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상 고지의무

거래상 고지의무는 구체적인 거래관계에서 계약 당사자가 신의칙상 상대방에게 중요사실을 미리 알릴 의무이다.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가져올 구체적인 사정 등을 알렸다면 상대방이 계약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내용·조건으로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 인정된다. 고지의무를 지는 당사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그 사정을 알 수 있었던 경우도 포함된다(민법 제2조, 2013다97076 판결요지 [1], 2022다291702 이유 1.나).

쉽게 말하면 — 계약서에 적을 항목을 모두 채웠어도, 상대방이 계약 여부나 조건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실을 숨겼다면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이미 아는 사실인지, 스스로 확인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법에 고지 항목이 없어도 알려야 하는가?

법정 고지 항목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원심은 아파트 인근 쓰레기 매립장 건설예정 사실이 당시 모집공고의 법정 고지사항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분양계약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를 수긍했다. 거래 체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시설이 아직 설치승인 단계에 있다는 사정도 고지의무를 부정하는 이유가 되지 않았다(2004다48515 이유 1·2).

중요성은 계약 체결 당시의 구체적인 거래관계에서 판단한다. 공동묘지 사건에서는 분양자료가 그 자리를 수목이 있는 야산으로 표시한 점, 주거환경과 계약 체결 여부·가격에 미치는 영향, 단지 가까이에서 대규모 공동묘지를 조망하게 되는 사정을 함께 고려했다(2005다5843 이유 2).

교환계약에서 목적물의 시가나 가액 결정의 기초가 되는 사항까지 언제나 알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들이 각자의 지식과 경험으로 유리한 조건을 추구하는 관계에서는,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가의 묵비나 과장은 기망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러한 교환계약의 가격 협상과 주거환경 등 구체적 중요사실의 은폐는 구별해야 한다(2000다54406 판결요지 [2]).

상대방이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책임이 없어지는가?

현장을 확인하면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고지의무 위반 책임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일단 고지 대상인 중요사실이라면, 실제로 몰랐던 상대방에게 확인을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는 점은 책임을 일부 제한할 사유가 될 수 있어도 원칙적으로 의무 자체를 면하게 하지는 않는다(2005다5843 이유 2).

상대방의 인식·확인 관계고지의무 판단
해당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그 사람에 대한 별도의 고지의무는 인정되지 않는다(2005다5843 이유 2).
알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몰랐음알지 못한 과실만으로 원칙적으로 고지의무를 면하지 않는다(2005다5843 이유 2).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있거나 거래관행상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위 원칙의 예외인지 구체적으로 판단한다(2005다5843 이유 2).

공동묘지 사건에서 대법원은 수분양자들의 실제 인식 여부를 구별하지 않고 고지의무를 모두 부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현장 방문으로 쉽게 알 수 있었다는 판단과 각 수분양자가 실제로 알고 있었다는 판단은 서로 다르다(2005다5843 이유 2 및 주문).

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알려야 하는가?

고지의무는 계약을 이행하는 중에도 유지될 수 있다. 상호 신뢰를 기초로 한 계속적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상대방의 생명·신체·건강에 위험이 있고 그 발생을 막을 합리적 조치를 할 의무를 지는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위험을 알려 회피 방법을 선택하거나 위험이 제거됐는지 확인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2020다215124 판결요지 [1]).

정수기 점검·관리 사건에서는 니켈 검출 사실을 알리지 않아 이용자의 선택권을 침해한 데 따른 정신적 손해가 인정되었다. 대법원은 그 판단을 유지하여 제조업자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2020다215124 판결요지 [2] 및 주문). 계약 체결을 유발한 사기에 따른 취소는 사기로 의사표시를 했는지 등 별도의 요건에 따라 판단한다(민법 제110조).

중요한 사실을 숨겼다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가?

고지의무 위반이 부작위에 의한 기망에 해당하고 그 사기로 의사표시를 했다면 취소할 수 있다. 쓰레기 매립장 사건에서 대법원은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기망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취소하고 분양대금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고지의무가 있는 사실의 은폐와 그 기망으로 인한 의사표시가 연결되어야 한다(민법 제110조 제1항, 2004다48515 이유 5.가).

거래상대방 자신이 아니라 제삼자가 사기를 행했다면,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다. 사기에 따른 취소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110조 제2항·제3항).

상대방이 확정된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상대방에게 취소의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는 도달한 때 효력이 생긴다.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보며, 대금 등 이미 주고받은 급부의 반환 문제가 뒤따른다(민법 제111조 제1항, 같은 법 제141조, 같은 법 제142조, 2004다48515 이유 5.가).

계약을 유지하면서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는가?

계약 취소를 원하지 않는다면 고지의무 위반으로 생긴 손해의 배상만 청구할 수도 있다. 쓰레기 매립장 사건은 이러한 청구를 인정한 원심을 유지하여 분양자의 상고를 기각했다. 손해배상에는 위법한 고의·과실 행위,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민법 제750조, 2004다48515 이유 5.가 및 주문).

그 사건에서는 매립장 건설을 고려한 아파트의 가치하락액을 손해로 평가했다. 이후 부동산 경기가 올라 시가가 분양가격보다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손해가 없어진다고 보지는 않았다. 실제 배상액은 해당 거래에서 고지의무 위반 때문에 발생한 손해와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에 따라 판단한다(2004다48515 이유 5.나).

불법행위 손해배상에는 민법 제763조에 따라 제393조의 손해 범위와 제396조의 과실상계가 준용된다. 통상손해와 특별한 사정으로 생긴 손해를 구별하고, 특별손해는 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배상한다. 피해자의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책임과 금액을 정할 때 이를 참작해야 한다(민법 제393조, 같은 법 제396조, 같은 법 제763조).

취소와 손해배상을 같은 기간 안에 청구하면 되는가?

취소권의 행사기간과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각각 확인해야 한다.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내이면서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내에 행사해야 한다. 그중 3년의 기산점인 추인할 수 있는 날은 취소의 원인이 소멸하고 취소권 행사에 관한 장애가 없어져 추인과 취소가 모두 가능한 상태가 된 때이다. 기망 사실을 알게 된 시점뿐 아니라 취소권 행사에 법률상 장애가 남아 있는지도 확인한다(민법 제142조, 같은 법 제144조, 같은 법 제146조, 98다7421 판결요지 [1]).

기간이 남았어도 유효하게 추인한 뒤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추인할 수 있게 된 뒤 전부·일부 이행이나 이행 청구 등 법정추인 사유가 생겨도 같지만, 이의를 보류한 때에는 법정추인으로 보지 않는다(민법 제143조, 같은 법 제145조).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은 원칙적으로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라는 시효 규율을 받는다. 구체적인 기산점과 권리행사 가능성, 중단·정지 여부는 소멸시효의 문제로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취소권의 행사기간이 남아 있는지와 배상청구권의 시효가 완성되었는지는 같은 판단이 아니다(민법 제166조, 같은 법 제766조).

보험계약자·피보험자의 법정 고지의무는 보험자의 해지권과 보험금 지급책임에 관한 별도 규율을 따른다. 보험계약의 고지의무 위반을 다툴 때에는 위 민법상 취소권·불법행위 시효와 구별하여 상법상 해지 요건·기간과 보험사고에 미친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상법 제651조, 같은 법 제655조).

계약 전후에 어떤 자료를 확인해야 하는가?

계약 전에는 거래 결정을 바꿀 사실의 내용과 상대방에게 알린 시점·방법을 확인하고, 분쟁 뒤에는 상대방의 실제 인식과 발생한 손해를 확인해야 한다. 계약서에 적은 내용만이 아니라 분양자료·광고·설명 내용과 거래 당시의 객관적 사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2004다48515 이유 1·2·5, 2005다5843 이유 2).

  • 그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거나 같은 내용·조건으로 계약하지 않았을 중요사실인지 확인한다(2013다97076 판결요지 [1]).
  • 계약 이행 중 생긴 안전 위험에 관해서도 정보 제공과 위험 회피의 기회가 있었는지 확인한다(2020다215124 판결요지 [1]).
  • 상대방이 실제로 알고 있었는지와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인지를 구별한다(2005다5843 이유 2).
  • 계약을 취소할 것인지 유지하면서 배상을 구할 것인지 정하고, 각 요건과 기간을 따로 확인한다(민법 제110조, 같은 법 제146조, 같은 법 제750조, 같은 법 제766조, 2004다48515 이유 5.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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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9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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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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