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상 이혼 청구는 부부가 협의이혼을 할 수 없을 때, 법원이 민법 제840조의 이혼원인이 있는지를 판단하여 혼인을 해소하는 소송이다. 이혼 자체뿐 아니라 위자료, 재산분할, 친권자·양육자 지정, 양육비, 면접교섭을 함께 정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민법 제843조·민법 제837조·민법 제837조의2).
쉽게 말하면 — 상대방이 이혼에 동의하지 않거나 조건이 맞지 않으면 법원에 이혼을 청구합니다. 다만 단순히 “같이 살기 싫다”는 사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법에서 정한 이혼사유와 혼인 파탄의 책임·경위가 심리됩니다.
재판상 이혼사유부터 특정한다
재판상 이혼은 민법 제840조 각 호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 배우자의 부정행위, 악의의 유기,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의 심히 부당한 대우, 자기 직계존속에 대한 배우자의 심히 부당한 대우, 3년 이상 생사불명,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대표적이다.
실무상 가장 넓게 문제 되는 것은 제6호의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다. 폭언·폭행, 장기간 별거, 경제적 방임, 반복적 갈등, 신뢰관계 붕괴처럼 하나의 사유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는 사정도 전체적으로 혼인공동생활이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인지가 문제 된다.
다만 제6호는 만능 조항이 아니다. 혼인관계가 나빠졌다는 주장만으로 부족하고, 언제부터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 그 행위가 혼인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현재 회복 가능성이 왜 없는지를 시간순서로 설명해야 한다.
이혼소장에는 감정적 평가보다 사실관계가 중요합니다. “성격 차이”라고만 쓰기보다, 별거 시작일, 폭언·폭행 일시, 생활비 지급 중단, 외도 정황, 상담·화해 시도와 실패 경과를 정리해야 합니다.
이혼사유가 있어도 기간이 지나면 청구하지 못한다
이혼사유가 있어도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그 사유로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다른 배우자가 사전에 동의하거나 사후에 용서한 때, 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부정행위가 있은 날부터 2년이 지난 때에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841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도 안 날부터 6개월, 사유가 있은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842조).
이혼사유가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사유로는 청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의 외도는 안 날부터 6개월, 있은 날부터 2년이 지나면 그 일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미리 동의했거나 용서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정전치와 소송의 흐름
재판상 이혼의 소는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이다(가사소송법 제22조). 부부가 같은 가정법원 관할 안에 보통재판적이 있으면 그 법원, 마지막 공동 주소지 관할 안에 부부 한쪽의 보통재판적이 있으면 그 법원, 그 밖에는 상대방의 보통재판적 소재지 가정법원에 낸다.
재판상 이혼은 조정을 먼저 신청해야 하는 조정전치 사건이다. 조정 없이 소를 제기하면 가정법원이 원칙적으로 조정에 회부한다. 다만 공시송달로만 소환할 수 있거나 조정 성립 가망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다(가사소송법 제50조).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다. 다만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사항은 예외다(가사소송법 제59조 제2항).
조정에서는 이혼 여부뿐 아니라 위자료, 재산분할, 친권자·양육자, 양육비, 면접교섭을 한꺼번에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서 조건을 모호하게 정하면 나중에 집행이나 변경 분쟁이 생기므로, 금액·지급기한·계좌·부동산 이전·자녀 인도·면접교섭 일정을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조정이 불성립하면 소송으로 진행된다. 법원은 당사자 진술, 제출 증거, 가사조사, 자녀 관련 자료 등을 통해 이혼원인과 부수청구를 심리한다.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법원은 자녀 복리 관점에서 친권·양육·면접교섭을 직권적으로 살피는 경향이 강하다(민법 제837조).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오히려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대법원은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재판상 이혼원인에 관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다음과 같이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첫째 상대방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둘째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셋째 세월이 흘러 쌍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다.
이 판례는 단순히 “유책이면 무조건 패소”라는 뜻도 아니고, “이미 파탄되었으니 누구나 이혼 가능”이라는 뜻도 아니다. 법원은 유책행위의 내용과 정도, 별거기간, 상대방의 혼인계속의사, 상대방의 정신적·경제적 상태, 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 이혼 후 생활보장 등을 종합해 본다(2013므568).
따라서 외도를 한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는 사건이라면, 외도 자체의 존재뿐 아니라 이후 부양·양육·재산 정리에서 상대방과 자녀를 어떻게 보호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반대로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하는 사건에서는 실제로 혼인을 유지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이혼 거부가 보복적 수단인지, 경제적 보호가 필요한지 등이 함께 다투어진다.
대법원은 이후 2021므14258 판결(2022. 6. 16.)에서 이 예외 기준을 구체화했다. 상대방의 혼인계속의사는 소송에서 표명하는 주관적 의사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혼인생활과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언행과 태도를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관계 회복 노력 없이 상대방을 비난하고 대화를 거부하거나, 법원이 권유한 부부상담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며 무관심으로 일관하면, 혼인계속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이를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 과거 유책 판단으로 이혼청구가 기각된 뒤에도, 상대방이 비난을 이어가고 전면적 양보만 요구하거나 민형사 분쟁·장기 별거가 고착되어 혼인이 회복 불능에 이르면 종전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될 수 있다고 보았다. 판단 기준시는 현재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다. 다만 상대방이 경제적·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해 보호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허용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2021므14258).
바람을 피우거나 집을 나간 쪽이 오히려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상대방도 사실상 혼인을 유지할 뜻이 없거나, 상대방과 자녀를 충분히 보호·배려했거나, 오랜 세월이 지나 잘잘못을 따지는 의미가 옅어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의 생계가 어려운 경우에는 더 엄격하게 봅니다.
위자료·재산분할·자녀 문제를 함께 설계한다
재판상 이혼에서는 이혼청구만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 혼인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에게는 이혼으로 인한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함께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843조·민법 제806조). 그러나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배상이고, 재산분할은 혼인 중 형성한 공동재산의 청산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민법 제839조의2).
재산분할은 이혼의 유책성과 별개로 판단된다. 파탄 책임이 있는 배우자라도 혼인 중 공동재산 형성·유지에 기여했다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반대로 위자료가 인정되더라도 그것만으로 공동재산 분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다른 돈입니다. 위자료는 혼인을 깬 책임에 대한 손해배상이고, 재산분할은 결혼 기간에 함께 모은 재산을 나누는 정산입니다. 그래서 잘못한 배우자라도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면 재산분할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친권자·양육자, 양육비, 면접교섭을 반드시 함께 정리해야 한다(민법 제837조·민법 제837조의2·민법 제843조). 협의이혼과 달리 재판상 이혼에서는 법원이 판결이나 조정으로 이를 정하게 되므로, 자녀의 생활기반·학교·돌봄 가능성·부모의 소득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자녀 양육·친권 지정과 면접교섭 심판에서 누구를 상대방으로 삼는지 같은 당사자 절차는 가사소송규칙 제99조가 정한다.
재판상 이혼청구권은 부부 본인만 행사할 수 있는 일신전속권이다. 소송 중 한쪽이 사망하면 상속인이 소송을 이어받을 수 없고 소송은 그대로 종료되며, 이혼을 전제로 병합한 재산분할청구도 함께 종료된다(94므246).
증거는 시간순서와 쟁점별로 정리한다
이혼소송의 증거는 사건별로 다르지만, 보통 가족관계증명서·혼인관계증명서, 주민등록 자료, 별거 자료, 진단서, 경찰 신고자료, 문자·카카오톡·이메일, 계좌거래내역, 사진, 녹음, 상담기록, 자녀 관련 자료가 문제 된다.
증거는 많이 내는 것보다 쟁점에 맞게 내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행위 사건이면 부정행위의 존재와 시기, 혼인 파탄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폭력 사건이면 진단서·신고내역·사진·녹음의 연결이 중요하다. 생활비 방임 사건이면 소득과 지출, 송금 내역, 미지급 기간을 표로 정리하는 편이 낫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별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상대방의 휴대전화·계정에 무단으로 접근하거나 위치추적 장치를 설치하는 방식은 형사·민사상 위험이 있으므로, 증거 확보 단계부터 적법성을 따져야 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이혼사유를 먼저 고른다. 민법 제840조 각 호 중 어느 사유인지, 특히 제6호라면 왜 혼인 계속이 어려운지를 구체화한다.
- 제척기간을 먼저 확인한다. 부정행위·제6호 사유는 안 날 6개월·있은 날 2년의 제한이 있다(민법 제841조·민법 제842조).
- 전속관할을 확인한다. 재판상 이혼의 소는 정해진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이다(가사소송법 제22조).
- 유책배우자 사건은 예외 사정을 정리한다. 2013므568의 기준에 맞추어 유책성, 별거기간, 상대방 보호, 자녀 복리를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한다.
- 조정안을 숫자로 쓴다. 위자료·재산분할·양육비 금액, 지급일, 계좌, 부동산 이전기한, 면접교섭 일정을 특정한다.
-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구별한다. 위자료는 책임, 재산분할은 공동재산 청산의 문제다(민법 제806조·민법 제839조의2).
- 미성년 자녀 자료를 별도로 준비한다. 친권·양육·양육비·면접교섭은 자녀 복리 중심으로 판단된다(민법 제837조·민법 제837조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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