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이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가 있고, 본안 판결까지 현 상태를 그대로 두면 권리자가 현저한 손해를 입거나 급박한 위험에 처할 때, 그 권리관계에 관해 임시로 지위를 정해 주는 가처분이다(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가처분의 두 종류 중 하나로, 현재의 위험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
쉽게 말하면 — 해고가 부당하다고 다투는 동안 월급이 끊기거나, 공사로 집이 무너질 위험이 코앞이라면, 판결을 기다리다간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봅니다. 그래서 판결 전에 임시로 “당분간은 이렇게 하라”고 법원이 정해 주는 것입니다.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과 무엇이 다른가
목적과 대상이 다르다.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은 특정물에 관한 청구권을 보전하려고 현상을 동결하지만,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은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 전반에 대해 현재의 손해·위험을 막으려고 임시 지위를 형성한다(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특정물에 한정되지 않고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를 대상으로 한다.
앞의 가처분은 물건을 묶어두는 것이고, 이쪽은 “지금 이 상태로는 안 되니 임시로 이렇게 살자”고 관계 자체를 정해 주는 것입니다.
요건은 무엇인가
다툼 있는 권리관계가 현존하고, 특히 계속하는 권리관계에 끼칠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이 가처분은 다툼 있는 권리관계의 존재를 요건으로 하는 응급적·잠정적 처분이다(2019마6918). 그래서 법률상 근거가 없는 권리를 내세우면 여기서 걸린다. 형성의 소는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제기할 수 있으므로, 민법상 조합의 청산인처럼 법원에 해임을 청구할 근거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해임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직무집행정지·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지 않는다(2019마6918). 하급심에서도 정리회사 지배주주의 경영권 행사에 대한 기대권 내지 신뢰이익은 실정법상 구체적 권리로 볼 수 없다며 이를 피보전권리로 한 기업매각절차 속행중지 가처분을 배척한 사례가 있다(2007카합327).
보전의 필요성은 어떻게 판단하나
보전의 필요성은 법원이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 본안의 장래 승패 예상, 그 밖의 사정을 합목적적으로 따져 판단한다(2021마6668). 가처분의 유형에 따라 무게가 다르다. 계약 해제·해지의 효력정지 가처분은 본안에서 해지가 무효로 확정되면 손해배상으로 구제받을 수 있으므로 필요성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계약 위반 손해가 금전배상으로 전보될 수 있는 반면 상대방의 협력 없이 계약 이행 자체를 강제로 관철하기 어려운 성질의 계약이면, 계약 이행을 전제로 하는 가처분의 필요성 인정에 한층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2021마6668). 반대로 상대방에게 단순한 부작위를 명하는 가처분에서는 필요성의 정도를 높게 보거나 엄격한 증거를 요구할 이유가 없고, 신청 뒤 상대방이 침해 시설을 스스로 철거했더라도 다시 설치하기 쉬운 사정 등이 있으면 필요성이 그대로 인정될 수 있다(2003마543).
채권자는 원칙적으로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을 소명해야 하지만, 소명이 부족해도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하면 가처분을 명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301조, 민사집행법 제279조 제2항, 민사집행법 제280조 제2항). 소명한 때에도 법원은 담보를 제공하게 하고 가처분을 명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280조 제3항).
심리는 어떻게 하는가
원칙적으로 변론기일이나 채무자가 참석할 수 있는 심문기일을 열어 심리한다(민사집행법 제304조). 채무자에게 미리 의무를 지우는 만큼 절차 참여 기회를 보장한다. 다만 기일을 열면 가처분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정이 있으면 기일 없이도 재판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304조).
재판은 본안의 관할법원 또는 다툼의 대상이 있는 곳을 관할하는 지방법원이 맡는다(민사집행법 제303조).
상대에게 큰 영향을 주는 처분이라, 보통은 양쪽 말을 들어보는 기일을 열고 결정합니다.
재판을 받았으면 집행 시점을 지켜야 한다. 가처분절차는 가압류절차를 준용하므로, 채권자에게 재판을 고지한 날부터 2주를 넘긴 때에는 집행하지 못하고, 채무자에게 재판을 송달하기 전에도 집행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301조, 민사집행법 제292조 제2항·제3항).
어디에 쓰이는가
법원은 신청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처분을 직권으로 정하고, 상대방에게 어떤 행위를 하거나 하지 말도록 또는 급여를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305조 제1항·제2항). 직무집행정지, 공사중지가처분, 지식재산권·부정경쟁행위 침해금지, 인격권침해금지, 영업금지·전직금지, 임금지급, 단체교섭응낙 등에 활용된다. 회사 지배권 분쟁에서도 쓰인다. 주주평등의 원칙과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신주발행이 무효라고 보고, 그 신주발행으로 주주들 사이의 지배관계에 변동이 생겨 신청인 쪽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며 주주총회에서 그 신주의 의결권 행사 금지를 명한 하급심 사례가 있다(2003카합9). 민사상 권리관계에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공법상 당사자소송에는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으로 민사집행법의 가처분 규정이 준용되므로, 당사자소송의 당사자도 현저한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에 따라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2016다262550). 본안 판결과 같은 만족을 주는 만족적 가처분도 이 유형에 속하며, 이때는 보전의 필요성을 더욱 신중하게 판단한다.
가처분을 받아낸 뒤에는 그 위반이 곧 위법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하지 말라는 취지의 가처분결정을 받고도 교섭을 계속 거부하면, 그 거부행위는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행위로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된다(2004다11070).
이의로 다투면 무엇을 다시 보나
가처분이의절차에서 법원의 심리대상이 되는 것은 가처분신청의 당부이고, 그 변론종결시점을 기준으로 가처분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가처분결정을 유지한다(2004다62597). 결정 당시가 아니라 이의 심리의 변론종결시가 기준이다.
채무자가 이의를 신청해도 그 자체로 가처분 집행이 정지되지는 않는다(민사집행법 제301조, 민사집행법 제283조 제3항). 다만 소송물인 권리나 법률관계가 이행되는 것과 같은 내용의 가처분은 법정 요건을 소명하면 법원에 별도로 집행정지나 집행처분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309조 제1항). 이의재판에서 법원은 가처분의 전부나 일부를 인가·변경·취소할 수 있고, 그 결정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301조, 민사집행법 제286조 제5항·제7항).
직무대행자를 세우면 무엇을 할 수 있나
가처분재판으로 법인이나 비법인사단 등의 대표자 직무를 대행하는 자를 선임한 경우, 가처분명령에 다른 정함이 있거나 법원의 허가를 얻은 때를 제외하면 직무대행자의 권한은 통상사무로 제한된다(2016다260400). 정관을 변경하거나 임원의 구성을 변경하기 위한 총회를 소집하는 행위는 통상사무에 속하지 않는다.
적법한 절차로 소집된 총회에서 피대행자의 해임과 후임자 선출 등의 결의를 한 경우에는 후임자의 권한이 통상사무로 제한되지 않는다(2016다260400). 직무대행자와 새로 뽑힌 대표자를 같은 잣대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이 취소되지 않는 한 직무대행자만이 적법하게 법인 등을 대표할 수 있고, 총회에서 선임된 후임자는 선임결의의 적법 여부와 관계없이 가처분 존속 중에는 대표권을 가지지 못한다(2020다203695).
소송행위에도 한계가 있다. 가처분결정으로 선임된 재단법인의 이사직무대행자는 가처분결정에 다른 정함이 있거나 관할법원의 허가가 없으면 항소를 취하할 수 없다(2004다63408).
회사 임원 사건에서는 무엇이 문제 되나
상법 제386조 제1항에 따라 이사의 권리의무를 행하고 있는 퇴임이사를 상대로 해임사유의 존재나 임기만료·사임을 이유로 직무집행의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은 허용되지 않는다(2009마1311). 그 경우에는 같은 조 제2항의 일시 이사 선임을 청구하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같은 판례).
반대로 퇴임 당시 이사의 원수가 충족되어 있었다면 퇴임하는 이사는 임기만료·사임과 동시에 당연히 권리의무를 잃으므로, 그런데도 이를 행사하고 있다면 권리의무 부존재확인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구할 수 있다(2009마1311).
실무 체크포인트
- 이의로 다툴 때는 결정 당시가 아니라 이의 심리의 변론종결시를 겨냥해 자료를 낸다(2004다62597).
- 가처분명령의 별도 정함이나 법원 허가 없이 직무대행자에게 총회 소집이나 정관 변경을 맡기지 않는다. 통상사무를 넘는다(2016다260400).
- 퇴임이사 사건은 퇴임 당시 이사 원수 충족 여부부터 확인한다(2009마1311, 상법 제386조).
- 재판을 고지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집행한다(민사집행법 제292조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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