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부담

위험부담이란 쌍무계약에서 한쪽의 채무가 이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대가인 반대급부를 누가 떠안는지를 정하는 문제다. 민법은 채무자위험부담주의를 원칙으로 삼는다.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537조). 채권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가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538조 제1항 전문). 제537조의 위험배분은 사적자치의 영역이므로 당사자가 계약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 다만 사업자가 상당한 이유 없이 자기 위험을 고객에게 넘기는 약관조항은 사적자치의 한계를 벗어나 무효가 될 수 있다(2003두3734 판결요지 [2]). 제537조와 제538조는 계약이 성립한 뒤에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를 다룬다. 계약 성립 당시 이미 불가능한 급부를 목적으로 한 경우는 계약의 효력과 민법 제535조의 문제다. 불능 자체의 요건과 귀책 있는 불능의 효과는 이행불능에서 본다.

쉽게 말하면 — 팔기로 한 물건이 없어져서 넘겨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럼 대금은 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별도 약정이 없고 양쪽 다 잘못이 없으면 파는 쪽이 손해를 떠안습니다. 물건도 못 주고 대금도 못 받으며, 이미 받은 돈은 돌려줘야 합니다. 반대로 사는 쪽 잘못으로 물건이 없어졌다면 파는 쪽은 대금을 청구할 수 있지만, 물건을 넘기지 않아 얻은 이익은 정산해야 합니다.

쌍방 모두 책임이 없으면 대금은 어떻게 되는가?

대법원은 쌍무계약의 이행 장애를 셋으로 나눈다. 당사자 일방이 부담하는 채무가 채무자의 귀책사유로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책임을 지지만, 당사자 쌍방의 귀책사유 없이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위험부담에 관한 민법 제537조가 적용되고, 채권자의 귀책사유로 이행할 수 없는 경우 등에는 민법 제538조가 적용된다(2017다254228 판결요지 [1]).

제537조의 요건은 셋이다. 쌍무계약일 것,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이행할 수 없게 되었을 것, 그 사유가 당사자쌍방의 책임없는 사유일 것이다. 효과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이므로 반대급부를 구할 권리가 없어진다. 여기서 채무자는 이행할 수 없게 된 바로 그 채무의 채무자다. 목적물을 넘길 수 없게 된 매도인이 대금도 청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조문은 이미 주고받은 급부를 어떻게 되돌리는지까지 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그 부분을 부당이득으로 처리한다.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쌍방의 귀책사유 없이 채무가 이행불능된 경우 채무자는 급부의무를 면함과 더불어 반대급부도 청구하지 못하므로, 쌍방 급부가 없었던 경우에는 계약관계는 소멸하고 이미 이행한 급부는 법률상 원인 없는 급부가 되어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반환청구할 수 있다(2008다98655 판결요지 [1]). 이 판시가 든 참조조문은 제537조와 민법 제741조다.

이행불능은 절대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생활상 경험칙이나 거래관념에 비추어 채권자가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 기간을 정한 임대차 같은 계속적 계약에서는 일정 기간의 급부불능도 그 기간에는 종국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계약이 계속 존속하더라도 제537조가 적용될 수 있다(2024다293580 판결요지 [2]).

해제하지 않아도 되돌려 받나?

쌍방 채무의 이행이 없었던 경우에는 계약상 의무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하고, 이미 이행한 급부는 법률상 원인 없는 급부가 되어 부당이득 법리에 따라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2017다254228 판결요지 [1]). 해제를 거치지 않아도 청산이 열리는 것이어서 청구원인 구성이 달라진다. 채무자의 귀책사유 있는 이행불능이라야 해제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546조), 이행불능이 채권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경우 채권자는 그 이행불능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2000다50497 판결요지 [1]).

반환이 한쪽 방향으로만 일어나지는 않는다. 매수인이 이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목적물을 점유·사용하던 중 그 목적물이 경매절차에서 매각되어 쌍방의 귀책사유 없이 이행불능에 이른 사안이 있다. 대법원은 위험부담의 법리에 따라 매도인은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을 반환하여야 하고, 매수인은 목적물을 점유·사용함으로써 취득한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2008다98655 판결요지 [2]). 이는 점유·사용을 이전받은 매수인에 관한 구체적 사안의 판단이어서, 인도받지 않은 매수인에게 그대로 미치지는 않는다.

계약이 무산되었으니 받은 돈은 돌려줘야 합니다. 다만 그동안 물건을 쓰고 있었다면 그 사용 이익도 함께 정산합니다. 한쪽만 되돌리고 끝나지 않습니다.

채권자에게 책임이 있으면 결론이 뒤집히는가?

뒤집힌다.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채권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538조 제1항 전문). 대가위험이 채권자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채무자는 자기 급부를 하지 않고도 반대급부를 구할 수 있다.

이때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는 채권자의 작위·부작위가 채무자의 이행 실현을 방해하고, 채권자가 그 행위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신의칙상 비난받을 수 있는 경우를 뜻한다(2001다79013 판결요지 [1]). 같은 판결은 매수인이 잔금 등의 지급을 거절한 사안에서도 그 거절만으로는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당해고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나?

전형적인 적용례가 부당해고다.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고자의 근로자로서 지위는 계속된다(2011다20034 판결요지 [1]). 그간 근로의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 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같은 판례 판결요지 [1]). 여기서 근로자는 근로제공의무의 채무자이고 사용자가 그 채권자다. 청구할 수 있는 임금은 근로기준법 제2조에서 정하는 임금을 의미하며, 반드시 통상임금으로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같은 판례 판결요지 [1]).

임금 청구가 언제나 되는 것은 아니다. 해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발생한 경우나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에 의하여 사업을 폐지한 경우에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근로제공을 못한 것이 아니므로 그 기간의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93다50017 판결요지 다). 그 사안에서 대법원은 해고기간 중 근로자가 구속되어 있던 기간의 임금청구를 배척했다(같은 판례 판시사항 라).

중간수입은 어떻게 공제하나?

“임금 전부”는 지급 대상의 범위이지, 제538조 제2항의 이익 상환이 배제된다는 뜻은 아니다. 해고기간 중 다른 직장에서 받은 임금은 중간수입으로 공제할 수 있지만, 근로기준법 제46조의 휴업수당 범위는 공제할 수 없고 그 초과분에서만 공제할 수 있다(93다37915 판결요지 나, 90다카25277 판결요지 라). 중간수입이 발생한 기간은 임금지급의 대상이 되는 기간과 대응해야 한다(90다카25277 판시사항 마).

공제의 산식도 정해져 있다. 공제할 수 있는 것은 근로자가 지급받을 수 있었던 해고기간의 임금액 중 휴업수당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이다(2021다279903 판시사항 [2]). 중간수입액에서 휴업수당 한도액을 빼는 방식이 아니다. 같은 판결은 미지급 임금·퇴직금에서 원천세액이나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료를 미리 징수·공제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같은 판례 판시사항 [1]).

근로기준법의 휴업수당은 층위가 다르다. 대기발령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휴직에 해당하므로, 사용자가 자신의 귀책사유에 해당하는 경영상의 필요로 대기발령을 하였다면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의 휴업을 실시한 것이어서 휴업수당 지급의무가 있다(2012다12870 판결요지 [1]). 민법상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휴업수당은 문제 될 수 있다.

수령지체 중에 불능이 되면 누가 떠안는가?

채권자가 떠안는다.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에 당사자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도 같다(민법 제538조 제1항 후문). 쌍방에게 책임이 없다는 점은 제537조와 같은데, 수령지체가 있었다는 사정 하나로 결론이 반대가 된다.

수령지체는 채권자지체를 말한다. 채권자가 이행을 받을 수 없거나 받지 아니한 때에는 이행의 제공있는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민법 제400조). 채권자지체 중에는 채무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이 없다(민법 제401조). 변제의 제공은 채무내용에 좇은 현실제공으로 하여야 하고, 채권자가 미리 수령을 거절하거나 채무의 이행에 채권자의 행위를 요하는 경우에는 변제준비의 완료를 통지하고 그 수령을 최고하면 된다(민법 제460조). 채무자가 이행을 제공한 사실이 이 후문의 출발점이므로, 제공의 시기와 내용을 남겨 두는 것이 실제로 중요하다.

대법원은 제538조 제1항 후문을 적용하려면 현실제공이나 구두제공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2001다79013 판결요지 [2]). 채권자가 받지 않을 의사를 확고히 보여 채무불이행책임을 면하는 데 구두제공조차 필요 없는 경우에도, 이 후문으로 반대급부를 청구하려면 현실제공이나 구두제공은 해야 한다. 다만 제공의 정도는 그 시기와 구체적 상황에 따라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합리적으로 정한다(같은 판례 판결요지 [2]).

채무자가 얻은 이익은 어떻게 정산하는가?

제538조 제1항의 경우에 채무자는 자기의 채무를 면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때에는 이를 채권자에게 상환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2항). 요건은 “이익을 얻은 때”이고 효과는 상환 의무다. 이익이 없으면 상환할 것도 없다. 조문은 상환 대상 이익의 산정 방법을 따로 정하지 않는다.

제537조의 경우, 곧 쌍방에게 책임이 없어 채무자의 대가청구권이 소멸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이때 채무자가 그 불능 사유로 보상금·보험금 같은 이익을 얻었다면 채권자가 그 이익의 인도나 양도를 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 이 문제는 대상청구에서 다룬다.

사는 쪽 잘못으로 물건이 없어졌다면 파는 쪽은 대금을 받습니다. 다만 물건을 넘기지 않아 아낀 비용이 있다면 그만큼은 돌려줘야 합니다. 대금을 받으면서 아낀 것까지 챙길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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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8월 14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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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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