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권과 사해행위 취소

부인권은 회생·파산·개인회생절차에서 절차개시 전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하거나 일부 채권자만 우대한 행위의 효력을 부인해 책임재산을 회복하는 제도다. 회생절차에서는 관리인이 행사하고(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채무자회생법 제105조), 파산절차에서는 파산관재인이 행사하며(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채무자회생법 제396조), 개인회생절차에서는 원칙적으로 채무자가 행사한다(채무자회생법 제584조).

쉽게 말하면 — 회생·파산 직전에 빚진 사람이 재산을 빼돌리거나 특정 채권자에게만 먼저 갚으면, 도산절차 안에서 그 행위를 되돌려 전체 채권자를 위한 재산으로 회복하는 제도입니다. 민법상 사해행위취소가 개별 채권자의 무기라면, 부인권은 도산절차 안의 공동 회복 수단입니다.

채권자취소권과 무엇이 다른가

민법상 사해행위취소권은 개별 채권자가 수익자 또는 전득자를 상대로 행사한다(민법 제406조). 반면 부인권은 도산절차 안에서 관리인·파산관재인 또는 개인회생채무자가 행사하고, 회복된 재산은 개별 채권자 한 사람이 아니라 회생재단·파산재단 또는 개인회생재단의 처리 구조 안으로 들어간다(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채무자회생법 제584조).

구분사해행위취소부인권
근거민법 제406조·민법 제407조회생 채무자회생법 제100조, 파산 채무자회생법 제391조, 개인회생 채무자회생법 제584조
행사 주체개별 채권자관리인·파산관재인·개인회생채무자
행사 방법취소와 원상회복의 소소·부인의 청구·항변(채무자회생법 제105조, 채무자회생법 제396조)
대상재산권 목적의 사해행위사해행위, 편파변제, 비본지행위, 무상행위, 집행행위
기간안 날 1년, 행위일부터 5년(민법 제406조)회생 개시·파산선고부터 2년/행위일부터 10년, 개인회생 개시부터 1년/행위일부터 5년(채무자회생법 제112조, 채무자회생법 제405조, 채무자회생법 제584조)

도산절차가 개시되면 개별 채권자가 진행하던 채권자취소소송은 중단되고 관리인 또는 파산관재인의 부인권 행사로 전환된다. 회생절차에서는 채무자회생법 제113조, 파산절차에서는 채무자회생법 제406조, 개인회생절차에서는 채무자회생법 제584조가 이 구조를 만든다. 개인회생절차 개시 후에는 개인회생채권자가 별도로 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2010다37141).

도산절차가 시작되면 “내 채권을 위해 내가 취소하겠다”는 개별 소송은 뒤로 물러납니다. 책임재산 회복은 절차 안의 부인권으로 모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인권의 네 가지 유형

회생절차의 채무자회생법 제100조와 파산절차의 채무자회생법 제391조는 구조가 거의 같다. 크게 고의부인, 본지행위 위기부인, 비본지행위 위기부인, 무상부인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유형회생 조문파산 조문핵심
고의부인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1호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1호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하는 것을 알고 한 행위. 상대방이 선의이면 제외된다.
본지행위 위기부인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2호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2호지급정지·도산신청 후의 사해행위, 담보 제공, 채무소멸 행위. 상대방이 위기상황 등을 안 경우가 문제 된다.
비본지행위 위기부인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3호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3호지급정지·도산신청 후 또는 그 전 60일 이내의 의무 없는 담보 제공·채무소멸 행위.
무상부인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제1항 제4호채무자회생법 제391조 제4호지급정지·도산신청 후 또는 그 전 6개월 이내의 무상행위와 이에 준하는 유상행위.

고의부인은 채무자의 사해 인식이 중심이다. 위기부인은 지급정지, 회생절차개시 신청, 파산신청 같은 객관적 위기시점을 기준으로 편파적 행위를 통제한다. 무상부인은 증여처럼 대가 없이 재산을 빠져나가게 한 행위를 더 강하게 다루는 유형이다.

부인권은 “일부러 빼돌렸는가”, “위기상황에서 특정인만 챙겼는가”, “공짜로 넘겼는가”를 나누어 봅니다. 유형을 잘못 잡으면 상대방의 선의, 기간, 입증대상이 달라집니다.

특수관계인은 왜 더 엄격한가

특수관계인을 상대로 한 행위에는 별도 특칙이 있다. 회생절차에서는 채무자회생법 제101조, 파산절차에서는 채무자회생법 제392조가 적용된다. 특수관계인의 범위는 채무자회생법 시행령 제4조가 정하며, 개인인 채무자의 배우자,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생계공동자, 일정 지배관계에 있는 법인·임원 등이 포함된다.

특수관계인이 상대방이면 본지행위 위기부인에서 지급정지·도산신청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채무자회생법 제101조, 채무자회생법 제392조). 비본지행위 위기부인의 60일 기간은 1년으로 늘어나고, 무상부인의 6개월 기간도 1년으로 늘어난다.

가족·지배회사·임원처럼 가까운 사람과의 거래는 더 엄격하게 봅니다. 위기상황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고, 재산을 빼돌리기 쉬운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행위가 자주 문제 되는가

편파변제가 가장 흔하다. 채무자가 지급정지나 도산신청 전후에 특정 채권자에게만 변제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면 본지행위 또는 비본지행위 위기부인이 문제 된다(채무자회생법 제100조, 채무자회생법 제391조). “갚을 의무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니고, 시기·방법·상대방의 인식·특수관계 여부를 함께 보아야 한다.

부동산 처분도 자주 문제 된다. 헐값 매각이나 무상 이전은 고의부인 또는 무상부인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적정가 매각이라도 매각대금이 특정 채권자 변제에만 쓰였는지까지 보아야 한다. 이혼 재산분할이나 상속재산분할협의도 상당한 범위를 벗어나 공동담보를 줄이면 취소·부인의 쟁점이 될 수 있다.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라 사해행위취소 대상이 될 수 있고(2000다51797, 2007다29119), 도산절차 안에서는 같은 재산이탈 구조가 부인권 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상속포기는 상속인 지위를 소멸시키는 인적 결단으로 보아 사해행위취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2011다29307). 부인권에서도 상속포기 자체를 재산권 처분행위처럼 단순 취급하면 안 되고, 상속재산분할협의와 구별해야 한다.

집행행위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부인권은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이 있거나 집행행위에 따른 것인 경우에도 행사할 수 있다(회생 채무자회생법 제104조, 파산 채무자회생법 제395조). 따라서 판결·집행·배당을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부인권 검토가 끝나지 않는다.

실무상 단골은 가족에게 먼저 갚기, 담보를 뒤늦게 잡아주기, 부동산을 헐값에 넘기기, 상속분을 일부러 적게 받는 협의입니다. 반대로 상속포기 자체는 상속재산분할협의와 다르게 보아야 합니다.

효과와 상대방의 지위

부인권을 행사하면 채무자의 재산 또는 파산재단이 원상으로 회복된다(회생 채무자회생법 제108조, 파산 채무자회생법 제397조). 다만 이를 모든 관계에서 행위가 처음부터 절대적으로 무효가 된다는 뜻으로 쓰면 부정확하다. 판례는 부인권 행사의 효과가 파산재단과 상대방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발생하고 제3자에게는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2003다55059).

부인 상대방의 지위는 반대급부가 남아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회생절차에서는 반대급부나 그 이익의 현존 여부에 따라 공익채권 또는 회생채권으로 정리되고(채무자회생법 제108조), 파산절차에서는 재단채권 또는 파산채권으로 정리된다(채무자회생법 제398조).

채무 이행행위가 부인된 경우 상대방의 채권은 상대방이 받은 급부를 반환하거나 그 가액을 상환한 때 원상으로 회복된다(회생 채무자회생법 제109조, 파산 채무자회생법 제399조). 따라서 “부인되면 상대방 채권이 즉시 아무 조건 없이 살아난다”가 아니라, 반환 또는 가액상환과 연결된 회복 구조로 보아야 한다.

부인권의 효과는 강하지만 무제한은 아닙니다. 재단과 상대방 사이에서 원상회복을 만드는 효과이고, 상대방이 무엇을 돌려주었는지에 따라 상대방의 권리도 다시 정리됩니다.

어떻게 행사하는가

회생절차의 부인권은 소, 부인의 청구, 항변의 방법으로 관리인이 행사한다(채무자회생법 제105조). 파산절차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파산관재인이 행사한다(채무자회생법 제396조). 부인의 소와 부인의 청구 사건은 회생계속법원 또는 파산계속법원의 전속관할이다(채무자회생법 제105조, 채무자회생법 제396조).

부인의 소는 일반 소송 구조이므로 사실관계와 증거 다툼이 큰 사건에 맞다. 부인의 청구는 도산절차 안에서 신속하게 판단받는 방식이므로, 쟁점이 비교적 단순하고 도산법원이 집중 심리하는 것이 적절한 사건에 맞다. 항변은 상대방이 재단을 상대로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에서 그 권리 발생 원인행위를 부인하는 방식이다.

기간은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회생절차에서는 회생절차개시일부터 2년, 행위일부터 10년이 지나면 행사할 수 없다(채무자회생법 제112조). 파산절차에서는 파산선고일부터 2년, 행위일부터 10년이다(채무자회생법 제405조). 개인회생절차에서는 개시결정일부터 1년, 행위일부터 5년으로 더 짧다(채무자회생법 제584조).

부인권은 방법보다 기간 관리가 먼저입니다. 행위일, 지급정지일, 신청일, 개시결정일 또는 파산선고일을 표로 만들어 두지 않으면 행사기간을 놓치기 쉽습니다.

개인회생에서는 어떻게 다른가

개인회생절차에서는 부인권 규정이 준용되지만, 행사 주체가 파산관재인이 아니라 채무자다(채무자회생법 제584조). 법원은 채권자 또는 회생위원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채무자에게 부인권 행사를 명할 수 있고, 회생위원은 부인권 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채무자회생법 제584조).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 후에는 개인회생채권자가 개별 강제집행을 전제로 책임재산 보전을 구하는 채권자취소소송을 새로 제기할 수 없다. 대법원은 개인회생절차 개시 후에는 채무자가 총채권자 평등변제를 목적으로 하는 부인권을 행사해야 하므로, 개인회생채권자가 별도로 채권자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보았다(2010다37141).

편파변제나 담보제공이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개인회생절차 전체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그 행위가 부인권 행사 대상인지, 변제계획의 청산가치와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법원이 행사명령을 할 필요가 있는지를 순서대로 검토해야 한다(채무자회생법 제584조).

개인회생에서는 채무자 본인이 부인권 행사 주체입니다. 채무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법원이 행사명령을 할 수 있고, 채권자는 개별 사해행위취소소송이 아니라 절차 안의 부인권 구조를 이용해야 합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회생·파산·개인회생 중 어느 절차인지 먼저 구별한다. 행사 주체와 기간이 다르다.
  • 대상 행위가 고의부인, 본지행위 위기부인, 비본지행위 위기부인, 무상부인 중 어디에 들어가는지 먼저 분류한다.
  • 지급정지일, 회생·파산 신청일, 회생개시일, 파산선고일, 개인회생개시일, 행위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한다.
  • 상대방이 특수관계인인지 확인한다. 특수관계인이면 추정과 소급기간이 달라진다(채무자회생법 제101조, 채무자회생법 제392조, 채무자회생법 시행령 제4조).
  • 상속 사건에서는 상속포기와 상속재산분할협의를 구별한다. 상속포기 자체는 사해행위취소 대상이 아니지만(2011다29307),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재산권 행위로 보아 취소·부인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2000다51797, 2007다29119).
  • 부인권 효과는 상대효라는 점을 전제로 제3자 권리, 등기, 반환청구, 가액상환을 따로 검토한다(2003다5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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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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