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중에 원고가 자기 청구가 이유 없다고 인정하거나 피고가 원고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해 조서에 적으면, 그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민사소송법 제220조). 앞의 것이 청구의 포기, 뒤의 것이 청구의 인낙이고, 양쪽이 합의하는 소송상 화해와 달리 둘 다 한쪽 당사자가 혼자 하는 소송행위다. 조서에 재심사유가 있으면 준재심으로 다툴 수 있다(같은 법 제461조).
쉽게 말하면 — 예를 들어 갑이 을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 달라고 소송을 냈고, 을이 첫 기일에 “갑의 청구가 맞다”고 인낙해 조서에 적힌 경우입니다. 갑은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인낙조서 정본에 집행문을 받아(민사집행법 제28조, 제57조) 을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56조 제5호).
포기·인낙은 어떻게 하나
당사자가 변론기일이나 변론준비기일에 포기·인낙을 진술하고, 그 진술을 변론조서나 변론준비기일조서에 적는다(민사소송법 제220조). 포기를 적은 조서를 포기조서, 인낙을 적은 조서를 인낙조서라 부른다.
원고나 피고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고서도 본안에 관하여 변론하지 않아도 서면으로 할 수 있다. 그가 낸 답변서나 그 밖의 준비서면에 청구의 포기 또는 인낙의 의사표시가 적혀 있고 공증사무소의 인증을 받은 때에는 그 취지에 따라 성립된 것으로 본다(민사소송법 제148조 제1항·제2항).
대리인이나 후견인이 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나
대리인이 포기·인낙을 하려면 그 권한을 따로 받아야 하고, 이를 특별수권이라 한다. 누구에게서 받는지는 대리인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 소송을 위임받은 소송대리인은 청구의 포기·인낙에 관하여 특별한 권한을 따로 받아야 한다(민사소송법 제90조 제2항 제2호).
- 미성년후견인, 대리권 있는 성년후견인 또는 대리권 있는 한정후견인은 후견감독인으로부터 특별한 권한을 받아야 한다. 다만 후견감독인이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으로부터 특별한 권한을 받아야 한다(민사소송법 제56조 제2항).
성년후견인이 소송행위에 대하여 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았더라도 포기·인낙에는 이 특별한 권한이 따로 필요하다(2022재다300253).
포기·인낙이 제한되는 소송도 있나
가류·나류 가사소송사건, 필수적 공동소송, 주주대표소송에서는 포기·인낙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가류·나류 가사소송사건
가류 및 나류 가사소송사건에는 민사소송법 제220조 중 청구의 인낙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가사소송법 제12조 단서). 어떤 사건이 가류·나류인지는 같은 법 제2조에 있다.
필수적 공동소송
필수적 공동소송이란 소송목적이 공동소송인 모두에게 합일적으로 확정되어야 할 공동소송이고, 그 공동소송인 가운데 한 사람의 소송행위는 모두의 이익을 위하여서만 효력을 가진다(민사소송법 제67조 제1항, 필수적 공동소송). 합유로 등기된 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송은 합유자 전원을 피고로 해야 하는 고유필요적 공동소송이다. 그래서 합유자 중 일부의 청구인낙은 허용되지 않는다(96다23238).
반대로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에서는 공동소송인이 각자 포기·인낙을 할 수 있다(2014다75202). 예비적·선택적 공동소송에는 제67조부터 제69조까지가 준용되지만, 청구의 포기·인낙은 그 준용에서 빠진다(민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단서).
주주대표소송
회사가 주주의 청구에 따라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하거나 주주가 그 소를 제기한 경우, 당사자는 법원의 허가를 얻지 않고는 청구의 포기·인낙을 할 수 없다(상법 제403조 제6항).
조서가 작성되면 어떤 효력이 생기나
포기조서와 인낙조서는 모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민사소송법 제220조). 아래 판례와 조문은 인낙조서에 관한 것이다.
- 기판력: 기판력이란 확정된 판단과 어긋나는 주장을 당사자가 뒤에 다시 하지 못하게 하는 효력이다(기판력). 인낙조서 성립 전에 이미 있던 사유는 뒤에 다시 주장할 수 없고, 인낙조서 성립 뒤 새로 생긴 사유라야 이를 이유로 다툴 수 있다. 사찰 재산 양도에 필요한 관할청의 허가가 인낙조서 성립 전에도 없었고 뒤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때까지도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허가가 없다는 것은 인낙조서 성립 후에 생긴 새로운 사유라고 볼 수 없다(96다50025).
- 기판력의 범위: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에 관한 인낙조서의 기판력은 그 등기청구권의 존부에만 미친다. 등기청구권의 원인인 매매계약의 존부나 목적부동산의 소유권 귀속에는 미치지 않는다(91다8159).
- 집행력: 집행권원이란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근거로 법이 정한 문서다. 민사집행법은 「청구의 인낙(認諾) 등 그 밖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것」을 집행권원으로 든다(민사집행법 제56조 제5호).
- 부동산 취득: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를 인낙했더라도 그 부동산의 취득에는 등기를 요한다. 법률행위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명하는 판결은 판결 자체로 물권 취득의 효력이 생기는 민법 제187조의 판결에 들지 않고, 인낙조서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져도 마찬가지다(96다50025). 등기를 마치는 데에는 채무자가 권리관계의 성립을 인낙한 때 그 조서로 권리관계의 성립을 인낙하거나 의사를 진술한 것으로 보는 규정을 쓴다(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
인지대는 돌려받을 수 있나
제1심 또는 항소심에서 청구의 포기 또는 인낙이 있으면 원고, 상소인, 그 밖의 신청인은 인지액 일부의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 환급액은 해당 심급의 소장등에 붙인 인지액의 2분의 1이다. 다만 그 2분의 1이 10만원 미만이면 인지액에서 10만원을 빼고 남은 금액이다(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14조 제1항 제4호). 청구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2항).
조서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다투나
조서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의 재심사유가 있으면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 규정에 준하여 준재심을 제기할 수 있다(같은 법 제461조).
준재심 기간
준재심은 재심의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고, 이 기간은 불변기간이다. 확정된 뒤 5년이 지나면 제기하지 못하고, 재심의 사유가 확정 뒤에 생긴 때에는 5년을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계산한다(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제4항). 다만 대리권의 흠 또는 전에 확정된 판결과 어긋난다는 사유(제451조 제1항 제10호)를 이유로 들어 제기하는 경우에는 이 기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같은 법 제457조).
여기서 대리권의 흠은 대리권이 전혀 없는 경우로서 법인이나 단체의 대표권한의 흠도 포함하고, 대리권은 있지만 특별수권이 없는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구 민사소송법 제427조에 관한 89다카29891, 94다4967).
법인 대표자가 한 포기·인낙
법인이나 법인이 아닌 사단(법인 등)의 대표자에게 포기·인낙에 필요한 권한의 수여에 흠이 있으면, 그 법인 등은 조서에 대하여 준재심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제451조 제1항 제3호)에 대해 대법원은 제456조를 들어 법인 등이 준재심의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준재심을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2014다12348).
법인 등이 안 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표자가 준재심의 사유를 안 날이고, 그때부터 기간이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는 다음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다(2014다12348).
- 대표자가 권한을 수여받지 않은 데서 더 나아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했다.
- 그 포기·인낙이 법인 등의 이익에 배치된다.
- 상대방 당사자가 대표자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이 경우에는 대표자가 안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법인 등의 이익을 정당하게 보전할 권한을 가진 다른 임원 등이 준재심의 사유를 안 때에 비로소 기간이 진행된다(2014다12348).
실무 체크포인트
- 포기·인낙을 진술하기 전에 사건이 가류·나류 가사소송사건인지(가사소송법 제12조), 합유자 소송 같은 필수적 공동소송인지(96다23238),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주주대표소송인지(상법 제403조 제6항) 확인한다.
- 대리인이 진술한다면 특별한 권한을 받았는지 확인한다. 소송대리인은 민사소송법 제90조 제2항 제2호, 후견인은 같은 법 제56조 제2항이 기준이다.
- 제1심 또는 항소심에서 포기·인낙이 조서에 적혔다면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 이내에 인지액 환급을 청구한다(민사소송 등 인지법 제14조 제2항).
- 대표자가 필요한 권한의 수여에 흠이 있는 채로 한 포기·인낙을 다투려는 법인 등은 준재심의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준재심을 낸다. 누가 안 날부터 세는지는 위 「법인 대표자가 한 포기·인낙」 절에서 확인한다(2014다1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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