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인과관계

상당인과관계는 채무불이행이나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연결이 법적 책임으로 귀속되는지를 판단할 때 판례가 쓰는 말이다. 민법 조문에는 “상당인과관계”도 “인과관계”도 나오지 않는다. 민법은 배상 범위를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로 나누어 정하고(민법 제393조), 이 규정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한다(민법 제763조). 판례는 이 범위 판단을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인지의 문제로 표현한다.

쉽게 말하면 — 사고를 냈거나 계약을 어겼다고 해서 그 뒤에 생긴 손해를 전부 물어주지는 않습니다. 불법행위에서는 그런 결과가 보통 생길 수 있는지와 함께, 위반한 규범이 무엇을 보호하는지, 행위와 피해가 어떠했는지도 봅니다. 그 사건에만 있던 특별한 사정 때문에 커진 손해는 상대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만 배상받습니다. 법조문에는 “상당인과관계”라는 말이 없습니다. 법원이 배상 범위를 판단하면서 쓰는 표현입니다.

조문에는 무엇이 적혀 있는가?

민법은 배상 범위를 두 항으로 정한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민법 제393조 제1항).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같은 조 제2항). 제393조, 제394조, 제396조, 제399조의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한다(민법 제763조). 그래서 배상 범위를 정하는 이 구조는 계약 위반과 불법행위에 함께 적용된다.

조문의 문언은 “통상의 손해”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다. 상당인과관계는 이 범위를 판단한 판결들이 쓰는 용어이고 조문 문언이 아니다. 조문을 인용할 때는 조문 문언대로 적고, 상당인과관계는 판례 법리로 다룬다.

불법행위에서 상당인과관계는 결과 발생의 일반적 개연성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법령이나 그 밖의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가해행위의 태양, 피침해이익의 성질과 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2018다221676).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는 어떻게 구별하는가?

통상손해는 그런 침해가 있으면 일반적으로 따라오는 손해다. 불법행위로 물건이 멸실되었을 때에는 멸실 당시의 시가가 통상의 손해다. 물건이 훼손되었을 때에는 수리 또는 원상회복이 가능하면 그 수리비 또는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이 통상의 손해다. 수리나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그 비용이 과다하면 훼손으로 교환가치가 감소된 부분이 통상의 손해가 된다(95다38233).

같은 사실관계에서도 통상손해와 특별손해의 경계가 문제 된다. 민사상 금전채권을 부당한 보전처분 때문에 제때 지급받지 못한 경우, 통상의 손해액은 그 채권금에 대한 민법 소정의 연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이자 상당액이다(민법 제379조, 98다3757). 그 채권이 공탁되었다면 공탁금에 딸린 이자와의 차액이 손해액이 된다. 반면 부당하게 가압류된 금원을 활용해 얻을 수 있었던 금융상의 이익은 특별손해다. 보전처분 채권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배상책임이 있다. 가집행을 면하려고 강제집행정지 담보로 금전을 공탁했다가 가집행이 실효된 경우도 같다. 손해액 산정 일반은 손해배상에서 다룬다.

인과관계는 누가 어떻게 증명하는가?

상당인과관계는 원칙적으로 배상을 구하는 쪽이 증명한다.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손해가 감독의무자의 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배상책임을 진다(민법 제750조). 이때 감독의무 위반사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해야 한다(93다13605 전원합의체). 뒤의 판결도 같은 법리를 그대로 되풀이했다(2020다240021).

증명의 정도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다. 민사소송에서 인과관계의 증명은 경험칙에 비추어 어떠한 사실이 어떠한 결과발생을 초래하였다고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다(89다카7730).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로 진실성의 확신을 가질 수 있으면 된다. 이 판시는 교통사고로 상하악골 골절상을 입은 피해자가 전신마취 수술 16일 뒤 전격성 간기능부전증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나왔고, 대법원은 교통사고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증명도 일반은 자유심증주의에서 다룬다.

어떤 손해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 인정되는가?

인정한 사안

현행 부동산 매각절차에서 법원은 감정인의 평가액을 참작해 최저매각가격을 정한다(민사집행법 제97조). 대법원은 같은 구조의 구법상 입찰절차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정인의 평가액이 최저경매가격이 되므로 감정평가의 잘못과 낙찰자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다(97다36293).

부당한 가압류 때문에 제3채무자가 진정한 채권자인 제3자에게 이행을 거절하는 경우, 그 제3자가 자신의 채권을 제때 회수하지 못한 손해는 그 가압류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2006다24872). 이때 부당한 가압류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가압류채권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본안판결의 취소·변경으로 가집행선고가 실효된 경우, 가집행채권자는 고의·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가집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사소송법 제215조). 그 배상 범위는 가집행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는 모든 손해를 포함한다(84다카1695). 다만 가집행채무자에게 가집행에 관한 과실이 있으면 책임과 금액을 정할 때 이를 참작한다.

부정한 사안

폐지된 구 회사정리법이 적용된 사안에서, 추심명령에 기한 추심금 청구에 제3채무자가 불응하던 중 집행채무자에게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된 사례가 있다. 그로 인해 추심명령이 취소되고 집행채권이 정리계획에 따라 감액되었더라도, 대법원은 그 지급거절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집행채권자의 손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2006다9446). 현행법상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으면 기존 회생채권·회생담보권 집행은 중지되고 법원은 회생을 위해 필요할 때 그 절차를 취소할 수 있으며, 회생계획인가결정이 있으면 권리는 회생계획에 따라 변경된다(채무자회생법 제58조 제2항·제5항, 채무자회생법 제252조 제1항).

산정 방법을 바로잡은 사안

예탁금제 골프회원권의 회원 지위를 부인당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채무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를 회원들의 평균 이용횟수와 회원·비회원 이용료 차액 등 간접사실을 합리적으로 평가해 산정해야 한다고 보았다(2013다100750). 회원권 시세나 입회금에 대한 정기예금 이자율 상당액을 손해액으로 산정한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가 있다고 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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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8월 21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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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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