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정허위표시란 상대방과 짜고 진의 아닌 의사표시를 하는 것을 말한다.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민법 제108조 제1항). 다만 그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같은 조 제2항). 조문은 통정의 동기나 목적을 요건으로 적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 두 사람이 서로 짜고 계약한 것처럼 서류만 꾸민 경우입니다. 채권자를 피하려고 부동산을 친척에게 판 것처럼 등기를 넘겨 두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계약은 처음부터 효력이 없어서 넘긴 쪽이 도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서류만 믿고 새로 거래한 제3자가 사정을 몰랐다면, 그 사람에게는 무효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상대방과 짜지 않았어도 제108조가 적용되는가?
적용되지 않는다. 제108조 제1항은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를 무효로 정하므로, 상대방과의 통정이 조문 자체의 요건이다. 이에 비해 민법 제107조 제1항은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고 정한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는 단서를 둔다. 두 조문의 문언을 대조하면 차이가 드러난다. 제107조는 원칙을 유효로 두고 상대방의 인식이나 인식가능성이 있을 때 비로소 무효로 한다. 제108조는 통정이 인정되면 그것만으로 무효다.
두 조문이 한 사건에서 함께 문제 되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방침에 따라 회사가 주주들로부터 주식포기각서를 받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그 주식 포기가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본 판단을 유지했다(97다20649 판시 [1]). 그 판시의 참조조문에는 민법 제107조 제1항과 제108조 제1항이 함께 적혀 있다.
적용 대상이 계약에만 한정되지도 않는다. 어음행위에 민법 제108조가 적용됨을 전제로, 채권자들의 추심이나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한 약속어음 발행행위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이 수긍된 예가 있다(2004다70024 판시 [3]). 다만 이는 사례 판단이고, 그 판결의 중심 쟁점은 대위채권자의 변제수령 권한이다.
무효인데도 보호받는 제3자는 누구인가?
민법 제108조 제2항은 제1항의 무효를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조문은 제3자에게 선의만 요구하고 무과실이나 무중과실을 함께 적지 않는다. 제3자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도 조문에 없다. 판례가 말하는 제3자는 허위표시의 당사자와 그 포괄승계인 밖의 사람으로서, 그 허위표시로 생긴 법률관계를 기초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사람이다. 이 표지에 해당하면 조문의 보호를 받는다.
파산자가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로 가장채권을 보유하다가 파산이 선고된 경우, 그 가장채권은 일단 파산재단에 속하고 파산관재인은 이 조문의 제3자에 해당한다(2002다48214). 파산관재인은 파산자의 포괄승계인과 같은 지위를 가지지만, 파산선고에 따라 파산자와 독립해 그 재산에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제3자의 지위도 함께 가진다(같은 판례). 그래서 허위표시로 형성된 외형을 토대로 실질적으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파산관재인은 제108조 제2항의 제3자에 해당한다(같은 판례 판결요지).
제3자가 알고 있었다는 점은 누가 증명하는가?
제3자가 악의라는 주장·증명책임은 통정허위표시의 무효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 제3자로부터 목적물이나 권리를 양수한 전득자도 제108조 제2항에서 보호되는 제3자에 해당한다. 그래서 제3자가 악의였더라도 선의의 전득자는 보호를 받는다. 이 두 명제는 2016다24284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 보충의견에서 종전 판례를 인용하는 형태로 확인된다. 다만 그 판결이 판단한 쟁점은 민법 제449조 제2항 단서의 양도금지특약이다. 위 설시는 같은 문구를 쓰는 다른 조문과 견주기 위한 부분이고, 그 판결의 판결요지가 아니다.
서류를 넘겨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팔아 버렸다면, 그 다른 사람이 사정을 몰랐을 때는 원래 소유자가 되찾지 못합니다. “그 사람도 알고 있었다”는 점은 무효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몰랐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짜고 만든 외형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이 위험이 이어지므로, 정리하려면 등기나 채권의 겉모습부터 되돌려 두어야 합니다.
무효인데도 주장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붙은 조서가 있으면 그렇다. 제소전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당사자 사이에 기판력이 생긴다(민사소송법 제220조, 92다19033 판시 가). 그래서 그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 하더라도, 준재심절차로 취소되지 않는 한 그 화해가 통정한 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은 할 수 없다(같은 판례 판시 가). 이 판결의 나머지 판시는 상법상 표현대표이사·공동대표이사 문제여서 이 쟁점과 무관하다.
민법 제108조 자체에는 무효 주장의 기간 제한이 없다. 위와 같은 제약은 조문이 아니라 확정된 조서의 효력에서 나온다.
채권자를 해치는 재산 이전은 무효인가 취소 대상인가?
두 제도는 조문부터 다르다. 민법 제108조 제1항은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를 무효로 정한다. 민법 제406조 제1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 채권자가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제108조의 무효는 법원의 재판 없이 처음부터 생기고, 제406조의 취소는 법원에 청구해서 받아야 한다. 제406조 제2항은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 있은 날부터 5년의 제소기간을 둔다. 제108조에는 그런 기간이 없다. 채권자취소권의 요건과 절차는 사해행위취소에서 다룬다.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하여도 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나, 당사자가 그 무효임을 알고 추인한 때에는 새로운 법률행위로 본다(민법 제139조, 무효행위의 추인). 이미 이행된 급부의 정산은 부당이득의 문제로 남고, 그 반환청구에는 별도의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다(2006다63150). 무효 일반의 효과는 법률행위의 무효에서 다룬다.
채권자를 피해 넘어간 재산을 되돌리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짜고 한 가짜 거래라면 처음부터 무효이고, 제108조 자체에는 사해행위취소와 같은 제소기간이 없습니다. 다만 이미 이행한 급부를 돌려받는 청구에는 별도의 소멸시효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진짜 거래인데 채권자를 해치는 것이라면 법원에 취소를 청구해야 하고, 안 날부터 1년·거래한 날부터 5년 안에 소를 내야 합니다(민법 제406조 제2항). 어느 쪽인지에 따라 남은 시간이 크게 달라지므로 이것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관련
- 개념·해설
- 법령
- 판례·선례
🚩 오류 신고·수정 제안
잘못된 내용이나 법 개정으로 바뀐 부분을 발견하셨나요? 알려주시면 검토해 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