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물공급계약

제작물공급계약은 제작자가 자기 재료로 주문에 맞춘 물건을 만들어 공급하고 주문자가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제작의 측면에서는 도급, 공급의 측면에서는 매매의 성질이 있으므로 목적물이 다른 물건으로 대체 가능한지와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인지를 따져 적용 규정을 정한다(86다카2446 판결요지 가).

쉽게 말하면 — 기성품에 이름만 붙여 납품하는 계약과 특정 공장에 맞춘 기계를 설계·제작·설치하는 계약은 같은 규칙으로 처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계약서 제목보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누구에게 공급하기로 했는지를 봅니다.

언제 매매이고 언제 도급인가?

주문품이 대체물이면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특정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 즉 다른 물건으로 대신하기 어려운 주문품이라면 공급과 함께 제작이 주목적이 되어 도급의 성질을 띤다. 제작자가 자기 재료를 사용한 제작물공급계약은 이처럼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함께 가진다(86다카2446 판결요지 가, 2010다56685 판결요지 [1]).

판단할 때에는 주문 규격과 도안, 다른 고객에게 처분할 수 있는지, 특정 장소나 설비에 맞추어 다른 물건으로 대신하기 어려운지를 함께 본다. 맞춤 주문이나 설치가 있다는 한 가지 사정만으로 언제나 도급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주문자의 상호와 전용 규격이 인쇄된 포장지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른 곳에 처분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지를 더 심리하지 않고 상인 간 매매라고 단정한 원심을 파기했다(86다카2446). 부대체물이라고 최종 확정한 판결이 아니라, 상법 제69조를 적용하기 전에 계약의 성질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본 사례다.

건물에 맞춘 승강기의 제작·설치계약은 대체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제작물을 공급하는 계약이어서 도급의 성질을 가진다고 보았다. 그 사건에서는 매매대금과 설치대금을 나누지 않은 총액이었고, 소유권 취득과 관계없이 계약금·중도금 지급시기가 정해져 있었다. 따라서 매매 상당 대금만 따로 떼어 소유권 취득 때까지 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2010다56685 판결요지 [2]).

계약의 성질이 달라지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계약을 매매로 보는지 도급으로 보는지에 따라 대금·보수 지급, 하자 구제와 검사·통지 규정이 달라진다.

구분주로 적용되는 규정
대체 가능한 물건의 공급매매의 권리이전·대금지급과 하자담보 규정(민법 제563조, 민법 제568조, 민법 제580조, 민법 제581조, 민법 제582조)
특정 주문자용 부대체물의 제작·공급도급의 일 완성·보수와 하자보수·손해배상 규정(민법 제664조, 민법 제665조, 민법 제667조)
상인 사이의 매매목적물 수령 뒤 검사와 하자·수량부족 통지의 특칙(상법 제69조)

상인 사이의 매매에서 매수인은 목적물을 받은 때 지체 없이 검사해야 한다. 하자나 수량 부족을 발견하고도 즉시 매도인에게 통지를 발송하지 않으면 계약해제·대금감액·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 즉시 발견할 수 없는 하자는 6개월 안에 발견한 때에도 같다. 매도인이 악의이면 이 특칙은 적용되지 않는다(상법 제69조). 제작물공급계약이 도급 성질인 경우까지 이 매매 특칙을 당연히 적용할 수는 없다(86다카2446 판결요지 가·나).

도급 성질이면 검사와 보수 지급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보수 지급시기에 관한 특약이나 관습이 없으면 완성된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보수를 지급한다(민법 제665조 제1항). 이때 인도는 단순한 점유의 이전만이 아니라, 도급인이 목적물을 검사한 뒤 계약내용대로 완성되었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시인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다(2004다21862 판결요지 [2]). 시운전·성능검사와 대가가 어느 공정에 연결되어 있는지는 일의 완성과 보수 지급시기를 판단할 때 확인한다.

보수를 청구하는 제작자는 예정된 최후 공정을 끝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주요 구조가 약정대로 시공되고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다는 점까지 주장·증명해야 한다(2004다21862). 검사 합격 여부가 주문자의 일방적인 마음에만 달린 것은 아니며, 목적물이 계약대로 제작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하자가 있으면 매매 규정만 적용되는가?

부대체물의 제작이 주목적인 계약에는 도급의 하자책임이 적용될 수 있다. 특정 설계도와 규격에 따라 제작되어 다른 곳에 처분하기 어려운 자동차부품 사건에서 대법원은 도급의 성질을 인정하고 매매에 관한 민법 제580조 제1항 단서를 적용하지 않았다(88다카31866 판결요지 가).

도급의 하자담보책임은 수급인의 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가 준용되지는 않지만, 공평의 원칙상 하자의 발생이나 확대에 기여한 도급인의 잘못을 손해배상 범위를 정할 때 참작할 수 있다(88다카31866 판결요지 나·다). 도급인은 상당한 기간을 정해 하자보수를 청구하고, 하자보수에 갈음하거나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하자가 중요하지 않고 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에는 하자보수를 청구할 수 없다(민법 제667조). 하자로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면 해제할 수 있지만, 건물 기타 토지의 공작물은 해제하지 못한다(민법 제668조 본문·단서).

매매 하자담보권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행사해야 한다(민법 제582조). 도급은 원칙적으로 목적물을 인도받은 날부터 1년 안에 하자보수·손해배상·해제 권리를 행사해야 하고, 인도가 필요 없는 경우에는 일을 끝낸 날부터 계산한다(민법 제670조). 토지·건물 기타 공작물에는 5년 또는 재료에 따라 10년의 담보기간과 멸실·훼손 뒤 1년의 권리행사기간이 적용될 수 있다(민법 제671조). 면책특약의 제한은 민법 제672조에 따로 규정되어 있다.

주문자가 제공한 재료나 지시 때문에 하자가 생기면 수급인은 원칙적으로 제667조·제668조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수급인이 재료나 지시가 부적당하다는 점을 알고도 주문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면책되지 않는다(민법 제669조). 주문자가 재료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의 성질이나 완성물의 소유권까지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소유권과 위험부담도 계약유형과 함께 정해지는가?

계약을 매매 또는 도급으로 분류하는 것과 완성물의 소유권 귀속, 대금 지급시기, 위험부담은 서로 다른 문제다. 맞춤 승강기 사건도 소유권 유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금채권의 시효 기산을 미루지 않고, 약정된 계약금·중도금의 변제기를 따로 보았다(2010다56685 판결요지 [2]).

주문자가 재료를 제공했다면 계약 내용과 함께 동산 가공의 소유권 규정이 별도로 문제 될 수 있다(민법 제259조). 당사자 모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일방의 채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면 그 채무자는 반대급부를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537조).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되거나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되면 채무자는 반대급부를 청구할 수 있지만, 자기 채무를 면해 얻은 이익은 채권자에게 상환해야 한다(민법 제538조). 특정 전 종류물의 멸실 문제는 종류채권, 세부 위험 분담은 위험부담에서 다룬다.

계약서를 볼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 제작자가 자기 재료를 쓰는지, 주문품을 다른 고객에게 처분할 수 있는지와 특정 장소·설비에 맞춘 것인지 확인한다(86다카2446).
  • 설계, 제작, 설치, 시운전과 검사 중 무엇이 계약의 주목적인지와 대가 지급시기가 어느 공정에 연결되는지 확인한다(2004다21862, 2010다56685).
  • 상인 사이의 거래라면 계약이 매매로 분류되는지 확인한 뒤 상법 제69조의 검사·통지 시기와 매도인의 악의 여부를 따진다.
  • 주문자가 재료나 제작지시를 제공했다면 하자의 원인과 수급인의 사전 인식·고지 여부를 확인한다(민법 제669조).
  • 소유권, 대금 지급시기, 소멸시효와 위험부담을 하나의 시점으로 단정하지 말고 계약 조항과 각 적용 규정을 따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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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5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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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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