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또는 선임에 의한 유언집행자에게 그 임무를 해태하거나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으면, 법원은 상속인 기타 이해관계인의 청구로 유언집행자를 해임할 수 있다(민법 제1106조). 이 청구는 라류 가사비송사건이고(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47)), 관할은 상속 개시지 가정법원이다(가사소송법 제44조 제1항 제7호). 유언집행자의 권한과 지위 자체는 유언집행자·유언집행에서 다루고, 여기서는 해임 청구 절차를 본다.
쉽게 말하면 — 유언 내용을 실행하기로 정해진 사람이 일을 안 하거나 한쪽 편만 들 때, 상속인이나 이해관계인이 법원에 “이 사람을 그만두게 해 달라”고 내는 청구입니다.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주소지 가정법원에 냅니다. 해임할지는 법원이 정하고, 사이가 나쁘다는 것만으로는 해임되지 않습니다. 해임되면 그 사람이 물러날 뿐 상속인이 자동으로 그 자리를 잇지는 않으므로, 후임 선임 청구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어떤 사유가 있어야 하나
조문이 정한 사유는 두 가지다. 임무를 해태했거나,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가 있는 때다(민법 제1106조). 임무 해태를 따지려면 조문이 정한 의무부터 본다. 유언집행자는 취임을 승낙하면 지체 없이 그 임무를 이행해야 한다(민법 제1099조). 유언이 재산에 관한 것이면 지체 없이 재산목록을 작성해 상속인에게 교부해야 한다(민법 제1100조 제1항).
문제는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다. 대법원은 그 범위를 넓게 보지 않았다. 유언집행자는 유언 집행에 필요한 범위에서 상속인과 이해가 상반되는 사항도 중립적으로 처리해야 하므로(민법 제1101조), 다음 사정만으로는 해임사유가 되지 않는다(2011스108).
- 유언의 해석에 관해 상속인과 의견을 달리하는 것
- 유언 집행에 방해되는 상태를 만든 상속인을 상대로, 직무권한 범위에서 가압류신청이나 본안소송을 제기한 것
- 그 때문에 일부 상속인과 유언집행자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
해임하려면 “일부 상속인에게만 유리하게 편파적인 집행을 하는 등으로 공정한 유언의 실현을 기대하기 어려워 상속인 전원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음이 명백하다”는 정도의 구체적 사정이 소명되어야 한다(2011스108). 그 사건에서 대법원은, 유언집행자가 자기 계좌에 보관 중인 예금의 분배 요구를 거절했다는 사정만으로 해임사유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다.
요건이 갖추어져도 법원은 “해임할 수 있다”(민법 제1106조). 해임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고, 사유가 소명됐다고 반드시 해임되는 구조가 아니다.
“저 사람과 말이 안 통한다”, “우리한테 소송을 걸었다”는 이유로는 해임되지 않습니다. 유언집행자가 상속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 자체가 직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상속인 편만 드는 집행을 했다는 식의 구체적인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누가 어디에 무엇을 내나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상속인 기타 이해관계인이다(민법 제1106조). 상속인 외에 누가 이해관계인에 들어가는지는 이해관계인에서 본다.
관할은 상속 개시지 가정법원이다(가사소송법 제44조 제1항 제7호). 상속은 피상속인의 주소지에서 개시하므로(민법 제998조), 청구인이나 유언집행자의 주소지가 아니라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주소지를 기준으로 법원을 정한다(상속개시의 장소).
심판청구는 서면 또는 구술로 할 수 있다. 서면 청구서에는 당사자의 등록기준지·주소·성명·생년월일(대리인이 청구할 때에는 대리인의 주소와 성명도), 청구취지·청구원인, 청구연월일과 법원 표시를 적고 청구인이나 대리인이 기명날인하거나 서명한다. 구술 청구는 법원사무관등 앞에서 진술하고 조서로 작성한다(가사소송법 제36조).
수수료는 라류 가사비송사건 심판 청구 1건당 5,000원이다(가사소송수수료규칙 제3조 제1항). 전자소송으로 제출하면 그 10분의 9인 4,500원이다(가사소송수수료규칙 제8조). 건수는 유언집행자마다 1개의 청구로 센다(가사소송수수료규칙 제5조 제3항 제2호). 유언집행자가 여럿인데 두 사람의 해임을 함께 구하면 2건이다. 같은 규정에서 선임 청구(43))와 해임 청구(47))는 번호가 다르므로, 후임 선임을 함께 구하면 그것도 별개의 청구로 센다(가사소송수수료규칙 제5조 제3항 제1호).
서면 청구를 할 때에는 사안에 따라 다음 자료를 준비한다.
- 청구서(청구인·사건본인·유언집행자 표시, 청구취지, 청구원인)
- 유언증서 사본 또는 검인조서 등본
- 유언집행자의 지정·선임을 확인할 자료(유언공정증서, 선임 심판문 등)
- 피상속인 기본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말소된 주민등록초본
- 청구인의 상속인 지위 또는 이해관계를 소명할 자료
- 해임사유 소명자료(재산목록 미교부 사실, 편파 집행 자료 등)
심리와 불복
라류 가사비송사건의 심판은 원칙적으로 사건관계인을 심문하지 않고 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45조). 그러나 해임 사건에는 특칙이 있다. 유언집행자를 해임할 때에는 그 유언집행자를 절차에 참가하게 하여야 한다(가사소송규칙 제84조 제2항). 그래서 해임 심판을 하려면 유언집행자의 참가 절차를 반드시 거친다.
불복은 결론에 따라 나뉜다.
- 해임 심판이 난 경우: 그 유언집행자가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가사소송규칙 제84조 제3항).
- 청구를 기각한 경우: 청구인에 한하여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가사소송규칙 제27조).
해임 심판은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심판이므로 확정되어야 효력이 생긴다(가사소송법 제40조).
즉시항고는 원심 가정법원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해서 한다(가사소송규칙 제28조). 기간은 14일이고(가사소송법 제43조 제5항), 심판을 고지받는 사람은 그 고지를 받은 날부터 기간이 진행한다(가사소송규칙 제31조). 일로 정한 기간은 고지일을 산입하지 않고 다음 날부터 세며, 말일이 토요일이나 공휴일이면 그 다음 날 만료한다(민사소송법 제170조·민법 제157조·민법 제161조). 항고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규칙 위반을 이유로 할 때만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43조 제4항). 2011스108도 항고심 결정에 대한 재항고 사건이었다.
심판 청구가 있으면 가정법원은 사건 해결에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사전처분으로 현상 변경이나 물건 처분 금지를 명하거나, 사건에 관련된 재산의 보존을 위한 처분을 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 이 처분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고, 처분 자체에는 집행력이 없다(가사소송법 제62조 제4항·제5항). 다만 당사자 또는 관계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처분을 위반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67조 제1항).
해임 뒤에 자리를 어떻게 채우나
해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유언집행자가 없거나 사망·결격 기타 사유로 없게 된 때에는, 법원은 이해관계인의 청구에 의하여 유언집행자를 선임하여야 한다(민법 제1096조 제1항). 선임 쪽은 해임과 달리 “선임하여야 한다”로 되어 있다. 법원이 선임한 경우에는 그 임무에 관하여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민법 제1096조 제2항). 선임 절차는 유언집행자 선임 심판 청구에서 본다.
여기서 청구권자 범위가 조문마다 다르다는 점을 본다. 해임은 “상속인 기타 이해관계인”(민법 제1106조), 선임은 “이해관계인”이다(민법 제1096조 제1항).
해임과 후임 선임을 함께 내는 이유는 공백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유언집행자가 해임된 뒤 새 유언집행자가 선임되지 않았더라도 상속인의 처분권은 여전히 제한된다고 했다(2009다20840). 유언집행에 필요한 한도에서 그렇고, 그 제한 범위에서 상속인의 원고적격도 인정되지 않는다. 지정 유언집행자가 있었던 이상 그가 유언자 사망 후 자격을 잃으면 상속인이 민법 제1095조에 의해 유언집행자가 되지는 않는다. 지정된 사람이 유언자 사망 후 취임을 승낙하지 않은 채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는 민법 제1096조에 따른 선임 청구로 간다(2007스31). 반면 지정된 사람이 유언자 사망 전에 먼저 사망하는 등 유언의 효력 발생 전에 자격을 잃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이 유언집행자가 되고 법원은 민법 제1096조 제1항에 따라 선임할 수 없다(2014스73).
해임만 받아 두면 유증 대상 재산이 붕 뜬 상태가 됩니다. 그 자리를 상속인이 자동으로 잇지 않기 때문에, 새 유언집행자가 선임될 때까지는 상속인도 유언집행에 필요한 범위의 재산처분이나 소송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해임 청구와 선임 청구를 함께 내는 것이 보통입니다.
해임된 유언집행자가 후임 선임 전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조문이 직접 정하지 않았다. 민법 제1103조 제2항은 위임에 관한 여러 규정을 유언집행자에 준용하는데, 그 안에 제691조(위임종료시의 긴급처리)와 제692조(위임종료의 대항요건)가 들어 있다. 해임된 유언집행자에게 이 두 규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판단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상속인이 유언집행자인 경우
민법 제1106조는 해임 대상을 “지정 또는 선임에 의한 유언집행자”로 적는다. 민법 제1105조의 사퇴 허가, 민법 제1100조의 재산목록 작성, 민법 제1103조 제1항의 지위 규정도 같은 한정어를 쓴다.
그런데 지정·위탁이 없으면 상속인이 유언집행자가 된다(민법 제1095조). 이 경우의 상속인 유언집행자가 민법 제1106조의 해임 대상에 들어가는지는 조문 문언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다. 이 쟁점을 직접 판단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2009다20840·2007스31·2014스73은 민법 제1095조의 적용 범위를 다루었을 뿐, 상속인 유언집행자의 해임 가부를 다룬 것이 아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갈등 자체는 해임사유가 아니다. 유언 해석 다툼이나 유언집행자가 제기한 소송으로 생긴 갈등만으로는 부족하고, 편파 집행 등 공정한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구체적 사정을 소명한다(2011스108).
- 후임 선임 청구를 같은 시기에 준비한다. 해임만으로는 상속인이 처분권을 되찾지 못하고(2009다20840), 선임은 이해관계인의 별도 청구가 있어야 한다(민법 제1096조 제1항).
- 수수료 건수를 유언집행자 기준으로 센다. 해임은 유언집행자마다 1건이고, 선임 청구는 번호가 달라 별개로 센다(가사소송수수료규칙 제5조 제3항).
- 유언집행자의 송달 장소를 먼저 확정한다. 해임하려면 그 유언집행자를 절차에 참가하게 해야 하므로(가사소송규칙 제84조 제2항), 주소가 확인되지 않으면 절차가 지연된다.
- 기각되어도 청구인이 즉시항고할 수 있다. 고지일을 빼고 14일 안에 원심 가정법원에 즉시항고장을 낸다(가사소송규칙 제27조·가사소송규칙 제28조·가사소송규칙 제31조·가사소송법 제43조 제5항·민사소송법 제170조·민법 제157조).
- 본인이 물러날 뜻이면 사퇴 허가로 간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유언집행자가 법원의 허가를 얻어 임무를 사퇴한다(민법 제1105조·유언집행자 사퇴 허가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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