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법률행위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당사자의 궁박·경솔·무경험을 이용하여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생긴 거래로서 무효다(민법 제104조, 2000다54406 판결요지 [1]). 가격 차이가 크다는 사정뿐 아니라 상대방이 그 취약한 사정을 알고 이용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헐값으로 팔도록 했다고 해서 모든 거래가 자동으로 무효인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주고 받았는지, 당시 어떤 곤궁에 있었는지,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면서 이용했는지를 함께 봅니다(2000다54406 판결요지 [1]).

가격이 크게 다르면 계약이 무효가 되는가?

현저한 가격 차이는 필요한 판단 요소이지만, 그것만으로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인 급부 불균형과 피해 당사자의 궁박·경솔·무경험을 이용한 거래라는 주관적 요건이 함께 필요하다(2000다54406 판결요지 [1]).

대법원 2002년 9월 4일 선고 2000다54406 판결에서는 교환한 부동산들의 감정가에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원고가 궁박·경솔·무경험 상태였다는 증거와 상대방이 이를 이용하려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2000다54406 이유 1). 그러므로 거래한 재산의 가치 자료와 계약 체결 경위 자료를 서로 구별하여 준비해야 한다.

상대방이 더 큰 이익을 얻었다는 결과와 폭리행위의 악의는 같지 않다. 피해자의 취약한 상태를 알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면 제104조의 불공정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2000다54406 판결요지 [1]).

궁박·경솔·무경험은 모두 있어야 하는가?

셋을 모두 갖출 필요는 없고, 그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된다. 다만 현저한 불균형과 상대방의 이용 의사까지 함께 있어야 한다(2002다38927 판결요지 [1]).

궁박은 급박한 곤궁으로 경제적 사유뿐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사유에서도 생길 수 있다. 무경험은 특정 분야의 지식 부족이 아니라 일반적인 생활체험과 거래일반의 경험 부족을 말한다. 나이·직업·교육·사회경험·재산상태와 처한 상황의 절박성 등을 종합해 구체적으로 판단한다(2002다38927 판결요지 [1]).

대법원 2002년 10월 22일 선고 2002다38927 판결은 교통사고 피해자의 유족을 대리한 사람과 보험회사 사이의 손해배상·부제소 합의를 다뤘다. 대법원은 대리인이 초등학교 졸업자이고 손해배상 법리를 잘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무경험을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대리인의 운전·농업 경력 등 사회경험, 실제 합의 경위와 지급액 산정 사정을 살펴 원심의 불공정행위 판단을 파기환송했다(2002다38927 이유 2).

대리인이 계약했으면 누구의 상태를 보나?

대리행위에서는 경솔·무경험은 대리인을 기준으로, 궁박은 본인의 입장에서 판단한다. 따라서 대리인이 곤궁했다는 사실을 본인의 궁박으로 바로 옮겨서는 안 된다(2002다38927 판결요지 [2]).

유족의 대리인이 사고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정과 합의 당사자인 유족들이 급박한 곤궁에 있었는지는 별개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서 본인인 원고들이 경제적·정신적으로 궁박한 상태였다는 자료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2002다38927 이유 2). 예를 들어 대리인의 거래 경험 자료와 본인의 당시 채무·생활 상황 자료를 나누어 정리하면 이 기준에 맞추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계약 뒤 큰 손해가 생겼으면 불공정행위가 되는가?

불공정행위는 법률행위를 한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당시 전체적인 계약 내용과 권리의무가 불공정하지 않았다면, 사후 환경변화로 큰 손실이 생겼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불공정한 계약이 되지 않는다(2011다53683 판결요지 [1]).

대법원 2013년 9월 26일 선고 2011다53683 전원합의체 판결은 키코 통화옵션계약에서 환율 급상승 후 발생한 손실을 계약 당시의 불공정성 판단과 구별했다. 이 사건의 불공정행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2011다53683 이유 1 가). 거래 뒤의 결과만 비교하기보다 계약 체결 당시 가격, 위험, 각 당사자가 부담한 의무와 당시의 예측 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증여에도 같은 무효 규정을 적용하는가?

상대방의 대가적 출연 없이 한쪽만 급부하는 증여에는 급부와 반대급부의 불균형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 이유로 증여를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92다41528 판결요지 가·이유 3).

이는 증여의 다른 무효·취소 사유까지 배제하는 뜻은 아니다.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한 내용은 민법 제103조로, 의사표시의 하자는 비진의표시·강박 등 각 요건으로 판단한다. 어떤 사유로 효력을 다투는지에 따라 필요한 사실과 효과가 달라진다.

무효라면 대금을 고쳐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가?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무효지만, 무효행위의 전환 요건을 갖추면 다른 내용의 법률행위로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 다른 법률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당사자가 무효를 알았다면 그 다른 행위를 원했을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민법 제138조).

대법원 2011년 4월 28일 선고 2010다106702 판결은 과다한 매매대금으로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된 매매에도 제138조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당사자 쌍방이 무효를 알았더라면 다른 대금으로 합의했을 것이라는 가정적 의사가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2010다106702 이유 3). 법원이 언제나 적정가격으로 고쳐 준다는 뜻은 아니다. 구체적인 요건은 무효행위의 전환에서 확인한다.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인 거래는 추인으로 유효하게 할 수 없다. 대법원 1994년 6월 24일 선고 94다10900 판결도 법정추인 주장을 배척한 원심을 유지했다(94다10900 판결요지·이유 제3점). 앞서 설명한 무효행위의 전환과, 무효임을 안 뒤의 실제 의사표시에 관한 추인은 서로 다른 제도이므로 구별한다(민법 제138조, 같은 법 제139조).

소송을 하지 않기로 했거나 대금을 이미 지급했다면 어떻게 되는가?

불공정한 쌍무계약이 무효라면 그 불공정성을 사법적 구제로 다투지 못하게 하는 부제소 합의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다. 부제소 합의란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정이다(2010다106702 이유 1). 합의서에 그런 문구가 있는지와 어떤 계약에 관한 약정인지 함께 확인한다.

무효인 계약에 따라 이미 지급한 돈은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는 부당이득 문제로 판단한다(민법 제741조). 다만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고,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이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같은 법 제746조). 자신이 무엇을 지급했고 어떤 원인으로 거래가 무효인지 확인한 뒤 부당이득·불법원인급여의 상세 요건을 함께 살펴본다.

실무 체크포인트

  • 계약 당시 각 급부의 가치 자료와 전체 권리의무를 확보한다. 사후의 시가나 손실액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2011다53683 판결요지 [1]).
  • 궁박·경솔·무경험의 구체적인 사정과 상대방이 그것을 알고 이용한 정황을 나누어 정리한다(2000다54406 판결요지 [1]).
  • 특정 거래의 전문지식 부족과 거래일반의 무경험을 구별한다(2002다38927 판결요지 [1]).
  • 대리인이 계약했다면 경솔·무경험은 대리인, 궁박은 본인의 자료를 확인한다(2002다38927 판결요지 [2]).
  • 대금 변경으로 계약을 유지하려면 양쪽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까지 확인한다. 불공정한 거래의 추인과 무효행위 전환을 구별한다(2010다106702 이유 3, 94다10900).
  •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약정과 이미 지급한 급부를 확인하고, 부제소 합의의 효력과 반환 제한을 따로 판단한다(2010다106702 이유 1, 민법 제741조, 같은 법 제74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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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10월 8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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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