 가지며, 그 대리권 범위에서 법정대리인의 권한은 정지된다(같은 조 제3항).
같은 “특별대리인”이라도 두 종류입니다. 상속재산 분할 같은 실체적 행위를 위한 것은 가정법원에서 뽑고, 소송을 대신 진행할 사람은 그 소송이 걸린 법원에서 뽑습니다. 뽑는 법원도 근거 법도 다릅니다.
위반의 효과
특별대리인 없이 친권자가 이해상반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는 무효다. 강행법규인 민법 제921조에 위반되기 때문이다(2007다17482). 분할협의의 경우 무효는 협의 전체에 미치고, 피대리자 전원이 추인하면 유효가 된다.
특별대리인을 빠뜨리고 한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처음부터 없는 것입니다. 등기가 됐어도 무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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