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진의표시는 의사표시를 하는 사람이 표시 내용과 자신의 진의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한 의사표시다. 원칙적으로 표시한 내용대로 효력이 있지만, 상대방이 진의가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무효다(민법 제107조).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 계약을 했다는 사정과는 구별한다.
쉽게 말하면 — 법적으로 책임을 부담할 뜻 없이 겉으로만 각서를 써 주었더라도, 상대방이 그 속사정을 몰랐고 알 수도 없었다면 그 이유만으로 각서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도 실제 책임을 지려는 약속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결론이 달라집니다(민법 제107조).
마음속으로 원하지 않은 계약도 비진의표시인가?
진의는 어떤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려는 생각이며, 마음속으로 가장 바라는 결과와는 다르다. 대법원 1993년 7월 16일 선고 92다41528 판결은 재산헌납을 강요받아 부동산을 증여한 사건에서 이 둘을 구별했다(92다41528 판결요지 나).
재산을 빼앗긴다는 생각이 본심에 있었더라도, 강박 때문에 증여하기로 하고 그 의사표시를 했다면 증여의 효과의사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내키지 않아도 그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한 경우와, 계약할 생각 없이 겉으로만 표시한 경우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92다41528 이유 4). 강박에 따른 취소 여부와 행사기간은 강박·법률행위의 취소에서 확인한다.
상대방도 알고 있어야 무효가 되는가?
상대방이 진의가 아님을 실제로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무효이고, 실제로 알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표시한 사람만 속마음이 달랐다는 이유로는 원칙적인 유효성을 뒤집을 수 없다(민법 제107조 제1항).
대법원 1999년 2월 12일 선고 98다45744 판결은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에게 투자손실을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써 준 사건을 다뤘다. 대법원은 각서를 단순한 사과나 최선의 노력 약속으로 축소해 읽은 원심의 문언 해석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다만 고객의 남편을 안심시키기 위해 각서를 부탁하고 작성한 경위 등을 종합하면 비진의표시이고 고객도 이를 알고 있어 무효라고 판단했다(98다45744 이유 2 나).
따라서 문서에 무엇을 약속했는지와 그 약속이 비진의표시로 무효인지가 별도의 질문이다. 예를 들어 각서 원본과 함께 작성 요청 문자, 문서를 사용할 목적에 관한 대화, 교부 전후의 설명을 정리하면 문언과 작성 경위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판결의 판단 요소에 따른 자료 정리 예시다(98다45744 판결요지 [1]·[2]). 유치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작성했다면 문언·조건·약관의 효력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유치권배제특약에서 살펴본다.
착오·통정허위표시와 무엇이 다른가?
비진의표시는 표시한 사람이 진의와 표시의 불일치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착오와 구별된다. 착오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잘못된 인식이 있어 취소가 문제 되고,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취소하지 못한다(민법 제109조). 취소와 처음부터 무효인 경우의 차이는 법률행위의 취소·법률행위의 무효에서 설명한다.
상대방과 짜고 허위로 표시했다면 통정허위표시가 문제 된다.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이며, 비진의표시의 원칙적인 유효와는 출발점이 다르다(민법 제108조 제1항). 속임수나 강박으로 의사표시를 했다면 그 취소는 같은 법 제110조의 요건에 따라 따로 판단한다.
대리인이 표시했다면 누구의 진의를 보나?
대리행위에서 의사표시의 흠결이나 사정을 알았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대리인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본인이 뒤늦게 원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대리인의 표시가 비진의표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민법 제116조 제1항).
특정 법률행위를 위임받은 대리인이 본인의 지시대로 행동한 때에는 별도의 제한이 있다. 본인은 자신이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사정에 관해 대리인이 몰랐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민법 제116조 제2항). 대리행위의 다른 하자는 대리행위의 하자에서 확인한다.
대리인의 진의가 본인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배임적인 것이고,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판례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를 유추하여 그 행위의 효력이 본인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2011다64669 판결요지 [1]). 자세한 요건과 효과는 대리권 남용에서 살펴본다.
무효를 제3자에게도 주장할 수 있는가?
당사자 사이에서 무효여도 비진의표시라는 사정을 몰랐던 선의의 제3자에게는 그 무효로 대항하지 못한다. 따라서 상대방의 인식과 이후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의 인식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민법 제107조 제2항). 상대방에게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결론이 제3자에게도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당사자 사이에서 무효라면 추인과 반환은 어떻게 되는가?
무효인 행위를 나중에 추인한다고 원래 행위에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당사자가 무효임을 알고 추인하면 새로운 법률행위로 본다(민법 제139조). 이미 지급한 돈이나 넘긴 재산의 반환은 부당이득의 요건과 반환 제한을 함께 확인한다(민법 제741조).
주식인수 청약에도 같은 규칙이 적용되는가?
주식인수의 청약에는 상대방의 악의·과실을 이유로 무효로 하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 상법이 명시적으로 그 단서를 배제한다(상법 제302조 제3항). 따라서 주식인수 청약을 일반 각서와 같은 방식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신주발행에도 이 배제 규정이 준용된다(상법 제425조 제1항). 구체적인 청약·납입·주식인수의 효과는 주식청약서와 주식인수에서 확인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계약을 원하지 않았다는 사정과 표시 내용의 법적 효과를 발생시킬 의사가 없었다는 사정을 구별한다(92다41528 이유 4).
- 문서의 문언과 작성·교부 경위를 각각 정리한다. 단순한 사과로 해석할 문제와 비진의표시의 무효 문제를 섞지 않는다(98다45744 이유 2 나).
- 대리인이 표시했으면 대리인의 인식을 확인하고, 본인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도 대조한다(민법 제116조).
- 상대방의 인식과 선의의 제3자 보호를 구별한다(민법 제107조).
- 주식인수 청약인지 확인한다. 이 경우에는 일반 의사표시와 다른 상법 특칙이 있다(상법 제302조 제3항, 같은 법 제425조 제1항).
관련
- 문답
- 개념·해설
- 판례
- 법령
🚩 오류 신고·수정 제안
잘못된 내용이나 법 개정으로 바뀐 부분을 발견하셨나요? 알려주시면 검토해 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