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적 무효(流動的 無效)란 법률행위가 성립 시점에 확정적으로 유효도 무효도 아닌 상태로 존재하다가, 이후의 사정(허가·추인 등)에 따라 유효 또는 무효로 최종 확정되는 법적 상태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 계약을 맺었는데 “일단 효력이 없지만, 조건이 갖춰지면 유효해질 수도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 당장 없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정해지지 않고 허공에 떠 있는 셈입니다. 허가를 받으면 계약일로 거슬러 올라가 유효해지고, 허가가 끝내 안 나오면 그때 무효로 굳어집니다.
유동적 무효가 되는 요건은?
유동적 무효는 법률이 일정 조건(허가·추인 등)을 효력 발생 요건으로 정해 놓았고, 그 조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은 경우에 인정된다. 대표적인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은 계약.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대가를 받고 토지의 소유권·지상권을 이전·설정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다. 허가 없이 체결한 토지거래계약은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6항). 판례는 이를 처음부터 확정 무효로 보지 않고, 허가를 받을 때까지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본다.
둘째, 무권대리인이 한 계약. 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서 체결한 계약은 본인이 추인하지 않으면 본인에게 효력이 없다(민법 제130조). 이 상태도 확정 무효가 아니라 본인의 추인 여부에 따라 유효·무효가 나뉘는 유동적 무효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지금은 효력이 없는데 나중에 조건이 채워지면 살아날 수 있는” 상태입니다. 토지거래는 허가가, 무권대리는 본인의 인정(추인)이 그 조건입니다.
유동적 무효 상태에서 당사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계약 해제·철회의 제한.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는 계약은 완전히 무효로 확정되기 전까지 당사자가 임의로 철회하거나 해제할 수 없다. 특히 당사자는 상대방이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유동적 무효 상태의 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는 없다(98다40459). 다만 당사자가 별개의 약정으로 “잔금이 지급기일에 지급되지 않으면 매매계약을 자동해제한다”는 식으로 정한 경우에는 그 약정에 따른 해제가 가능하다(단 약정기일 도과 사실만으로 곧바로 자동해제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아니다)(2010다1456).
협력의무. 당사자는 상대방이 요구하는 허가 신청 등 조건 충족에 협력할 의무를 진다. 토지거래허가 사안에서 판례는, 계약 당사자가 공동으로 허가를 신청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고,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협력을 거부하면 협력의무 이행을 소로써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나아가 매수인은 이 협력의무 이행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의 권리를 대위해 행사할 수도 있다(2010다50014).
무권대리의 경우.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본인에게 추인 여부의 확답을 최고할 수 있다(민법 제131조). 본인이 그 기간 내에 확답을 보내지 않으면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본다. 추인이 있기 전까지 상대방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는데, 계약 당시 대리권 없음을 알았던 경우에는 철회할 수 없다(민법 제134조).
허가를 받기 전이라도 계약을 마음대로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습니다. 서로 허가 신청에 협력해야 하고, 일방이 이를 거부하면 법원에 협력을 강제할 수 있습니다.
유효 또는 무효로 확정되는 경우는?
유효 확정. 토지거래허가를 받으면 계약은 계약 체결 시로 소급하여 유효가 된다.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거나 지정기간이 만료된 뒤 재지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그 전에 이미 확정 무효로 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확정적으로 유효가 된다(98다40459). 무권대리 계약은 본인이 추인하면 계약 시로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33조 본문). 다만 추인의 소급효는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하므로(같은 조 단서), 추인 이전에 등기·점유 등 공시를 갖춰 권리를 취득한 제3자는 보호된다.
무효 확정.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래가 불허가로 확정되면 계약은 처음부터 무효였던 것으로 된다. 무권대리 계약은 본인이 추인을 거절하면 본인에 대해 영구히 무효로 확정된다. 이후 무권대리인은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 이행 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민법 제135조 제1항). 이 책임은 무과실책임이고, 상대방이 이행과 손해배상 중 어느 것을 구할지 선택한다.
무효행위의 추인과의 구별. 확정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해도 원칙적으로 유효가 되지 않는다(민법 제139조 본문). 다만 당사자가 무효임을 알고 추인하면 소급효는 없어도 그때부터 새로운 법률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같은 조 단서). 유동적 무효는 아직 무효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조건 충족으로 소급 유효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점에서 확정 무효(민법 제139조)와 다르다.
허가가 나오거나 본인이 인정하면 계약은 처음부터 유효했던 것으로 됩니다. 반대로 허가가 끝내 안 나오거나 본인이 거절하면 그때 비로소 무효로 굳어집니다. “이미 무효인 것을 나중에 인정해도 살아나지 않는” 확정 무효(민법 제139조)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판례의 태도는?
판례는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은 계약을 유동적 무효로 일관되게 취급한다. 이 법리는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0다12243 전원합의체 판결로 확립됐고, 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확정적으로 유효가 된다는 점은 98다40459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리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옛 국토이용관리법(제21조의3)에서 출발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거쳐 현행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로 옮겨졌으므로, 90다12243 등 초기 판례는 구 국토이용관리법 조문을 참조한다.
허가구역 내 토지를 허가 없이 순차 매매한 후 중간생략등기 방식으로 최종 매수인 명의로 허가를 받아 등기를 경료하더라도, 그 등기는 적법한 허가 없이 경료된 것으로 무효라고 본다(97다33218). 또한 강행법규를 위반한 당사자가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한다(97다33218).
실무 체크포인트
-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매매 계약 체결 후 허가 신청이 지연되고 있다면, 상대방에게 협력의무 이행을 촉구하고 거부 시 소 제기를 검토한다.
- 허가 전에 매매대금 전부를 지급하거나 이전등기를 마쳐도 계약 효력은 허가 시까지 발생하지 않는다. 등기 경료 자체가 허가를 대체하지 않는다.
- 무권대리 계약에서 상대방이 본인에게 추인 여부를 최고할 때는 상당한 기간을 정한다(민법 제131조). 기간을 정하지 않아도 최고 자체가 무효는 아니나, 상당한 기간이 지났는지 다툼이 생길 수 있으니 기간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두는 게 안전하다.
- 본인이 추인을 거절하면 무권대리인에게 계약 이행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135조 제1항 — 무과실책임). 다만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무권대리인의 책임이 면제된다(같은 조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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