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금지가처분은 다툼의 대상이 처분되어 권리 실행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해지는 일을 막는 가처분이다(민사집행법 제300조 제1항). 이 글은 그중 부동산의 이전·말소·설정등기청구권을 보전하는 등기형 처분금지가처분을 중심으로 다룬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같은 채권에 대한 압류·가압류·처분금지가처분은 등기부에 공시하는 방법이 없어 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다(98다42615 판결요지 [1]).
쉽게 말하면 — 소송으로 부동산을 되찾거나 등기를 넘겨받으려는데, 그사이 상대가 그 부동산을 남에게 팔거나 담보로 잡아버리면 이겨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송 전에 법원에 신청해 “이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게” 등기부에 묶어두는 것이 처분금지가처분입니다.
어떤 경우에 하는가?
부동산의 현상이 바뀌면 권리를 실행하지 못하거나 실행이 매우 곤란할 염려가 있을 때 한다(민사집행법 제300조 제1항). 예를 들어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진정명의회복 청구·소유권이전등기 청구 등을 본안으로 두고, 그 부동산이 제3자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 할 때 쓴다.
소유권을 되찾는 소송, 잘못된 등기를 지우는 소송 등을 준비할 때, 상대가 부동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으려고 미리 신청합니다.
어떻게 효력이 생기는가?
가처분으로 부동산의 양도나 저당을 금지한 때에는 법원은 민사집행법 제293조를 준용해 등기부에 그 금지한 사실을 기입하게 하여야 한다(같은 법 제305조 제3항). 후행 처분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가처분에 저촉되는 범위에서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86다카191). 저촉 여부는 가처분등기와 처분등기의 선후를 기준으로 하고, 본안 승소 확정 뒤 피보전권리의 범위에서 후행 처분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다(2000다65802 판결요지 [2]).
금지되는 처분행위는 매매·저당권설정 같은 법률행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가처분채권자가 가처분채무자의 공유 지분에 처분금지가처분등기를 마친 뒤, 가처분채무자가 나머지 공유자와 경매를 통한 공유물분할을 내용으로 하는 화해권고결정을 받아 확정시켰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것도 처분금지가처분에서 금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2017다216981 판결요지 [2]).
등기로 공시되지 않는 채권적 지위에 관한 예도 있다. 골프회원권 양수인이 양도인에 대한 명의변경청구권 등을 보전하려고 받은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인 골프클럽 운영회사에 먼저 송달된 사안이다. 가처분채권자가 그 뒤 회칙에 따라 운영회사의 승인을 받고 본안소송에서도 승소 확정되었다면, 결정 송달 뒤의 가압류 등 보전처분이나 그에 기한 강제집행은 처분금지 효력에 반하는 범위에서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2008다10884).
가처분등기 뒤에 상대가 부동산을 팔아도 그 매매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처분을 건 사람이 소송에서 이기면, 그 매수인은 가처분 건 사람에게 권리를 주장하지 못합니다.
본안 승소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본안에서 이기면 가처분에 어긋나는 후행 등기의 말소를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고, 확정판결의 효력은 제3자에게도 미친다.
후행 등기의 말소
처분금지가처분등기가 된 뒤 가처분채권자가 가처분채무자를 등기의무자로 하여 권리의 이전·말소·설정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가처분등기 이후에 된 등기로서 가처분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기의 말소를 단독으로 신청할 수 있다(부동산등기법 제94조 제1항). 본안 승소 확정은 그 대표 경로다. 등기관은 후행 등기를 말소하면서 가처분등기도 직권말소한다(같은 법 제94조 제2항). 자세한 권리별 처리는 가처분의 순위보전적 효력을 본다.
확정판결과 제3자
본안 승소판결이 확정되면 그 판결에 이른 심리의 흠을 이유로 가처분의 효력을 다투기는 어렵다. 본안인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의심할 사정이 있었지만, 법원이 직권으로 추가 증거조사를 하지 않은 채 가처분권자 승소판결을 선고해 확정한 사안이 있다. 피보전권리가 소멸했는데도 취소되지 않은 가처분을 다른 동종의 권리에 유용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가처분에 반하는 권리를 취득한 제3자는 가처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2014다205768).
다만 저촉 등기가 말소되는지는 피보전권리의 내용에 따라 다르다. 저당권설정등기청구권이나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 청구채권을 보전하는 가처분에서는, 뒤에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나 처분제한등기가 채권자의 권리 취득을 방해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 등기를 말소하지 않고, 채권자의 권리 취득과 저촉되는 범위에서 대항하지 못하게 할 뿐이다(2018다276218 판결요지 [2]). 가등기에 의한 소유권이전의 본등기까지 마쳐지면 그 가등기에 대항할 수 없는 가압류등기는 효력을 잃는다고 보았다(2018다276218 이유 중 개별 판단).
가처분의 효력을 원용하는 길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가처분채권자가 가처분채무자를 상대로 피보전권리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면서, 가처분등기 뒤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제3자를 상대로 그 등기가 원인무효라는 사유를 들어 채무자를 대위하여 말소를 청구하는 것도 소의 이익이 있다. 가처분은 실체법상의 권리관계와 무관하게 효력이 상실될 수도 있어, 가처분의 효력을 원용하는 외에 별도로 대위 말소를 구할 실익이 있기 때문이다(2017다237339 판결요지 [2]).
소송에서 이기면, 가처분 뒤에 끼어든 다른 사람 명의의 등기를 혼자서 지워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가처분등기도 함께 정리됩니다.
가등기와 어떻게 다른가?
처분금지가처분은 법원의 재판으로 부동산을 묶는 보전처분이고, 가등기는 청구권 보전을 위해 당사자가 하는 예비등기다. 둘 다 순위 보전 기능을 하지만, 가처분은 본안 승소를 전제로 후순위 침해등기를 말소하거나 그 범위에서 대항하지 못하게 하는 데 비해, 가등기는 본등기 시 그 순위가 가등기로 소급한다(부동산등기법 제91조). 권리 보전 목적이 같아 실무에서 함께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가처분은 법원이 강제로 묶는 것이고, 가등기는 당사자가 미리 순위를 잡아두는 것입니다. 둘 다 내 권리를 지키는 장치라는 점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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