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개시 심판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 가정법원이 하는 심판이다(민법 제9조). 개시 심판이 있으면 그 심판을 받은 사람에게 성년후견인을 두어야 한다(민법 제929조).
쉽게 말하면 — 치매, 장애, 질병 등으로 재산관리나 계약 처리를 계속 스스로 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붙여 주는 절차입니다. 가족이 대신 관리하고 싶다는 사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판단능력 상태와 보호 필요성을 법원이 봅니다.
누가 청구할 수 있는가
성년후견개시 심판은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9조).
후견 사건의 관할은 피후견인 또는 피후견인이 될 사람의 주소지 가정법원이 원칙이다. 성년후견개시 심판이 확정된 뒤의 후견 관련 사건은 후견개시 심판을 한 가정법원이 관할한다. 다만 항고법원이 후견개시 등의 심판을 한 경우에는 그 제1심 법원인 가정법원이 관할한다(가사소송법 제44조 제1항 제1호의2 단서).
확정 후의 관할은 옮길 수 있다. 가정법원은 피후견인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면 직권으로 또는 후견인·후견감독인·피후견인·피후견인의 배우자·4촌 이내 친족·검사·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신청에 따라, 관할 가정법원을 피후견인의 주소지 가정법원으로 변경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44조 제2항). 개시 심판을 받은 뒤 본인이 다른 지역의 요양시설이나 자녀 집으로 옮긴 경우에 쓰는 장치다. 변경신청 기각결정에는 신청인이, 변경결정에는 후견인·후견감독인·피후견인이 즉시항고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제1문). 변경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에는 집행정지의 효력이 있다(같은 항 제2문).
가족 중 아무나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서 정한 청구권자가 신청해야 하고, 보통 본인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법원을 정합니다. 후견이 시작된 뒤 본인이 멀리 이사하거나 요양시설로 옮기면, 사건을 본인이 사는 곳의 법원으로 옮겨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인지대는 얼마이고 조정을 거치나
심판청구 수수료는 1건당 5,000원이다(가사소송수수료규칙 제3조 제1항). 성년후견개시는 라류 가사비송사건이기 때문이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1)). 전자소송으로 제출하면 10분의 9로 감액되고(가사소송수수료규칙 제8조), 수수료는 수입인지로 내는 것이 원칙이되, 법원은 따로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현금이나 신용카드·직불카드 등으로 납부하게 할 수 있다(가사소송수수료규칙 제7조 제1항).
다만 인지대가 실제 비용의 전부는 아니다. 성년후견개시 심판에는 원칙적으로 의사의 정신상태 감정이 따르므로(가사소송법 제45조의2 제1항), 감정을 하게 되면 감정료를 따로 예납해야 한다. 실제 지출의 큰 부분은 인지대가 아니라 이 감정료다.
조정은 거치지 않는다. 조정전치는 나류·다류 가사소송사건과 마류 가사비송사건에 적용되고(가사소송법 제50조 제1항), 라류 가사비송사건인 성년후견개시는 대상이 아니다. 이혼이나 재산분할과 달리 조정 신청 없이 곧바로 심판을 청구한다. 본인의 판단능력과 보호 필요성을 법원이 후견적으로 판단하는 사건이라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처분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 방식에도 라류의 원칙과 다른 점이 있다. 라류 가사비송사건의 심판은 원칙적으로 사건관계인을 심문하지 않고 할 수 있지만(가사소송법 제45조), 성년후견개시는 감정(가사소송법 제45조의2)과 진술 청취(가사소송법 제45조의3 제1항 제1호)가 따로 강제되므로 서면심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법원에 내는 인지대 자체는 5,000원으로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돈이 드는 부분은 의사 감정료이고, 이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이혼과 달리 조정을 먼저 거치지 않고 바로 심판을 청구합니다. 다만 서류만 내고 끝나는 절차는 아니어서, 의사 감정과 본인 진술 청취를 거칩니다.
성년후견이 필요한 상태
성년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를 전제로 한다. 일시적 불편이나 단순한 고령만으로는 부족하고, 재산관리·계약·금융거래·의료·생활결정에서 본인이 계속 의사를 형성하거나 표시하기 어려운지가 문제 된다(민법 제9조).
정신적 제약이 있으나 사무처리 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정도는 아니면 한정후견이나 특정후견을 검토할 수 있다. 한정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이고, 특정후견은 일시적 후원이나 특정 사무의 후원이 필요한 경우에 문제 된다(민법 제12조·민법 제14조의2). 대법원도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은 정도의 차이가 문제 되므로, 가정법원이 청구 취지와 본인의 의사, 제도의 목적을 고려해 필요한 보호 유형을 정할 수 있다고 본다(2020스596). 특히 한정후견 개시를 청구한 사건이라도 감정 결과 등에 비추어 성년후견 개시 요건을 충족하고 본인도 성년후견 개시를 희망하면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같은 판례).
본인의 의사는 고려 요소이지 절대적 요건은 아니다. 특정후견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할 수 없지만(민법 제14조의2 제2항),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은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되 그에 반해서도 개시될 수 있다(민법 제9조 제2항·민법 제12조 제2항). 본인이 형식적으로 반대하더라도 판단능력·의사표현에 제약이 있고 보호 필요성이 크면 개시될 수 있으므로, 반대의사의 진정성과 이해능력을 함께 살핀다.
심리와 자료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민법 제9조). 또한 성년후견개시 또는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의사에게 정신상태 감정을 시켜야 한다. 다만 정신상태를 판단할 만한 다른 충분한 자료가 있으면 감정을 생략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2).
대법원은 이 감정 규정이 의사의 감정결과만으로 후견개시 요건을 결정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 정신상태를 판단할 만한 다른 충분한 자료가 있으면 의사의 감정 없이도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2020스596).
진술 청취와 심문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할 때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 다만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진술을 들을 상대가 피임의후견인과 임의후견인으로 바뀐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3 제1항 제1호).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이나 피임의후견인이 의식불명, 그 밖의 사유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진술을 듣지 않는다(같은 항 단서).
진술을 듣는 방식도 따로 정해져 있다. 가정법원이 개시 심판에서 진술을 들을 때에는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을 심문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2항 본문). 서면 의견만 받고 넘어갈 수 있는 절차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그 사람이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없거나 출석을 거부하는 등 심문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심문하지 않는다(같은 항 단서). 심문을 위하여 검증이 필요하면 민사소송법의 검증 규정을 준용한다(같은 조 제3항).
진단서만 내면 바로 결정되는 절차가 아닙니다. 법원은 본인의 상태, 본인의 의사, 가족관계, 재산상황, 후견인이 될 사람의 적합성을 함께 봅니다. 본인의 말을 서면으로만 받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직접 본인을 심문하는 것이 원칙이고, 본인이 의사를 밝힐 수 없거나 나오기를 거부하는 사정이 있을 때에만 생략합니다.
심판의 고지와 불복
성년후견에 관한 심판은 당사자와 절차에 참가한 이해관계인 외에 후견인과 후견감독인에게도 고지한다. 그 심판이나 법률에 따라 임무가 시작되거나 끝나는 사람도 여기에 들어간다(가사소송규칙 제35조 제1항, 제25조). 심판이 있으면 법원사무관등은 지체 없이 사건본인에게 그 뜻을 통지한다(같은 규칙 제35조 제2항).
심판의 효력은 심판을 받을 사람이 고지받음으로써 생기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심판은 확정되어야 효력이 있다(가사소송법 제40조). 성년후견개시 심판은 즉시항고 대상이므로 고지만으로는 효력이 없고, 확정되어야 비로소 후견이 시작된다. 이 글에서 ‘심판 확정’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시항고권자와 기간
즉시항고는 대법원규칙이 따로 정한 심판에만 허용된다(가사소송법 제43조 제1항). 성년후견개시 심판에는 민법 제9조 제1항에 규정한 청구권자와 민법 제959조의20 제1항의 임의후견인·임의후견감독인이 즉시항고할 수 있다(가사소송규칙 제36조 제1항 제1호 가목). 청구를 한 사람만이 아니라 청구할 수 있었던 배우자·4촌 이내 친족 등도 불복할 수 있다.
즉시항고 기간은 14일이다(가사소송법 제43조 제5항).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심판을 고지받는 사람은 고지받은 날부터, 고지받지 않는 사람은 청구인이 고지받은 날부터 기간이 진행한다. 청구인이 여러 명이면 마지막으로 고지받은 청구인을 기준으로 한다(가사소송규칙 제31조). 사건본인은 통지를 받을 뿐 고지 대상이 아니므로, 기간 계산의 기준일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법원이 “성년후견을 시작한다”고 결정해도 그 즉시 효력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결정문을 받은 사람들이 14일 안에 불복하지 않아 확정되어야 후견이 시작됩니다. 불복할 수 있는 사람은 신청인만이 아니라 본인·배우자·4촌 이내 친족처럼 애초에 신청할 수 있었던 사람들과, 미리 후견계약을 맺어 둔 임의후견인·임의후견감독인입니다.
심판 전 급한 보호는 어떻게 하는가
성년후견개시 심판은 감정·조사·진술 청취를 거치므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 사이 본인의 보호나 재산 보전이 급하면 가정법원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처분, 곧 임시후견인 선임 등 사전처분을 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 사전처분은 심판이 확정될 때까지의 잠정적 보호장치다.
임시후견인은 확정된 성년후견인과 같은 지위에 서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사전처분으로 임시후견인이 선임된 경우에도 사건본인은 의사능력이 있는 한 임시후견인의 동의 없이 유언할 수 있고, 아직 성년후견이 개시된 것이 아니므로 심신 회복 상태 부기를 요구한 민법 제1063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2022다261237). 임시후견의 잠정성과 한계를 보여주는 판례다.
임시후견인의 지위와 사전처분의 효력
임시후견인의 지위는 준용 규정으로 정해진다. 가정법원이 사전처분으로 임시후견인을 선임한 경우, 성년후견·한정후견 사건의 임시후견인에게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한정후견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가사소송규칙 제32조 제4항). 성년후견 사건이라도 임시후견인의 권한은 성년후견인이 아니라 한정후견인 쪽에 맞춰 짜인다. 임시후견인 선임을 성년후견 개시와 같이 볼 수 없다는 앞의 판례도 이 준용 구조와 맞물린다.
선임처분의 고지와 통지도 정해져 있다. 선임처분은 선임된 사람과 해당 후견인·후견감독인에게 고지하고, 법원사무관등은 지체 없이 사건본인에게 그 뜻을 통지한다(같은 조 제2항·제5항). 가정법원은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언제든지 임시후견인에게 사건본인의 신상보호나 재산관리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고, 임시후견인을 해임하거나 개임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제5항).
사전처분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62조 제4항). 다만 사전처분은 집행력을 갖지 않으므로(같은 조 제5항), 처분을 어겼다고 해서 곧바로 강제집행으로 밀어붙이지는 못한다. 대신 당사자나 관계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사전처분을 위반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문제 된다(가사소송법 제67조 제1항). 그래서 사전처분을 할 때 법원은 이 제재를 함께 고지한다(가사소송법 제62조 제2항).
성년후견은 결정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 사이 누가 본인의 재산을 빼돌릴 위험이 크다면, 심판을 기다리지 말고 임시후견인을 먼저 세워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시후견인은 말 그대로 임시라, 본인이 판단능력이 있으면 그 동의 없이 유언 같은 것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임의후견 우선과 법정후견의 보충성
본인이 미리 후견계약(임의후견)을 맺어 등기해 둔 경우에는 법정후견인 성년후견이 뒤로 밀린다. 후견계약이 등기돼 있으면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임의후견인·임의후견감독인의 청구로 성년후견 심판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후견계약은 본인이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은 때 종료된다(민법 제959조의20 제1항). 본인의 의사로 정한 후견계약을 우선하고, 법정후견은 보충적으로만 개입한다는 취지다. 법정후견이 개시되면 후견계약이 그때 끝나므로, 임의후견과 성년후견이 나란히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이 보충성을 넓게 적용한다. 성년후견·한정후견 개시 청구가 제기된 뒤 심판 확정 전에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도 이 원칙이 적용되므로,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만 법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2017스515). 여기서 ‘특별히 필요할 때’란 후견계약의 내용, 임의후견인이 임무에 적합하지 않은 사유가 있는지, 본인의 정신적 제약 정도 등을 종합해 후견계약에 따른 후견이 본인 보호에 충분하지 않아 법정후견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같은 판례).
조문 문언만 읽으면 청구권자가 임의후견인·임의후견감독인 둘뿐인 것처럼 보이나 그렇지 않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민법 제9조 제1항 등이 정한 법정후견 청구권자에 임의후견인·임의후견감독인을 더한 것이라고 본다(2020으547). 임의후견감독인이 아직 선임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렇게 법정후견 심판이 있으면 후견계약은 임의후견감독인 선임과 관계없이 본인이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은 때 종료한다(같은 결정).
본인이 판단능력이 있을 때 “나중에 누구에게 나를 맡기겠다”고 계약(임의후견)을 맺어 등기해 두었다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그 계약을 존중합니다. 그 계약만으로 본인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성년후견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이 개시되면 앞서 맺어 둔 후견계약은 그때 끝납니다.
후견인 후보자와 이해충돌
성년후견개시 심판에서는 후견을 시작할 필요성뿐 아니라 누가 후견인이 되는지도 중요하다. 성년후견인이 되면 피성년후견인의 재산관리와 법률행위 대리를 맡게 되므로, 후보자가 실제로 후견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피후견인과 이해가 충돌하지 않는지, 가족 사이 분쟁이 후견사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민법 제929조·민법 제938조).
성년후견인은 청구인이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한다(민법 제936조 제1항). 청구서에 후보자를 적더라도 법원이 그대로 선임할 의무는 없고, 선임할 때에는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하며 그의 건강·생활관계·재산상황, 후보자의 직업과 경험, 피후견인과의 이해관계 유무 등을 고려한다(같은 조 제4항). 이미 선임된 뒤에도 필요하면 후견인을 추가로 선임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선임된 뒤에도 이해충돌은 남는다. 후견인과 피후견인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행위를 할 때에는 민법 제921조가 준용되어 후견인이 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 다만 후견감독인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민법 제949조의3). 후보자 단계에서 이해충돌을 걸러 두면 이런 절차를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후견인의 수와 결격사유
후견인은 한 명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성년후견인은 신상과 재산에 관한 모든 사정을 고려해 여러 명을 둘 수 있고, 법인도 성년후견인이 될 수 있다(민법 제930조 제2항·제3항). 가족 간 분쟁이 심하거나 중립성·전문성이 특히 필요한 사건에서는 전문가나 법인이 후견인으로 선임되기도 한다.
법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있으면 후견인이 될 수 없다.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등, 회생절차개시결정·파산선고를 받은 자,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집행 중인 사람, 법원에서 해임된 법정대리인·후견인, 행방이 불분명한 사람은 후견인이 되지 못한다(민법 제937조). 특히 피후견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였거나 하고 있는 사람과 그 배우자·직계혈족도 결격이다(같은 조 제8호·제9호. 다만 피후견인의 직계비속은 제외). 상속·재산 분쟁으로 본인과 다투는 가족이 후견인이 되려 할 때 문제 되는 조항이다.
후보자 적합성과 변경의 문턱
가족이라고 해서 항상 적합한 후견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동거 여부, 돌봄 경위, 재산 관리 경험, 채무관계, 상속 분쟁 가능성, 다른 가족의 반대 사유는 모두 설명 대상이 된다. 후보자가 피후견인의 재산을 함께 사용하고 있거나, 피후견인과 금전거래가 있거나, 장래 상속분쟁의 이해관계가 뚜렷하면 그 사정을 정리해야 한다.
후견인 변경이 나중에 가능하다고 해서 처음 후보자 검토를 가볍게 해서는 안 된다. 가정법원은 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하여 후견인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후견인을 변경할 수 있지만(민법 제940조), 대법원은 그 ‘복리를 위하여 변경할 필요’를 좁게 본다. 단순한 가족 갈등이 아니라 후견인의 임무수행이 부적당하고 그 부적당성이 피후견인의 복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구체적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 판단에는 재산관리뿐 아니라 신상보호 임무까지 함께 고려한다(2020스647). 처음부터 후보자의 적합성과 대안 후보를 분명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무 노하우 — 성년후견 신청의 성패는 “후견이 필요하다”는 소명보다 “누가 후견인이 되느냐”에서 나뉘는 경우가 많다. 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하므로 청구서에 후보자 이름만 적어서는 부족하다. 후보자의 동거·돌봄 이력, 재산관리 경험, 피후견인과의 금전거래·상속 이해관계를 구체적 자료로 정리해 적합성과 이해충돌 없음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 가족 사이에 다툼이 있는 사건이라면 특정 가족을 단독 후보로 밀기보다 법인후견인이나 전문가후견인을 대안으로 함께 제시하는 편이 인용 가능성과 사후 분쟁 예방 양쪽에서 낫다. 한번 선임되면 변경 문턱이 높기 때문에, 처음부터 중립적 대안을 열어 두는 것이 결과적으로 본인 보호에 안전하다. 재산 유출·처분이 임박했다면 심판을 기다리지 말고 사전처분으로 임시후견인을 함께 신청해 재원을 먼저 묶어 둔다.
성년후견인의 권한과 한계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10조 제1항). 다만 가정법원은 본인의 잔존능력과 생활 필요를 고려해 취소할 수 없는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고, 그 범위는 나중에 변경할 수도 있다(같은 조 제2항·제3항). 일용품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대가가 과도하지 않은 법률행위도 취소할 수 없다(같은 조 제4항). 성년후견이 개시됐다고 해서 본인의 모든 법률행위가 일률적으로 취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년후견은 본인의 자기결정을 완전히 대체하는 제도가 아니다. 피성년후견인도 그의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는 자신의 신상에 관하여 단독으로 결정한다(민법 제947조의2 제1항). 후견은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충하는 데 목적이 있다.
법원 허가가 필요한 신상·재산 행위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재산관리와 법률행위 대리를 담당하지만, 모든 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지위는 아니다. 가정법원은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와 신상결정 권한 범위를 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후견사무를 감독한다(민법 제938조·가사소송법 제45조의4).
특히 신상에 관한 중대한 사항은 대리권이 있어도 별도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을 치료 등의 목적으로 정신병원이나 그 밖의 다른 장소에 격리하려는 경우가 그렇다(민법 제947조의2 제2항). 피성년후견인이 스스로 동의할 수 없어 후견인이 대신 동의하는 의료행위도, 그 직접적인 결과로 피성년후견인이 사망하거나 상당한 장애를 입을 위험이 있을 때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같은 조 제3항·제4항 본문). 다만 허가절차로 의료행위가 지체되어 피성년후견인의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때에는 사후에 허가를 청구할 수 있다(같은 조 제4항 단서). 응급 상황에서 허가를 기다리다 손을 놓게 되는 결과를 막으려는 것이다.
거주 건물에 관한 행위도 허가 대상이다.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을 대리하여 피성년후견인이 거주하고 있는 건물 또는 그 대지에 대하여 매도, 임대, 전세권 설정, 저당권 설정, 임대차의 해지, 전세권의 소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그렇다(같은 조 제5항). 새로 권리를 넘기거나 설정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임대차를 해지하거나 전세권을 소멸시키는 행위도 들어간다. 응급 의료행위를 뺀 나머지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후견 개시 후 재산·거주 관련 처분은 허가 필요 여부부터 확인한다.
후견감독인의 동의와 소송행위
후견감독인이 선임돼 있으면 별도의 동의 체계가 더해진다.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해 영업, 금전 차용, 의무만 부담하는 행위, 부동산 등 중요재산에 관한 권리의 득실변경, 소송행위, 상속의 승인·한정승인·포기나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려면 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민법 제950조 제1항). 동의 없이 한 행위는 피후견인이나 후견감독인이 취소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소송행위 권한도 이 틀 안에서 정해진다. 대법원은 두 경우에 성년후견인의 소송행위 권한을 넓게 인정한다(2022재다300253). 소송행위에 대해 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은 경우와, 가정법원이 민법 제938조 제2항으로 법정대리권 범위 중 소송행위에 관해 법원 허가를 받도록 정한 경우다. 이때는 민사소송법상 특별수권이 필요한 소 취하·화해·청구의 포기·인낙 등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일체의 소송행위를 할 수 있다. 후견인의 소송권한이 무제한이라는 뜻이 아니라, 동의나 허가가 있는 범위 안에서 포괄적으로 인정된다는 취지다.
후견인이 됐다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살던 집을 팔거나 세를 놓는 일, 그 집의 임대차를 해지하거나 전세권을 없애는 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일처럼 큰 결정은 법원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하고, 감독인이 있으면 큰 재산 처분이나 소송에는 그 동의까지 필요합니다. 다만 위험이 큰 의료행위라도 허가를 기다리다가는 본인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에 중대한 장애가 생길 상황이라면, 먼저 하고 나중에 허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본인도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는 자기 일을 스스로 정합니다.
후견등기 촉탁과 후견인 변경
성년후견개시 심판, 성년후견인 선임·변경 심판 등은 후견등기부기록 촉탁 대상이다. 따라서 심판 확정 뒤에는 당사자가 임의로 등기사항을 정리하는 문제가 아니라, 법원의 촉탁과 그 이후 후견사무 수행·보고·허가 문제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가사소송규칙 제5조의2).
후견 개시 후 후견인 변경은 별도 요건에 따른다. 앞서 본 대로 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하여 변경할 필요가 인정되어야 하며(민법 제940조), 단순한 가족 갈등만으로 바로 인정되지 않는다(2020스647).
실무 체크포인트
-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을 먼저 구별한다. 판단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정도인지, 일부 부족인지, 특정 사무만 필요한지에 따라 절차가 달라진다(민법 제9조·민법 제12조·민법 제14조의2).
- 청구권자를 확인한다.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등 법에서 정한 사람만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9조).
- 후견계약(임의후견) 등기 여부를 먼저 조회한다. 후견계약이 등기돼 있으면 성년후견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만 개시되므로(민법 제959조의20, 2017스515), 개시 청구 전에 등기 유무와 특별한 필요성을 검토한다.
- 급한 보호가 필요하면 사전처분을 신청한다. 심판 확정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본인 보호·재산 보전이 급하면 임시후견인 선임 등 사전처분을 함께 신청한다(가사소송법 제62조).
- 진단자료와 생활자료를 함께 준비한다. 진단서, 입원·진료기록, 장기요양 관련 자료, 금융사고 또는 계약처리 곤란 자료를 구분해 정리한다.
- 비용은 인지대가 아니라 감정료로 계산한다. 인지대는 5,000원 정액이지만(가사소송수수료규칙 제3조 제1항), 정신상태 감정이 원칙이므로(가사소송법 제45조의2) 감정료 예납이 실제 부담이다. 본인에게 미리 안내한다.
- 조정전치 사건이 아니다. 라류 가사비송사건이므로 조정 없이 바로 심판을 청구한다(가사소송법 제50조 제1항 반대해석).
- 후견인 후보자의 적합성을 설명한다. 가족관계, 동거 여부, 재산 이해충돌, 실제 돌봄·관리 가능성을 신청서에서 분명히 한다. 후견인은 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하며, 여러 명이나 법인도 가능하다(민법 제930조·민법 제936조).
- 후견개시 후 등기 촉탁과 후속허가를 점검한다. 후견등기부기록 촉탁 대상인지 확인하고, 후견이 시작된 뒤 재산처분, 신상결정, 후견사무 보고 등 별도 허가나 감독이 필요한 일을 구분한다(가사소송규칙 제5조의2).
관련
- 개념·해설
- 법령
- 판례·선례
이 문서를 인용·참조한 문서
인용·참조한 문서 목록 펼치기 (20)
- 해설 (5)
- 개념 (2)
- 법령 (6)
- 판례 (7)
🚩 오류 신고·수정 제안
잘못된 내용이나 법 개정으로 바뀐 부분을 발견하셨나요? 알려주시면 검토해 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