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배상

전보배상이란 본래의 이행에 갈음하여 청구하는 손해배상이다. 민법은 이 낱말을 조문 제목에만 쓴다. 민법 제395조의 제목이 「이행지체와 전보배상」이고, 조문 본문은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이라고 적는다. 배상청구권 자체의 근거는 민법 제390조이고, 배상 범위는 민법 제393조가 정한다. 다른 의사표시가 없으면 손해는 금전으로 배상한다(민법 제394조). 채권자가 채권의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의 가액 전부를 손해배상으로 받으면 채무자는 그 물건이나 권리에 관하여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한다(민법 제399조).

쉽게 말하면 — 약속한 물건이나 등기를 받는 대신 그 불이행으로 생긴 손해를 배상받는 것입니다. 다른 의사표시가 없으면 금전으로 배상합니다(민법 제394조). 다만 아무 때나 바꿔 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채무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되었거나(민법 제390조),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하라고 최고했는데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 늦은 이행이 더 이상 이익이 없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민법 제395조). 채무자가 정당한 거절권 없이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도 최고 없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2005다63337 판결요지 [1]·[3], 민법 제536조 제1항, 이행거절).

조문은 전보배상을 어떻게 적고 있는가?

조문은 이행지체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을 지체한 경우에 채권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여도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지체후의 이행이 채권자에게 이익이 없는 때에는 채권자는 수령을 거절하고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95조).

문언을 나누면 이렇다.

  • 전제: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을 지체한 경우
  • 요건 ①: 채권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여도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할 것
  • 요건 ②: 지체후의 이행이 채권자에게 이익이 없을 것
  • 효과: 채권자는 수령을 거절하고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두 요건은 “또는”으로 연결돼 있어 어느 하나만 갖추면 된다. 효과는 “청구할 수 있다”로 적혀 있어 채권자의 선택이고, 조문이 이행청구를 곧바로 소멸시키지는 않는다. 조문은 “수령을 거절하고”를 효과에 붙여 두었다. 지체의 성립 요건은 이행지체에서 다룬다.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최고 없이 이행거절을 이유로 이행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동시이행항변권처럼 정당한 이행거절권을 행사한 경우와는 구별해야 한다(2005다63337 판결요지 [1]·[3], 민법 제536조 제1항, 이행거절).

이때 채권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이행기 전이라도 최고 없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는지는 계약 이행에 관한 당사자의 행동과 계약 전후의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한다(2004다53173 판결요지 [2]). 매도인이 중도금 수령을 거절하면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사안에서, 매수인은 소유권이전등기의무 이행기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본 예가 있다(93다11821 판결요지).

제395조는 언제나 적용되나?

조문 문언만 보면 대체물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도 전보배상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해행위취소 사안에서 이를 제한했다. 수익자가 사해행위취소 소송의 확정판결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대체물 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취소채권자가 수익자를 상대로 민법 제395조에 따라 이행지체로 인한 전보배상을 구할 수 없다(2019다238640 판결요지). 다만 수익자의 대체물 인도의무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전보배상을 구할 수 있다(같은 판례).

근거는 사해행위취소의 구조에 있다.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은 원칙적으로 취소채권자가 아닌 채무자에게 이루어지고, 그 취소와 원상회복은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다(민법 제407조). 대법원은 본래의 채무 이행이 제395조에 따른 전보배상과 규범적으로 동등하게 평가될 수 있지만,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채무자에 대한 원물반환의무의 이행과 취소채권자에 대한 전보배상이 언제나 그렇게 평가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2019다238640).

소송실무의 예비적 대상청구도 이 조문과 닿는다. 어느 물건의 집행불능에 대비하여 구하는 예비적 대상청구의 성질은 이행지체로 인한 전보배상을 구하는 것이고, “인도불능일 때” 또는 “인도하지 않을 때”라는 문언은 “집행불능의 때”의 의미로 보아야 한다(75다308 판결요지). 이는 이행불능 시 목적물의 대상(代償)을 청구하는 대상청구와는 다른 것이다.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에도 전보배상인가?

채무자에게 책임 있는 이행불능으로 채권자가 청구하는 손해배상도 전보배상이다. 민법 제390조 단서는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행불능은 절대적·물리적 불가능에 한하지 않지만, 사회생활의 경험법칙이나 거래관념상 이행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충분해야 한다(2016다200729 판결요지 [1]). 매매나 증여의 대상인 권리가 타인에게 귀속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자의 계약상 이행이 불능이라고 할 수는 없다(2016다200729 판결요지 [2]). 우리 민법은 이행불능의 효과로서 채권자의 전보배상청구권과 계약해제권 외에 별도로 대상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해석상 대상청구권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92다4581, 92다4598 병합 판결요지, 99다23901 판결요지 [1]). 성립 요건은 이행불능에서, 위험부담은 위험부담에서, 대상청구권과의 관계는 대상청구에서 본다.

전보배상청구권이 언제 생겼는지가 따로 다투어지기도 한다. 상사유치권의 피담보채권 발생 시점이 문제 된 사안이 그렇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제3자 명의의 본등기로 부동산에 관한 권리가 이전되었음을 전제로 청산금청구소송을 제기한 2007년 7월 30일경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어 전보배상청구권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2010다57350 이유 중 판단). 그 사건의 주된 판시는 선행 저당권과 상사유치권의 우열이고, 이 발생시점 판단은 유치권 성립일이 근저당권설정등기일 이전인지를 확인하려고 부수적으로 이루어졌다.

배상액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정하는가?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행불능 당시를 기준으로 잡았다.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이행불능된 데 대한 전보배상을 명하면서 이행불능사유 발생 당시의 시가를 감정하여 그 가액 상당의 배상을 명한 것은 정당하다(90다5672 판결요지). 매도인이 그것을 타에 처분한 가격이 통상가격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배상액산정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같은 판례).

채무불이행의 유형에 따라 기준시점이 달라진다. 이행지체에 의한 전보배상은 최고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난 당시, 이행불능은 이행불능 당시, 명백한 이행거절은 이행거절 당시의 급부목적물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2005다63337 판결요지 [2]).

지체형의 기준시는 따로 판시된 것이 있다. 이행지체에 의한 전보배상에서 손해액 산정의 표준 시기는 원칙적으로 최고하였던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당시의 시가에 의하여야 한다(97다24542 판결요지). 그 사안에서 대법원은 10일 정도의 여유를 둔 최고를 상당한 기간으로 보고, 그 기간이 지난 날의 시가로 산정해야 한다며 원심의 기준시 판단을 잘못이라고 했다(같은 판례 이유 중 판단).

같은 판결의 상품권 사안에서는 상품권 발행인의 손해배상의무와 소지인의 상품권 반환의무 사이에 동시이행관계가 인정되지만, 손해배상의무는 그 이행최고를 받은 다음부터 지체책임을 진다고 보았다(2005다63337 판결요지 [4]).

이중매도 사안에서도 같다. 매도인이 목적물을 2중으로 제3자에게 양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유하여 주면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의무는 이행불능 상태가 된다(74다1872 판결요지). 그 배상액은 특별한 사정에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유하여 준 날 현재의 부동산 가격에 의하여 정하여진다(같은 판례). 배상액의 지급을 지연하는 경우에는 그 이행불능케 된 당시부터 배상을 받을 때까지의 법정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같은 판례). 두 판시는 모두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사안에 관한 것이다.

이행불능 뒤에 시가가 오르면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민법 제393조 제2항). 통상손해와 특별손해의 경계는 상당인과관계에서 다룬다.

전보배상에서 이 조항이 걸리는 전형은 이행불능 후의 시가 등귀다.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뒤 목적물의 시가가 등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에 인한 것이다(95다22337 판결요지). 채무자가 이행불능 당시 그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등귀한 가격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같은 판례).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두었다면

배상액 예정 특약이 있으면 시가 기준이 물러난다.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2중으로 양도하여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줌으로써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된 경우 손해배상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준 날 현재의 시가상당액이다(93다17638 판결요지). 그러나 매매계약시에 미리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특약을 하였다면 매수인은 매도인에 대하여 예정된 손해배상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같은 판례).

이 특약은 계약의 해제 여부에 관계없이 따라야 한다(92다30320 판결요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므로(민법 제398조 제4항), 위약금 조항이 있는 계약이라면 시가 감정보다 이 쟁점이 먼저 걸린다. 예정액의 감액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서 본다.

전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언제부터 가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전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말소등기의무가 이행불능 상태에 돌아간 때로부터 진행된다(2005다29474 판결요지 [1]). 그 권리자가 입는 손해액도 원칙적으로 이행불능이 될 당시의 목적물의 시가 상당액이다(같은 판례 판결요지 [2]).

언제 이행불능이 되었는지는 사안마다 따로 정해진다. 강박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문제 된 사안이 그렇다. 대법원은 그 등기가 소송 기타 방법에 따라 말소 환원 여부가 결정될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아직 이행불능이 아니라고 보았다(같은 판례 판결요지 [3]). 말소청구소송 또는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이 패소확정되면 그때 이행불능 상태에 이른다(같은 판례). 등기명의인의 등기부 취득시효가 인용된 결과 패소하였더라도 취득시효 완성 당시에 이행불능 상태에 이른다고 볼 것은 아니다(같은 판례). 시효 일반은 소멸시효에서 본다.

실무 체크포인트

  • 지체를 이유로 전보배상을 청구할 때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한 최고 사실을 남긴다. 지체 후의 이행이 채권자에게 이익이 없거나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 없이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95조, 2005다63337 판결요지 [1]·[3]).
  • 이행불능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증거로 특정한다. 부동산 사안의 배상액은 이행불능 당시의 시가로 정해졌고, 처분가격은 기준이 되지 않았다(90다5672).
  • 74다1872의 이중매도 사안에서는 이행불능 당시부터 배상을 받을 때까지의 법정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74다1872). 이 기산점을 지체형 사안에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기한 없는 채무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고(민법 제387조 제2항), 상품권 사안의 전보배상의무도 그 이행최고를 받은 다음부터 지체책임을 진다고 보았다(2005다63337 판결요지 [4]). 이율과 기산점은 사안별로 지연손해금에서 확인한다.
  • 위약금 조항이 있는 계약이라면 시가 감정에 들어가기 전에 그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먼저 본다(민법 제398조 제4항, 93다17638).
  • 사해행위취소 확정판결에 따른 대체물 인도의무의 전보배상을 구할 때에는 강제집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는 사정을 함께 세운다(2019다238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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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8월 14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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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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