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개시 심판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해 가정법원이 하는 심판이다(민법 제9조). 개시 심판이 있으면 그 심판을 받은 사람에게 성년후견인을 두어야 한다(민법 제929조).
쉽게 말하면 — 치매, 장애, 질병 등으로 재산관리나 계약 처리를 계속 스스로 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붙여 주는 절차입니다. 가족이 대신 관리하고 싶다는 사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판단능력 상태와 보호 필요성을 법원이 봅니다.
누가 청구할 수 있는가
성년후견개시 심판은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9조).
후견 사건의 관할은 피후견인 또는 피후견인이 될 사람의 주소지 가정법원이 원칙이다. 성년후견개시 심판이 확정된 뒤의 후견 관련 사건은 후견개시 심판을 한 가정법원이 관할하는 것이 원칙이다(가사소송법 제44조).
가족 중 아무나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서 정한 청구권자가 신청해야 하고, 보통 본인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법원을 정합니다.
성년후견이 필요한 상태
성년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를 전제로 한다. 일시적 불편이나 단순한 고령만으로는 부족하고, 재산관리·계약·금융거래·의료·생활결정에서 본인이 계속 의사를 형성하거나 표시하기 어려운지가 문제 된다(민법 제9조).
정신적 제약이 있으나 사무처리 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정도는 아니면 한정후견이나 특정후견을 검토할 수 있다. 한정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이고, 특정후견은 일시적 후원이나 특정 사무의 후원이 필요한 경우에 문제 된다(민법 제12조·민법 제14조의2). 대법원도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은 정도의 차이가 문제 되므로, 가정법원이 청구 취지와 본인의 의사, 제도의 목적을 고려해 필요한 보호 유형을 정할 수 있다고 본다(2020스596). 특히 한정후견 개시를 청구한 사건이라도 감정 결과 등에 비추어 성년후견 개시 요건을 충족하고 본인도 성년후견 개시를 희망하면 성년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같은 판례).
본인의 의사는 고려 요소이지 절대적 요건은 아니다. 특정후견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할 수 없지만(민법 제14조의2 제2항),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은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되 그에 반해서도 개시될 수 있다(민법 제9조 제2항·민법 제12조 제2항). 본인이 형식적으로 반대하더라도 판단능력·의사표현에 제약이 있고 보호 필요성이 크면 개시될 수 있으므로, 반대의사의 진정성과 이해능력을 함께 살핀다.
심리와 자료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민법 제9조). 또한 성년후견개시 또는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의사에게 정신상태 감정을 시켜야 한다. 다만 정신상태를 판단할 만한 다른 충분한 자료가 있으면 감정을 생략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2).
대법원은 이 감정 규정이 의사의 감정결과만으로 후견개시 요건을 결정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 정신상태를 판단할 만한 다른 충분한 자료가 있으면 의사의 감정 없이도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2020스596).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할 때 피성년후견인이 될 사람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 다만 의식불명 등으로 본인이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가 있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3).
진단서만 내면 바로 결정되는 절차가 아닙니다. 법원은 본인의 상태, 본인의 의사, 가족관계, 재산상황, 후견인이 될 사람의 적합성을 함께 봅니다.
심판 전 급한 보호는 어떻게 하는가
성년후견개시 심판은 감정·조사·진술 청취를 거치므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 사이 본인의 보호나 재산 보전이 급하면 가정법원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처분, 곧 임시후견인 선임 등 사전처분을 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 사전처분은 심판이 확정될 때까지의 잠정적 보호장치다.
임시후견인은 확정된 성년후견인과 같은 지위에 서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사전처분으로 임시후견인이 선임된 경우에도 사건본인은 의사능력이 있는 한 임시후견인의 동의 없이 유언할 수 있고, 아직 성년후견이 개시된 것이 아니므로 심신 회복 상태 부기를 요구한 민법 제1063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2022다261237). 임시후견의 잠정성과 한계를 보여주는 판례다.
성년후견은 결정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 사이 누가 본인의 재산을 빼돌릴 위험이 크다면, 심판을 기다리지 말고 임시후견인을 먼저 세워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임시후견인은 말 그대로 임시라, 본인이 판단능력이 있으면 그 동의 없이 유언 같은 것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임의후견 우선과 법정후견의 보충성
본인이 미리 후견계약(임의후견)을 맺어 등기해 둔 경우에는 법정후견인 성년후견이 뒤로 밀린다. 후견계약이 등기돼 있으면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에만 임의후견인·임의후견감독인의 청구로 성년후견 심판을 할 수 있다(민법 제959조의20 제1항). 본인의 의사로 정한 후견계약을 우선하고, 법정후견은 보충적으로만 개입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 보충성을 넓게 적용한다. 성년후견·한정후견 개시 청구가 제기된 뒤 심판 확정 전에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도 이 원칙이 적용되므로, 가정법원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만 법정후견을 개시할 수 있다(2017스515). 여기서 ‘특별히 필요할 때’란 후견계약의 내용, 임의후견인이 임무에 적합하지 않은 사유가 있는지, 본인의 정신적 제약 정도 등을 종합해 후견계약에 따른 후견이 본인 보호에 충분하지 않아 법정후견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같은 판례).
본인이 판단능력이 있을 때 “나중에 누구에게 나를 맡기겠다”고 계약(임의후견)을 맺어 등기해 두었다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그 계약을 존중합니다. 그 계약만으로 본인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성년후견을 시작합니다.
후견인 후보자와 이해충돌
성년후견개시 심판에서는 후견을 시작할 필요성뿐 아니라 누가 후견인이 되는지도 중요하다. 성년후견인이 되면 피성년후견인의 재산관리와 법률행위 대리를 맡게 되므로, 후보자가 실제로 후견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피후견인과 이해가 충돌하지 않는지, 가족 사이 분쟁이 후견사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민법 제929조·민법 제938조).
성년후견인은 청구인이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한다(민법 제936조 제1항). 청구서에 후보자를 적더라도 법원이 그대로 선임할 의무는 없고, 선임할 때에는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하며 그의 건강·생활관계·재산상황, 후보자의 직업과 경험, 피후견인과의 이해관계 유무 등을 고려한다(같은 조 제4항). 이미 선임된 뒤에도 필요하면 후견인을 추가로 선임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후견인은 한 명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성년후견인은 신상과 재산에 관한 모든 사정을 고려해 여러 명을 둘 수 있고, 법인도 성년후견인이 될 수 있다(민법 제930조 제2항·제3항). 가족 간 분쟁이 심하거나 중립성·전문성이 특히 필요한 사건에서는 전문가나 법인이 후견인으로 선임되기도 한다.
법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있으면 후견인이 될 수 없다.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등, 회생절차개시결정·파산선고를 받은 자,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집행 중인 사람, 법원에서 해임된 법정대리인·후견인, 행방이 불분명한 사람은 후견인이 되지 못한다(민법 제937조). 특히 피후견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였거나 하고 있는 사람과 그 배우자·직계혈족도 결격이다(같은 조 제8호·제9호. 다만 피후견인의 직계비속은 제외). 상속·재산 분쟁으로 본인과 다투는 가족이 후견인이 되려 할 때 문제 되는 조항이다.
가족이라고 해서 항상 적합한 후견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동거 여부, 돌봄 경위, 재산 관리 경험, 채무관계, 상속 분쟁 가능성, 다른 가족의 반대 사유는 모두 설명 대상이 된다. 후보자가 피후견인의 재산을 함께 사용하고 있거나, 피후견인과 금전거래가 있거나, 장래 상속분쟁의 이해관계가 뚜렷하면 그 사정을 정리해야 한다.
후견인 변경이 나중에 가능하다고 해서 처음 후보자 검토를 가볍게 해서는 안 된다. 가정법원은 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하여 후견인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후견인을 변경할 수 있지만(민법 제940조), 대법원은 그 ‘복리를 위하여 변경할 필요’를 좁게 본다. 단순한 가족 갈등이 아니라 후견인의 임무수행이 부적당하고 그 부적당성이 피후견인의 복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구체적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 판단에는 재산관리뿐 아니라 신상보호 임무까지 함께 고려한다(2020스647). 처음부터 후보자의 적합성과 대안 후보를 분명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무 노하우 — 성년후견 신청의 성패는 “후견이 필요하다”는 소명보다 “누가 후견인이 되느냐”에서 나뉘는 경우가 많다. 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하므로 청구서에 후보자 이름만 적어서는 부족하다. 후보자의 동거·돌봄 이력, 재산관리 경험, 피후견인과의 금전거래·상속 이해관계를 구체적 자료로 정리해 적합성과 이해충돌 없음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 가족 사이에 다툼이 있는 사건이라면 특정 가족을 단독 후보로 밀기보다 법인후견인이나 전문가후견인을 대안으로 함께 제시하는 편이 인용 가능성과 사후 분쟁 예방 양쪽에서 낫다. 한번 선임되면 변경 문턱이 높기 때문에, 처음부터 중립적 대안을 열어 두는 것이 결과적으로 본인 보호에 안전하다. 재산 유출·처분이 임박했다면 심판을 기다리지 말고 사전처분으로 임시후견인을 함께 신청해 재원을 먼저 묶어 둔다.
성년후견인의 권한과 한계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10조 제1항). 다만 가정법원은 본인의 잔존능력과 생활 필요를 고려해 취소할 수 없는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고, 그 범위는 나중에 변경할 수도 있다(같은 조 제2항·제3항). 일용품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대가가 과도하지 않은 법률행위도 취소할 수 없다(같은 조 제4항). 성년후견이 개시됐다고 해서 본인의 모든 법률행위가 일률적으로 취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년후견은 본인의 자기결정을 완전히 대체하는 제도가 아니다. 피성년후견인도 그의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는 자신의 신상에 관하여 단독으로 결정한다(민법 제947조의2 제1항). 후견은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충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재산관리와 법률행위 대리를 담당하지만, 모든 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지위는 아니다. 가정법원은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와 신상결정 권한 범위를 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 후견사무를 감독한다(민법 제938조·가사소송법 제45조의4).
특히 신상에 관한 중대한 사항은 대리권이 있어도 별도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피성년후견인을 치료 목적으로 정신병원 등에 격리하는 경우, 사망·중대 장애의 위험이 있는 의료행위에 대신 동의하는 경우, 피성년후견인이 거주하는 건물이나 그 대지를 매도·임대·전세권 설정·저당권 설정 등으로 처분하는 경우가 그렇다(민법 제947조의2). 후견인이 임의로 처리할 수 없고 사전에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후견 개시 후 재산·거주 관련 처분은 허가 필요 여부부터 확인한다.
후견감독인이 선임돼 있으면 별도의 동의 체계가 더해진다. 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대리해 영업, 금전 차용, 의무만 부담하는 행위, 부동산 등 중요재산에 관한 권리의 득실변경, 소송행위, 상속의 승인·한정승인·포기나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하려면 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민법 제950조 제1항). 동의 없이 한 행위는 피후견인이나 후견감독인이 취소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소송행위 권한도 이 틀 안에서 정해진다. 대법원은 성년후견인이 소송행위에 대해 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았거나, 가정법원이 민법 제938조 제2항으로 법정대리권 범위 중 소송행위에 관해 법원 허가를 받도록 정한 경우에는, 민사소송법상 특별수권이 필요한 소 취하·화해·청구의 포기·인낙 등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일체의 소송행위를 할 수 있다고 본다(2022재다300253). 후견인의 소송권한이 무제한이라는 뜻이 아니라, 동의나 허가가 있는 범위 안에서 포괄적으로 인정된다는 취지다.
후견인이 됐다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살던 집을 팔거나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처럼 큰 결정은 법원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하고, 감독인이 있으면 큰 재산 처분이나 소송에는 그 동의까지 필요합니다. 본인도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는 자기 일을 스스로 정합니다.
성년후견개시 심판, 성년후견인 선임·변경 심판 등은 후견등기부기록 촉탁 대상이다. 따라서 심판 확정 뒤에는 당사자가 임의로 등기사항을 정리하는 문제가 아니라, 법원의 촉탁과 그 이후 후견사무 수행·보고·허가 문제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가사소송규칙 제5조의2).
후견 개시 후 후견인 변경은 별도 요건에 따른다. 앞서 본 대로 피후견인의 복리를 위하여 변경할 필요가 인정되어야 하며(민법 제940조), 단순한 가족 갈등만으로 바로 인정되지 않는다(2020스647).
실무 체크포인트
-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을 먼저 구별한다. 판단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정도인지, 일부 부족인지, 특정 사무만 필요한지에 따라 절차가 달라진다(민법 제9조·민법 제12조·민법 제14조의2).
- 청구권자를 확인한다.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등 법에서 정한 사람만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9조).
- 후견계약(임의후견) 등기 여부를 먼저 조회한다. 후견계약이 등기돼 있으면 성년후견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할 때만 개시되므로(민법 제959조의20, 2017스515), 개시 청구 전에 등기 유무와 특별한 필요성을 검토한다.
- 급한 보호가 필요하면 사전처분을 신청한다. 심판 확정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본인 보호·재산 보전이 급하면 임시후견인 선임 등 사전처분을 함께 신청한다(가사소송법 제62조).
- 진단자료와 생활자료를 함께 준비한다. 진단서, 입원·진료기록, 장기요양 관련 자료, 금융사고 또는 계약처리 곤란 자료를 구분해 정리한다.
- 후견인 후보자의 적합성을 설명한다. 가족관계, 동거 여부, 재산 이해충돌, 실제 돌봄·관리 가능성을 신청서에서 분명히 한다. 후견인은 법원이 직권으로 선임하며, 여러 명이나 법인도 가능하다(민법 제930조·민법 제936조).
- 후견개시 후 등기 촉탁과 후속허가를 점검한다. 후견등기부기록 촉탁 대상인지 확인하고, 후견이 시작된 뒤 재산처분, 신상결정, 후견사무 보고 등 별도 허가나 감독이 필요한 일을 구분한다(가사소송규칙 제5조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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