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재개 신청은 권리로 하는 신청이 아니다. 민사소송법은 변론의 재개를 한 문장으로만 정한다. “법원은 종결된 변론을 다시 열도록 명할 수 있다”가 조문 전부다(민사소송법 제142조). 당사자의 신청권을 정한 조문도 없고, 신청 기간과 방식을 정한 조문도 없다. 그래서 당사자가 내는 변론재개신청서는 법원의 직권 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를 가진다. 재개 여부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2010다20532). 다만 재량이 의무로 바뀌는 예외를 판례가 정해 두었으므로, 신청서는 그 예외에 해당하는 사정을 적는 서면이 된다.
쉽게 말하면 — “재판 끝”이라고 변론이 닫힌 뒤에 “다시 열어 주십시오”라고 내는 서면입니다. 법에는 “법원은 다시 열도록 명할 수 있다”는 한 줄뿐이고, 당사자에게 신청할 권리를 준 조문은 없습니다. 그래서 서면을 냈다고 반드시 다시 열리는 것은 아니고, 법원의 판단을 촉구하는 의미입니다. 대신 판례가 정한 예외에 해당하면 법원이 다시 열어야 하므로, 그 예외에 걸리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이 서면의 전부입니다.
언제까지 낼 수 있나
변론이 종결된 뒤부터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다. 재개의 대상은 “종결된 변론”이므로(민사소송법 제142조), 변론이 아직 열려 있는 동안은 재개가 아니라 기일 속행과 증거신청의 문제다. 판결은 선고로 효력이 생기므로(민사소송법 제205조), 선고가 끝난 뒤에는 그 심급에서 변론을 다시 열 여지가 없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판결은 변론이 종결된 날부터 2주 이내에 선고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07조 제1항). 복잡한 사건이나 그 밖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도 변론이 종결된 날부터 4주를 넘겨서는 아니 된다(같은 항). 선고기일을 이미 고지받았다면 그 기일 전에 법원에 도착하도록 낸다.
소액사건은 이 창구가 아예 없을 수 있다. 소액사건에서 판결의 선고는 변론종결 후 즉시 할 수 있다(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1항). 변론종결 당일에 선고가 나면 재개를 구할 시간이 남지 않는다. 소액사건이라면 변론기일에서 낼 것을 그 기일에 다 내는 쪽으로 준비한다.
변론이 닫힌 날부터 선고일까지가 전부입니다. 보통 2주, 길어도 4주입니다. 선고가 끝난 뒤에 내는 서면은 그 재판을 되돌리지 못하므로, 그때는 항소나 상고로 갑니다.
신청서에 무엇을 적나
법원에 내는 서면의 일반 기재사항이 먼저다.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사건의 표시, 서면을 제출하는 당사자와 대리인의 이름·주소와 연락처, 덧붙인 서류의 표시, 작성한 날짜, 법원의 표시를 적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야 한다(민사소송규칙 제2조 제1항). 변론재개신청서에도 이 사항을 그대로 적는다.
핵심은 재개 사유다. 판례가 재개의무를 인정한 사정은 두 가지다.
첫째는 당사자 쪽 사정이다. 요건은 두 겹이다. 변론재개신청을 한 당사자가 변론종결 전에 그에게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사정으로 주장·증명을 제출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주장·증명의 대상이 판결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관건적 요증사실에 해당해야 한다. 이런 경우처럼 당사자에게 변론을 재개하여 그 주장·증명을 제출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패소의 판결을 하는 것이 민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절차적 정의에 반한다면, 법원은 변론을 재개하고 심리를 속행할 의무가 있다(2010다20532, 2020다277641).
둘째는 법원 쪽 사정이다. 법원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관한 석명의무나 지적의무 등을 위반한 채 변론을 종결하였는데 당사자가 그에 관한 주장·증명을 제출하기 위하여 변론재개신청을 한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같은 판결). 이처럼 사건의 적정하고 공정한 해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절차상의 위법이 드러난 경우에도 법원은 변론을 재개하고 심리를 속행할 의무가 있다(같은 판결). 조문 근거는 두 항이다.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또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같은 조 제4항). 석명권의 범위와 한계는 석명권에서 다룬다.
그래서 신청서 본문에는 두 가지를 함께 적는다. 하나는 변론종결 전에 그 주장이나 증거를 내지 못한 사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이 판결 결과를 좌우한다는 사정이다. 종결 뒤에 비로소 찾은 증거라면 언제 어떤 경위로 알게 되었는지를 적고 그 사본을 붙인다. 법원의 석명이나 지적이 없어 다투지 못한 쟁점이라면 변론 경과를 날짜로 적는다.
서면 제목은 “변론재개신청서”로 단다. 제목이 다른 서면이 재개신청으로 선해된 예는 있다. 변론종결 뒤 “증거자료 제출”이라는 서면과 함께 증거서류를 낸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를 그 문서들을 증거로 제출할 수 있도록 변론을 재개하여 달라는 취지의 신청으로 선해해 볼 수 있다고 보았다(2011다5592). 선해되는 것이 제목만은 아니다. 변론재개신청서에 적은 주장이 청구원인을 추가하겠다는 취지로 선해된 사안도 있다(2020다277641). 그러나 선해를 전제로 서면을 내지 않는다. 제목에 신청 취지를 드러내고 첫 줄에 재개를 구한다는 뜻을 적는다.
신청서에는 “왜 그때 못 냈는지”와 “그것이 왜 결론을 바꾸는지”를 함께 씁니다.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법원이 다시 열 이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재판부가 물어봤어야 할 것을 묻지 않은 채 변론을 닫았다면 그 경과도 적습니다. 제목은 반드시 “변론재개신청서”로 다십시오.
재개결정이 나면 어떻게 진행되나
재개결정이 있으면 소송관계는 변론재개 전의 상태로 환원되므로(2010다20532), 종결 전 변론과 재개 뒤 변론은 하나로 이어져 판단된다.
다음 기일 지정은 재판장의 몫이고 규칙이 의무로 정한다. 법 제142조에 따라 변론재개결정을 하는 때에는 재판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결정과 동시에 변론기일을 지정하고 당사자에게 변론을 재개하는 사유를 알려야 한다(민사소송규칙 제43조). 따로 기일지정신청을 낼 일이 아니다. 재개 사유가 통지되므로, 그 사유의 범위를 보고 기일에 낼 서면과 증거를 맞춘다.
재판부 구성이 바뀌었는지도 확인한다. 법관이 바뀐 경우에 당사자는 종전의 변론결과를 진술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204조 제2항). 절차는 변론갱신에서 다룬다. 단독사건의 판사가 바뀐 경우에 종전에 신문한 증인에 대하여 당사자가 다시 신문신청을 한 때에는 법원은 그 신문을 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3항). 합의부 법관의 반수 이상이 바뀐 경우에도 같다.
재개되지 않으면 어떻게 다투나
재개결정이 없으면 변론종결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판결이 선고된다. 재개하지 않은 것이 위법인지는 판결 선고 뒤 상소에서 다툰다. 종국판결 이전의 재판은 항소법원의 판단을 받기 때문이다(민사소송법 제392조). 재개신청은 법원의 직권 발동을 촉구하는 것이어서, 소송절차에 관한 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한 항고(민사소송법 제439조)의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
상소심이 이를 받아들인 예가 있다. 대법원은 원심이 석명권 행사를 게을리 하고 변론재개의무를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했다(2011다5592). 변론종결 뒤 제출된 서면을 재개신청으로 선해해 변론을 재개하고 충분히 심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아 파기환송한 예도 있다(2020다277641).
인정 범위는 넓지 않다. 대법원은 변론종결 전에 주장·증명을 제출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내지 않다가 종결 뒤에야 재개신청을 한 사안에서 재개의무를 부정했다(2010다20532). 그 주장·증명에 관하여 법원의 석명의무 등이 없는 이상, 그것이 청구의 결론을 좌우할 만한 관건적 요증사실에 관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는 재개의무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았다(같은 판결). 상소 절차는 항소장 제출과 항소이유서에서 다룬다.
법원이 다시 열지 않으면 그대로 선고가 납니다. 다시 열어 주지 않은 것만 따로 떼어 다투기는 어렵고, 판결을 받아 항소나 상고에서 “다시 열었어야 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좁습니다. 낼 기회가 충분했는데 안 냈다면 중요한 증거라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변론종결 뒤 새 주장을 하려면 무엇을 더 보나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각하를 함께 본다. 공격 또는 방어의 방법은 소송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제출하여야 한다(민사소송법 제146조). 당사자가 이 규정을 어기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공격 또는 방어방법을 뒤늦게 제출함으로써 소송의 완결을 지연시키게 하는 것으로 인정할 때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상대방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이를 각하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149조 제1항).
두 제도의 관계는 대법원이 정리해 두었다. 재개 전 단계에서는, 가정적으로 재개된 변론기일에서 새 주장·증명이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으로 각하당하지 아니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법원에 재개의무가 생긴다고 할 수 없다(2010다20532). 법원이 실제로 재개를 한 뒤에는 기준이 달라진다. 소송관계가 재개 전 상태로 환원되므로, 재개된 변론기일에서 제출된 주장·증명이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인지는 변론재개 자체로 인한 소송완결의 지연을 고려할 필요 없이 민사소송법 제149조 제1항이 규정하는 요건을 충족하는지로 판단한다(같은 판결).
변론준비절차를 거친 사건이면 관문이 하나 더 있다. 변론준비기일에 제출하지 아니한 공격방어방법은 그 제출로 소송을 현저히 지연시키지 아니하는 때, 중대한 과실 없이 변론준비절차에서 제출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소명한 때,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할 사항인 때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여야만 변론에서 제출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85조 제1항). 소명을 요구하는 제2호는 신청서에 적을 내용을 바로 정한다.
곧 변론종결 뒤에 내려는 주장은 관문을 두세 번 지난다. 먼저 법원이 변론을 재개해야 하고, 재개된 뒤에도 실기 각하를 피해야 하며, 변론준비절차를 거쳤다면 제285조 제1항까지 넘어야 한다. 시기 판단의 기준은 적시제출주의에서 다룬다.
변론을 다시 열어 준다고 해서 새 주장이 자동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열린 기일에서도 “너무 늦게 냈다”는 이유로 각하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는 다시 여느라 늦어진 기간은 빼고 따집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선고기일 전에 낸다. 판결은 변론이 종결된 날부터 2주 이내에 선고하여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어도 4주를 넘겨서는 아니 된다(민사소송법 제207조 제1항). 판결은 선고로 효력이 생기므로(민사소송법 제205조) 선고 뒤에는 상소로 간다.
- 서면 제목을 “변론재개신청서”로 단다. 다른 제목의 서면이 재개신청으로 선해된 예는 있으나(2011다5592), 선해를 전제로 내지 않는다.
- 일반 기재사항을 빠뜨리지 않는다. 사건의 표시, 제출하는 당사자와 대리인의 이름·주소와 연락처, 덧붙인 서류의 표시, 작성한 날짜, 법원의 표시를 적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한다(민사소송규칙 제2조 제1항).
- 재개 사유를 두 축으로 적는다. 변론종결 전에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사정으로 제출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점과, 그 주장·증명이 판결 결과를 좌우할 관건적 요증사실이라는 점을 함께 쓴다(2010다20532).
- 법원의 석명·촉구가 없었다면 그 경과를 적는다. 재판장은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을 질문하고 증명을 촉구할 수 있고(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한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같은 조 제4항). 증명 촉구를 게을리한 채 변론을 종결한 경우에 재개의무가 인정된 예가 있다(2011다5592).
- 신청만으로 재개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준비한다. 재개 여부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량이다(민사소송법 제142조, 2010다20532). 선고에 대비해 상소기간과 상소이유를 함께 준비해 둔다.
- 재개결정을 받으면 통지된 재개 사유를 확인한다. 재판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결정과 동시에 변론기일을 지정하고 재개 사유를 알려야 한다(민사소송규칙 제43조). 법관이 바뀌었으면 종전의 변론결과를 진술한다(민사소송법 제204조 제2항).
- 재개 뒤 제출할 주장은 실기 각하까지 검토한다. 재개된 기일에서의 실기 여부는 재개로 인한 지연을 빼고 민사소송법 제149조 제1항의 요건으로 판단한다(2010다2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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