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무효·취소 소송

혼인무효·취소 소송은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인으로 기록돼 있지만, 그 혼인이 처음부터 효력이 없거나 법원이 취소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지를 다투는 절차다. 혼인무효는 민법 제815조가 정한 무효사유가 있는 경우이고, 혼인취소는 민법 제816조가 정한 취소사유가 있는 경우다.

혼인무효와 혼인취소는 비슷해 보이지만 효과와 절차가 다르다. 무효는 법률상 유효한 혼인이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았다는 문제이고, 취소는 일단 성립한 혼인을 법원의 판결로 장래를 향해 정리하는 문제다. 민법은 혼인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않는다고 정한다(민법 제824조).

쉽게 말하면 — 혼인무효는 “애초에 혼인이 아니었다”는 주장이고, 혼인취소는 “혼인은 성립했지만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으니 취소해 달라”는 주장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인으로 올라가 있다는 점은 같지만, 어떤 사유를 주장하느냐에 따라 소송 종류와 효과가 달라집니다.

혼인무효가 되는 경우

혼인은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신고함으로써 효력이 생기지만(민법 제812조), 신고가 접수됐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으면 무효다(민법 제815조 제1호). 혼인의 합의는 단순히 신고서에 이름이 적혀 있다는 뜻이 아니라, 당사자가 서로 법률상 부부가 되려는 의사를 가지고 혼인신고를 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상대방과 합의 없이 그의 인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한 사안에서, 혼인의 합의가 없으므로 그 혼인은 무효라고 보았다(83므22). 혼인의 합의는 혼인신고를 할 당시에 존재해야 하고, 신고가 접수됐더라도 신고 당시 당사자에게 법률상 부부가 되려는 의사가 없으면 무효 문제가 된다. 반면 사실혼관계에 있던 당사자 사이에서는 혼인의사가 불분명하더라도 그 존재를 추정할 수 있다(99므1329). 혼인의사 유무는 신고 형식만이 아니라 사실혼 여부 등 구체적 생활관계를 함께 보아 판단한다.

그 밖에 당사자 사이에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경우, 당사자 사이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경우에는 혼인이 무효다(민법 제815조 제3호·제4호).

8촌 이내 혈족의 근친혼은 더 이상 무효사유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8촌 이내 혈족의 혼인을 금지하는 것 자체는 합헌이지만, 이를 위반한 혼인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하는 민법 제815조 제2호는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2018헌바115). 헌재는 2024.12.31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무효조항을 계속 적용하도록 했으나(같은 결정), 시한이 지나도록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정한 시한까지 개정되지 않은 조항은 그 뒤 효력을 잃는다. 그래서 8촌 이내 혈족의 혼인은 제809조 제1항으로 여전히 금지되지만, 위반해도 당연무효가 아니라 법원에 취소를 청구할 사유로 다룬다(민법 제816조 제1호). 성립요건과 그 위반의 효과는 혼인에서 함께 정리했다. (2026년 7월 기준)

무효사유가 있으면 혼인신고가 되어 있어도 그 혼인의 효력을 전제로 법률관계를 정리하기 어렵다. 상속, 가족관계등록, 친족관계, 재산관계가 모두 이어질 수 있으므로, 단순 정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혼인무효 확인 판결이 필요한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혼인관계가 이미 이혼으로 해소된 뒤에도 과거의 혼인이 무효였는지 확인을 구할 이익이 인정된다(2020므15896 전원합의체). 이혼으로 관계가 끝났더라도 과거 혼인의 무효로 정리해야 할 신분·재산관계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혼인무효는 “처음부터 혼인이 아니었다”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으로 신고할 때 부부가 되려는 진짜 합의가 없었거나(예: 한쪽이 몰래 신고), 직계 인척이나 양부모계 직계혈족 사이의 혼인입니다. 8촌 이내 친족 사이의 혼인은 금지되지만 무효는 아니고, 법원에 취소를 구해야 합니다. 무효면 혼인신고가 되어 있어도 그 혼인을 전제로 한 상속·재산관계를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혼인취소가 되는 경우

혼인취소는 민법 제816조가 정한 사유가 있을 때 문제 된다. 혼인연령, 미성년자·피성년후견인의 동의, 근친혼 제한, 중혼금지 등 혼인요건을 위반한 경우가 대표적이다(민법 제807조·민법 제808조·민법 제809조·민법 제810조 위반, 다만 근친혼 중 민법 제815조의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었는데 상대방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도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816조 제2호).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도 혼인취소 사유다(같은 조 제3호). 여기서 사기에는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고지한 경우뿐 아니라 침묵하거나 고지하지 않은 경우도 포함될 수 있지만, 법령·계약·관습·조리상 고지의무가 인정될 때에만 위법한 기망으로 본다(2015므654). 예컨대 출산 경력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취소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고, 고지의무 인정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다만 취소사유가 있다고 해서 언제나 제한 없이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취소청구권자와 제척기간이 사유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혼인연령·동의·근친혼 제한 위반의 취소청구권자는 민법 제817조민법 제818조가 따로 정하고, 동의 없는 혼인의 취소청구권 소멸은 민법 제819조, 근친혼 등 취소청구권 소멸은 민법 제820조가 정한다.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사유를 이유로 한 혼인취소는 상대방이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6개월이 지나면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822조). 사기·강박에 의한 혼인취소는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823조).

중혼을 이유로 한 취소청구권은 별도의 소멸기간 규정이 없다. 대법원은 중혼 성립 후 10여 년이 지나도록 취소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권리가 소멸하지는 않지만, 구체적 사정에 따라 그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다(92므907). 헌재도 중혼취소청구권에 제척기간이나 소멸사유를 두지 않은 것은 일부일처제 실현을 위한 것으로 합헌이라고 보면서, 가혹한 경우는 법원이 권리남용 법리로 해결한다고 설명했다(2011헌바275).

혼인취소는 기간을 놓치기 쉽습니다. 특히 사기·강박은 3개월, 중대사유는 안 날부터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 문제 됩니다. 상대방과 더 이야기해 보겠다고 시간을 보내다가 취소청구권이 소멸할 수 있습니다.

무효와 취소의 효과 차이

혼인무효는 무효사유가 있는 혼인의 효력을 다투는 절차다.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거나 민법 제815조가 정한 무효사유가 있으면, 그 혼인은 유효한 혼인으로 취급될 수 없다.

혼인취소는 효과가 다르다. 민법 제824조는 혼인취소의 효력이 기왕에 소급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그래서 혼인취소 판결이 있더라도 그 전에 이미 발생한 법률관계가 당연히 모두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대법원도 혼인 중 배우자 일방이 사망해 상대방이 배우자로서 상속받은 뒤 그 혼인이 취소된 사안에서, 민법 제824조가 혼인취소의 비소급효를 정하고 있을 뿐 재산상속에 관해 소급효를 인정할 별도 규정이 없으므로, 이미 이루어진 상속관계가 소급해 무효가 되거나 상속재산이 부당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95다48308).

이 차이는 실무상 중요하다. 혼인무효를 주장할 사건인지, 혼인취소를 주장할 사건인지에 따라 상속, 가족관계등록, 재산반환, 손해배상, 자녀 관련 정리의 방향이 달라진다.

가장 큰 차이는 “과거를 되돌리는가”입니다. 무효는 처음부터 혼인이 아니었다는 것이고, 취소는 혼인은 있었지만 앞으로만 정리하는 것이라 과거로 소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취소되기 전에 이미 이루어진 상속 같은 관계는, 혼인이 취소됐다고 해서 당연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자녀, 손해배상, 가족관계등록 정리

혼인취소의 경우 자녀의 양육책임과 면접교섭권에는 민법 제837조민법 제837조의2가 준용된다(민법 제824조의2). 따라서 혼인취소 사건에서도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양육자, 양육비, 면접교섭을 함께 정리해야 한다. 혼인취소로 부모가 혼인 중이 아니게 되면 친권자도 새로 정해야 하는데, 부모의 협의로 정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이 정한다(민법 제909조).

혼인무효 또는 취소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청구도 문제 될 수 있다. 민법 제825조는 혼인무효 또는 취소의 경우 민법 제806조를 준용한다고 정한다. 가사소송법도 혼인의 무효·취소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와 원상회복청구를 가사소송사건 중 다류 사건으로 정한다(가사소송법 제2조). 대법원은 사기·강박으로 혼인한 사람이 혼인취소 판결이 아니라 협의이혼으로 관계를 정리한 경우에도 그 사기·강박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76다2223).

가족관계등록부 정리는 판결 확정 뒤 별도로 문제 된다. 혼인무효·취소 판결이 확정되면 소를 제기한 사람은 확정일부터 1개월 이내에 판결 등본과 확정증명서를 붙여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해야 한다(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7조). 따라서 소송 단계에서는 청구취지와 판결 주문이 가족관계등록 정리에 필요한 형태로 나올 수 있도록 사건 유형과 당사자 표시를 정확히 잡아야 한다.

혼인이 무효·취소돼도 그 사이에 태어난 자녀 문제는 남습니다. 취소의 경우 양육자·양육비·면접교섭은 이혼과 같은 방식으로 정합니다. 또 무효·취소로 손해를 입었다면 위자료 같은 손해배상을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가족관계등록부의 혼인 기재도 정리해야 합니다.

절차상 구별: 관할, 당사자, 조정 전치

혼인의 무효·취소의 소는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이다(가사소송법 제22조). 부부가 같은 관할구역에 보통재판적이 있으면 그 가정법원,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 공통 주소지나 상대방 보통재판적 등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제기권자와 상대방도 정해져 있다. 혼인무효의 소는 당사자·법정대리인·4촌 이내의 친족이 언제든지 제기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23조). 상대방은 부부 한쪽이 제기하면 배우자, 제3자가 제기하면 부부, 부부 한쪽이 사망했으면 생존자, 상대방이 될 사람이 사망했으면 검사가 된다(가사소송법 제24조).

혼인무효·취소 사건은 일반 민사사건과 심리 방식도 다르다. 당사자의 자백이나 청구인낙만으로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조사와 증거조사를 한다(가사소송법 제12조·가사소송법 제17조). 또 청구를 인용한 확정판결은 소송당사자뿐 아니라 제3자에게도 효력이 미친다(가사소송법 제21조). 신분관계를 획일적으로 확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가사소송법은 혼인의 무효를 가류 가사소송사건으로, 혼인의 취소를 나류 가사소송사건으로 정한다(가사소송법 제2조). 이 구별은 조정 전치와도 연결된다.

조정 전치주의는 나류·다류 가사소송사건과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적용된다(가사소송법 제50조). 따라서 혼인취소 소송은 원칙적으로 먼저 조정을 신청해야 하고, 조정신청 없이 소를 제기하면 법원이 조정에 회부하는 것이 원칙이다(같은 조). 반면 혼인무효는 가류 사건이므로 조정 전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하는 경우에는 또 다르게 본다. 혼인의 무효·취소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와 원상회복청구는 다류 사건이고(가사소송법 제2조), 다류 사건은 조정 전치 대상이다(가사소송법 제50조). 따라서 혼인무효 확인 자체와 손해배상청구를 함께 제기할 때는 각 청구의 성질과 조정 회부 가능성을 구분해 보아야 한다.

혼인취소 소송은 원칙적으로 법원에 소를 내기 전에 조정을 먼저 신청해야 합니다. 반면 혼인무효는 조정 없이 바로 소송으로 갑니다. 무효냐 취소냐에 따라 첫 절차부터 달라지니, 사건 성격을 먼저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자료를 준비할 것인가

혼인무효 사건에서는 혼인의 합의가 없었다는 점이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혼인신고서 작성 경위, 당사자의 의사능력, 신고 당시 건강상태, 위임 여부, 서명·날인의 진정성, 혼인신고 전후의 연락과 생활관계, 가족·지인의 진술이 중요하다. 특히 사망 직전이나 의사능력이 의심되는 시기, 또는 일방이 임의로 신고한 사건에서는 의무기록, 입원기록, 간병기록, 통화·문자 내역, 신고서 작성자와 인장·서명의 진정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민법 제815조·83므22).

혼인취소 사건에서는 취소사유별 자료가 달라진다. 미성년자나 피성년후견인의 동의 문제가 있으면 동의서와 법정대리인·성년후견인의 지위를 확인해야 한다(민법 제808조·민법 제817조·민법 제819조). 근친혼이나 중혼 문제는 가족관계등록부, 제적등본, 이전 혼인관계, 이혼·사망 여부가 핵심이다(민법 제809조·민법 제810조·민법 제816조·민법 제818조).

사기·강박에 의한 혼인취소는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부터 3개월이라는 기간이 중요하다(민법 제823조). 언제 어떤 사실을 알았는지, 어떤 강박에서 벗어났는지, 그 후 상대방과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무효인지 취소인지 먼저 나눈다. 혼인의 합의가 없으면 무효 문제이고, 법정 취소사유가 있으면 취소 문제다(민법 제815조·민법 제816조).
  • 혼인의 합의는 신고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신고 당시 실제로 법률상 부부가 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를 본다(민법 제815조·83므22).
  • 혼인취소는 기간을 먼저 본다. 중대사유는 안 날부터 6개월, 사기·강박은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부터 3개월이 문제 된다(민법 제822조·민법 제823조).
  • 취소는 소급하지 않는다. 혼인취소 판결이 있어도 이미 발생한 모든 법률관계가 당연히 처음부터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민법 제824조·95다48308).
  • 손해배상청구를 분리해 검토한다. 혼인무효·취소 자체와 손해배상·원상회복청구는 사건 성질과 조정 전치가 다를 수 있다(민법 제825조·가사소송법 제2조·가사소송법 제50조).
  • 가족관계등록 정리를 염두에 둔다. 판결 확정 후 가족관계등록부 정리가 필요하므로 청구취지와 판결 주문이 등록 정리에 맞게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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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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