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성년후견인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어 가정법원의 성년후견개시심판을 받은 사람이다(민법 제9조 제1항). 심판이 있어야 이 지위가 생긴다. 정신적 제약이 아무리 심해도 심판 전에는 피성년후견인이 아니다. 성년후견개시심판이 있으면 그 심판을 받은 사람의 성년후견인을 두어야 한다(민법 제929조).
쉽게 말하면 — 치매나 중증 장애로 재산과 생활에 관한 일을 계속 스스로 처리하기 어려운 분에게, 법원이 심판으로 후견인을 붙여 준 경우 그 본인을 가리킵니다. 병이 깊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결정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요건으로 성년후견이 개시되나
실질 요건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것이다(민법 제9조 제1항).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2항). 청구권자·관할·감정·진술 청취 등 개시 절차는 성년후견개시 심판에서 다룬다.
헌법재판소는 ‘지속적으로 결여’라는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어도 의미의 대강을 확정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다(헌법재판소 2019. 12. 27. 선고 2018헌바161 전원재판부 결정). 같은 결정의 보충의견은 일시적인 사무처리능력 결여만으로는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능력이 단지 ‘부족’한 때에는 성년후견 대상자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으면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임의후견인 또는 임의후견감독인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의 심판을 할 수 있다(민법 제959조의20 제1항). 이 경우 후견계약은 본인이 성년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은 때에 종료된다(같은 항 후단). 대법원은 한정후견개시심판 청구가 제기된 뒤 심판 확정 전에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도 이 조항이 적용된다고 했고(2017스515), 이러한 법정후견 심판이 있으면 임의후견감독인의 선임 여부와 관계없이 후견계약이 종료된다고 했다(2020으547). 임의후견과 법정후견의 우열은 후견계약에서 다룬다.
피성년후견인이 한 법률행위는 어떻게 되나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10조 제1항). 한정후견에서는 법원이 정한 범위의 행위에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하고 동의 없이 한 행위만 취소할 수 있지만(민법 제13조 제1항·제4항), 성년후견에는 그런 동의 구조가 없다. 원칙과 예외가 뒤집혀 있다.
다만 두 가지 예외가 있다. 첫째, 가정법원은 취소할 수 없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고(같은 조 제2항), 그 범위는 본인·배우자·4촌 이내의 친족·성년후견인·성년후견감독인·검사·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로 변경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둘째, 일용품의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아니한 법률행위는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없다(같은 조 제4항).
성년후견이 시작되면 본인이 혼자 맺은 계약은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이 범위는 본인이 혼자 해도 취소하지 못한다”고 미리 정해 둘 수 있고,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사는 것처럼 일상적이고 금액이 크지 않은 거래는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없습니다.
취소는 누가 하고 효과는 어떻게 되나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는 제한능력자, 그의 대리인 또는 승계인만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140조). 거래 상대방에게는 취소권이 없다.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보되, 제한능력자는 그 행위로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상환할 책임을 진다(민법 제141조). 상대방의 최고권·철회권 등 공통 규율은 제한능력자에서 다룬다.
취소권이 막히는 경우도 있다. 제한능력자가 속임수로써 자기를 능력자로 믿게 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취소할 수 없다(민법 제17조 제1항). 같은 조 제2항은 속임수로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있는 것처럼 믿게 한 경우를 규정하지만, 그 대상은 미성년자와 피한정후견인이다.
신분행위와 유언에도 같은 제한이 적용되나
유언에는 민법 제10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민법 제1062조). 대신 피성년후견인은 의사능력이 회복된 때에만 유언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의사가 심신 회복의 상태를 유언서에 부기하고 서명날인하여야 한다(민법 제1063조 제1항·제2항). 다만 성년후견 개시 전 사전처분으로 임시후견인만 선임된 단계에는 제1063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2022다261237).
가족법상 행위에는 민법 제10조의 일반 취소 규율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조문의 동의 요건과 그 위반 효과가 따른다. 피성년후견인은 부모나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혼인할 수 있고(민법 제808조 제2항), 약혼에는 제808조를, 협의상 이혼에는 제808조 제2항을 각각 준용한다(민법 제802조, 민법 제835조). 아버지가 피성년후견인인 경우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인지할 수 있다(민법 제856조).
남편이나 아내가 피성년후견인이면 성년후견인이 성년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아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성년후견감독인이 없거나 동의할 수 없으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을 수 있고, 성년후견인이 소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 피성년후견인은 성년후견종료 심판이 있은 날부터 2년 내에 직접 제기할 수 있다(민법 제848조).
입양도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할 수 있고 양자가 될 수도 있지만, 어느 경우든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민법 제873조 제1항·제2항, 민법 제867조), 성년후견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동의를 거부하면 가정법원은 그 동의가 없어도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제873조 제3항). 피성년후견인인 양부모는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파양을 협의할 수 있지만(민법 제902조), 양자가 피성년후견인이면 협의상 파양을 할 수 없다(민법 제898조).
신상에 관한 결정은 누가 하나
피성년후견인은 자신의 신상에 관하여 그의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단독으로 결정한다(민법 제947조의2 제1항). 신상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 원칙이고, 성년후견인의 권한은 그 범위를 가정법원이 정한 한도에서 보충적으로 작동한다(민법 제938조 제3항).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근거 없이 의사무능력인 피해자를 대신하여 처벌불원의사를 결정하거나 철회할 수 없고,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정한 소송행위에 관하여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았더라도 마찬가지다(2021도11126).
성년후견인이 본인을 치료 등의 목적으로 정신병원이나 그 밖의 다른 장소에 격리하려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민법 제947조의2 제2항). 신체를 침해하는 의료행위에 본인이 동의할 수 없는 경우 성년후견인이 대신 동의할 수 있고(같은 조 제3항), 그 의료행위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하거나 상당한 장애를 입을 위험이 있을 때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같은 조 제4항). 다만 허가절차로 의료행위가 지체되어 생명이나 심신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때에는 사후에 허가를 청구할 수 있다(같은 항 단서). 본인이 거주하는 건물이나 그 대지의 매도·임대, 전세권·저당권 설정 등을 성년후견인이 대리하는 경우에도 허가가 필요하다(같은 조 제5항).
성년후견인은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할 때 본인의 복리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사무를 처리해야 하고, 복리에 반하지 아니하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민법 제947조). 대법원도 성년후견인의 임무에 신상보호가 포함되고 그 임무가 재산관리 못지않게 본인의 복리에 중요하다고 보았다(대법원 2021. 2. 4. 자 2020스647 결정).
후견이 시작되어도 몸과 생활에 관한 일은 본인이 결정할 수 있는 만큼 본인이 정합니다. 입원 격리, 위험한 수술 동의, 살던 집 처분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일은 후견인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법원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합니다.
피성년후견인이 되면 다른 자격에도 영향이 있나
피성년후견인은 후견인이 되지 못하고(민법 제937조 제2호), 유언에 참여하는 증인도 되지 못하며(민법 제1072조 제1항 제2호), 제한능력자로서 유언집행자도 되지 못한다(민법 제1098조). 반면 대리인은 행위능력자가 아니어도 되므로(민법 제117조), 타인의 대리인이 되는 것 자체가 이 조문으로 막히지는 않는다.
민사소송에서는 원칙적으로 법정대리인에 의해서만 소송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가정법원이 민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취소할 수 없는 법률행위로 정한 범위에서는 본인도 소송행위를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55조). 한편 헌법재판소는 국가공무원이 피성년후견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당연퇴직하도록 한 국가공무원법 조항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했다(2020헌가8).
소멸시효에는 보호 장치가 있다. 기간만료 전 6개월 내에 제한능력자에게 법정대리인이 없으면 그가 능력자가 되거나 법정대리인이 취임한 때부터 6개월 내에는 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한다(민법 제179조).
피한정후견인과 무엇이 다른가
같은 법정후견이지만 피한정후견인과는 제한의 방향이 반대다. 후견 종류 전반의 개관은 후견에 있다.
| 구분 | 피성년후견인 | 피한정후견인 |
|---|---|---|
| 요건 | 사무처리 능력 지속적 결여(민법 제9조) | 사무처리 능력 부족(민법 제12조) |
| 행위능력 | 원칙적으로 제한(법률행위 취소 가능) | 원칙적으로 유지(법원 지정 범위만 제한) |
| 법원이 정하는 범위 | 취소할 수 없는 행위의 범위 | 후견인 동의를 받아야 하는 행위의 범위 |
| 일상행위 취소 | 성년후견인의 취소 불가(민법 제10조 제4항) | 불가(민법 제13조 제4항 단서) |
| 속임수 규정 | 민법 제17조 제1항 | 제17조 제1항·제2항 |
언제 종료되나
성년후견개시의 원인이 소멸된 경우 가정법원은 본인·배우자·4촌 이내의 친족·성년후견인·성년후견감독인·검사·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종료의 심판을 한다(민법 제11조). 종료심판이 있어야 지위가 없어지므로, 상태가 나아졌다는 사정만으로 저절로 끝나지 않는다. 피성년후견인에 대하여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때에는 가정법원이 종전 성년후견의 종료 심판을 함께 한다(민법 제14조의3 제2항).
민법은 성년후견에 기간을 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기간을 특정하면 그 만료로 후견이 끝나 다시 개시심판을 받을 때까지 공백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기간 규정이 없더라도 대리권 범위 변경(민법 제938조 제4항)과 종료심판으로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했다(2018헌바161).
실무 체크포인트
- 성년후견개시심판이 확정되어야 피성년후견인이다. 진단서나 입원 사실만으로는 이 지위가 생기지 않는다.
- 거래 상대방은 후견등기사항증명서로 개시 여부와 성년후견인의 권한 범위를 확인한다. 상대방에게는 취소권이 없다.
- 심판문에서 민법 제10조 제2항의 취소할 수 없는 행위 범위를 정했는지 먼저 본다. 그 범위 안의 행위는 취소 대상이 아니다.
- 거주 건물·대지의 처분, 격리, 위험한 의료행위 동의는 가정법원 허가 사항이므로 허가 유무를 확인한다.
- 유언 사건에서는 민법 제1063조 제2항의 의사 부기·서명날인 여부를 확인한다.
- 혼인·이혼·인지·입양·파양에는 민법 제10조의 일반 취소 규율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으므로, 개별 조문의 동의권자와 그 위반 효과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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