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물채권은 어느 물건인지 개별적으로 정해진 물건의 인도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이다. 채무자는 그 물건을 인도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하고, 이행기의 현상대로 인도해야 한다. 현상대로 인도한다는 규정이 물건을 부주의하게 훼손해도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민법 제374조, 같은 법 제390조, 같은 법 제462조).
쉽게 말하면 — 같은 종류의 물건 아무 것이 아니라, 계약에서 정한 바로 그 물건을 받을 권리입니다. 물건을 넘길 사람은 인도할 때까지 잘 보관해야 하고, 훼손되었다면 보관의무 위반과 손해배상 여부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종류채권과 무엇이 다른가?
특정물채권은 개별 물건을 인도 대상으로 삼고, 종류채권은 우선 일정한 종류에 속한 물건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종류채권도 채무자가 이행에 필요한 행위를 완료하거나 채권자의 동의를 얻어 이행할 물건을 지정하면 그 물건이 채권의 목적물이 된다. 따라서 처음 계약할 때뿐 아니라 나중에 특정이 이루어졌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민법 제374조, 같은 법 제375조 제2항).
계약에서 지정한 특정 장비를 인도하는 채무와 일정한 품질의 장비를 마련하여 인도하는 채무는 같은 장비 거래라도 이행 대상이 다를 수 있다. 종류채권에서 품질을 정하는 기준과 특정의 상세는 종류채권에서 다룬다(민법 제375조).
물건은 언제까지 어떤 주의로 보관해야 하는가?
채무자는 특정물을 인도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해야 한다. 계약 체결 시점의 상태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인도할 때까지 보존의무가 계속된다. 물건을 훼손하거나 멸실시켜 채무의 내용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이 문제 되지만,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는 구별된다. 책임을 면하려면 채무자가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민법 제374조, 같은 법 제390조, 2018다291347 판결요지 [2]).
이행지체 중에는 채무자에게 과실이 없어도 그 지체 중에 생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다만 이행기에 이행했어도 손해를 면할 수 없었다면 그렇지 않다. 반대로 채권자가 이행을 받을 수 없거나 받지 않아 이행제공 때부터 채권자지체가 성립한 경우, 그 지체 중 채무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불이행 책임을 지지 않는다(민법 제392조, 같은 법 제400조, 같은 법 제401조). 채권자지체로 보관이나 변제 비용이 늘면 그 증가액은 채권자가 부담한다(민법 제403조). 채권자가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으면 채무자는 목적물을 공탁해 채무를 면할 수 있고, 물건이 공탁에 적당하지 않거나 멸실·훼손될 염려가 있거나 공탁 비용이 과다하면 법원의 허가를 얻어 경매하거나 시가로 팔아 그 대금을 공탁할 수 있다(민법 제487조, 같은 법 제490조).
보존이나 인도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면 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 귀속도 확인해야 한다. 채무자를 위하여 이행하는 법정대리인이나 채무자가 사용하여 이행하는 사람의 고의·과실은 채무자의 고의·과실로 본다(민법 제391조).
이행제공은 채무 내용에 따른 현실제공이 원칙이다. 채권자가 미리 받기를 거절했거나 채무 이행에 채권자의 행위가 필요한 경우에는 변제준비의 완료를 알리고 수령을 최고하는 방법으로 제공할 수 있다. 단순히 물건을 찾아가라고 말한 사실만으로 수령지체가 성립한다고 단정하지 않는다(민법 제460조).
현상대로 인도하면 훼손 책임도 없어지는가?
이행기의 현상대로 물건을 인도하더라도 보존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정물을 실제로 넘기는 의무와, 그 물건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 책임은 함께 판단해야 한다. 민법 제462조의 현상인도 규정은 제374조의 보존의무와 제390조의 손해배상 규정을 함께 읽어야 한다(민법 제374조, 같은 법 제390조, 같은 법 제462조).
임대차가 종료한 뒤 반환할 장비가 훼손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임차인의 선관주의 보존의무와 원상반환의무를 함께 확인했다. 임대차의 원상반환에는 민법 제654조를 통해 제615조가 준용된다. 따라서 단지 훼손된 현상을 그대로 넘겼다는 이유만으로 원상반환과 손해배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민법 제615조, 같은 법 제654조, 2018다291347 판결요지 [2]).
매매한 물건에 하자가 있으면 그대로 받아야 하는가?
특정물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하자담보책임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매수인이 계약 당시 하자를 과실 없이 몰랐다면, 하자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해제하고 그 밖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국가나 대행기관 등이 법률에 따라 권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하는 경매에는 물건 하자의 담보책임이 적용되지 않는다. 면책특약이 있어도 매도인이 알고 고지하지 않은 사실과 제3자에게 권리를 설정·양도한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이 남는다.
건축 목적으로 산 토지에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어 건축이 불가능한 법률상 장애가 있다면, 그 장애도 물건의 하자에 해당한다. 그 하자가 있는지는 매매계약 성립 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인도까지 보존하는 동안 생긴 훼손은 보존의무 위반 여부를 따로 판단한다.
물건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의 권리는 매수인이 그 하자를 안 날부터 정해진 기간 내에 행사해야 한다. 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별도로 진행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매수인이 물건을 인도받은 때부터 센다. 양쪽이 상인인 매매에서는 매도인이 하자를 알고 있었던 경우의 예외를 포함해 검사·통지 요건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구체적인 구제와 기간, 종류매매에서 하자 없는 물건을 청구하는 요건은 매도인의 담보책임과 하자 구제에서 설명한다.
임차물이 훼손되었는데 원인을 모르면 누가 책임지는가?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뒤 훼손된 목적물을 반환하는 경우에는 자신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훼손되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도 원칙은 같고, 화재 등으로 목적물이 없어져 반환이 이행불능이 된 경우도 마찬가지다(2023다244895 판결요지 [1]). 다만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생긴 훼손이 임대인의 지배·관리 영역에 있는 하자로 생겼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그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2018다291347 판결요지 [2]).
장비 사건에서 대법원은 임대인에게 수선의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임차인의 귀책사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장비 수리비 청구를 배척한 부분은 파기환송했고, 실제 사용·수익이 없어 부당이득을 인정하지 않은 부분 등에 관한 나머지 상고는 기각했다. 반환할 물건의 훼손에 관한 손해배상과 사용이익의 반환은 서로 다른 청구다(2018다291347 판결요지 [1]~[3] 및 주문).
숙박계약에서는 객실의 점유·관리가 통상 숙박업자에게 남으므로, 원인불명 화재의 객실 손해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숙박업자가 부담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지배·관리 관계와 고객의 화재 발생·확대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여 고객에 대한 구상청구를 배척한 판단을 유지했다. 고객이 언제나 면책된다는 뜻이 아니라 계약의 성질과 지배·관리 영역을 구별한 판단이다(2023다244895 판결요지 [2] 및 이유 3·주문).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위반한 사용·수익으로 생긴 임대차 손해배상은 임대인이 물건을 반환받은 날부터 6개월 내에 청구해야 한다. 민법 제654조는 제610조 제1항의 정해진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 의무와 제617조의 기간을 준용한다. 이 기간은 법문이 정한 위반 사용·수익으로 인한 청구에 적용된다(민법 제610조 제1항, 같은 법 제617조, 같은 법 제654조).
어디에서 인도해야 하는가?
인도 장소는 채무의 성질이나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정한 내용을 먼저 따르고, 그러한 정함이 없으면 채권 성립 당시 물건이 있던 장소가 된다. 특정물 이외의 채무에서 채권자의 현주소나 현영업소를 보충적 변제장소로 정하는 규정과 구별된다. 따라서 특정물을 나중에 옮겨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새 장소가 곧 인도 장소가 되지는 않는다(민법 제467조).
물건이 없어지면 대금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가?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물건을 인도할 수 없게 되면, 채무자는 상대방에게 대금 등 반대급부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537조).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되거나,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채무자가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은 채권자에게 상환해야 한다(같은 법 제538조). 두 경우의 요건과 정산은 위험부담에서 다룬다. 물건 보존에 관한 손해배상 문제와 이러한 반대급부의 위험부담은 각각 요건을 확인해야 하고, 이행불능을 일으킨 원인으로 채무자가 목적물 대신 보상금 등 대상이익을 취득했다면 대상청구도 검토한다.
물건의 가액 전부를 배상받으면 권리는 어떻게 되는가?
채권자가 채권의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의 가액 전부를 손해배상으로 받으면, 배상한 채무자는 그 물건이나 권리에 관하여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한다. 원래 목적물에 관한 권리의 귀속까지 정산하는 규정이며, 자세한 전액배상 요건과 일부배상의 한계는 손해배상자의 대위에서 다룬다(민법 제399조).
확인할 사항은 무엇인가?
특정물채권에서는 이행 대상, 인도할 때까지의 보존 상태, 지체와 귀책사유, 약정한 인도 장소를 순서대로 확인해야 한다. 물건의 현상만 보고 책임을 정하기보다 그 상태에 이르게 된 경위와 계약상 의무를 함께 살펴야 한다(민법 제374조, 같은 법 제390조, 같은 법 제462조, 같은 법 제467조).
- 처음부터 개별 물건을 정했는가, 종류채권이 나중에 특정되었는가?(민법 제374조, 같은 법 제375조)
- 인도까지 선관주의로 보존했으며, 훼손·멸실에 누구의 책임이 있는가?(민법 제374조, 같은 법 제390조)
- 채무자의 이행지체 또는 채권자의 수령지체가 있었는가?(민법 제392조, 같은 법 제400조, 같은 법 제401조)
- 계약상 원상반환의무와 목적물의 지배·관리 영역을 확인했는가?(2018다291347, 2023다244895)
- 쌍무계약의 반대급부와 면책으로 얻은 이익을 따로 정산해야 하는가?(민법 제537조, 같은 법 제53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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