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권 남용

대리권 남용은 대리인이 권한 범위 안에서 행위하면서 본인의 이익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경우다. 그 사정만으로 본인이 언제나 거래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배임적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판례는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를 유추적용하여 그 행위의 효과가 본인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2011다64669).

쉽게 말하면 — 대신 계약할 권한은 있지만 그 권한을 맡긴 사람을 위해 쓰지 않은 경우입니다. 그렇다고 거래가 모두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도 권한을 엉뚱한 이익을 위해 쓰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권한이 없는 경우와 무엇이 다른가?

대리권 남용은 권한이 있는 상태에서 그 행사 목적을 문제 삼는 반면, 무권대리는 권한 없이 본인을 대신한 경우다(2011다64669, 민법 제130조). 권한 안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본인에게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14조 제1항). 처음부터 권한이 없거나 대리권의 소멸 후 계약했다면 무권대리뿐 아니라 상대방 보호를 위한 표현대리의 요건도 확인해야 한다(민법 제125조, 같은 법 제126조, 같은 법 제129조).

한 사람이 거래 양쪽을 대리하거나 본인과 직접 거래했다면 자기계약과 쌍방대리의 제한도 확인해야 한다. 이때는 본인의 허락과 채무이행 예외가 직접 문제 된다(민법 제124조). 대리권 남용을 판단할 때에는 누구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을 행사했는지와 상대방의 인식을 확인한다(2011다64669 판결요지 [1]).

어떤 경우 본인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나?

본인의 이익이나 의사에 반하여 대리인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배임적인 행위를 하고,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본인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판례는 이를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관한 규정의 유추해석으로 설명한다(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 2011다64669).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는 의사표시가 형성된 과정, 그 내용과 효과 등 객관적인 사정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거래가 본인에게 불리했다는 주장에 그치지 말고 계약 경위·대가·관계인들의 이익을 확인해야 한다. 상대방의 인식 요건을 빼고 본인의 사후 불만만으로 계약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2011다64669 판결요지 [1]).

부모가 자녀 재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되나?

친권자인 부모의 법정대리에도 대리권 남용 법리가 적용된다. 객관적으로 자녀에게 경제적 손실만 생기고 친권자나 제3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며,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자녀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2011다64669 판결요지 [1]).

그 사건에서는 법정대리인이 미성년 자녀들의 토지를 매도했다. 원심은 자녀들의 이익을 무시하고 오로지 법정대리인과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행한 거래라고 판단했다. 시세보다 낮은 대금, 매수인의 확인 과정, 당사자들의 관계 등을 근거로 매수인이 배임적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도 보았다. 대법원은 그 판단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했다(2011다64669 판결요지 [2]).

다만 이해상반행위가 아닌 처분은 자녀를 둘러싼 사정을 고려하는 친권자의 재량에 맡겨진다. 자녀의 이익을 무시하고 친권자나 제3자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등 대리권을 준 법의 취지에 현저히 반하는 사정이 없는 한 남용으로 쉽게 단정할 수 없다(2008다73731 판결요지 [1]). 재산이 줄었다는 결과만 보지 않고 처분 경위와 전체 이해관계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해상반행위와 대리권 남용은 같은 요건인가?

이해상반행위는 남용 목적이나 상대방의 인식이 아니라 행위의 객관적 성질을 기준으로 판단한다(94다6680 판결요지 나). 친권자와 자녀 사이 또는 친권에 따르는 여러 자녀 사이의 이해상반행위에는 특별대리인 선임 규정을 적용한다(민법 제921조). 친권자의 의도나 실제 이해대립의 발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남용과 다르다.

94다6680은 한 명의 특별대리인이 여러 미성년자를 대리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한 사안에서, 피대리자 전원의 추인이 없는 한 그 협의는 무효라고 보았다(판결요지 다). 이때는 남용 법리처럼 상대방이 배임 사정을 알았는지를 효력 부인의 요건으로 삼지 않는다. 각 미성년자의 특별대리인 선임과 협의의 추인 여부를 살펴야 하는 사안이다.

재산을 다시 취득한 제3자에게도 무효를 주장할 수 있나?

친권 남용행위로 형성된 외관을 기초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에게는 그 남용을 이유로 대항할 수 없다. 대법원은 친권 남용행위에 민법 제107조 제2항을 유추적용했고, 제3자의 악의는 무효를 주장하는 사람이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보았다(2016다3201). 원래 거래상대방의 악의·과실과 뒤에 권리를 취득한 제3자의 선의는 구별한다.

이 판결은 친권 남용으로 매도된 부동산을 다시 매수한 사람에 대한 등기말소청구를 다뤘다. 대법원은 최초 매수인 명의 등기가 무효라는 사정만으로 후속 매수인의 등기까지 무효라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후속 매수인이 선의의 제3자인지를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이지, 최초 거래 자체를 유효하게 바꾼 것은 아니다(2016다3201).

거래가 유효하면 대리인의 책임도 없어지나?

거래상대방에 대한 효력과 대리인의 본인에 대한 책임은 별개다. 위임을 받은 대리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사무를 처리해야 한다(민법 제681조). 상대방의 인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거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더라도 내부 의무 위반 여부는 남는다.

위임상 의무 위반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요건을 검토한다(민법 제390조). 다만 친권자의 재산관리에는 자기 재산에 관한 행위와 같은 주의를 요구하는 별도 규정이 있으므로 일반 수임인의 기준과 그대로 섞지 않는다(민법 제922조). 회사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대표권 남용과 이사의 책임 규정을 따로 살핀다.

실무 체크포인트

  • 권한과 목적을 순서대로 확인한다. 권한 없이 계약한 무권대리인지 확인하고(민법 제130조), 권한이 있다면 본인 이익에 반하여 사용했는지 구별한다(2011다64669).
  • 거래의 이익과 부담을 대조한다. 대금의 지급처, 본인이 얻은 대가, 대리인이나 제3자의 이익을 확인한다(2011다64669).
  • 상대방의 인식 근거를 확보한다. 비정상적인 조건뿐 아니라 교섭 자료와 관계인 사이의 연결을 살핀다(2011다64669 판결요지 [1]·[2]).
  • 대외적 효력과 내부 책임을 나눈다. 거래 효력 주장과 대리인에 대한 손해배상 주장은 각각의 요건에 따라 검토한다(민법 제681조, 같은 법 제39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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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7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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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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