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당사자 신청이나 직권으로 하고(민사소송법 제292조), 감정인은 법원이 지정한다(민사소송법 제335조). 증인과 달리 당사자가 사람을 고르지 못한다. 감정에는 증인신문 규정이 준용되되 일부가 제외되고(민사소송법 제333조), 그 제외 목록이 실무 차이를 만든다. 감정인이 성실하게 감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으면 당사자는 기피할 수 있고(민사소송법 제336조), 감정 결과에는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보장된다(민사소송법 제339조 제3항). 감정의 목적과 증인과의 차이는 감정에서 본다.
쉽게 말하면 — 건물에 하자가 있는지, 다친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처럼 전문 지식이 필요한 사항을 전문가에게 판단받는 절차입니다. 전문가는 법원이 정합니다. 대신 그 사람이 미덥지 않으면 바꿔 달라고 신청할 수 있고, 나온 감정서에 대해 의견을 낼 기회도 보장됩니다.
누가 감정인이 되는가?
감정에 필요한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감정할 의무를 진다(민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다만 민사소송법 제314조나 제324조에 따라 증언 또는 선서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과 민사소송법 제322조에 규정된 사람은 감정인이 되지 못한다(같은 조 제2항).
감정인은 수소법원·수명법관 또는 수탁판사가 지정한다(민사소송법 제335조). 당사자가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증인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감정인에게는 두 가지 의무가 따로 있다(민사소송법 제335조의2). 감정사항이 자신의 전문분야에 속하지 않거나 다른 감정인과 함께 감정해야 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법원에 지정 취소나 추가 지정을 요구해야 하고(제1항),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해서는 안 된다(제2항). 이 두 가지 위반은 기피와 재감정 신청의 실질 논거가 된다.
증인 규정 중 무엇이 준용되지 않는가?
준용에서 빠지는 것은 민사소송법 제311조 제2항부터 제7항까지, 민사소송법 제312조, 민사소송법 제321조 제2항, 제327조, 제327조의2다(민사소송법 제333조 단서). 결과가 셋으로 갈린다.
- 감정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소송비용 부담과 500만원 이하 과태료는 있다(제311조 제1항 준용).
- 그러나 감치와 구인은 없다(제311조 제2항 이하와 제312조가 제외되기 때문이다).
- 신문 방식도 당사자 주도의 교호신문이 아니라 재판장이 신문하고 당사자가 보충하는 방식이다(민사소송법 제339조의2).
어떻게 신청하는가?
감정을 신청할 때에는 감정을 구하는 사항을 적은 서면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민사소송규칙 제101조 제1항 본문).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재판장이 정하는 기한까지 내면 된다(같은 항 단서). 그 서면은 상대방에게 송달되고(같은 조 제2항 본문), 상대방은 의견서를 낼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법원은 신청인의 서면을 토대로 하되 제출된 의견을 고려해 감정사항을 정한다(같은 조 제4항). 사건 유형과 무관한 일반 절차이고, 건축하자·신체감정처럼 다툼이 큰 유형에서 이 단계의 실익이 특히 크다.
전제사실 설정이 감정의 성패를 좌우한다. 어떤 도면·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볼 것인지가 달라지면 결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사자는 감정에 필요한 자료를 법원에 내거나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감정인에게 건넬 수 있고, 감정인은 부득이한 사정이 없으면 그 밖의 자료를 감정의 전제가 되는 사실 인정에 사용할 수 없다(민사소송규칙 제101조의2).
법원이 증거조사 결정을 하면 바로 그 비용을 부담할 당사자에게 미리 내게 한다(민사소송규칙 제77조 제1항). 감정인 보수는 원칙적으로 감정을 신청한 당사자가 부담하고, 양쪽이 함께 신청했으면 균등하게 나누어 내며, 직권 감정에서 이익받을 당사자가 분명하지 않으면 원고가 낸다(민사소송규칙 제19조 제1항 제3호·제2항). 명령 전에도 신청인이 먼저 낼 수 있다(민사소송규칙 제77조 제2항). 내지 않으면 법원이 증거조사결정을 취소할 수 있으므로(같은 조 제3항), 신청 전에 예상 감정료를 확인해 자금 계획에 넣는다.
감정 신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물을 것인가”입니다. 질문이 잘못 잡히면 아무리 정확한 감정이라도 사건에 쓸모가 없습니다. 감정사항 초안을 먼저 만들어 상대방 의견까지 거친 뒤 확정되는 구조라, 그 단계에서 다투는 것이 실익이 큽니다.
감정인을 바꿀 수 있는가?
감정인이 성실하게 감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때에 당사자는 그를 기피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336조 본문). 다만 시기 제한이 있다. 당사자가 감정인이 감정사항에 관한 진술을 하기 전부터 기피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진술이 이루어진 뒤에는 기피하지 못한다(같은 조 단서).
기피신청은 수소법원·수명법관 또는 수탁판사에게 하고, 기피 사유는 소명해야 한다(민사소송법 제337조 제1항·제2항). 기피는 그 이유를 밝혀 신청하며, 기피하는 이유와 소명방법은 신청한 날부터 3일 안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민사소송규칙 제102조). 시기 제한과 별개로 이 3일이 따로 걸린다. 기피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한 결정에는 불복할 수 없고, 이유가 없다고 한 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같은 조 제3항). 즉시항고는 재판이 고지된 날부터 1주 이내의 불변기간 안에 해야 한다(민사소송법 제444조).
즉 기피가 받아들여지면 상대방은 다툴 수 없고, 기각되면 신청인이 즉시항고로 다툰다.
감정 결과에 대응하는 방법
감정인은 감정에 앞서 선서한다. 선서서에는 “양심에 따라 성실히 감정하고, 만일 거짓이 있으면 거짓감정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적는다(민사소송법 제338조).
재판장은 감정인에게 서면이나 말로 의견을 진술하게 할 수 있고, 여러 감정인에게 감정을 명하는 경우 함께 또는 따로 진술하게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339조 제1항·제2항).
법원은 감정진술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서면이나 말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같은 조 제3항). 재량이 아니라 의무다. 법원은 서면 의견의 제출기한을 정할 수 있고, 감정인의 말로 된 설명이 필요하면 감정인을 출석하게 하며 질문사항을 신문기일 전에 제출하게 할 수 있다(민사소송규칙 제101조의3).
감정 결과가 불리하다고 곧바로 재감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본다(2023다217534 판시 [2]). 그래서 전제사실과 감정방법을 겨냥해 의견을 내는 편이 실효적이다. 감정사항이 감정인의 전문분야에 속하지 않거나 감정이 실질적으로 타인에게 위임된 정황은 민사소송법 제335조의2 위반으로 기피·재감정의 근거가 된다.
사람이 아니라 기관에 맡기는 경우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공공기관·학교, 그 밖에 상당한 설비가 있는 단체 또는 외국의 공공기관에 감정을 촉탁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341조 제1항 전단). 이 경우에는 선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같은 항 후단). 기관이 주체라 개인의 선서를 상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그 기관이 지정한 사람에게 감정서를 설명하게 할 수 있다(같은 조 제2항).
한편 감정증인은 감정인과 다르다. 특별한 학식과 경험에 의하여 알게 된 사실에 관한 신문은 증인신문에 관한 규정을 따른다(민사소송법 제340조).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가 그 환자의 상태를 진술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해, 감정인 지정·기피 절차가 아니라 증인 절차로 진행된다.
실무 체크포인트
- 감정인은 고를 수 없다. 법원이 지정하므로(민사소송법 제335조), 신청 단계에서 특정인을 전제로 준비하지 않는다.
- 기피는 진술 전에 한다. 기피 사유를 알고 있었으면서 감정사항 진술 후에 신청하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민사소송법 제336조 단서).
- 기피 기각에는 즉시항고, 인용에는 불복 불가다(민사소송법 제337조 제3항). 즉시항고는 고지일부터 1주의 불변기간 안에 한다(민사소송법 제444조).
- 감정사항 확정 단계에서 다툰다. 전제사실이 잘못 잡히면 결과가 사건에 쓸모없어진다. 확정 전에 의견을 낸다.
- 예납하지 않으면 증거조사결정이 취소될 수 있다. 부담 주체는 원칙적으로 신청인이고 양쪽 신청이면 균등 분담이다(민사소송규칙 제77조, 민사소송규칙 제19조).
- 기피 소명은 신청일부터 3일 안에 서면으로 낸다(민사소송규칙 제102조 제2항).
- 감정 결과에 대한 의견 진술 기회는 법원의 의무다(민사소송법 제339조 제3항). 그 기회에 전제사실·감정방법을 겨냥해 의견을 낸다.
- 감정증인은 증인 절차다. 진료 담당 의사처럼 알게 된 사실을 진술하는 경우는 감정인 절차가 아니다(민사소송법 제34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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