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의 고안

재도의 고안(再度의 考案)이란 항고를 받은 원심법원이 스스로 자신의 재판을 다시 검토해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그 재판을 경정하는 절차를 말한다(민사소송법 제446조).

쉽게 말하면 — 항고장이 올라왔을 때, 항고법원에 넘기기 전에 원심법원이 “내가 틀렸구나”라고 판단하면 스스로 결정을 고칠 수 있습니다. 상급 법원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도 항고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셈입니다. 다만 원심이 고쳐 줄 것으로 기대하고 기다리면 안 됩니다. 경정할지는 원심법원이 판단하고, 한번 성립한 재판은 원심법원도 되돌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거 조문은 무엇인가

민사소송법 제446조가 근거다. 조문 원문은 다음과 같다.

제446조(항고의 처리) 원심법원이 항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그 재판을 경정하여야 한다.

문언에서 두 가지가 읽힌다. 하나는 “하여야 한다”이다. 항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이상 경정은 의무이지 재량이 아니다. 다른 하나는 조문이 “항고”라고만 적은 점이다. 즉시항고인지 통상항고인지를 나누지 않는다. 즉시항고와 통상항고 어느 쪽에도 이 조문이 적용된다.

경정의 계기는 항고 제기다. 항고는 항고장을 원심법원에 제출함으로써 한다(민사소송법 제445조). 항고장이 원심법원에 먼저 접수되는 구조 자체가 재도의 고안의 기회를 만든다.

경정으로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원심법원이 항소장 각하명령에 관한 항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재판을 경정한 경우, 그 경정으로 불이익을 받는 상대방 당사자는 그 경정재판에 대하여 다시 즉시항고로 불복할 수 있다(2023그585·586). 항소장 각하명령 자체에 즉시항고가 허용되고(민사소송법 제399조 제3항), 결정·명령에는 성질에 어긋나지 않는 한 판결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며(민사소송법 제224조 제1항), 판결의 경정결정에 즉시항고를 정한 민사소송법 제211조 제3항이 있다는 것이 근거다(같은 결정).

원심법원이 항고 취지를 전부 받아들여 경정하면 항고인은 목적을 달성하므로 그 항고는 실익을 잃습니다. 원심법원이 경정하지 않으면 항고절차가 계속됩니다.

판결의 경정과 어떻게 다른가

이름이 비슷하지만 판결의 경정과는 다른 제도다. 판결의 경정은 판결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잘못이 있음이 분명한 때에 하는 것이다(민사소송법 제211조 제1항). 겉으로 드러난 오류를 바로잡을 뿐 판단 내용은 그대로 둔다.

재도의 고안에 따른 경정은 다르다. 원심법원이 재판의 이유를 다시 검토해 결론 자체를 바꾼다. 항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대상은 계산 착오가 아니라 판단의 당부다.

어떤 항고에 적용되지 않나

특별항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450조는 특별항고와 그 소송절차에 제448조와 상고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할 뿐, 제446조를 준용 대상에 넣지 않았다. 특별항고의 대상은 불복할 수 없는 결정이나 명령이다(민사소송법 제449조 제1항). 통상의 불복이 막힌 재판이므로 원심법원이 스스로 고치는 통로도 열려 있지 않다. 특별항고 참조.

재항고는 조문만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민사소송법 제443조 제2항은 재항고와 이에 관한 소송절차에 제2장, 곧 상고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만 정한다. 제446조가 재항고에 준용되는지를 정면으로 정리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재항고를 준비할 때 원심법원의 경정을 일정에 넣지 않는다.

언제까지 경정할 수 있나

원심법원이 한번 한 재판을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25. 7. 24. 자 전원합의체 결정(2021마6542)이 이 점을 판결요지에서 밝혔다. 결정이나 명령은 일단 성립하면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 취소 또는 변경을 허용하는 별도의 규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 스스로 이를 취소·변경할 수 없다.

사안은 인지 미보정을 이유로 한 항소장각하명령이었다(민사소송법 제399조). 다수의견은 그 명령이 성립한 시점 뒤에 인지를 보정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하명령이 위법하게 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 관한 판단에서는, 보정이 명령 성립 후라면 그 명령은 위법하지 않고 재도의 고안으로 취소될 수도 없다고 적었다. 이 부분은 판결요지가 아니라 이유에 있는 판단이다.

구법 아래에서도 같은 방향의 선례가 있다. 대법원 1996. 1. 12. 자 결정(95두61)은 소장각하 명령이 송달된 후에는 부족한 인지를 붙이고 그 명령에 불복을 신청하더라도 각하명령을 취소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이 결정은 구 민사소송법 조문을 적용한 사안이고, 기준 시점을 송달이 아닌 성립으로 잡은 것은 위 전원합의체 결정이다.

원심법원이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것은 그 재판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던 경우입니다. 재판이 나온 뒤에 사정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는 원심법원이 되돌려 주지 않습니다. 이 판례가 다룬 민사소송법 제399조의 항소장 인지 보정은 항소장각하명령이 성립하기 전에 끝내야 합니다.

즉시항고 대상 재판의 취소·변경 금지와는 어떤 관계인가

비송사건 쪽에는 반대 방향으로 읽히는 조문이 있다. 법원은 재판을 한 후에 그 재판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비송사건절차법 제19조 제1항).

신청에 의해서만 재판해야 하는 경우 신청을 각하한 재판은 신청 없이는 취소·변경할 수 없고(같은 조 제2항), 즉시항고로 불복할 수 있는 재판은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같은 조 제3항).

제446조가 비송사건의 항고에 닿는 통로는 비송사건절차법 제23조다. 이 법에 따른 항고에 관하여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고에 관한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래서 제19조 제3항이 그 “특별한 규정”으로 제446조의 준용까지 막는지, 아니면 제19조는 직권 취소·변경만 다루고 항고 제기 뒤의 경정은 제23조를 통해 남는지가 문제된다. 이를 정면으로 정리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어느 쪽으로 읽든 원심법원의 경정에 기대지 않고 항고 기간 안에 낸다. 가사비송 심판에 대한 즉시항고 참조.

집행절차에서는 어떻게 되나

민사집행법은 집행절차의 즉시항고에 민사소송법의 즉시항고 규정을 끌어다 쓴다.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소송법 제3편 제3장 중 즉시항고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민사집행법 제15조 제10항). 항고장을 원심법원에 제출한다는 점은 같은 조 제2항이 직접 정한다. 원심법원이 기록을 먼저 갖는 구조는 집행절차에서도 같다.

제446조가 이 준용 범위에 드는지를 정면으로 판단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보전재판에 관해서는, 재판부가 재도의 고안으로 스스로 경정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국가배상책임의 근거 중 하나로 든 원심 판단이 있었다(2019다226975의 원심). 대법원은 가압류취소결정의 효력정지 신청 등 마련된 시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람은 원칙적으로 국가배상에 의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이는 제446조의 일반 효과를 직접 판시한 것이 아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관련

최종 수정 2026년 9월 5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 오류 신고·수정 제안

잘못된 내용이나 법 개정으로 바뀐 부분을 발견하셨나요? 알려주시면 검토해 반영합니다.

공유하기
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업무위임 · Q&A

법률문제로 고민하고 계신가요?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명쾌한 해답을 찾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