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

유치권(留置權)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사람이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목적물을 돌려주지 않고 유치할 수 있는 법정담보물권이다(민법 제320조). 약정으로 설정하는 담보권이 아니라 법률상 요건을 갖추면 원칙적으로 성립한다. 다만 당사자는 미리 유치권 발생을 막는 특약을 할 수 있고, 이 특약이 있으면 다른 법정요건을 모두 갖추더라도 유치권은 발생하지 않으며 특약 상대방이 아닌 사람도 그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 특약에 조건을 붙일 수 있고, 조건의 유무는 처분문서의 문언·체결 경위·목적·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2016다234043 판결요지 [1]~[3]).

쉽게 말하면 — 남의 물건을 돌려줘야 하지만 그 물건 때문에 받을 돈이 아직 남아 있다면, 돈을 받을 때까지 물건을 붙잡아 둘 수 있는 권리입니다. 수리점이 수리비를 받을 때까지 수리한 차를 넘겨주지 않는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나

민법상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네 가지가 필요하다(민법 제320조).

  1.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점유는 직접점유뿐 아니라 간접점유도 가능하지만, 채무자를 직접점유자로 두고 채권자가 간접점유하는 구조는 유치권의 점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유치권은 목적물 인도를 거절해 변제를 압박하는 권리인데, 채무자 자신이 직접 점유하고 있으면 그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2007다27236).
  2.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어야 한다. 이를 견련성이라고 한다. 수리비, 보관료, 운반비, 필요비, 유익비처럼 목적물의 보존·개량·처리와 직접 관련된 채권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임차인의 권리금반환청구권은 건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아니므로 건물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될 수 없다(93다62119).
  3.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해야 한다. 아직 지급기한이 오지 않은 채권으로는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민법 제320조 제1항).
  4.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조문은 「그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한 경우」를 배제하므로, 절취·강취처럼 점유 취득 자체가 불법인 경우만이 아니라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면 유치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민법 제320조 제2항).

유치권의 핵심은 “합법적 점유”와 “물건 관련 채권”입니다. 받을 돈이 있어도 그 물건과 무관하거나, 점유 자체가 위법하면 유치권으로 버틸 수 없습니다.

어떤 효력이 있나

유치권자는 채권 전부를 변제받을 때까지 유치물 전부를 유치할 수 있다(민법 제321조). 피담보채권 일부가 변제되어도 목적물을 비율대로 나누어 돌려줄 의무는 없다. 이를 유치권의 불가분성이라고 한다.

유치권자는 채권 변제를 받기 위하여 유치물을 경매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감정인의 평가에 따라 유치물 자체를 변제에 충당하도록 법원에 청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미리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한다(민법 제322조). 유치권자는 유치물에서 생기는 과실을 수취해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자기 채권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고, 과실이 금전이 아니면 경매해야 하며 충당 순서는 이자, 원본 순서다(민법 제323조).

필요비를 지출했다면 소유자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유익비는 가격 증가가 현존하는 경우에 한하여, 소유자의 선택에 따라 지출액이나 증가액을 상환받는다. 법원은 소유자의 청구에 따라 상당한 상환기간을 허여할 수 있다(민법 제325조).

다만 유치권에는 저당권 같은 의미의 우선변제권이 없다. 유치권에 의한 경매에서도 유치권자는 일반채권자와 같은 순위로 배당받는 것이 원칙이다(2011다35593). 유치권의 힘은 배당순위가 아니라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유치권은 “먼저 배당받는 권리”가 아니라 “돌려주지 않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래서 채무자나 매수인이 목적물을 쓰려면 유치권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경매에서는 어떻게 되나

부동산 강제경매나 담보권 실행 경매에서 매수인은 유치권자에게 그 유치권으로 담보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 다만 매수인이 채무자의 채무와 별개인 독립된 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2009다39530 판결요지 [3]). 유치권은 등기되지 않으므로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지만, 성립한 유치권은 경매 매수인에게 중요한 인수 부담이 된다.

다만 언제 점유를 취득했는지에 따라 매수인에 대한 대항력이 나뉜다.

  •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압류) 후에 점유를 이전받아 취득한 유치권은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어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2005다22688).
  • 가압류등기만 된 상태에서 점유를 이전받아 취득한 유치권은 처분금지효에 저촉되지 않아 대항할 수 있다(2009다19246).
  • 체납처분압류 후라도 경매개시 전에 취득한 유치권은 매수인에게 행사할 수 있다(2009다60336 전원합의체) — 체납처분압류는 곧바로 환가로 이어지는 압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 상사유치권(상법 제58조)은 성립 당시 이미 설정돼 있던 선행저당권(과 그 경매 매수인)에 대항할 수 없다(2010다57350). 민사유치권의 점유 시점 법리와 별개의, 상사유치권 고유의 한계다.

대항력의 기준 시점

대항 여부를 나누는 기준 시점은 점유 취득만이 아니다. 경매개시결정등기 뒤에 점유를 이전받거나 피담보채권이 발생하여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매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다만 경매개시결정 전에 유치권을 취득했다가 변제기 유예로 소멸한 뒤 점유를 계속하다가 경매개시결정 후 변제기가 다시 도래한 사안에서는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은 유치권 신고·현황조사·확인판결 등으로 절차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고 유치권을 고의로 작출한 사정도 없다면 매수인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다(2021다253710 판결요지 [1]·[2]).

이중경매에서는 선행 경매신청이 취하되거나 그 절차가 취소·정지되면 선행 절차의 결과가 후행 절차에 승계되어 이용되지만, 압류에 대항할 수 있는 권리의 범위는 후행 이중경매개시결정에 따른 압류의 효력 발생 시를 기준으로 정한다(2019다271685 판결요지 [2]).

저당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제3취득자가 지출한 필요비·유익비는 사정이 다르다. 민법 제367조의 우선상환은 배당요구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해 매각대금에서 우선변제받는 방법일 뿐이므로, 이를 근거로 저당권설정자·저당권자·매수인에게 직접 비용상환을 청구하거나 그 채권으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2022다265093).

경매 부동산의 유치권은 “언제부터 점유했는가”가 승부처입니다. 경매개시 등기가 난 뒤에 들어온 유치권은 낙찰자에게 통하지 않고, 가압류만 있던 때 들어왔다면 통합니다. 낙찰받는 쪽에서는 점유 개시 시점을 캐는 것이 유치권 리스크 분석의 핵심입니다.

유치권에 의한 경매

유치권자가 직접 유치권에 의한 경매를 신청할 수도 있다(민법 제322조, 민사집행법 제274조). 대법원은 유치권에 의한 경매도 원칙적으로 목적부동산 위 부담을 소멸시키는 법정매각조건으로 실시되고, 유치권자는 일반채권자와 같은 순위로 배당받는다고 본다. 다만 집행법원이 매각조건 변경결정으로 부담을 매수인이 인수하도록 정할 수 있다(2011다35593).

유치권에 의한 경매가 진행 중인 목적물에 강제경매나 담보권 실행 경매가 개시되면 유치권 경매절차는 정지되고(민사집행법 제274조 제2항), 그 강제경매·담보권 실행 경매가 취소되면 유치권 경매절차를 계속 진행한다(같은 조 제3항). 그 상태에서 강제경매나 담보권 실행 경매로 매각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유치권에 의한 경매가 소멸주의로 진행된 경우와 달리 유치권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본다(2011다35593).

유치권이 없다고 다투려면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이 주장되면 매각가격과 배당액에 직접 영향을 준다. 그래서 소유자나 근저당권자는 일정한 경우 유치권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다. 다만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이 주장되었고 그 후 목적물이 매각되어 소유권이나 근저당권이 소멸했다면, 종전 소유자와 근저당권자는 원칙적으로 더 이상 유치권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2019다247385).

반대로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이 주장되지 않았는데 매각 뒤 유치권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근저당권자가 매수인으로부터 경매 담보책임을 추급당할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근저당권자에게는 유치권 부존재 확인을 구할 이익이 인정될 수 있다(2019다247385, 민법 제575조, 민법 제578조).

유치권이 경매에서 신고되었는지, 매각 전에 다투는지 매각 후에 다투는지에 따라 소송의 이익이 달라집니다. 유치권 부존재 소송은 “누가, 어느 시점에, 어떤 불안을 제거하려는지”가 중요합니다.

유치권자는 어떤 의무를 지고 언제 소멸하나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한다(민법 제324조 제1항). 채무자의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대여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유치물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허용된다. 이를 위반하면 채무자는 유치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제3항).

유치권 행사는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 진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민법 제326조). 유치권자가 물건을 계속 붙잡고 있어도 채권 자체의 시효는 따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필요하면 소송·지급명령 등 시효중단 조치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유치권은 점유를 잃으면 소멸한다(민법 제328조). 다만 점유를 침탈당한 유치권자가 점유회수의 소에서 승소해 점유를 회복하면 점유를 잃지 않았던 것으로 되어 유치권이 되살아난다. 실제로 점유를 회복하기 전에는 유치권이 되살아나지 않는다(2011다72189). 채무자가 상당한 담보를 제공하면 유치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27조).

피담보채권이 변제·상계·면제 등으로 소멸하면 유치권도 함께 소멸한다(부종성). 민법의 유치권 장에는 저당권의 민법 제369조(부종성) 같은 명문 규정이 없다. 그러나 민법 제320조 제1항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할 권리가 있다고 정하므로, 담보할 채권이 소멸한 뒤에는 유치권만 남을 수 없다. 판례도 유치권이 성립된 부동산의 매수인은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시효로 채무가 소멸되는 결과 직접적인 이익을 받는 자로서 소멸시효 완성을 원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본다(2009다39530 판결요지 [3]).

유치권은 점유가 생명입니다. 물건을 스스로 넘겨주면 유치권은 사라지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권 소멸시효가 멈추지도 않습니다.

상사유치권과 도산절차에서는 어떻게 다른가

상인 사이의 상행위로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을 때 상사유치권이 문제 될 수 있다(상법 제58조). 상사유치권은 민법상 유치권보다 견련성이 완화되어,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로 점유하게 된 채무자 소유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있으면 상사유치권은 배제될 수 있다(같은 조 단서).

도산절차에서도 유치권은 담보권으로 취급된다. 회생절차에서는 회생채권 또는 회생절차개시 전 원인으로 생긴 채무자 외의 사람에 대한 재산상 청구권 중 개시 당시 채무자 재산에 존재하는 유치권으로 담보된 범위가 회생담보권이 된다. 다만 이자·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위약금은 회생절차개시결정 전날까지 생긴 것에 한한다(채무자회생법 제141조 제1항). 파산절차에서는 파산재단 재산 위의 유치권자가 별제권자가 된다(채무자회생법 제411조). 개인회생에서도 별제권 규정이 준용된다(채무자회생법 제586조).

실무 체크포인트

  • 점유 시점과 점유 형태를 먼저 확인한다. 특히 채무자가 직접점유자인 간접점유는 유치권 성립이 부정된다(2007다27236).
  • 피담보채권이 목적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인지 확인한다. 임차인의 약정에 따른 권리금반환청구권처럼 목적물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아니라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이 될 수 없다(93다62119 판결요지 다.).
  • 경매에서는 등기부만 보지 말고 현황조사서, 매각물건명세서, 유치권 신고, 점유자를 확인한다. 특히 점유 개시가 경매개시 기입등기 전인지 후인지를 캔다. 후면 매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2005다22688).
  • 유치권은 우선변제권이 아니라 인도거절권이라는 점을 전제로 회수 가능성을 계산한다(2011다35593).
  • 유치권자가 목적물을 사용하고 있다면 보존에 필요한 사용인지, 채무자 승낙이 있었는지 확인한다(민법 제324조).
  • 유치권 행사 중에도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되므로 채권 보전 조치를 따로 점검한다(민법 제32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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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4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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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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